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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란 무엇인가?
작가 : 겨레기
작품등록일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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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느 전사의 일기]
작성일 : 19-10-12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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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여행이 시작되기 전날, 옆집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러갔다. 그리고 자기 일인 마냥 수없이 듣던 나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하시며 또 말씀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인사드리러 온 것을 후회하며, 그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너머로 제국의 슬로건이 보인다.

 ‘힘만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힘만이.. 우리를..”

 

 //

  나는 끝없는 사막에 위치한 일명 전사의 나라, ‘도르만제국’을 등지고 먼 길을 떠나고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 끝없는 사막은 나를 아직도 놓아주지 않는다. 오늘, 마물을 만났지만, 상처는 없다.

 

 //

  여행을 떠난 지 일주일,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처음 가져보는 여행에 대한 나의 환상을 짓밟아버리기에 충분했다. 적당한 바위에 등을 기대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 오늘도 마물을 만났다. 하지만 상처는 없다.

 

 //

  어서 잠을 자자. 그래야 내일 한걸음이라도 더욱 나아가지.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다. 배낭을 열어 일기를 쓰려는 찰나, 옆집 할아버지께서 몰래 밀어 넣은 두꺼운 역사책이 보인다. 그 동안의 고생에 화를 내야할지, 뗄 감이 생겨 좋아해야할지, 나는 모두하기로 정했다. 화를 내며 역사책을 찢다가 ‘마왕’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그리곤 ‘책’을 덮었다. 발을 움직이자. 오늘은 자긴 글렀다.

 

 //

  드디어 사막은 나를 놓아주었다. 도착한 이 도시는 피로 얼룩진 나를 살갑게 맞아 주진 않았지만 어떻든 상관없다. 오늘은 이 도시에 머물 생각으로 우선 여관을 알아보았다. 허름하고 푹신한 침대는 아니지만 숙박비가 싸고 창이 있는 곳으로 짐을 풀었다. 병원은 가지 않아도 된다. 어서 자자.

 

 //

  오늘은 늦잠을 잤다. 아마도 그 동안에 피로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서둘러 마을로 나갔다. 제국에는 없는 ‘모험가 길드’를 가보고 싶기 때문이다. 제국이 아닌 소국들은 반드시 ‘모험가 길드’를 설치해둔다. 강한 군사력을 대신해서 강한 모험가들을 마을에 머물게 함으로써, 마물의 침략을 막기 위한 보험인 셈이다.

 

  모험가 길드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의뢰를 맡기는 사람, 의뢰를 중개하는 사람, 의뢰를 고르고 있는 사람, 팀원을 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눈에 띈 것은 신출내기처럼 보이는 어린 모험가들이었다. 그들은 ‘용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고 ‘용사제도’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도 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맡겨둔 장비가 모두 수선되었다. 수선비가 저렴했다. 이럴 땐 그리 좋지 않은 장비인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눈을 감았지만, 어제 모험가들의 이야기로 잠이 오지 않는다.

 

  ‘용사 2팀’이 구성되어질 쯤 사람들은 다시 기대했다. “처음이라 그런 거일 거다..”, “이번에는 정말 마왕을 물리쳐줄 것이다..”라며 기대하고 있었고 ‘용사 2팀’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용사 1팀’과 같은 길을 걸었다.

 

  그로부터 20년, 마왕의 성은 아직도 건재하지만 ‘용사 22팀’의 상황은 ‘용사 1팀’을 뽑았을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었다. 제국은 더 이상의 인재를 잃는 것은 국가적 손실임을 알기에 ‘강한 자’ 또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자’를 선별한다는 항목에서 ‘특이한 능력을 가진 자’들만을 뽑았고, 국가적 지원도 거의 미미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단지, ‘용사제도’는 악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나라라는 ‘이미지’만을 유지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다.

 

  하지만 국가적 상황보다 더욱 변한 것은 사람들의 ‘용사에 대한 인식’이다. 사람들은 ‘용사’는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세금 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들은 더 이상 ‘용사’에게 호응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변한 것은 선발된 용사들이다. 더 이상 용사들에겐 세상을 구한다는 자부심은 찾아 볼 수 없으며, ‘특이한 능력’을 가졌을 뿐, 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도덕적인 사람이 아닌 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용사제도’는 하루빨리 없어져야한다. 하루라도 빨리..

 

 //

  오늘은 많은 마물을 죽였다. 아침 일찍 산을 타고 있을 쯤, 비명소리가 났다. 갈 길이 바쁘기에 무시하고 가려는 차에, 마물의 웃음소리를 들어 그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눈에 익은 머리통이 굴러다녔다. 이틀 전에 봤던 5인 신출내기 모험가 팀이었다. 남성 모험가들로 보이는 것들은 도륙되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2명의 여성모험가는 6마리의 마물에게 겁탈을 당하고 있었다. 한명은 반항이 심했는지, 상반신은 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난도질 되어 있었고, 나머지 한명은 비명을 지를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잘리고 있었다.

 

  아마도 ‘오크’, 직접 보는 것은 처음 이지만 무리 생활을 하고 강력한 힘과 맷집으로 일반적인 성인 남자보다 강한 전투력을 지녔다. 이 마물은 번식력과 정력이 엄청나서 인간여자들은 죽이지 않고 잡아간다는 것을 책에서 본적 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오크 두 마리의 목을 빠르게 기습하여 베었다. 이에 놀란 ‘오크’ 한 마리가 바로 도끼를 잡으려하기에 목을 베었고 뒤 늦게 공격하는 또 한 마리의 공격을 흘리며 그 마물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나머지 두 마리가 일제히 도끼를 들고 공격했다. 그대로 공격을 받으며 한 마리의 입에 내 검을 처넣었다. 오른쪽 어깨에 하나, 왼쪽 옆구리에 하나 도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피가 흐른다. 나는 무릎을 꿇었고 마무리를 짓기 위해 오크는 나에게 걸어왔다. 그 오크가 크게 도끼를 든 순간 그 마물의 턱에 나의 검을 밀어 넣었다. 오크는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죽었다.

 

  홀로 생존해있던 여성 모험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빠른 치료를 하려했다. 하지만 사양 했다. 상처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상처는 이미 재생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맞겠다. 멀쩡한 상처를 보고 경계하는 그 모험가가 물었다. “다.. 당신은.. 누구시죠..?” 나는 답했다. “도르만 제국의 22번째 용사”

 

  그리고 나는 다시 갈 길을 갔다. 안전하게 그녀를 도시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루 빨리.. 하루라도 빨리 마왕을 없애기 위하여..

 나는 궁수의 나라, ‘우완 제국’으로 가야만 한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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