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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자 관찰자 시점
작가 : myomyo
작품등록일 :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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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2)
작성일 : 19-10-18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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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2)

 

 

 “ 나는... ”

 

 “ 당신을 구하기 위해 왔어요. 베로나 ”

 

  약혼자를 잃은 충격으로 실의에 빠져있을 언니를 위로하러 가는 길이었다. 하녀에게 따뜻한 홍차를 준비시키고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일러뒀다. 약혼자가 전쟁을 나간지도 벌써 3년째, 서신이 올 때마다 언니의 상태는 빈말로라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희망찬 내용으로 시작되었던 옛날과 달리,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언니는 점차 말라갔다. 끼니를 거르고 실의에 빠져 침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모든 식사는 묽은 수프로 대체되고 그마저도 토하기를 반복한 게 반년,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은빛 머리카락은 빗자루같이 푸석푸석하고 손목은 뼈마디가 도드라졌다. 당연히 부모님의 근심 또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약혼자의 전사 소식을 알리는 서신이라니. 예감이 좋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는 걸음이 빨라졌다. 3층 중앙 햇볕이 가장 잘 드는 방. 문을 열기 전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작게 되뇌었다. 약혼자가 생사를 오가고 있다는 서신에 쓰러져있던 언니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앙상한 손목에서 흐르던 핏물도.

 

  아. 다행히도 언니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쓰러져있을 거란 예상과 달랐다. 언니는 조용히 침대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서신을 읽지 않은 걸까? 아니다. 손에 들린 서신은 언니의 약혼자 가문의 인장이 맞았다.

 

 “ 베로나 ”

 

 “ ...언니... ”

 

 “ .... ”

 

 “ ..괜찮아? ”

 

 

 언니는 나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조금 곤란해 보였다.

 

 “ 미안해요. 갑작스럽겠지만, 나는... ”

 

 “ .... ”

 

 “ 당신을 구하기 위해 왔어요 베로나 ”

 

 “ 충격을 받은 거 같네요. 이해해요. 믿을 수 없는 소리겠죠. 나도 모든 걸 다 아는 것이 아니고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도 잡히질 않네요. ”

 

  그러니까 나는 당신의 언니가 아니에요-라고 눈앞에 언니가 말했다.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간 우리는 대화 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똑똑-

 

 “ 아가씨, 차를 올릴까요? ”

 

 하녀의 물음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가까스로 그녀에게 앉을 것을 권유했다.

 우리가 앉자, 하녀가 솜씨 좋게 차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런 하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 설명이 필요한 것 같군요. ”

 

 “ ....네. 설명... ‘

 

 “ 나를 구하러 왔다고 했죠? 그럼 내 언니는... 그리고 당신은 누구죠? ”

 

 그녀는 괜히 눈앞에 있는 찻잔을 돌리다가 한 모금 입에 물었다. 그리고 결정했다는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는 당신의 생을 보았어요. 아니 정확히는 ‘읽었어요.’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요? 나는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에 직장인이었는데...

 나에게 특이한 거라고는 고아라서 혼자 살고 있었다는 것과 일하고 나서 소설 한 권을 읽는 게 낙이었다는 것? 그날도 퇴근하자마자 도서관에 들렀어요. 항상 그렇듯 로맨스 소설 코너에 가서 책을 고르기 시작했죠.

 아, 그래요. 이상했던 점이 딱 하나 있었어요. 유독 한 책이 눈길을 끌었거든요. 제목도 유치했어요.

 

 [ 멸망한 세계의 연인들 ]

 

 평소라면 절대 손도 안 될 책이었는데.. 집에도 가지 않고 읽기 시작했죠. 뒤 내용이 미칠 듯이 궁금하고 어서 다음 장을 펼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저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뭔가에 단단히 홀린 것 같았죠.

 거기에 보면 당신을 도와주는 빙의자 이야기가 나와요. 그는 당신에게 말하죠. 당신을 구하러 왔다고. 그게-내가 본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눈을 떠보니 책에서 나온 서신이 내 손에 있었고. 당신이 나타났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꿈 일 거라고 부정도 해봤지만..

 내 눈앞에 나타난 당신이 책 속의 묘사와 너무나 같아서, 방금까지 읽었던 책 속의 장면과도 너무나도 같아서,

 나도 모르게 똑같이 말한 것 같아요.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후련하다는 듯 웃었다. 사실 많이 불안했던 것일까. 찻잔을 돌리는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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