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일인지하만인지상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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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3)
작성일 : 19-10-25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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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재 녀석은 도술에 있어서는 천재 중의 천재입니다. 그것에 있어서는 제가 감히 비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도술이라면 그저 빙의술 정도입니다. 물론 빙의술은 수재 녀석이 따라할 수 없긴 합니다만...”

 “빙의술이요? 그 귀신 같은 것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말은... 귀신 같은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입니까?”

 역시 책이나 드라마 같은 것에서만 보았던 개념에 차승민은 크게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이에 갈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해주었다.

 “귀신이라기보다는 ‘령’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겁니다. 세상 만물에는 령이란 것이 깃들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동물이나 식물 같은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귀신이라 부르는 것도 령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와우. 좀 무섭군요. 그럼 혹시 제 주변에도 인간의 령이 돌아다니고 있나요?”

 차승민은 귀신이 실존한다는 것에 기겁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에 갈선은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 아닙니다. 대부분의 령은 육신이 죽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지게 됩니다. 본체가 없는 령은 뿌리 없는 식물과도 같아서 오래 버틸 수가 없지요. 길어야 1년? 간혹 령이 뭔가 큰 충격을 받고 죽게 되었을 때 령의 흔적이 그 시공간에 강하게 남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귀신 목격담은 그런 케이스일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의지가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무언가에 해를 주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신 빙의술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육신 없는 령이 곧 사라진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시범을 보여드리는 편이 낫겠군요. 이런 식입니다.”

 갈선은 뭐라 설명을 하려다가 말이 길어질 것이라고 보고 손을 뻗어 나무에 대었다. 그러면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렀고 그러자 그의 어깨에서 나뭇잎이 몇 장 피어올랐다.

 “와우! 이런 일이...”

 사람의 몸에서 나뭇잎이 자라자 차승민은 다시 한 번 기겁을 하면서 과한 리액션을 보였고 그것이 마음에 든 듯 갈선은 눈을 뜨며 나무에서 손을 떼었다. 그러자 그의 어깨에 있던 나뭇잎들은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대충 이런 식입니다. 생명체에 붙어 있는 령과 교감을 하여 그 능력을 빌려 쓰는 것. 그것이 제 빙의술입니다. 물론 이야기가 통하는 령이어야 가능하다는 페널티가 있기는 합니다만...”

 “대단하십니다. 이 시오데란드 교는 제 고정관념을 깨주는 놀라운 곳이군요. 정말 엄청난 집단입니다.”

 차승민은 흥분한 얼굴로 엄지 척을 해가면서 찬사를 보냈다. 그런 차승민의 반응에 갈선은 이날 스승인 김삿갓과 했던 논쟁을 다시 떠올렸다. 이에 그는 잠시 주저하였다가 차승민을 보며 입을 열었다.

 “차 의원님. 우리 시오데란드 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십니까?”

 “네? 물론입니다. 처음에는 사이비 종교가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정말 관심이 가는군요. 그런데 제게 알려주셔도 되는 것입니까?”

 “안 될 것도 없지요. 부정한 짓을 하는 집단도 아니니 말입니다. 우리 시오데란드 교의 존재 이유는... 봉신대라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 교단의 중앙 건물에 설치된 제단을 말하는 것인데 이 봉신대를 지키는 것이 우리 교단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봉신대요? 그게 뭐죠?”

 처음 듣는 단어에 차승민은 호기심을 불태우며 물었고 갈선은 잠시 갈등하였다가 곧 마음을 정하고 있는 그대로 알려주었다.

 “봉신대... 그것은 언제부터 존재하였는지 알 수 없는 매우 신비한 존재입니다. 우리 시오데란드 교도 최소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봉신대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을 말씀드린다면 봉신대는 인류의 역사에 존재했던 특별한 영웅들의 령을 가둬두는 장치입니다. 제가 아까 령은 육신을 잃으면 곧 소멸된다고 하였는데 이 봉신대 속에서는 령이 소멸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단 의식을 잃은 채로 말이죠.”

 “네? 정말입니까? 그럼 저 안에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영웅들의 령이 있는 것입니까?”

 이날 신기한 것들을 워낙 많이 본 차승민은 갈선의 이런 허황되어 보이는 말을 그대로 믿으며 반응하였다. 상대가 이렇게 리액션을 쳐주자 갈선은 더욱 힘을 받아 말을 이어갔다.

 “정확히 무슨 령이 들어가 있는 지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 교단의 기록들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교단답게 기록들은 꽤 있기는 한데 그 내용을 종합해보면 간단한 결론만이 나옵니다. 그 몇 안 되는 결론은 이렇습니다. 첫째로 봉신대는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이 봉신대의 존재를 절대 개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네? 어째서 그렇지요? 조금 모순된 것 같은데...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모두가 알게 하여 힘을 합쳐 지키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저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교단의 기록지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 세계를 창조한 조물주는... 세상에 알려진 것과 같은 그런 존재가 아닐 지도 모른다.’라는 대목입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 봉신대는 신에게도 감추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런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에 세워진 작은 사원에서 지켜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음...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그렇게 소중한 것이라면 제게 알려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물론 제가 입 싸게 그것을 퍼트리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하하.”

 차승민은 갈선의 말을 종합해보고는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그런 차승민의 말에 갈선은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지막 고민을 마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차승민 의원님. 오늘 제게 하신 말씀이 있었지요. 이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고 싶은데 힘이 부족하다고 말입니다. 제 생각에 그것은 차승민 님의 능력 부족은 아닙니다. 부족한 것은 차승민 님의 높은 이상을 받쳐줄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인재요? 물론 제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유능한 인재는 있습니다. 김다니엘이라고 제 수석보좌관인데 명문대 수석 출신에 무술도 능하지요. 가끔 보면 이런 애가 왜 저 같은 사람을 모시는지 신기하다니까요. 헤헤.”

 “으음... 제가 그 분을 만나보지 못해서 뭐라 평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제가 말한 인재는 그런 부류를 말한 것이 아닙니다. 권모술수를 부리는 악적들로부터 차승민 님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런 지략을 가진 자를 말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차승민 님의 이상을 관철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면 아마 차승민 님은 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갈선은 눈을 번득이면서 조언을 해주었다. 그 말에 차승민은 무언가를 눈치 채고 웃으며 말하였다.

 “하하. 혹시 갈선 님이 그런 인재이신 것입니까? 권모술수 이상의 지략을 부릴 수 있으신 건가요?”

 “저 같이 산속에서만 자란 무지렁이가 그런 것을 해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가진 이를 최근에 보았습니다. 그 봉신대 안에서 말입니다.”

 “네? 봉신대 속의 령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교단의 역사에 저 정도의 빙의술을 가진 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도 안 될 것이라고 보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최근 봉신대에 이상이 생겨서 살펴보던 중 내부의 령과 접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그 령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요.”

 “그 령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갈선이 굳은 눈빛을 하며 말하자 차승민은 극도의 집중을 하며 물었다. 이에 갈선은 말할까 고민하다가 곧 고개를 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령의 정체는 빙의술을 시전한 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봉신대로 가시지요.”

 “네? 거기는 왜... 아! 그 령을 봉신대에서 빼내어서 빙의술을 하시려는 거군요. 그런데 그게 가능합니까? 그렇게 넣다 뺐다 할 수 있다면 봉신대가 아닐 텐데...”

 “훗. 예리하시군요. 제가 하려는 것은... 봉신대의 봉인 해제입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령을 내보내는 것이지요.”

 “네에? 그럼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방금 그 봉신대가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차승민은 갈선이 자신의 손을 잡고 끌듯이 가자 의아함을 느끼며 물었다. 이에 갈선은 고개를 저으며 답하였다.

 “방금 전 봉신대에 이상이 생겼다고 제가 말씀드렸지요. 그 이상은 바로 봉신대의 균열입니다. 오랜 시간 봉신대의 주변을 지키기만 했지, 그것 자체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서 몰랐던 것인데 봉신대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균열을 통해서 내부의 령들 중 일부가 빠져나간 상태였죠.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달일 수도 있고, 몇 년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몇 십 년 전부터 그랬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 균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대로 간다면 봉신대 내부의 모든 령이 다 빠져나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승님과 제가 논의하고 방법을 알아보았으나 그 균열을 막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이게 만들어졌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균열을 막는 방법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쩌면 봉신대의 균열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순리대로 가는 것이 아닐까. 그간 이 세계의 역사에 존재하였던 영웅들의 령을 모아서 관리하였던 봉신대가 드디어 그 힘을 발휘할 때가 되어서 령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제가 그렇게 생각할 타이밍에 맞춰서 인재를 필요로 하는 차승민 님이 이곳에 오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정체를 알게 된 그 령을 제 몸에 빙의시켜서 그 능력으로 차승민 님을 돕는 것. 그래서 이 문제가 많은 나라와 세계를 바로잡는 것 말입니다.”

 “갈선 님...”

 차승민은 갈선의 말에 감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갈선은 벌써 감격하기는 이르다고 말하며 그를 봉신대로 안내하였고 차승민은 곧 꽤 커다란 기둥을 볼 수 있었다. 본능적으로 이게 봉신대라는 것을 알게 된 차승민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그것을 살폈고 갈선은 혹시 주변에 다른 이가 있는지를 살펴본 후 기둥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웠다.

 ‘드드드드’

 그러자 봉신대는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거렸고 곧 라이트라도 단 것처럼 곳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불길해 보이는 색도 있었지만 보는 이의 넋을 잃게 하는 영롱한 빛도 있었다. 이에 갈선은 집중을 하면서도 차승민을 돌아보며 다급히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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