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엔 무슨 사건이지?" 이철진이 말했다.
"살인 사건입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더군요." 순경이 말했다.
"시신에 다른 외상 흔적은 없나?"
"없습니다."
"그럼 그냥 평소에 앓고있던 지병으로 죽은거 아냐?"
이철진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그렇진 않습니다. 최초 신고자의 증언에 따르면
시신이 썩어 있었다고 하고 그에 반에 입고 있던 복장은
입은 지 얼마 안된 것처럼 깨끗했다고 합니다.
부검 결과도 어제 밤 11시 20분에서 오늘 새벽 1시 30분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순경이 대답했다.
이철진은 12년 째 형사를 해왔고 그동안 근무하면서
이 동네 지리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러나 12년 동안 이 동네는 사건 사고가 별로 없었고
그나마 큰 사건이라고 하면 5년 전
새벽에 강도가 금은방을 털고 달아난 사건인데
얼마 안 가 경찰에 잡혔고 구속됐다.
강도는 나름 환풍구를 통해 금은방 내부로 들어와
재빨리 진열대에 있던 귀금속들을 훔치고 달아났지만
요즘 시대엔 보안이 철저해 얼마 안가 꼬리가 잡힌 것이다.
그 외엔 평화롭다고 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런데 살인 사건이라니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살인 사건은 처음 맡아본다.
"저 코너에서 우회전하면 사건 현장입니다."
순경이 말했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이철진은
제일 먼저 시신을 확인했다.
최초 신고자가 말한 것처럼 시신은 미라처럼 썩어 있었다.
"역겹군." 이철진은 먼저 도착해서 조사하고 있는
박형사와 권형사를 만났다.
"신원 확인했냐?" 이철진이 말했다.
"아니, 신분증, 운전 면허증, 카드, 심지어 휴대폰도 없어."
권형사는 의아한 듯이 말했다.
국과수에 가서도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지문, DNA검사를 해봤지만 아무리 조회해도 신원불명이었다.
"참 신기하군. 마치 세상과 접촉을 안한 것 같군."
박형사는 기가 차듯 말했다.
결국 아무런 소득없이 집으로 귀가하던 이철진은
한참을 걷던 중 어느 한 골목에서 푸른 연기가 조금씩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불이 났나?"
이철진은 호기심에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골목 깊숙이 들어오자 한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는 포크파이 모자에 바바리 코트를 하고 있었고
코트 안에는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앞에 한 시신이 있었다. 그 시신은
오전에 사건 현장에서 봤던 시신하고 똑같이
흰 눈동자를 한 채로 피부는 미라처럼 썩어 있었다.
역겨운 모습에 이철진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그순간 그소리를 듣고 그 남자가 뒤를 돌아 봤다.
모자를 눌러 써서 그런지 얼굴이 새까맣게 가려져 있었고
날카로운 하얀 눈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철진은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일반인인가?" 그 남자가 말했다.
그 남자도 이철진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철진은 뒤를 돌아 왔던 길로 다시 뛰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왔던 곳엔 왠 벽이 막고 있었다.
더이상 도망갈 때도 없었고 정체모를 남자는 다가와
이철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철진은
본인 몸에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몇초 만에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으윽...."
이대로 있다간 몸에 기운이 다 빠져 나가게 생겼다.
그러나 그는 꼼작도 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순간 어떤 선명한 빛이 날아와
정체모를 남자 앞에서 터졌다. 그 남자는 잠시 주춤하더니
빛이 날아온 곳을 바라 보았다. 낯선 남자 두명이
건물 지붕위에 있었다. 정체모를 남자는 이미 틀렸다는듯이
옆건물에 포탈을 생성해 그안으로 들어간 후 포탈과 함께
사라졌다. 이 광경은 이철진도 봤지만 몸에 기운이 빠져나간지라
앞이 희미해 지더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남자를 보고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