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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대사형
작가 : 매도쿠라
작품등록일 : 20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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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강남 표국 독살 사건 (1)
작성일 : 19-11-05     조회 : 425     추천 : 0     분량 : 6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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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강남 표국 독살 사건 (1)

 

 윤홍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박 표사가 죽었다고?”

 

 “저희가 확인했을 때는 이미…….”

 

 “도대체 누가? 어떻게?”

 

 “시, 식사 도중 갑자기 쓰러지더니 그대로…….”

 

 “말도 안 되는!”

 

 연청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거기가 어딘가?”

 

 “장원 안쪽의 표사들 거처입니다.”

 

 “이게 무슨 변고야. 얼른 가보지!”

 

 다급히 일어서는 연청을 따라 남영도 일어섰다.

 윤홍정이 그런 남영에게 말했다.

 

 “남 소협은 위험하니 여기 계십시오.”

 

 “저도 갈게요. 듣기로는 뭔가 약을 쓴 것 같은데, 제가 약에 대해 좀 압니다.”

 

 “약이라…. 아까 조향에 대해 말씀하신 것도 그렇고, 약도 잘 안다 하시니 일반적인 서생으로는 이제 보이지 않는군요.”

 

 윤홍정의 말은 날이 서 있었기에 남영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연청이 무마하며 화제를 돌렸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일단 가보자고. 가서 얘기하세. 동생도 도움이 될 거야.”

 

 “흠. 알겠습니다. 장 대협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뾰로통한 표정을 하는 남영을 보며 연청이 얼른 잡아끌었다.

 

 “뭘 또 삐졌어. 얼른 가자니까?”

 

 “흥. 저는 저를 대놓고 비꼬는 것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성격이 못되지요. 장 형 혼자 다녀오시죠.”

 

 “아 참 진짜.”

 

 윤홍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런 남영에게 말했다.

 

 “향과 약을 잘 아시면 둘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의원이거나 아니면…….”

 

 “그렇네요. 참 눈치도 빠르셔라. 그러나 이렇게 젊은 의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짐작은 갑니다만, 장 대협을 봐서 더는 캐묻지 않겠소이다. 여기서 기다리시오.”

 

 “흥! 이번에는 다시 기다리라고? 왜 말을 자주 바꾸시오? 사내대장부가 돼서.”

 

 “방금 안 간다고 하지 않았소?”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어요. 윤 소표두께서 가만히 대기하라 하시니 얼른 그 장소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네요.”

 

 “말장난은…….”

 

 경계하며 서로 노려보는 윤홍정과 남영 사이에 낀 연청이, 한숨을 내쉬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말다툼할 때야? 빨리 진상을 파악해야 할 것 아닌가! 얼른 가자고 가!”

 

 고함에 내공을 실어서 주변 탁자가 덜덜 흔들렸다.

 깜짝 놀란 윤홍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문밖으로 나섰다.

 뒤따라 가며 연청이 남영을 흘겨보았다.

 

 “왜 그래 진짜…….”

 

 “어린 것이 건방지지 않습니까.”

 

 “나이 많은 동생이 봐 주……. 아니 동생도 어리잖아. 나도 홀딱 넘어갈 뻔했네.”

 

 “빨리 갑시다.”

 

 “그러자고. 그냥 급사면 좋겠지만 뭔가 느낌이 이상해.”

 

 남영이 씩 웃었다.

 

 “독을 썼다면, 제가 바로 알 수 있어요.”

 

 

 **

 

 

 장원 안쪽의 제2 표사 거처.

 탁자에 엎드려 있는 박 표사 주변으로, 요리와 술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박 표사와 같이 있었던 표사들이 긴장한 채로 꼿꼿이 서 있다.

 윤홍정을 본 그들이 움찔한다.

 

 “소 총표두!”

 

 “여기를 빠져나간 자는 있나?”

 

 “아닙니다. 저희가 전부입니다.”

 

 “너희들은 모두 괜찮은가?”

 

 “네. 저희는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연청은 내부를 살폈다.

 커다란 식탁 위에 많은 요리와 술들.

 병장기가 놓여 있는 구석.

 수저와 젓가락들이 식탁 위에 너저분하다.

 

 “일단 시신 상태를 좀 보지.”

 

 “장 대협. 조심하십시오.”

 

 연청이 슬그머니, 엎드린 박 표사의 상체를 조심스레 살폈다.

 남영이 가까이 다가와 연청에게 속삭인다.

 

 “상체만 봐서는 모르겠어요.”

 

 “얼굴을 봐야 알겠다는 거지?”

 

 “몸에 손을 대지 마시고, 도구를 이용해 뒤집어요. 독 중에는 닿기만 해도 중독되는 전염성이 강한 것들도 있습니다.”

 

 “오, 좋은 충고 감사하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윤홍정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연청이 서 있는 표사 하나에게 손짓했다.

 

 “거기 벽에 기댄 박도 하나만 가져다주게나.”

 

 표사가 박도를 들어 연청에게 건넸다.

 연청이 박도를 탁자와 시신 사이에 밀어 넣은 채 그대로 힘주어 위로 올렸다.

 흐느적거리며 박 표사의 몸뚱이가 뒤로 넘어가, 의자 등받이에 걸쳐져 축 늘어졌다.

 시커멓다.

 

 독살이다.

 

 “이건…….”

 

 “이렇게 티가 나면 뭐, 굳이 말 안 해도 알겠네요.”

 

 “지독한 독이군. 혹시 알 수 있겠나?”

 

 연청이 남영에게 물었다.

 남영이 윤홍정을 슬쩍 쳐다봤지만, 연청이 그런 남영을 안심시켰다.

 

 “내가 잘 말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가뜩이나 저를 의심하는 상황인데 장 형이 아주 쐐기를 박는군요…….”

 

 “어쩔 수 없잖아. 독이라면 동생이 여기 중 최고니까. 전문가잖아 전문가.”

 

 “하! 그건 그렇죠.”

 

 픽 웃으며 남영이 박 표사의 얼굴을 살폈다.

 갑자기 윤홍정이 큰소리로 외쳤다.

 

 “너희 모두 소지품을 다 꺼내라!”

 

 “네?”

 

 “누가 봐도 분명한 타살이니, 독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해야겠다!”

 

 불안해하는 표사들을 보며 연청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들 중에 범인은 없을걸세.”

 

 “달아난 자는 없다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들 중 하나가 손을 쓴 것이 분명합니다!”

 

 “잘 생각해보게.”

 

 연청이 윤홍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자네가 범인이라면, 여기 있겠나?”

 

 “그건…….”

 

 “아주 기본적인 물음이야. 사건을 해결하려면 먼저 내가 그랬다면? 이라는 걸 전제로 추론해 나가야 한다고. 물론 소지품 조사는 나도 동의하네. 하지만 그렇게 윽박지를 필요까지는 없어.”

 

 “흠. 알겠습니다.”

 

 연청이 표사들을 향해 조용히 말을 던졌다.

 

 “각자 품에 있는 걸 꺼내놓게. 아 그리고, 요리와 술을 먹지 않은 자가 있는가?”

 

 윤홍정이 소지품들을 확인했으나 독과관련 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남영이 박 표사의 얼굴에 뭔가를 가져다 댔다.

 

 ‘아니?’

 

 

 윤홍정이 기겁하며 그런 남영에게 소리쳤다.

 

 “뭐 하는 짓이요!”

 

 “뭘 뭐해요? 조사 중이지.”

 

 “도대체 남 소협의 정체가 뭐요?”

 

 “그냥 약이랑 향을 잘 아는 일, 개, 서, 생일뿐입니다.”

 

 “아이고 또 저런다. 진짜 뭔 사내가 저리 꼬여서리…….”

 

 연청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남영의 눈꼬리가 휙 올라간다.

 고개를 돌려 째려보는 남영을 보며 연청이 급히 입을 다문다.

 

 ‘무서워라. 째려보면 무섭다니까. 사람 잡아먹을 뱀의 눈 같다고.’

 

 연청이 재빨리 분위기를 전환한다.

 

 “요리와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자가 있냐고 물었다.”

 

 연청이 다시 한번 묻자 표사들이 모두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다 같이 먹었습니다.”

 

 “그런데도 멀쩡하다?”

 

 “아직은…….”

 

 “그렇다면 이거 놀라운데. 흠.”

 

 남영이 뭔가를 발견했는지 연청을 불렀다.

 

 “장 형. 이리 좀 와보세요.”

 

 “응? 뭐 발견했어?”

 

 “이걸 봐요.”

 

 남영이 가느다란 쇠침을 들어 보였다.

 

 “이 쇠침은 변색의 종류로 독의 성분을 알 수 있는 저희 가문의 보물이에요.”

 

 “하, 별 걸 다 보는구먼.”

 

 “쇠침이 변하는 색으로 독의 성분을 파악하고, 색의 짙음으로 중독이 심한 곳을 찾죠.”

 

 가만히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윤홍정이 조바심에 발만 동동 구른다.

 

 ‘도대체 저자는 정체가 뭐야? 왜 저렇게 독을 잘 알고 있는 거지?’

 

 사실, 아까의 조향과 약에 대한 언급을 듣고 내심 짐작은 했었다.

 하지만 정파에서 독을 쓰는 이들은 사천당문이 유일하다.

 사천당문의 속하라면 굳이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장 대협도 정체를 숨기고 있고, 저자도 정체를 숨기고 있다.’

 

 쇠침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다.

 남영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벌레 독이에요. 충독.”

 

 “벌레?”

 

 “네. 강호에서 벌레 독을 쓰는 건…….”

 

 연청이 깜짝 놀라 얼른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아니, 벌레 독이라면 오독교잖아…….”

 

 “그러니까요. 저희 독이에요 이건.”

 

 “그럼 이 독을 쓴 자는…….”

 

 “네. 사파 인이죠.”

 

 “그럼 이 강남 표국에 사파 인이 있다는 소리야?”

 

 “충분히 가능하죠. 어디든 존재해요.”

 

 연청의 눈을 쳐다보며 남영이 진지하게 말했다.

 

 “장 형. 오독교는 아무에게나 독을 제공하지 않아요. 독이란 것도 비술이자 문파의 비기이니까. 그런데 이 자는 오독교의 독으로 죽었어요.”

 

 “오독교의 독을 훔친 게 아니라면, 오독교가 자발적으로 이 독을 제공했다는 말인데?”

 

 “사천당가가 자신들의 독을 함부로 공개하나요? 아니죠? 그렇지만 권력자가 명령한다면 다르죠. 예를 들어 무림 맹주라던가…….”

 

 “그럼 사파에서는…….”

 

 “흑백교의 교주인 흑운황 이겠죠. 모든 사파 인들은 흑백교의 영향력을 무시 못 합니다.”

 

 연청의 숨이 턱 막혔다.

 흑백교주 흑운황.

 사파 제일의 고수이자, 사파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인 흑백교를 통솔하는 이다.

 강남 표국에 손길을 뻗치다니.

 대놓고 이렇게 독살을 했다면 그 이유는 분명했다.

 표국의 물건을 노린 것이다.

 

 “장 대협.”

 

 윤홍정의 부름에 연청이 고개를 돌렸다.

 검을 빼들고 서 있는 홍정의 모습이 보인다.

 

 “저자는 누구입니까?”

 

 “아 왜 검을 뽑아 들고 그래!”

 

 “정체를 알아야겠습니다.”

 

 “아니 내가 다 설명해 준다고!”

 

 검끝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본 남영의 표정이 굳어진다.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감히 내게 검을 겨눠?”

 

 “정체를 밝히시오. 왜 두 분만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지? 더군다나 독에 정통한 서생은 듣도 보도 못했소.”

 

 “후회할지도 모른다. 어서 검을 내려.”

 

 남영의 표독스러운 말투에 연청이 혼비백산하며 소리쳤다.

 

 “아니 왜 그러냐고 진짜. 우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게 먼저잖아. 왜 뜬금 검을 뽑나!”

 

 대꾸하지 않고 그대로 노려보던 윤홍정이 천천히 남영에게 다가갔다.

 남영이 몸을 살짝 숙여 허리춤에 손을 가져간다.

 매달린 장신구들이 잘그락 부딪히며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내가 이상한 건가? 외부인이 들어오고 독살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외부인은 독에 정통하다 한다. 당연히 의심하지 않겠는가?”

 

 “나를 의심하든 말든 상관 하지 않지만, 그 검을 내게 겨눈 건 용서 못 해. 장 형을 봐서 봐줄 테니 검을 내려놓거라. 애송아.”

 

 장연청이 당황하며 생각한다.

 

 ‘아이고 답답해라. 아 왜 저렇게 말해! 저건 그냥 싸우자는 거잖아!’

 

 “애송이? 나와 그리 나이 차가 나 보이지도 않는데 너무 무례한 것 아니오?”

 

 “검을 겨눈 게 더 무례하지. 내게 검을 겨누고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다.”

 

 “실력이 굉장하신가 봅니다. 서생 나으리.”

 

 “서생이 아니다.”

 

 남영이 허리끈을 빼 들었다.

 

 “어차피 네 놈을 죽일 테니까 말해주지. 나는 오독교의 남영이라 한다.”

 

 ‘우와 진짜 저 성깔머리!’

 

 벙찐 연청을 제치며 윤홍정이 걸음을 날렸다.

 

 “사파 인이 감히 나를 속여? 내 검을 받아라!”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만에 순식간에 윤홍정이 남영 바로 앞에 다다랐다.

 검날이 밑에서 위로 방향을 틀며 남영의 몸을 베려 들었다.

 순식간에 좁혀진 간격을 예상 못 한 남영이 황급히 뒤로 몸을 뺐지만, 이미 검 끝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일도양단!

 

 “젠장!”

 

 그러나 검 끝은 남영의 옷자락만 스치고 만다.

 연청이 서둘러 뒤에서 홍정의 몸을 잡아끌어서다.

 중심을 잃은 홍정이 잠시 검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장 대협! 왜 저런 사파 인을 돕는 겁니까!”

 

 “내 친구야. 내 동생이라고. 그게 무슨 소용인가?”

 

 “오독교인이라 하지 않습니까! 저자가 독을 쓴 것이 분명하오!”

 

 “나랑 같이 있었는데 뭔 소리야.”

 

 말문이 막힌 홍정이 멈칫하자 연청이 얼른 남영의 상태를 살폈다.

 

 “동생! 괜찮은 거……. 으잉?”

 

 이를 갈며 반격하려던 남영이 그런 연청을 보고 물었다.

 

 “장 형! 말리지 마세요! 감히 급습을 이 비겁한!”

 

 “어 저기, 동생…….”

 

 “왜 또 그리 어리벙벙하십니까! 저놈의 사지를 도륙 내겠소!”

 

 윤홍정까지 멍한 걸 본 남영이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챘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표사들도 마찬가지.

 순간, 남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동생, 여자였어?”

 

 찢어져 벌어진 가슴팍 안으로 칭칭 감겨 있는 붕대.

 남장할 때 필수인 가슴 압박 붕대다.

 남영이 가슴을 가리며 손을 들어 내공을 끌어모았다.

 

 “빌어먹을!”

 

 검은 독 기운이 올라온다.

 

 “감히 내게 모욕을 주다니……. 모두 살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자, 잠깐! 동생!”

 

 연청이 외쳤으나 남영은 듣지 않았다.

 윤홍정을 향해 남영이 이를 악물며 몸을 날렸다.

 활짝 펼친 손바닥이 검게 물들어, 마치 새까만 먹과도 같다.

 

 “에라 모르겠다!”

 

 자세를 잡는 윤홍정의 앞으로 연청이 뛰어들었다.

 퍽!

 독장을 맞은 연청이 그대로 남영의 손을 붙잡았다.

 

 “장 형!”

 

 너무 놀라 소리치는 남영을 보며 연청이 쿨럭 피를 토했다.

 하지만 연청의 눈빛은 초롱초롱하다.

 연청이 중얼거렸다.

 

 “장법이 진짜 악랄하군! 욱……. 일반인이라면 한 방에 골로 가겠어?”

 

 “장 형! 왜…….”

 

 “안 그러면 이 사태를 어떻게 막아? 아무리 똑똑한 나라도 방법이 생각이 안 나더라고. 욱!”

 

 충격에 손을 떠는 남영을 보며 연청이 씩 웃었다.

 

 “동생이 여자든 남자든 나와는 호형호제하기로 한 지기이고, 그건 변함없는 거지.”

 

 “......”

 

 “차를 잘 알고 좋아하는 이는 악인이 없다고 내가 그랬지 않나.”

 

 “......”

 

 “그래서 수염 얘기했을 때 삐졌구먼.”

 

 연청의 우스갯소리에 남영이 픽 웃는다.

 가슴을 부여잡고 찡그리며 연청이 다시 말한다.

 

 “와 이거 진짜 세네…….”

 

 “오독교의 독장을 그대로 받다니 간도 크십니다.”

 

 “당연히 해독약이 있겠지. 내가 아무리 정신없는 상황이라도 그 정도는 흐름을 아네.”

 

 “해독약…….”

 

 남영이 침울하게 중얼거리자 연청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어? 설마 없어?”

 

 “......”

 

 “아니 왜 대답을 안 해? 진짜 없어?”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짓는 연청을 보며 남영이 다시 피식 웃는다.

 

 “당연히 있죠. 오독교는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않아요.”

 

 “아 씨 놀랐잖아.”

 

 “저를 이리 놀라게 하셨으니 그 복수입니다.”

 

 남영이 허리끈의 장식 하나를 잡더니 그대로 열었다.

 쥐똥만 한 작은 환이 들어있다.

 남영이 건네는 환을 입에 넣는 연청의 귀에 윤홍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악독한 독공을 보십시오. 장 대협은 무당파의 대 제자이면서 왜 저런 사파의 요녀와 어울리시는 겁니까?”

 

 ‘아 저 자식이 말하지 말라니까.’

 

 “대 제자?”

 

 놀란 남영의 표정을 보며 번개같이 머리를 굴린 연청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수 없군. 이미 들킨 마당에 더 숨길 수는 없겠지. 동생은 오독교인이 맞네.”

 

 “왜 사파와…….”

 

 “절대 비밀로 해주게나. 이건 극비일세.”

 

 연청이 근엄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말했다.

 

 “남영은 이중첩자일세. 무림맹의 지시를 받고 오독교에 몰래 잠입한 거지. 우리는 무당파와 무림맹이 협업하는 비밀 임무를 맡고 있다네!”

 

 입을 벌리고 쳐다보는 남영을 보며 연청이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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