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일인지하만인지상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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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2)
작성일 : 19-10-25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5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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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은민. 너는 아직 자식이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자식이란 것이 다 그런 거다. 언제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가 없지. 그리고 부모라면 그런 자식이 무슨 짓을 하던 다 커버를 쳐주어야 하는 거야. 그게 부모란 거다. 너도 몇 년만 지나면 알게 될 거다.”

 방태수는 거기까지 말한 후 문을 닫고 나갔고 나은민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였다. 그는 속으로 자기 딸은 절대 그렇게 한심하게 키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런 나은민을 보며 한희수는 넌지시 물었다.

 “태수가 내부고발자를 찾는 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나?”

 “흐음~ 아무리 무능하신 방태수 의원님이라고 해도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니까 일주일이면 가능할 겁니다.”

 “늦군. 방태수 녀석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것은 꽤 여러 문제가 얽혀 있을 것 같군. 단순히 마약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야.”

 “제 생각도 같습니다. 방태수 의원님은 옛날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너무 막 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존재가 조직 내에 있어서는 암 덩어리와 같이 되는 법입니다. 앞으로 분명 큰 사고를 칠겁니다. 대표님. 이제 슬슬 방태수 의원님을 정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은민은 오래 전부터 자유정의당의 책사로서 생각해왔던 것을 말하였다. 이것에 한희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있다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방태수는 그만의 역할이 있네. 조직폭력배 출신인 만큼 우리와 같은 고결한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줄 수 있지. 또한 ‘인산 광역시’와 나를 연결하는 선이기도 하고 말이야.”

 한희수는 대한민국 제7의 광역시인 남부의 인산 시를 언급하며 말하였고 나은민은 뭐라 반박을 하려다가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한희수는 나은민의 엉덩이를 툭 쳐주며 말하였다.

 “허허. 자네가 태수 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네. 그 노고는 내가 두둑하게 보상을 해주도록 하지. 아무튼 이번 일의 무마를 위해 자네가 다시 나서줘야겠어. 태수 녀석이 제 때에 일을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자네가 처리를 해보게. 그 강형욱이라는 형사와... 마장우라는 기자. 이 둘을 회유하도록 하게. 최소 둘 중 하나는 회유가 될 것이야. 그래서 그들을 통해 내부고발자를 알아낸다면 이 사건은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형사는 경찰서장을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기자는... 직접 보는 것이 좋겠군요. 사흘 내로 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자! 그럼 또 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게 생겼구만. 한 번 잘 해보세.”

 한희수는 자신과 자기 사람들의 능력을 믿으면서 광오한 눈빛으로 말하였다.

 

 그리고 나은민은 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그가 만난 이는 스타넥 클럽이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의 서장과 검찰청의 검사장이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그간 잘 계셨습니까.”

 “저희야 뭐 의원님 덕분에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인 일이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나은민이 인사를 하자 경찰서장과 검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였다. 이에 나은민은 경찰서장을 바라보며 운을 떼었다.

 “스타넥이라는 클럽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 자유정의당 방태수 의원의 아들이 운영하는 곳인데... 최근에 관리에서 실수가 조금 있었던 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에 대해서 서장님 경찰서의 형사가 다소 과하게 파고 있다고 합니다.”

 “네? 아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담당 형사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음... 강형욱이라고 하더군요.”

 “헉! 정말입니까. 이런...”

 나은민이 실명을 밝히자 경찰서장은 난색을 표하면서 이마를 짚었다. 그것에 검사장은 의아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강형욱이란 형사가 무슨 특별한 점이라도...”

 “좋게 말하면 강직한 형사이고... 나쁘게 말하면 완전 꼴통인 놈입니다. 상부의 지시 같은 것은 전혀 따르지 않지요. 그저 자기가 옳다고 믿는다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자입니다. 다른 형사라면 몰라도 그 자는 회유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하하. 일개 형사가 경찰서장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네. 진급이나 보너스 같은 것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자입니다. 세간의 평도 전혀 의미가 없이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서 컨트롤이 더 어렵습니다. 게다가 실적도 좋아서 할 말도 없고 말입니다. 죄송하지만 어려울 듯 합니다.”

 경찰서장은 나은민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이에 검사장은 팔짱을 낀 자세로 말을 던졌다.

 “이거... 그간 나은민 의원님께 받으신 은혜가 상당히 많으실 텐데 너무 쉽게 거절하시는 것 아닙니까. 모처럼의 부탁인데 말입니다.”

 “저도 도와드리고 싶지요. 그런데 그 자는 보통 독종이 아닙니다. 경찰은 검찰처럼 상부 말대로 돌아가는 조직이 아닙니다.”

 “뭐요?”

 “하하. 되었습니다. 어디에나 그런 존재는 있는 법이지요. 국회의원 중에도 있습니다. 플러스 마이너스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길만 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이들은 대부분 오래 가지 못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 강형욱이라는 형사도 그렇게 될 듯 하군요.”

 나은민은 경찰서장과 검사장이 서로 인상을 쓰고 노려보자 적절히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한 마디를 하였다. 그 의미심장한 말에 검사장은 눈을 번득이며 말하였다.

 “그 자를... 보내버리실 생각이십니까?”

 “네. 그런 부하 직원이 밑에 있으면 서장님 체면이 말이 아니겠지요. 제가 해결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서장님께서는... 그 자를 특정 시간대에 특정 위치로 보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나은민은 웃는 얼굴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설명을 해주었다. 그 말에 경찰서장은 조금 꺼림칙한 듯 주저하며 물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일인 겁니까?”

 “네.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지시입니다. 그래서 제가 나선 것이고요.”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어디로 보내면 되겠습니까?”

 일인지하만인지상이란 자유정의당 한희수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자신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경찰서장은 눈을 번득이고는 더욱 허리를 굽히면서 대답하였고 나은민은 검사장을 보며 말하였다.

 “인산 광역시입니다. 그 지역의 검찰과 경찰은 우리와 친분이 깊어서 별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강형욱 형사의 가족 등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추가적인 일이 터질 수도 있으니 그 쪽은 서장님과 검사장 님이 잘 해결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이를 말입니까. 나은민 의원님께 그간 도움 받은 것이 많으니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처리하겠습니다. 믿으셔도 될 겁니다.”

 검사장은 나은민의 말에 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과의 식사를 마친 후 나은민은 바로 다음 약속장소로 향하였다. 그곳은 고급 술집이었고 나은민이 들어서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지배인이 90도 이상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그를 안내하였다.

 “들어가시지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하. 수고했네.”

 지배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나은민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고 그는 안의 소파에 앉아 있는 기자 마장우에게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유정의당의 국회의원 나은민이라고 합니다.”

 “소양일보의 기자 마장우요.”

 나은민이 손을 내밀자 마장우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함께 손을 뻗어 악수를 했다. 그렇게 손을 놓은 후 나은민은 그에게 고급 위스키를 따라주면서 물었다.

 “이번에 좋은 기사를 계속 쓰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기사는 꾸준히 써 왔소만...”

 “헛! 그러시군요. 하하. 제가 실례했습니다. 아무튼 기자 정신이 정말 투철하시더군요. 지금도 그렇고 말입니다. 지금 몰래 녹음기를 켜두시고 계시죠?”

 “!”

 나은민은 상대의 속을 다 보고 있는 듯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이에 마장우는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은민은 그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하였다.

 “녹음 같은 거 얼마든지 하십시오. 그런데 말입니다... 한번 지금까지 녹음한 것을 켜보시겠습니까? 제 목소리가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지 듣고 싶어서 말입니다.”

 “으음...”

 나은민의 말에 마장우는 다 들켰으니 더 이상 숨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볼펜 모양의 녹음기를 꺼내서 재생을 했다. 그러나 나은민의 목소리는 그리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워낙 잡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마장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녹음기를 흔들었고 나은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소용없을 겁니다. 이 건물 자체가 녹음이나 도청을 막기 위해 제가 특별히 제작한 곳이거든요. 휴대폰 통화도 잘 되지 않을 겁니다. 자! 그럼 우리 이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볼까요?”

 “으음... 스타넥 클럽 사건에 대해서 기사를 못 쓰게 하시려는 것이라면...”

 “아! 그거 말입니까? 쓰시지요. 얼마든지 말입니다.”

 “뭣?”

 마장우는 미리 선수를 치려했고 나은민은 쿨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것에 마장우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고 나은민은 말을 이어갔다.

 “소양일보가 꽤 유력한 언론이기는 합니다만... 이 나라의 탑클래스는 되지 못하지요. 그 한 곳이 아무리 떠들어봤자 다른 정보로 묻어버리면 그만입니다. 기자이니 잘 아시겠지만 이 나라가 워낙 정보의 바다가 아닙니까. 하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진실은...”

 “그리고 그것도 제가 소양일보 사장님을 직접 뵙지 않는다는 가정 하의 일이겠지요. 제가 그 분을 만난다면 아마도... 마장우 기자님의 기사는 소양일보를 통해서 나가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 진실은... 인터넷 개인방송 같은 거로나 말할 수 있겠군요. 후후.”

 나은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였다. 이에 마장우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고 나은민은 말을 이어갔다.

 “마장우 기자님. 진실을 밝히는 것을 좋아하시는 듯 한데... 진실이란 힘을 가진 자가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선을 정하시고 그것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말해야 하는 것이지요. 지금 마장우 기자님은 그런 힘도 없고... 지금 이 사건은 선을 확실히 넘은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기자요. 기자 정신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지.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외다.”

 “호오~ 아름답군요. 넘을 수 없는 산이 있는데 그것에 어떻게든 도전을 하려 하시다니 말입니다. 지금 이 나라에 마장우 기자님 같은 분은 손에 꼽을 정도도 되지 못할 겁니다. 대단하시군요.”

 마장우의 강건한 자세에 나은민은 과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이에 마장우는 장난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며 뭐라 말을 하려 했고 나은민은 이를 감지하고 선수를 쳤다.

 “그런데 마장우 기자님. 어째서 이 나라에 당신 같은 기자가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걸까요? 기자의 수는 수천 수만에 달하는데 말입니다.”

 “그것은...”

 “그것은! 간단합니다. 당신 같은 훌륭한 기자 분들이 모두 다... 죽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나은민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스스로도 웃긴 듯 얼굴을 짚고 웃었다. 이에 마장우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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