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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타지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
작가 : LavaTP
작품등록일 : 201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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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2
작성일 : 16-09-08     조회 : 431     추천 : 0     분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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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에 들었을 터이다.

 

 “근데 여긴 어디지.”

 

  아, 본 적 있다. 벨베리브와 처음 만났을 때의 장소다. 그러면 벨베리브도 있을 터, 주변을 둘러보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딜 두리 번 거리는 거야.”

 

  깜짝이야. 좌우를 번갈아 가면서 둘러보고 있었던 만 없던 장소에서 갑자기 튀어 나왔다.

 

 “야. 금방 만날 것처럼 말하더니 왜이리 오래 걸린 거야.”

 “응? 너랑 나랑 헤어 진지 몇 시간 안 지났는데?”

 

  시차가 얼마나 심한 거야..근데 전과는 달리 오늘은 좀 뭔가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 보인다. 그 분위기를 애써 무시하고 벨베리브에게 묻는다.

 

 “아니. 그건 됐고. 현아는 어디 있어?”

 “후아아아..배고파서 말 못하겠어~”

 

  저런 어린애들 같은 변명을 하다니. 아니 외견은 어린애긴 하다만..

 

 “장난 그만치고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 거야?”

 “후에에에에..”

 

  이 녀석.. 말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다. 들어 눕기 시작했다.

 

 “알았어 알았어.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헤에ㅡ..”

 

  눈빛이 번쩍거린 것 같았다만 잘못 본거겠지.

 

 “가져갈게? 너의 추억.”

 “응? 잠만 기달ㄹㅡ..”

 

 벨베리브의 선언과 동시에 어린아이 특유의 웃음소리가 에코처럼 널리 퍼지는 것을 들으며 갑자기 몰아 닥쳐오는 졸림에 의식을 잃는다.

 

  어느 세상이든 유명한 하나의 규칙이 있다.

 

  악마를 믿지 말라. 돕지 말라, 도움 받지 말라.

 

  재미있게 웃어 넘기며 악마가 있겠냐 라며 장난을 치는 세계는 전생하기 전 세계, 이 세계에는 악마의 존재가 확실하며 믿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을 민수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어 그저 악마의 속삭임에, 함정에 빠져든 것뿐이다.

 

  그것이 그의 실수인 것이다.

 

 **

 

  잠에서 깼지만 눈은 감은 상태. 곧바로 그 무언가를 손으로 잡아 비튼다.

 

 “으아아악! 야 야! 아파! 아파아!!”

 “누가 사람 얼굴에 발가락을 들이대!”

 “이자식이! 평소와는 달리 늦게 일어나길래 깨워줬건만 고마워 해도 모자랄 판에 발가락을 비틀어?!”

 “확! 영원히 잠들게 해줄까요?!”

 “오호? 이자식이 대전할 때 조금 맞아주고 봐줬던 만 기어 오르는구나! 밥 먹고 따라 나와라! 오늘 훈련은 아주 빡 새게 해주마!”

 “맨날 놀란 표정으로 제 공격을 간신히 피하는 주제에!”

 

  향기롭게 하루를 시작한다. 뭔가 꿈을 꾼 듯 하지만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밥 먹든가 말던가!”

 

  타일런이 츤데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흥 남자 주제에 밥이 이게 뭐야? 너무 잘한 거 아니야?”

 “딱히 널 위해 고기반찬을 준비한 거 아니니깐 말 시키지마!”

 “하! 널 위해 그 영 불안한 위치로 꺾인 발가락에 힐 마법을 걸어주는 것 아니니까 오해하지마!”

 

  타일런 과 함께 웃으면서 식탁에 앉는다. 작은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햇빛에 베이컨과 달걀요리라니, 오늘은 뭔가 다르다.

 

 “응? 표정이 왜 그래?”

 

  아침 식사 메뉴가 전과는 달리 푸짐해서 다르다는 것이 아니다.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뭐랄까 이 기분. 한번 경험 했던 기분인 것 같다만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정말 미세한 조각 하나만 끼워 맞춰 진다면 술술 풀릴 것 같은 기분. 그 조각 하나가 생각이 나질 않아서 답답한 기분.

 

 “타일런!! 안에 있어요? 있으면 대답 좀 해봐요!”

 

  여자목소리다. 누구지?

 

 “어라 이목소린 제니스인데..”

 

  너무나도 다급해 보이는 여성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느꼈는지 서둘러 현관문을 열자 타일런이 올려다 봐야 할 키에 황금빛 머리카락을 소유한 기사차림의 여성이 한 손엔 철제 검을 한 손엔 투구를 팔 사이에 끼고 있는 여성이 다짜고짜 타일런을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아악! 진정! 일단 진정해!”

 “지금 진정하겠어요? 빨리 따라 나와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줄 태니까!”

 

  -!!!!!!!!!!!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던 두 명이 갑자기 나타난 무언가의 울음소리에 동작을 멈춘다.

 

 “이런 벌써!”

 “이거 뭔 소리야?”

 “마수들이 습격해 왔어요. 마을 외각의 수비지점이 뚫린 상태 에요. 이대로라면 마을은 물론 시민까지 몰살 당해요.”

 “뭐? 얼마나 처 들어 왔길래 수비지점까지 뚫려!?”

 

  제니스라는 여성의 말에 타일런과 난 사고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습격해온 마물의 수는 약 몇 백. 아니 그 이상. 한 순간에 마을에 재앙이 덮쳐왔다.

 

  에반에게 집 안에서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못을 박은 후 제니스를 따라 임시 지휘소로 향했다. 이미 왕국에 보고와 함께 증원을 요청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증원 군이 온다는 가정하에 그때 까지는 마을 방위대와 왕국 기사와 마법사 인원으로 버텨야 한다.

 

  하지만 마을 외각 수비 지점이 뚫린 상태. 마을 중앙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해 몰려오는 것을 보아하니 지능이 있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세계 최대 강국 오르디언 견습이라 해도 대부분 실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이곳 수비지점이 뚫리면 바로 뒤가 마을이고 최악의 경우엔 민간인들이 학살당한다. 그 사실을 아는지 투구로 얼굴을 가렸어도 긴장한 여색이 가득 느껴졌다.

 

  회의 내용은 꽤 간단했다. 기사단과 방위대에 속한 마법사는 결계 계 마법을 사용해 벽과 입구를 보강해 최대한 많은 시간을 끈다. 그리고 만약 뚫렸을 시엔 백병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타일런 여기 갑옷하고 무기요.”

 

  평범한 철제 갑옷과 검을 받아 든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착용한다. 가문에서 받은 검을 사용하고 싶지만 그것은 따로 임자가 있다.

 

  이 마을에 온지 1년 하고도 절반 정도 지났나. 이런 촌구석에 이 정도의 대규모의 마물들이 집단으로 습격해 오다니.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제니스. 우리가 저번 주운 알 있잖아.”

 “아닐걸요. 마물들이 용의 알을 무서워해도 모자란 마당에 이렇게 대규모로 몰려들다니 그럴 리가요.”

 

  하긴. 용은 상급 마수로써 제일 약한 종이라 해도 B급은 거뜬히 넘는다. 냄새만 맡아도 도망가버리는 마수들이 이렇게 덤벼들 리가 없다.

 

 “마수 출현! 곧 방어벽에 맞닥뜨립니다!”

 

  불안하다. 에반은 아마 잘 도망갔을 태지. 그 아이는 똑똑한 아이다. 어린 나이에 꽤 충격적인 일을 당했는데도 슬퍼할 것 없이 날 달래준 아이다. 거기에 마법과 검술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아마 나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불안하다. 뭘까 이 기분은.

 

 “죽지 마세요.”

 

  옆을 보니 제니스가 떠는 손으로 검을 쥐고 있다. 눈 앞에 있는 방어벽이 무너진 순간 전투는 시작된다.

 

 “그래. 너도.”

 

  그 말을 끝으로 결계 마법으로 강화한 방어벽이 몇 초도 못 버티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

 

  투콰아앙!

 

  타일런의 말대로 집안에 숨어있으려니 밖에서 굉장히 불안한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나 하고 창문 밖을 바라보니 마을 중앙은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이곳 저곳에선 폭발음과 비명소리가 들리며 마수의 괴함 소리도 들려온다.

 

  다행히 내가 위치한 곳은 마을 중앙과 꽤 거리가 있는 마을 변두리이다. 그리고 양 사이드로 마수가 침입한 것은 아닌가 보다.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질서 있게 짐을 들고 질서 있게 움직이던 것도 이미 없어진 지 오래. 모두 살기 위해 서로를 밀쳐내며 허둥지둥 도망가고 있었다.

 

 “이게 뭐야..”

 

  도망을 치자니 저 한가운데에서 싸우는 타일런이 생각나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창문 밖으론 어른 아이 기사. 상관 없이 산 속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누군가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젠장! 포기해야 한다고!”

 “안돼!! 저기선 아직 싸우고 있다고 빨리 지원을 가야!”

 “정신 차려! 목숨 버리면서 우리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 주는데 저기 한가운데로 가서 같이 죽어주자고?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녀석! 꺼져!”

 

  알겠다. 그래. 알았다. 내가 느끼는 기분을. 저들은 하나같이 공포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다. 자신이 죽을 까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마수가 두려워서이다.

 

  나도 똑같다. 난 지금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확실한 것은 마수가 무서운 것은 아니다. 그러면 뭘까.

 

  심하게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하고 있자니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작게 속삭이는 마법 영창 소리.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굴렀다. 날라오던 불덩어리는 내 바지 옷깃을 스쳐 지나가 목재를 순식간에 재로 만들었다.

 

 “누구냐!”

 

  연기 탓에 보이지 않았던 불 덩어리의 주인이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난 내가 무엇 때문에 공포에 떠는지 알 수 있었다. 눈 앞의 남자 때문이다.

 

 칠흑으로 뒤덮인 새까만 망토로 얼굴을 가린 남성은 한번 더 내게 손을 내밀고 영창을 개시한다.

 

 “Agnes. (타올라라.)”

 

  기억에 있는 사람이다. 맞아. 생각났다. 파티장에서 나를 습격했던 장본인이다. 날 쫓아온 것일까? 평소라면 저런 화 계열 마법은 수 계열 마법을 사용해 반격했을 터지만 지금의 뇌는 그저 경보만을 외칠 뿐 그 무엇도 시도해 보려 하지 않았다.

 

  떨리는 두 손을 억지로 들어올려 얼굴을 가린다. 분명 저 불꽃에 맞으면 즉사이다. 아까 목재와 같이 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여기까지는 뇌가 잘 따라와 준다.

 

  그 다음을 생각하자니 머리가 새하얘진다. 그렇게 내 판타지 세계의 생활은 끝을…

 

 “어딜!”

 

  쌔액 하고 바람 갈리는 소리와 함께 내게 날라오던 불 덩어리는 두 조각이 나 공기에 스며드는 듯 사라졌다.

 

  검은 남성은 타일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란 듯 주춤거린다.

 

  내 눈앞에 있던 타일런의 검이 또다시 한 순간에 검은 남성의 심장에 도달했다. 검은 남성은 새빨간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사람을 죽이는데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공격 이였다.

 

 “젠장. 에반 괜찮아?”

 

  타일런이 웅크려 있는 내게 손을 내밀어 준다. 감격스러운 마당에 타일런에게 안기려 했지만 뒤에서 날라오는 화살에 서둘러 풍 속성 마법을 구사해 각도를 억지로 변경시켜 옆으로 빗겨나가게 했다.

 

  타일런이 놀란 듯이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작은 영창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Agnes. (타올라라)”””

 

  거대한 불 덩어리 수 십 개가 타일런과 나를 표적으로 날라왔다.

 

  하악. 허억..”

 

  뛴다. 계속 해서 뛴다.

 

 “하악. 하악..”

 “애야! 글로 가면 안돼!”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역 주행 하는 것이다. 자칫 죽으러 가는 것으로 오해하겠지만 난 그런 멍청이는 아니다.

 

 [내 말 잘 들어. 에반 제리스를 어떻게 하든지 무조건 찾아.]

 [난 안 죽으니까 걱정 마. 너야말로 제리스 찾다가 죽지 말라고? 나중에 데리러 갈 태니까.]

 

 “하악..하악..”

 

  아직 마을 중앙엔 폭발음이 끊기질 않는다. 아직 싸우고 있는 것 일까. 머리 속이 빙빙 도는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 계속 달린다. 제리스를 찾기 위해 맨날 내 안전만 생각하던 타일런이 살기를 내뿜으면서 내게 명령한 것이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그저 흰 머리 할아범을 찾아 달릴 뿐 이다.

 

  달리던 도중 익숙한 길 거리에서 다리를 멈춘다. 아일리와 항상 마주치던 장소이다. 그러고 보니 아일리는 잊고 있었다. 아일리는 무사할까.

 

  어찌 되었든 다시 달린다. 이번엔 제리스의 대장간을 향해. 항상 데려다 주었기에 어딘지는 알고 있다. 뇌에서는 이제 그만 멈추라고 소리를 치고 있지만 다리는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미 한계가 된 폐를 진정시키기 위해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펴본다.

 

 숲을 향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도망가던 사람은 더 이상 안 보이게 되었고 어느 샌가 부 터 싸움 중의 증거인 폭발 음과 마수의 괴함 또한 들리지 않았다.

 

  마치 다 죽어버린 것처럼. 아니, 다 죽어버린 것이다. 익숙하던 마을 중앙의 건물들은 무너져 내렸고 이곳 저곳에선 혈흔이나 사람의 신체 부위가 보였다. 그곳은 마치 격렬하게 싸운 흔적이 아닌 학살 당했다는 것처럼 창백해진 사람의 시체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새빨간 혈흔으로 순백을 잃은 길가와는 대조되듯이 그곳에선 일절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매우 깨끗했다.

 

  입안에 고여있던 침을 삼기니 말라있던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 간다.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등뒤의 땀이 식더니 곧 이어 써늘함이 느껴졌다.

 

  왠지 저곳으로 가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저곳으로 가야 한다. 그곳엔 아일리와 제리스가 있을 것이라고 나 자신에게 확신이 차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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