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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지하만인지상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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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9)
작성일 : 19-10-25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5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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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에휴~ 가스 폭발이 났습니다. 두 집에 살던 사람들이 다 죽었어요. 그 중 한 사람은 최근에 아들을 잃었다던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김다니엘의 물음에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안타까운 어조로 말하였다. 그 말에 차승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바로 알고 서둘러서 차에 탔다. 이에 김다니엘도 얼른 차를 몰아 강형욱의 부인이 있는 집주소로 향하였다.

 그러나 거기서도 그들은 때가 늦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 그곳은 통제되고 있었고 주변에 구급요원들과 경찰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죠?”

 “가스 누출 사고입니다. 다행히 폭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집에 거주하던 아주머니는 심각하게 중독된 상태입니다. 지금 막 병원으로 후송하여 치료를 받고 있기는 한데... 제 경험상 의식을 완전히 되찾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아이고. 불쌍해서 어떡해. 중학생 아들 하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 아버지도 잃고 어머니까지 저리 되면...”

 구급요원의 말을 들은 이웃사람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안타까워하였다. 그리고 이를 들으며 차승민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 사고들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죽일... 이런 쳐 죽일 놈들이...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안 그래도 가족을 잃고 힘들어 할 사람들에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차승민은 주먹으로 벽을 연타하면서 분을 참지 못해하였다. 이에 김다니엘은 서둘러 달려가 그를 말리며 차로 데리고 갔다. 그렇게 반강제로 차에 타게 된 차승민은 조금은 진정이 된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조용히 있었고 김다니엘은 무거운 공기 속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으음... 당 대표실로 가도록 하지.”

 “네? 지금 거길 왜... 지금 한희수 대표가 만나줄 리도 없고 그에게 따진다고 해서 나아질 것도 없습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그래도 할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모든 수단이 사라졌다면... 따지기라도 해야 속이 시원하겠지. 내 뜻대로 해주게.”

 차승민은 눈빛을 불태우며 말하였고 김다니엘은 그런 그를 말려봤자 소용이 없음을 알고 그대로 따랐다. 그렇게 차승민은 한희수가 있는 당 대표실 문까지 걸어갔고 비서는 그를 알아보며 물었다.

 “안녕하십니까. 차 의원님. 약속은 하고 오셨습니까?”

 “아니요. 그러나 중요한 일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잠깐.”

 차승민이 막무가내로 문으로 가려 하자 옆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차승민은 고개를 돌렸고 그 방향에서 나은민이 걸어오며 손을 흔들었다.

 “하아~ 차승민 의원님. 정말이지 그대는 사람을 쉬게 할 틈을 주지 않는군요. 다 끝난 상황에서 지금 뭘 하는 것입니까?”

 “하하. 이제는 시치미도 떼지 않으시는 겁니까? 대단하시군요. 무슨 일을 덮으려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참 쉽게도 죽이더군요.”

 “뭐... 보고를 들으니 둘 다 죽지는 않았다고 하던데요? 그런데 제가 선배로서 한 말씀 드리자면... 그 두 사람이 그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차승민 의원님... 당신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나은민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차승민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이에 나은민은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들쑤시지만 않았어도... 강형욱 형사의 부인과 김재훈의 어머니는 곧 마음을 진정시키며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내세워서 이 일을 키우려 하였고 그렇기에 모든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제가 나선 것입니다.”

 “더러운 입으로 참 잘도 포장을 해서 말하는군요.”

 “하하. 더럽다라... 뭐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치란 것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정치가의 언행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는 것이지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해서 밀어붙인 것이 오히려 많은 이들을 죽게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중공을 세운 모택동은 벼를 쪼아 먹는 참새를 해로운 새로 규정하여 박멸시키라고 지시를 내렸고 그로 인해 중국의 수많은 참새들이 죽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천적이 사라지자 해충들이 득실거리게 되었고 그들로 인해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수천만의 백성들이 굶어죽게 되었지요.

 그렇기에 정치가는 그런 변수들을 다 생각하면서 진중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대는 너무 가볍습니다. 지금 한희수 대표님을 찾아온 것도 그렇지요. 그대가 가진 모든 카드가 무력화되었고 그대가 했던 모든 일이 무의미해진 지금 상황에서 한희수 대표님을 만나서 대체 뭘 얻으려는 것이지요?”

 나은민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물었다. 이에 차승민은 압도되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힘을 쥐어짜면서 답하였다.

 “당신이 얼마나 썩어빠진 것인지를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한희수 대표님이 그 말을 듣는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그 분은 말입니다. 단순히 정당 하나의 대표가 아닙니다. 이 나라 국회의 과반수를 한참 넘는 제1정당이자 여당인 자유정의당의 지배자이며, 이 나라 대통령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존재, 거기에 검찰과 경찰, 언론까지 모조리 지배하고 있는 사실상의 왕입니다.

 그런 자리에 오른 사람이 당신의 비난 하나에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습니까. 그것 역시 무의미한 짓입니다. 차승민 의원님. 이제 국회에 들어온 지도 2년 정도 되셨으니... 제발 철 좀 드십시오. 그런 무의미한 짓은 신참 때나 하는 것입니다.”

 나은민은 이 나라의 왕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를 등에 업은 듯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충고를 해주었다. 이것에 차승민은 압도적인 무게감을 느꼈고 곧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존재와 싸우려 했음을 깨달았다.

 결국 차승민은 한희수와의 면담을 포기하며 초라한 걸음걸이로 돌아갔고 김다니엘은 그 뒤를 따랐다. 그러자 나은민은 그를 세우면서 말하였다.

 “김다니엘. 미국 명문대 수석졸업에 스포츠, 무술에도 능통한 천재. 차승민이 천지분간을 못하는 짓만 하고 있음에도 그것이 우습게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대가 차승민의 곁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데 말이야. 자네의 그 정의감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주인을 모실 필요가 있을 것이야. 그러니 이제 그만 제대로 된 동아줄을 잡는 것이 어떨까?”

 “하하. 그 동아줄은 당신을 말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만... 그것은 정의감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감을 포기하는 길이겠죠. 저는 어떻게든 저 분을 제가 원하는 위치로 올려놓을 것입니다.”

 김다니엘은 나은민의 포섭을 가볍게 물리치며 차승민을 따라갔다. 이에 그는 아깝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면서 문을 열고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희수는 후덕하게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래. 잘 돌아갔는가?”

 “네. 대표님. 언론도, 검찰도, 경찰도, 국회도...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고분고분해졌습니다. 이제 이 사건으로 다시 떠들지는 못할 겁니다.”

 “허허. 잘 되었군. 그간 수고가 많았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마침 그곳에 와 있던 이 모든 사건의 장본인 방태수는 한희수에게 무릎을 꿇고 절까지 하면서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한희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답하였다.

 “너무 고마워할 필요 없네. 이번 일은 일종의 취미와도 같은 것이었어. 이 한희수는... 가끔씩 내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거든. 이 한희수의 권력이라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릴 적에 동경했던 대로 정말로 하늘을 내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을까. 이런 것 말이야.

 그리고 오늘 나는 또 다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데 성공했군. 껄껄.“

 “하하하.”

 한희수는 자신의 손바닥을 들어 창문을 향해 뻗었다. 이미 날이 어둑해졌기에 빛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는 상상을 통해 자신의 손바닥이 하늘 전체를 가려서 빛을 막는 장면을 떠올렸다. 이에 그의 입꼬리는 절로 올라갔고 그의 웃음에 맞추어 방태수와 나은민도 함께 웃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밤은 깊어져 갔다.

 <기연>

 “김다니엘 보좌관.”

 “네? 네. 의원님. 곧 저택으로 도착할 겁니다.”

 차승민이 실의에 빠진 표정으로 말이 없었기에 조용히 차승민의 자택으로 운전하던 김다니엘은 그가 갑자기 부르자 의아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에 차승민은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집으로 가고 싶지는 않군. 이렇게 울적할 때는 그저 낚시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고지. 오랜만에 강원도로 갈까 하는데 같이 가겠는가?”

 “강원도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지요. 하하.”

 밤이 늦은 시간에 강원도로 가자는 말에 김다니엘은 거리낌 없이 웃으며 동의를 했다. 차승민은 부인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를 측근에서 모시고 있는 김다니엘은 그가 부인이나 처가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차승민의 처가는 이 나라 3대 제약사 중 하나인 ‘제양제약’의 회장 일가였다. 시가총액이 1조가 넘는 큰 회사의 오너 가문에서 그를 사위로 들인 것은 이 나라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한희수가 직접 나서서 차승민을 스카우트한 것에 그의 가치를 높게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 대통령을 자기 맘대로 만들고 조종하는 한희수가 만약 차승민까지 대통령으로 만들게 된다면 제양제약으로서는 국내 독보적인 최고 제약사로 올라서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후 차승민은 한희수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연속으로 하며 당의 수뇌부와 틀어지게 되었고 그런 차승민에 실망한 처가와 부인은 그를 남 보듯이 대하게 되었다. 즉, 차승민에게 집은 밖만큼이나 추운 장소였다.

 그런 차승민의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며 김다니엘은 강원도 동해안을 향해 운전했다. 운전하는 동안 차승민은 피곤한 듯 잠이 들었고 3시간 정도 지나서 눈을 뜬 그는 동해의 밤바다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크~ 이곳은 정말 칠흑처럼 어둡군. 마치 이 나라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아주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는구만.”

 “하하. 그래도 언젠가는 의원님께서 이 나라를 비추시게 될 겁니다.”

 “그럴까. 그럴 수 있을까? 나 같이 별 것도 없는 놈이?”

 “별 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제가 곁에 있지 않습니까.”

 “음? 그것도 그렇군. 하핫.”

 김다니엘의 유쾌한 위로에 차승민은 조금은 힘이 난 듯 배시시 웃었다. 이에 김다니엘은 트렁크에 준비되어 있던 낚시 장비들을 가지고 왔고 둘은 적당한 장소에 걸터앉아 낚시대를 놓았다.

 그러나 이날은 되는 것이 없는 날인 듯 물고기는 거의 잡히지 않았고 영 손맛을 보지 못한 차승민은 조금 짜증이 난 듯 낚시대를 걷으며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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