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일인지하만인지상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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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6)
작성일 : 19-10-25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5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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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항의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연예기획사와 경찰에 이어서 검찰과 시청까지 찾아가서 이 사건의 재수사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쫓겨나자 이번에는 국회의사당 앞으로 가서 1인 시위를 하였다.

 때마침 국회 본회의가 그 시기에 있었고 300명 가까이 되는 여러 당의 국회의원들은 국회로 가면서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간혹 그녀를 보며 그녀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 적힌 것을 확인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도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은 채 코웃음을 쳤다.

 “누군가 했더니 그 마약 유통하고 자살한 연예인 엄마로구만. 안쓰럽기는 한데 다 부질없는 짓이지. 그러게 아이를 잘 키웠어야지. 쯧쯧.”

 “동감입니다. 연예인이란 것이 워낙 성격이 개방적인 족속들이라서 마약을 아주 서슴지 않고 하지요. 한심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만약 제 아이들이 연예인을 하려고 한다면 귀싸대기를 날려버릴 생각입니다. 사실 연예인이란 것이 현대 사회에서나 대우받고 있는 것이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사회의 천민 계층에 있던 자들 아닙니까.”

 그들은 이야기를 계층 쪽으로 몰고 가면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무관심 속에 김재훈의 어머니는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았다. 바로 그 때 누군가가 그녀의 앞에 섰다.

 “추우시죠? 이거라도 드시겠습니까?”

 “네? 아... 당신은...”

 한 국회의원이 따뜻하게 데워진 캔 커피를 건네면서 말하자 그녀는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상대를 보았다. 그리고 곧 그를 알아보며 말하였다.

 “차승민...! 차승민 배우시죠?”

 “하하. 네. 얼마 전까지는 배우를 했었지요. 지금은 국회의원을 하고 있습니다.”

 “어이! 승민! 안 들어가? 곧 본 회의 시작할 건데...”

 “먼저 들어가십시오. 저 같은 초선 의원 하나 없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국회의원의 본분은 민중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니 저는 그것에 충실하겠습니다.”

 동료 의원의 말에 차승민은 손을 내저었고 그들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그들은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이며 뒷담화를 하였다.

 “차승민의 꼴통 기질이 또 나왔군.”

 “아무 제 살 깎아먹는 짓은 다 한단 말이야. 이제는 저런 블랙리스트 급의 사람 말도 먼저 들으려고 하다니...”

 “사람이 너무 가벼운 느낌이 있어.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조금 짜증이 날 때가 있지. 대표님은 대체 왜 저런 녀석을 포섭한 건지... 세상에 드라마 배우 출신 국회의원도 있나? 이 자리가 무슨 인기 빨로 사는 것도 아니고.”

 그들은 그리 말하면서 사라졌고 차승민은 그런 것들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김재훈의 어머니에게 그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에 대한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말씀은... 아드님인 김재훈 군이 마약을 하지도 않았는데 마약 유통책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죽임까지 당한 후 자살로 위장되었다는 것이군요. 경찰은 이에 대해서 매우 이른 시점에 자살로 종결처리를 했고 말입니다.”

 “네. 네. 의원님. 그게 맞습니다. 제발 저희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재훈이는 학창 시절 때도 모범생으로 표창장도 여러 번 탔던 녀석입니다. 마약 같은 것에 손을 대는 것도 상상도 못할 일인데 유통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음.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나서보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오늘은 댁으로 돌아가서 쉬시지요. 아직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어머니께서 건강하셔야 앞으로 더 오래 싸우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차승민은 진심으로 상대의 건강을 염려하며 권해주었다. 이에 김재훈의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들을 위해 2주 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떠들었지만 제대로 들어준 이는 차승민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어느 정도 풀린 느낌을 받으며 그녀는 국회의사당 앞을 떠났고 차승민은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수석보좌관 ‘김다니엘’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녀의 말이.”

 “음... 사실 자살한 이의 가족들 중에서 자살할 만 했다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대부분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요.

 그렇지만... 이번 사건은 확실히 뭔가 이상하긴 합니다. 불을 무서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분신자살은 불가능한 일이고... 유서가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되었다는 것은 절대 일반적이지 않지요. 게다가...”

 김다니엘은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가 너무 추측성인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이에 차승민은 궁금증이 동한 듯 물었다.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다 말해주면 좋겠군.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나?”

 “사실... 김재훈의 자살 사건이 터지기 전에 마약 관련해서 나오던 기사가 있었습니다.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정치인의 아들이 관련되어 있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 기사들이 어느 순간 싹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게다가 이런 의혹이 가득한 자살과 수사 종결이라니... 뭔가 강한 의심이 들게 하는군요.”

 “그렇군. 신중한 자네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이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어. 그렇다면 내가 가만있을 수 없지.”

 차승민은 확신을 가지면서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갔다. 이에 김다니엘은 다급히 따라붙으며 물었다.

 “어찌 하시려는 겁니까?”

 “우리 자유정의당의 당론을 모아서 검찰과 경찰에 정식으로 재수사를 요청할 생각이야. 이 정도로 정황이 확실하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으음... 알겠습니다.”

 김다니엘은 차승민의 이 말에 생각대로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차승민을 말리지 않았다. 미국 교포로서 예일대를 수석 졸업한 재원인 그가 차승민 같은 초선 의원의 보좌관을 자처하며 따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순수한 정의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차승민은 국회 본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이후 자유정의당 소속의 의원들은 따로 모여서 당 회의를 가졌다.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된 안건 등을 정리하여 당 차원의 대책을 논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차승민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에 당 회의의 사회를 맡은 나은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런 자리마다 허황된 소리를 하여 시간낭비를 하게 하는 존재가 그였기 때문이었다.

 “네. 차승민 의원님. 말씀하시지요.”

 “감사합니다. 제가 최근에 들은 것이 있습니다. 의혹이 가득한 사건인데 이에 대해 당 차원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건의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건이 무엇입니까?”

 “아이돌 김재훈 군의 자살 사건입니다.”

 “!”

 차승민의 발언에 노회한 한희수나 나은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태수는 눈에 띄게 어깨를 움찔하였고 김다니엘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재훈 군 자살? 아아.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 마약 유통 사실이 드러나자 비관하여 분신자살을 했다는 아이돌 말씀하시는 것이군요. 그런데 그 사건은 이미 다 종결되었습니다.”

 “종결이 된 것 자체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그는 평소 행실이 바른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에는 봉사활동도 자주 다녔고 팬서비스도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마약을 유통한다? 이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것이고 팬서비스에 대한 것은 팬마다 말하는 것이 천차만별입니다. 그리 신뢰할 만한 말은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 최근에 그가 자살한 후 동료 아이돌 멤버들은 그가 악플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최근의 사실, 그리고 가까운 곳에 있었던 이들의 말이 더 신뢰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나은민은 침착하게 차승민의 말에 반박하였다. 그러나 차승민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말씀하신 것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이 있었다면 마약을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런데 마약 유통? 이것은 제가 알기로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약은 국내에서 만들 수 없으므로 외국의 마약 생산 조직과 접선을 하여 들여야 하는 것인데 이는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못할 것도 없지. 내가 알기로 그 녀석은 유흥 클럽에 자주 다녔다고 하는데 그곳은 외국인도 많이 다니지 않나. 거기서 사귄 놈을 통해서 유통하는 것은 어려울 것도 없어.”

 차승민의 말에 이번에는 방태수가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반박을 했다. 그리고 그 말에 한희수와 나은민의 눈빛은 흔들렸다. 그가 괜한 단서를 주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한희수는 손을 뻗어 방태수의 허벅지를 꼬집었고 그는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다고 보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차승민은 다른 쪽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것도 이상하지만 수사 방식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너무 빠르게 종결을 한 느낌이지요. 제가 알기로 사망 사건을 사흘도 되지 않아 종결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정황이 워낙 확실하여서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유서도 있었고...”

 “자필도 아니고 워드프로세서로 쓴 유서 말입니까? 그것은 그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다른 정황도 있으니까 수사기관이 그리 하지 않았을까요. 차승민 의원님. 이것은 잘 처리된 일에 괜한 부스럼을 일으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이 어련히 잘한 일을 우리가 나서서 들쑤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지요. 명분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그만 하시지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은민의 권고에 차승민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한희수가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유정의당의 실질적인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그가 나서자 모두는 신경을 집중시키며 그를 보았다. 차승민의 말에 하품까지 하던 모습들과는 완전히 다른 광경이었다.

 “허허. 차승민 의원의 말도 이해는 가는군. 내 초선 때가 생각나는 순수한 모습이야. 하지만 이곳은 백 명이 훌쩍 넘는 국회의원들이 모인 자리이네. 다들 공사다망한 사람들이지. 이들이 자네 한 사람의 말만 다 듣고 있을 수는 없으니 따로 자리를 마련하지 그런가. 자네처럼 순수한 열정이 불타는 소장파 의원들끼리 모여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네.”

 “으음...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한희수의 말에 차승민은 더 말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에 나은민은 씨익 웃으면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고 당 회의는 1시간 정도 이어진 후 종료되었다. 그러자 나은민은 차승민에게 향후 스케줄을 물어본 후 이 사건에 대해 논의할 것이니 관심 있는 의원들은 내일 오후 5시에 다시 이곳으로 모여 달라고 공지를 하였다.

 이에 차승민은 소기의 성과는 거두었다고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였다. 그런 차승민의 옆에 따라붙으면서 김다니엘이 말하였다.

 “의원님. 방태수 의원이 뭔가 수상한 징조를 보였습니다.”

 “방 의원님이? 그게 뭐였지?”

 “의원님이 처음 이 안건을 말했을 때 묘한 불안감을 표출했습니다. 그리고 마약을 유흥 클럽에서 입수하여 유통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지요. 그 말은... 김재훈 사건이 터지기 전에 나왔던 기사 내용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방금 떠오른 것인데... 방태수 의원의 아들 방용진이 강남의 유흥 클럽인 ‘스타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호오~ 이거 아귀가 딱딱 맞고 있군. 그렇다면 실제로 마약을 유통한 클럽은 스타넥일 수도 있겠군. 몸통은 방용진이 되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어쩌면 진짜 몸통은 방태수... 더 나아가서 한희수 당 대표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나은민이 의원님의 말을 묵살시키려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 나온 것일 겁니다.”

 김다니엘은 통찰력이 깊은 듯 상당히 많은 것을 알아채면서 진언하였다. 그런 수석보좌관을 차승민은 든든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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