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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언제나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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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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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작성일 : 19-11-06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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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 앞에서 꺼졌으면 좋겠어!”

  이미 부엌은 엉망진창이었다. 깨진 와인잔이 식탁에 널브러져 있었고 흘러내린 와인은 식탁을 타고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바닥에는 떨어진 숟가락과 반찬들이 보였다. 월영이 아줌마는 이를 어째! 이를 어째!를 반복하며 화장실로 급하게 들어갔고 이 집 첫 째 딸은 남편과 누나에게 몸이 붙잡힌 채 아등바등 거리고 있었다. 사모님의 안색이 이미 하얗게 질려있었다.

  아가씨는 무덤덤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머릿속으로 개봉영화가 뭐 있지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입고 있는 그 예쁜 하얀색 원피스가 이미 와인에 푹 적어있었다.

  “진희야! 그만해! 그마안!”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쳤지만 소용 없는 짓이었다. 진희 아줌마는 꽉 붙잡은 남편의 손과 누나 손을 꼬집어 풀더니 자기 앞에 젓가락을 그녀에게 던졌다. 그것은 정확히 그녀의 관자놀이를 스치고 벽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

  “뻔뻔한 년!”

  그녀가 소리쳤다.

  “니가 뭔데 여기 앉아 있는거야! 니가 뭔데에! 감히! 감히이! 내 눈 앞에 뻔뻔하게 모습을 드러내서 우리 추억을 회상해? 니가 나랑 회상할 추억이 뭐가 있다고오!”

  나는 아가씨에게 다가갔다. 내가 오자마자 다시 무언가가 날아왔다. 나는 재빨리 몸을 틀어 그녀를 보호했다. 등에 뜨끈한 느낌이 퍼졌다.

  “갑시다!”

  내가 그녀를 잡아끌어 부엌을 벗어났다. 하마터면 화장실에서 걸레를 들고 나오는 아줌마와 부딪힐 뻔 했지만 내 엄청난 순발력으로 피하며 2층으로 향했다. 바로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쫓아왔다.

  “어딜 가! 이 살인마 년아! 니가 아빠를 죽이고 동생을 죽였어! 기억해! 기억하라고오! 지옥으로 떨어져, 이 망할 녀언아!”

 

  나는 망할 년과 함께 무사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망할 년이라는 애칭과 다르게 그녀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와인으로 푹 젖은 머리를 매만졌지만 밸린댄서처럼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난 괜찮아요.”

  내 시선을 의식한 듯 그녀가 말했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래보여요.”

  내가 말했다.

  “예상 한 일인걸요.”

  “그렇죠.”

  “별 거 아니었어요.”

  “맞는 말입니다.”

  “상관 안 해요.”

  “그게 진영 씨죠.”

  그녀가 나를 노려보았다.

  “놀리지 말아요.”

  “아니, 놀린 적 없어요.”

  “지금 내가 쫄았다고 생각하죠?”

  아니라고 말하려다 더 이상 거짓말을 치면 안 될 거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그녀는 얼음바닥에 맨발로 서있는 것처럼 아직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깐.

  “엄청 쫄아보여요.”

  그녀가 예상도 못한 일이라는 듯 동그랗게 눈을 떴다.

  “하나도…”

  “일단 숨부터 셔봐요.”

  내가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내뱉었다.

  “이렇게 하면 진정돼요. 한 번 해보세요.”

  “제가 왜요?”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그 호흡법이 진정할 때 짱이거든요.”

  “진정 안해도 돼요.”

  “그럼 옷부터 갈아입고 씻겠습니까? 일단 꼴이 말이 아니잖아요.”

  그녀는 와인색깔로 물들은 그 예쁜 하얀 원피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그러면 된다는 듯 옷을 잡아당긴 다음 손등으로 툭툭 털다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나가 있겠습니다.”

  내가 나가려는데 그녀가 나를 불렀다.

  “엄마한테 가줘요. 엄마가 많이 놀랐을 테니깐.”

  “그럴게요.”

  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사모님은 식탁에 팔꿈치를 괸 채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앉아있었다. 누나는 월영이 아줌마를 도와 식탁을 치우고 있었고 거실 소파에는 이 깽판을 벌인 주동자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사모님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내가 다가온 인기척을 들었을 테지만 하염없이 식탁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가씨는 괜찮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요?”

  차분한 목소리였다.

  “네. 다친 데도 없고 우시거나 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그녀는 손으로 눈가를 닦았다. 내가 손수건이라도 꺼내려고 정장을 뒤적거리는데 그녀가 말했다.

  “미안해요. 이런 꼴 보여드려서.”

  “아닙니다.”

  “저렇게까지 사이가 안 좋지는 않았는데.”

  나는 보통 형제남매는 이렇게 싸운다고 말하고 싶었다. 저것보다 더 크게 싸우기도 했다. 어렸을 적 누나는 나에게 과도를 던지기도 했다. 와인 정도는 여름 날씨에 더울까봐 걱정해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오늘은 굿을 못 하겠네요.”

  그녀가 누나를 보며 말했다. 누나는 냄비를 막 들어올리려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같이 기운이 안 좋을 때는 오히려 해가 되죠.”

  대체 저런 말은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나는 언제나 그렇지만 누나의 저 천부적인 사기 능력에 감탄했다.

  “저 좀 들어가서 셔도 될까요? 머리가 아프네요.”

  “아, 그러세요.”

  누나는 일어나는 사모님을 부축했고 나는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에 묻은 와인자국을 바라보는데 걸레가 갑자기 슥 다가와 와인을 닦았다. 월영이 아줌마가 그 큰 덩치로 내 옆으로 다가와 나를 부드럽게 밀치며 걸레를 깨끗한 면으로 접더니 의자를 닦았다.

  “고생 많으시네요.”

  내가 정답게 말했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걸레질을 멈추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 무당이에요?”

  그녀가 물었다. 이제 그 정도 물음에는 죄의식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럼 부탁 하나만 합시다.”

  “네.”

  “제발 작은 아가씨 행복하게 좀 해줘요.”

  아무래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건 내가 해야 할 거 같았다. 그녀의 한 마디가 온 몸의 털을 쭈볏서게 했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고는 무심한 듯 다시 걸레질을 시작 했지만 나는 한동안 꿈쩍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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