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신PD와 고스트 버스터즈
작가 : 까치
작품등록일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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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군대(중)
작성일 : 19-10-16     조회 : 329     추천 : 0     분량 : 4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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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의 비밀? 그게 뭔데?"

 

 귀남과 동일은 21살 그때를 떠올렸다.

 

 " 처음 삽질할 때 기억 나냐?"

 

 " 삽질?"

 

 " 그래.

 진짜 처음 할 때 죽는 줄 알았는데."

 

 " 뭘 그런 것 까지 기억하고 있냐?

 난 처음부터 잘한 것 같은데?"

 

 " 잘하기는

 너랑 나랑 밖에서 공부만 하다 왔다고

 군대에선 필요도 없는 놈들이라고

 엄청 혼났던 거 기억 안나?"

 

 " 그랬나?

 생각해보니 삽질 엄청 한 것 같네."

 

 " 와 진짜 20년도 더 지난 얘기다."

 

 귀남은 잠시 눈을 감고 그 때를 떠올렸다.

 그날은 뜨거운 여름이었고

 선임들이 웃통을 벗어 던지고 한참 축구를 하고 있었다.

 머릿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머리가 짧았던

 둘은 선임들이 축구를 하는 동안

 부대 안에 있던 큰 나무 밑에서 삽질 연습을 했다.

 그때의 모습들이 떠올라 웃음이 머금어졌다.

 

 " 그땐 왜 그렇게 삽이 손에 안 익었지?"

 

 " 당연하지.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자랐는데."

 

 " 그래도 넌 어머니 때문에 시골에서 좀 살았었잖아?"

 

 " 기억도 안나."

 

 " 한 번도 다시 안 가 봤어?"

 

 "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바빠서."

 

 " 폐가에 갈 시간은 있고 어머니 보러 갈 시간은 없냐?"

 

 " 뭐 시간되면 가야지."

 

 " 그때 삽질 안 해본 거야?"

 

 " 애가 무슨 삽질을 하냐?"

 

 " 하긴, 정말 우리 그때 바보 같았어.

 선임들이 스물이나 넘어서 뭘 배웠냐고 갈궜잖아."

 

 " 그때 우리 부대에 완전 큰 나무 있었던 거 기억나?"

 

 " 기억나지. "

 

 " 우리 맨날 그 나무 밑에서 삽질이랑 곡괭이질

 연습했잖아."

 

 " 맞아. 일부러 선임들 축구하다가 보라고

 엄청 열심히 하는 척 했지."

 

 " 그 나무 지금도 있을까?"

 

 " 있을걸."

 

 " 하긴 너무 크니까.

 오래되기도 했고

  함부로 자를 순 없을 걸. "

 

 " 아니. 그 나무가 너무 크고 오래 되서가 아냐.

 절대 자를 수 없는 이유가 있어."

 

 " 왜? 그거 부대 자산이었나?"

 

 " 야 무슨 나무가 무슨.

 그 나무에 비밀이 있다니까."

 

 귀남은 눈을 크게 뜨며 놀리듯 동일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무슨 비밀?

 아 진짜 무섭게 왜 그래?

 뭔데?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비밀?"

 

 " 무섭고 슬픈 비밀."

 

 " 아씨 나 맨날 거기서 누워 있고 그랬었는데."

  거기 또 뭐가 있었던 거야?

  진작 말 좀 해주지."

 

 "해코지 할 만 한 나무는 아니니까."

 

 " 말해 봐. 그 비밀."

 

 " 우리가 자대 배치 받아서

 육공에서 내릴 때부터

 그 나무는 우릴 쳐다보고 있었어."

 

 " 나무가 쳐다보고 있었다고?"

 

 " 뭐 정확히 말하면 나무가 아니지.

 나무에 사는 사람들이었던 거지."

 

 " 나무에 사는 사람?"

 

 "그렇지."

 

 " 야 잠깐만

 나 오줌 마렵다."

 

 " 아 중요한 비밀 말하려는데.

 빨리 갔다 와."

 

 " 못가겠어."

 

 동일은 어린 애처럼 굴었다.

 

 " 야 빨리 갔다 와."

 

 "같이 가자."

 

 " 아씨 귀찮아 빨리 갔다 와.

 하여간 간은 콩알만 해서는"

 

 " 같이 가자. 진짜 무섭다니까.:

 

 "거참 귀찮게 하네."

 

 귀남은 동일과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 손잡고 가자."

 

 " 야 적당히 해라.

 빨리 들어 갔다 와."

 

 " 너 안 들어 올 거야?"

 

 " 여기 있을게 빨리 갔다 와."

 

 " 야 나 무서운데"

 

 귀남은 얼굴을 찡그렸다.

 

 "알겠다. 아 새끼 같이 가주지."

 

  그때 귀남은 동일이 들어간 뒤 다리를 절며 화장실로

 빨려 들어가는 어떤 존재를 보고 말았다.

 귀남은 재빨리 그 정체를 보려 바로 들어갔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 야 뭐야 뭐야! 뭔데!

 아 놀래라.

 밖에 있는 다더니 뭐냐 너 무슨 일이야?

 오줌 묻었잖아!"

 

 " 너 괜찮냐?"

 

 " 뭐가?

 아 진짜 무서워 죽겠다.

 너랑 있으면 내가 제 명에 못 죽을 것 같다."

 

 " 참나. 걱정 되서 들어왔더니만."

 

 " 무슨 걱정?"

 

 " 방금 네 뒤따라서 누가 들어왔단 말이야."

 

 사색이 된 동일은 펄쩍펄쩍 뛰며

 등을 털었다.

 

 " 아오씨 귀신 얘기 계속하니까

 귀신들이 달라 붙나 보다.

 일단 나가자."

 

 " 너 최근에 어디 갔다 왔냐?"

 

 " 어딜 갔다 와?"

 

 " 뭐 상갓집이나 잔치 집이나 묘지 같은 데나. "

 

 " 아니 없어."

 

 " 그럼 됐어. 그럼 대체 뭐지?"

 

 " 아. 있다. 벌초 갔다 왔다."

 

 심각한 얼굴로 쳐다보는 귀남.

 

 " 아 뭔데?

 벌초하다가 조상님 붙은 거야?

 어떻게 하면 되냐? 굿을 해야 하나?"

 

 " 뭔 굿을 해.

 조상님들 머리 깎아 드려서

 고맙다고 뭐라도 해줄 거

 있나 싶어서 오신 거지."

 

 " 그런 거야? 복권 사야 하는 거야?"

 

 " 그런 불손한 생각만 하니까 안 되는 거야."

 

 " 하긴 내가 뭐 조상 덕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 야! 다 들으신다고!

 맨날 네가 조상 복도 없다고 떠들어대니

 그 분들이 퍽이나 돕고 싶겠다."

 

 " 아 그런 거냐?"

 

 동일은 뒤돌아서 손을 비비며 절을 했다.

 둘은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

 

 " 야 진짜 무섭다.

 난 이런 얘기가 안 맞나 봐."

 

 " PD라는 놈이 그렇게 무서워서 되겠냐?"

 

 " 무슨 상관이냐? 겁 많은 거랑 PD인 거랑."

 

 ' 이 얼마나 대단한 소스냐?

 너 친구가 귀신이 보인다니까?"

 

 " 야 됐다. 이런 주제는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아요.

 21세기에 무슨 귀신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드냐?

 뭐 신PD가 간다. 이런 거? 너무 구식이야."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좋아한다니까."

 

 둘은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족발을 먹으려고 했지만

 이미 뻣뻣하게 굳어 버린 상태였다.

 

 " 야 이거 왜 이렇게 갑자기 뻣뻣해졌냐?"

 

 " 왜인 줄 알아?"

 

 " 왜?"

 

 "귀신들이 우리 화장실 간 사이에

 스윽 훑고 지나갔거든."

 

 동일은 겁에 질러 젓가락을 던져 버렸다.

 

 " 야 그만해라. 진짜 오줌 싸겠다."

 

 " 야 그러면 그 나무에 대한 비밀은 안 듣고 싶은 거야?"

 

 " 무슨 나무?"

 

 " 지금까지 얘기하고 있었잖아.

  우리 군대 있을 때 나무."

 

 " 아 진짜 무서운데 궁금하기는 하고. 미치겠다."

 

 " 하지 말까?"

 

 "잠깐만."

 

 동일은 손을 비벼 열을 내어 눈과 목에 갖다 댔다.

 와 오랜만에 이런 얘기 들으니까 혈액순환이 안 된다."

 

 " 마흔 넘어서 쫄기는."

 

 " 뭐 나이 먹으면 안 무섭냐?"

 

 " 준비됐냐?"

 

 " 해봐 "

 

 " 우리 전입 와서 육공 트럭에서 내릴 때부터

 그 나무가 우릴 보고 있었어."

 

 " 그래. 거기 까지 했어."

 

 " 그런데 참 이상하지."

 

 " 뭐가?"

 

 " 그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거야."

 

 " 뭐가? 열매?

 그 나무 뭐였지?

 은행나무였나?

 잣나무였나?"

 

 " 열매가 아니었어."

 

 " 그러면?"

 

 " 죽은 자들이 주렁주렁."

 

 " 아씨 욕할 뻔 했네.

 진짜로? 그 나무에?"

 

 " 어. 잔인하지만 이 표현이 딱 이야.

 주렁주렁."

 

 " 야 왜 진작 말 안했냐?!

 맨날 삽질하고 거기서 누워 있고 그랬는데!"

 

 " 뭐 시원하긴 했잖아.

 그분들 덕분에."

 

 " 완전 미친놈일세."

 

 " 그 사람들 한(恨) 때문에 서늘했어. 그 땅이."

 

 " 이거 봐라. 소름 돋은 거?

 근데 그 사람들은 왜 죽었는데?"

 

 " 내가 홍 병장이랑 근무 나가서 사고 친 후에

 다음날 연병장 돌았다고 했잖아."

 

 " 아 그때 그 사람들이 알려 준거야?"

 

 " 그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아.

 그냥 보일 뿐이지.

 있으면 안 되는 곳에서 사는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최소한의 배려라고나 할까?"

 

 "너처럼 그들이 보이는 너 같은 사람들에나 배려지.

 그러면 어떻게 전달하는 거야?"

 

 "꿈."

 

 "꿈?

 그러면 꿈이나 환상으로 너한테 전달하는 거야?"

 

 " 그렇지. 그때 연병장 돌다가 거의 쓰러지기 직전에

 그 나무 밑에서 퍼졌어. 그냥 뻗어 버렸어.

 벌러덩 누워서 나무 위를 쳐다보니까

 겉에선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빼곡한 거야.

 정말 빼곡하게.......

 사람들 모두 한 맺힌 눈으로 나를 쳐다봤어.

 잊을 수가 없어. 그 눈빛. 그 표정. "

 

 " 너도 무서웠겠다."

 

 " 아니 피곤해서 잠들어 버렸어."

 

 " 그 밑에서 잠이 오더냐? 나 참."

 

 " 난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몸이니까.

 그날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힘들어서."

 

 " 한 숨 푹 자고 나니까 괜찮데?"

 

 " 몸은 개운해졌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졌어.

 그들이 꿈에 나와 했던 말들 때문에

 내 상식으론 절대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했어."

 

 " 그 나무에 있던 사람들이었어?"

 

 " 어. 비참한 몰골을 하고"

 

 ' 꿈을 통해서 뭔가 전달을 하려고 하는구나."

 

 " 맞아. 꿈이 그들과 내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야."

 

 " 넌 깨어 있어도 잠들어도 피곤하겠다."

 

 " 뭐 그냥 똑같아.

 어떨 땐 꿈속에서 사는 게 더 나아.

 현실이 지옥 같을 때도 많잖아."

 

 " 그래서? 그 사람들이 뭐랬는데?"

 

 " 자신들은 처형된 사람들이라고."

 

 " 처형?

 대한민국에서 처형당할 일이 뭐가 있지?"

 

 " 전쟁."

 

 " 아, 근데 왜 우린 전역할 때까지 몰랐지?"

 

 " 말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아니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해야지.

 억울한 것을 풀기 위해서 널 찾은 거 아냐?

 죽어서도 떠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뭘 숨기려고 하는 거야."

 

  "그 사람들은 내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길 원해서

 꿈에 나타났던 거야.

 절대로 말하지 말고 지켜야 할 비밀이라고."

 

 " 꼭 지켜야 할 비밀?"

 

 " 어. 죽을 때 까지 밝혀지면 안 될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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