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구 너머로 너부러져 있는 시신들을 본 늙은 형사는 불쾌감을 느꼈다. 사람 몸에 가장 중요한 유체가 시신들에서 나와 고이거나 튀어서 벽을 덮었다. 그래도 늙은 형사에게 이러한 풍경은 늘상 익숙했지만 그와 달리 시체 외관은 그러지 못했다.
시신들의 기상천외한 모습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주저했다. 보고서에 가급적 직설적으로 작성하면 좋겠지만 여러모로 고심해서 묘사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온전한 시신이라면 좋겠지만 아주 가끔씩은 그러지 않았고, 그 경우가 이러했다.
"그다지 보기 좋은 꼴은 아니구먼. 모든 시신이 그렇겠지만 이건 독보적이야."
늙은 형사는 선뜻 말이라도 내뱉어서 기분을 호전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출입구에는 출입금지 테이프가 여러 번 사선을 그으며 접근하기를 거부했다. 비록 접근 권한은 분명히 있었고 비닐 외투로 감고 있지만 구태여 반항하려 들지 않았다.
형식상 이미 부검관들이 강의실 안에서 분주히 일을 다 마친 마당이었다. 그러나 실질상 차마 이러한 시신들과 접촉하기가 꺼렸다. 그럼에도 늙은 형사는 경사라는 직위를 달 만큼 나름의 연식과 경험의 밑천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비위만큼은 옆의 젊은 사내와 대조될 만큼 우위를 점했다.
"죄송합니다, 정양 반장님. 시신 보는 일은 솔직히 익숙지가 않아서."
바닥의 토사물을 응시하는 젊은 사내는 사과했다.
"됐네. 부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지금 이걸 보고도 그런 반응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지. 나도 이런 시신들은 좀 꺼려지는군. 보지 않기를 바라건만 오늘은 그다지 운이 좋지만은 않구먼."
토사물과 시신 중 어느 시선을 둘 곳이 없던 정양은 시신으로 결정했다. 일에 열중하는 본을 보이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피로감만 더 가중되었다. 상하체가 양수적인 거리를 두는 시신들을 오랫동안 보기는 힘들었다. 그것도 어른도 아닌 청소년의 시체는 더욱 그랬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본래 학원 건물로 이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콘크리트로 구조가 형성될 즈음에 토지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 건설 동결된 상태였다. 그러면서 방치된 지 족히 2년이 지난 뒤였기에 어느 누군가가 모략을 삼기에는 충분했다.
감시 카메라는 주위에 없고, 인근의 거리도 인적이 드문 편이었다. 누군가를 불러 폭행만 해도, 입단속만 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장소였다. 그러나 법이 있다면 예외도 있는 법이었다. 아주 가끔은 폭행 당사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일례를 정양은 마주했다.
늙은 사내는 이제 더 이상 시신을 관찰하기를 그만두었다. 널브러진 시신 세 구를 오래토록 응시하기란 이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여러 두루 시신들을 봐왔지만 어른이 아닌 몸을 보기란 흔하지 않아 정신적인 노력을 요구했다.
오히려 옆의 젊은 사내가 도리어 시신을 봐야 할 터인데, 상황 상 그럴 수는 없어 보였다. 애처로운 저 젊은 순경은 숨을 고르기만 하고 있었다.
정양은 도리가 없다고 보며, 나름의 연륜을 발휘하려 강의실의 부검관을 불러냈다. 부르는 소리를 들은 한 부검관은 강의실 문간으로 다가왔다. 정양은 시신의 정보를 묻자 보고했다,
“현재 시각 밤 9시 50분이니까, 시신 상태를 보아 최소한 5시간 전에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시신은 내가 봐도 처참하지만 어떤가?”
“형사님이 보셔도 처참한 정도면 저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제 평생 저런 류의 시신은 처음 봅니다. 도저히 사람의 완력으로 해낼 수 없는 훼손인데. 도저히 사람이 벌인 짓으로 보기 힘듭니다.”
“단순히 시신 상태만으로는 판단은 아닌 것 같군.”
“예 맞습니다. 주위의 지문 하나 없습니다. 아무런 흔적이 남아 있지가 않아요. 평범한 살인사건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 고맙네. 사진은 다 찍어놨겠지?”
“예, 사진 촬영은 다 끝마쳤고 현재 시신 수습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알았네.”
그러고서는 다시 제자리로 가 동료들과 시신 수습을 시작했다.
정양은 한 팔을 벽에 짙고 다른 팔을 무릎에 댄 채 다시 구역질해대는 순경에게 애써 격려했다.
“그렇지. 지금쯤 많이 혼란스러울 거야. 그래도 나중에는 익숙해질 거니 너무 염려 말게”
“혼란도 단순한 혼란은 아닐 것 같습니다. 여기 세 구의 시신들, 다 어른은 아니잖습니까.”
“시신을 보기는 했군. 맞아, 어느 어른이 애들이나 다를 바 없는 것들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겠나. 그보다 어리거나 같은 또래겠지, 아무래도.”
창호 순경은 잠시 숨을 고르도록 쉬며 똑바로 일어섰다.
“애들이니까 할 수 있는 짓일까요?”
“애나 어른이나 구분할 게 뭐 있나, 본의 아닌 충동질에 저지르는 범죄에 구별은 필요 없겠네. 지금 이런 사건은 단순한 사춘기의 일탈로 보지는 않는 게 좋을 거야.”
창호 순경은 언짢은 기색으로 강의실 안을 눈대중으로나마 보았다.
“절단선이 깔끔하지 않아요. 무언가를 베는 능력은 아닌 거 같습니다.”
“잘 봤네, 절단면이 고르지가 않아. 무언가 터진 듯싶은 모양새야.”
“그리고 아무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 같기도 해요. 저 상하체가 따로 노는 시신의 얼굴이 당황한 표정이에요. 한순간에 일어난 것 같기도 한데…….”
“맞아. 그나마 표정이 나은 시신이 저 다리가 분리된 시신이네. 그 외에 나머지는 각각 표정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굳은 채야.”
“감시 카메라는 안 될까요?”
“현장이 폐건물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아무래도 이 학생들은 그 점이 독이 된 것 같네.”
그러다가 서로 말을 말았다.
차마 작다고 할 수는 없어도 크지도 않은 이 동네에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정양은 이 어색한 기류를 끊으려는 의도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다 기억했나?”
“잊을 수 없는 기억까지 섞일 것 같습니다.”
“대단하구먼. 자원해서 이런 일을 맡으려 하다니.”
“안 그래도 그게 후회되기는 합니다.”
늙은 사내는 웃음을 보이며 창호 순경에게 시선을 보냈다.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는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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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은 자신이 아는 바를 되뇌어보았다.
2년 전에 운석 같은 것이 지구로 향하여 대지에 충돌했다. 이전부터 역사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운석의 출현은 인류에게 있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는 운 좋게 주우면 호가이겠지만 이는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나 통용됐다.
그러나 다행히도 크레이터가 크게 생겨났지만 인명 피해는 간소했다. 이 이후로는 뉴스 이슈 란에 운석이 충돌됐다는 소식이 흥밋거리로서 향유하는 선에 그쳤을 사건일 것이었다. 다만 그 형체과 운석과 가장 유사했지만 운석 같은 것이었다.
현재 세간은 그 운석 같은 것을 운석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 운석 같은 것이 떨어진 날 이후부터는 여러 불특정적인 사람들에게서 이변이 생기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그 크레이터 인근에서 거주하는 사람에게서 발생했다. 사람 몸에 이변이 생겨나고서는 그 사람은 초자연적인 능력을 쓸 수 있게 됐다.
사람 몸에 이변이 발생한 그 사건은, 후일 이변자의 첫 번째 탄생으로 기억됐다. 그 이후로 시간이 경과되자 점염성이라도 함유하고 있는지, 점진적으로 전 세계로 나아가 이변자들의 탄생을 고했다. 이러한 탄생 설화들은 미디어 시대에 전 세계에서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하는 국면이 도래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러나 관료주의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안타깝게도 세계 곳곳에서 흔히 벌어져버렸다. 그로인해 사고는 벌어졌고 결국에는 세계기구에서는 협의안을 내놓는 대책까지 내놓게 됐다.
비록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상정한 방안이 이변자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등록을 권유하는 형식이었다.
이에 이변자의 인권이 없냐는 반발보다는 오히려 이변자들이 자진해서 등록을 했다는 점이 괄목했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쓸 수 있다 해도 그 이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개중에는 자신이 이변자라는 사실에 탐탁지 않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이변자들에 대한 대우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등록만 할 뿐이지 잠재적인 범죄자로 낙인찍지 않았으며, 사람의 몸을 해부하려 들지도 않았다. 등록된 이변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요인도 크게 기인했다.
이후에는 이변자들이 서로 규합하여 국가를 세운다는 허무맹랑한 말도 나왔지만 그럴 일은 결코 없었다.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줄곧 영화처럼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변자란 존재는 인종이나 국적을 물론이요, 신체나 체형을 불문하고 사람들 몸에 발현되어 나타났다. 더군다나 초자연적인 능력조차 천차만별이었고 어느 유사한 능력이 있다 한들 강도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그래서 해부하려 들지 않는 사유도 구태여 윤리적인 문제와 결부하지 않아도 됐다.
이변자들 간의 공통된 특성이 없었다. 이리하여 문화권부터 모국어까지 다른 다종다양한 이변자들이 서로 뜻이 맞아 국가를 건국하다는 풍문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에나 나올 법한 우려였다.
다만 도현은 이러한 사실들을 기사 글로만 읽었지 창호를 보기 전까지는 실제 이변자를 보지 못했다. 운석 같은 것의 충돌부터가 이미 낯선 타지에서 생긴 일이었고, 몸에 이변이 생겼다는 사람도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드물었다.
하물며 국내의 이변자들은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순순히 데이터베이스에 등록에 자진했다.
그리하여 다른 나라 얘기로만 들릴 수도 있었지만, 그 사건 이후로는 그러지 못했다.
세 명의 학생이 초자연적으로 살해된 현장 발견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였다. 다행이 그 건물을 순찰하는 늙은 경비원이 신고했기에 망정이지, 폐가 체험한답시고 사유지를 넘나드려는 머저리들이 아니라는 점이 다행이었다.
만일 사건이 나중에 유출되기라도 한다면 여러모로 시끄럽게 들끓을 것이 자명했다.
차라리 대중에게 공개하기보다는 비공개로 전환하여 수사하는 편이 옳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이 지역에 이상한 말들이 오가지 않기를 방지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도현에게 있어 우선은 초자연능력을 행하는 이변자를 얼른 찾는 것이 주요 요건이었다.
비공개 수사로 돌입한 만큼 얼른 정보를 모아야 했다.
“우선 이 사건이 중대한 만큼 거두절미하게 묻겠습니다. 그 세 명이 혹시 누군가를 계속 괴롭혀 왔습니까?”
그 세 명의 피해자 학생들의 담임인 여선생은 아무 말 않다가 힘없이 대답했다.
“네……,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