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일인지하만인지상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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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2)
작성일 : 19-10-25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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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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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갈선은 그런 차승민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그렇게 식사는 끝이 났고 갈선은 설거지를 하기 위해 접시 등을 가지고 부엌 옆의 설거지 터로 향하였다. 이에 차승민도 밥값을 해야겠다면서 같이 따라가 함께 설거지를 하였다.

 그런 차승민을 보며 갈선은 미소를 짓고 말하였다.

 “차승민 의원님은 제가 텔레비전을 보며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이시군요.”

 “네? 하하.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제 이미지가 어떠하였죠?”

 “나쁜 뜻은 아닙니다. 그대로 말하자면... 매우 맑고 정의로운 느낌? 또한 예의와 신의가 있고 상대가 누구이든 항상 자신을 낮추며 대하는 겸손한 모습 등이 제가 느낀 당신의 이미지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비류 같은 어린 아이를 상대로도 존대를 해주시고 우리 시오데란드 교에 대해서 전혀 색안경을 쓰지 않는 모습 등 모든 것이 멋졌습니다.

 저는 사실 의원님이 배우를 그만두고 정치계로 갔다는 사실에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모두가 기우였군요.”

 갈선은 신기하다는 얼굴을 하며 길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으면서 차승민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러면서 그는 나직이 답하였다.

 “변한 것은... 맞습니다.”

 “네?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어떤 면이...?”

 “처음에 정치계로 뛰어들었을 때 저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나라면... 나라면 이 나라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나라의 잘못된 많은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신념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다른 국회의원들 앞에서 여러 주장을 했었지요.

 그런데 2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자신감과 신념은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바꿔야 할 것은 너무나 많고, 싸워야 할 적도 크고 많은데 2년 동안 저는 해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무력감 뿐이지요. 사실 서울을 벗어나 이 산골로 온 것도 일종의 도망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최근에 아주 참패 중에 참패를 당했거든요. 또한 저의 패전으로 인하여 무고한 이가 피해를 입기도 했고 말입니다.”

 차승민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마쳤다.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책감이 가득 보였다. 그리고 그런 차승민을 보는 갈선의 표정에 실망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는 오히려 존경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면서 말하였다.

 “역시 제 눈이 옳았군요.”

 “네? 그게 무슨...”

 “차승민 의원님이 드라마에서 맡았던 배역들... 그것들은 대부분이 세상을 바로잡고 구하려 하는 그런 정의로운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의원님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세상을 위해서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 알았지요. 앞으로 그런 허황된 꿈은 꾸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 더럽고 냉혹한 정치판에 있다가 이런 평화로운 곳에 오니 그런 생각은 더 짙어졌고 말입니다. 아무래도 저는 세상을 바꿀 그릇은 되지 않는 듯하니 이런 곳에 와서 안빈낙도를 하며 사는 것이 어울릴 것 같군요.”

 “그런...”

 차승민의 지쳤다는 표정에 갈선은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설거지만 하였고 그것이 끝난 후 갈선은 김삿갓이 있는 방으로 향하였다.

 “스승님. 갈선입니다. 잠시 뵈어도 되겠습니까?”

 “음? 그래. 들어오거라.”

 김삿갓의 허락에 갈선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진지한 눈빛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김삿갓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네가 이런 눈빛을 할 때는 항상 무언가를 원할 때였지. 그래. 내가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

 “스승님. 세상에는 인연이란 것이 있습니다. 스승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그렇지. 그리고 그 인연처럼 소중한 것이 없고 말이다. 그런데 그것은 왜 말하는 것이냐?”

 “오늘 우리 사원을 찾아오신 분은 이 나라에서 국회의원을 맡고 계신 차승민 님입니다. 이 분은 다른 정치인과 달리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구하고 바꾸려 하시는 분이지요. 이런 분이 우연히 우리 사원에 온 것은 저는 대단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는 우리 시오데란드 교가 이 분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갈선은 굳건한 눈빛을 하며 말하였다. 이것에 김삿갓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돕는다고? 정치인을? 어떻게 말이냐? 우리 교단의 사람은 고작 넷인데...”

 “수는 넷이지만 우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봉신대’가 있지 않습니까. 이것의 힘이라면 분명 저분께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어허! 이놈이 위험한 소리를 하고 있구나!”

 후덕한 눈빛으로 갈선의 말을 들어주던 김삿갓은 봉신대란 단어가 나오자 갑자기 지엄한 눈빛으로 돌변하며 일갈을 했다. 이에 갈선이 말을 멈추자 김삿갓은 말을 이어갔다.

 “우리 시오데란드 교의 존재 이유는 진리의 추구에 있다. 세상을 구하려 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야. 설령 우리의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진리의 추구를 한 후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봉신대를 잘 관리하면서 세상을 탐구하고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을 탐구하고 진리를 알아내려면 세상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산골에 틀어박혀서 무슨 진리를 추구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이래왔기에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를 동안 알아낸 것이 고작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닥치거라. 네가 평소 마을에 자주 나가서 세상의 문물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다. 혈기왕성한 아이를 너무 사원에 가둬두는 것이 안쓰러워 내가 그냥 넘어갔었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섰구나. 당분간 마을로 나가는 것을 금하니 사원에 남아서 참선과 자기 수양에 힘쓰도록 하거라. 더 이상의 항변은 불허할 것이다.”

 “으으... 알겠습니다.”

 그간 김삿갓에게 맞서는 일이 없었던 갈선은 스승의 이 말에 더는 토를 달지 않으며 고개를 숙이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갈선이 스승과 논쟁을 할 무렵 차승민은 사원 내에 없었다. 그는 오랜만에 숲의 공기를 쐴 겸 사원을 나와 숲 속을 거닐고 있었다. 인간의 손길이 거의 묻지 않은 듯 숲은 깨끗한 공기로 가득했고 산새들의 지저귐은 도시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차승민은 그런 기분 좋은 느낌에 절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바로 그 때 그의 귓가에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불순물이 들어간 것 같은 느낌에 차승민은 눈을 떠서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고 곧 그의 눈앞에 10대 중후반의 청년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차승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관찰하였고 곧 그 청년의 앞에 놓인 3개의 종이 인형이 갑자기 혼이 들어가기라도 한 듯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만큼이나 큰 종이 인형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춤을 추었고 마치 서커스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차승민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응? 누구냐!”

 그 소리에 청년은 눈을 부릅뜨며 차승민을 보았고 3개의 종이 인형들은 무술의 자세를 취하면서 차승민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위협을 느낀 차승민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고 청년은 손을 들어 종이 인형들을 정지시켰다. 그리고는 그에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비류에게 들었습니다. 오늘 오신 손님이시군요?”

 “네? 아. 네. 맞습니다. 당신은 그럼 시오데란드 교의 둘째 제자인 이수재 님이시겠군요. 반갑습니다. 하하.”

 차승민은 자기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이수재에게도 극존칭을 쓰며 대해주었다. 그것에 이수재는 잠시 멈칫 하였다가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수재를 보며 함께 미소를 지어주며 차승민은 종이 인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신기하다는 얼굴을 하며 그것을 만졌다.

 “그런데 이 마술은 어떻게 한 것입니까? 마치 인형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는데 말입니다. 무슨 장치 같은 것은 없어 보이는데...”

 “네? 하하. 그것은 마술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도술이요? 영화 속 도사들이 쓰는 그런 비술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이수재는 차승민이 물음에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차승민은 이수재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하며 종이 인형을 샅샅이 살폈다. 뭔가 기계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이수재는 씨익 웃으며 다른 두 종이 인형들을 움직여 서로 싸우게 하였다. 그 움직임은 매우 현란하였고 복잡했다. 그것은 최첨단 로봇으로도 구현할 수 없는 동작이었다.

 그 모습에 차승민은 흠칫 놀라면서 이수재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마 정말로... 도술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입니까?”

 “네. 물론 이 정도 수준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저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하핫. 이런 것도 보여드릴까요?”

 이수재는 우쭐한 얼굴로 양손을 펴서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돌멩이들이 꿈틀거리면서 허공으로 떠올랐고 이수재의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무협지에 나오는 ‘허공섭물’의 모습이었다.

 “히익! 대, 대단하군요. 하하.”

 초능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 모습에 차승민은 감탄을 하며 연신 박수를 쳤고 이수재는 신이 나서 다른 것들을 더 보여주다가 그만 기력이 바닥나고 말았다. 이에 그는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비틀거렸고 차승민은 얼른 다가가서 그를 부축해주었다.

 “괜찮으십니까?”

 “헤헤. 이거 신이 나서 좀 오버를 했군요. 날도 어둑해졌는데 이제 그만 사원으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네. 그래야겠네요. 아무튼 덕분에 오늘 재미있는 구경을 했습니다.”

 차승민은 기연으로 인해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며 이수재와 함께 사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원 입구에서 둘을 기다리고 있던 비류는 반가운 표정을 하며 쪼르르 달려왔다.

 “오늘도 도술 연마를 하고 오셨습니까?”

 “어. 그런데 왜 나와 있어?”

 “그게... 교주님과 갈선 님이 약간 다투셔서 분위기가 영 좋지 않습니다.”

 “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네. 스승님이야 가끔 괴팍할 때가 있다지만 사형은 언제나 스승님을 잘 따라왔었는데 말이지. 무슨 일로 싸운 건데?”

 “정확하게 들은 것은 아닌데 갈선 님께서 이 세상을 위해 우리 교단이 나설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던 것 같습니다. 교주님은 그것에 반발하셨고요.”

 “음? 하핫. 사형다운 일이군. 그분은 워낙 진지하고 세상에 관심이 많아서 말이야. 나는 도술 연마 외에는 관심이라고는 없는데... 아무튼 차승민 님. 저는 가보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이수재는 차승민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비류도 그런 이수재를 따라갔고 홀로 남은 차승민은 갈선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그는 갈선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가 방 밖에서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날이 아직 추운데 왜 나와 계십니까?”

 “응? 차 의원님. 사원 내에 안 계신 것 같은데 숲에 가셨던 겁니까?”

 “헉. 저를 찾으셨습니까.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깨끗한 숲 공기 좀 마시고 싶어서 그만... 그런데 숲에서 재미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갈선 님의 사제라는 이수재 님이 도술이란 것을 쓰던데 정말 신기하더군요. 무협지 같은 것에서나 보던 것이 세상에 실존할 줄이야... 혹시 갈선 님도 그런 것을 쓰실 수 있으십니까?”

 새로운 것을 경험한 차승민은 어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에 갈선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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