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후 12시쯤 그들은 일어났다. 씻지 못한 찝찝함과 배고픔에 여자는 얼른 회사에서 준 자신의 집으로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사진으로 받아본 방은 여기 지금 이곳보다 훨씬 괜찮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처럼 그들은 빨리빨리 움직여 주지 않았고 오후 동안 핸드폰만 보며 그들이 가자고 말해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오후 3시가 넘어 택시를 타고 박닌 으로 출발하였고 4시쯤 처음 여자 자신의 방에 도착하였다.
여자는 한 번 더 놀랐다. 방에 침대 틀과 옷장 하나 말고는 책상도 의자도 침대에 매트나 이불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로컬식 집치고는 새집이라 깨끗했고, 걱정했던 벌레도 방충망이 없는 창문만 열지 않는다면 들어오지 않았고, 분홍색으로 예쁘게 도배되어있는 방이었기 때문에 나름 만족을 하며 부랴부랴 물건들을 사러 갔다.
책상, 의자, 전신거울, 이불, 매트, 베게 등을 집에 채워두고 나니 살만한 집이 되었다.
여자는 만족했다.
그렇게 이곳에서 오래오래 지내며 꿈을 이루기 위해 다짐을 한 번 더 굳혔다.
절대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것이다.
여기에서 성공하여 이곳이 나의 터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에 형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과 일의 고단함으로 꽉 찬 1달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마음이 정리된 남자친구인 형선 은 존재 하지 않았다. 필요하지 않았다….
또한 그녀는 매일 매일 오는 그의 부모님의 연락도 부담스러웠다.
형선 또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침 점심 저녁 주고받던 연락이 뜸해지고 하루건너 연락이 닿지 않았을 때도 있었으며,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던 여자는 이제 없었다.
형선 이 느끼기에도 의무감에 전화와 메시지를 받아주는 느낌. 알고 있었다. 느끼고 있었다.
비참했다. 하지만 놓을 수 없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한 것일까. 형선 은 모른 척 하고 참고 붙잡았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좋았는데 ... 좋았기 때문에 좋아 질 것이라고, 한순간 권태기일 것이라고 혼자 위로하던 형선 이었다.
여자는 남자가 이러한 마음을 알고 있거나 말거나 딱히 죄책감이나 미안함또한 없었다.
형선이 큰 잘못을 한 것일까?
이유는 형선도 그 누구도 모른채 단지 여자 혼자만이 이야기 보따리를 지닌채로
그렇게 둘의 마음의 거리는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