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일인지하만인지상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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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6)
작성일 : 19-10-25     조회 : 321     추천 : 0     분량 : 5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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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어어억’

 “커헉! 뭐, 뭐야.”

 그 일격에 턱이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폭력배는 노인 옆에 나뒹굴었고 차승민은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씩씩 거리면서 말하였다.

 “이런 예의고 뭐고 없는 놈. 어찌 감히 이런 어르신께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 안 그래도 힘들게 폐지를 줍고 사시는 분께 하는 거라곤 술 퍼마시는 짓 밖에 없는 놈이 뭐가 그리 당당하게 나갈 수 있단 말이냐.”

 차승민은 노인을 일으켜 세워주면서 일갈을 하였다. 그 모습에 김다니엘은 흠칫 놀랐다. 언제나 누구를 대하든 존대를 하면서 예의를 잃지 않는 차승민에게 이런 화끈한 면이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는 차승민의 이런 정의로움이 남아있음에 마음 속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면 조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마를 짚으며 말하였다.

 “하아~ 이거 짐 덩이가 둘이나 있었군. 이래서 혼자 오려고 했던 건데...”

 “이 얼굴만 반반한 놈이 지금 뭐라는 거야. 얘들아! 이것들 외부에서 온 놈들 같은데 교육 좀 시켜줘라.”

 “네. 형님.”

 폭력배는 턱을 매만지면서 몸을 일으켰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이 다섯 명이 일어나서 차승민을 포위하였다. 6대1의 구도였고 그런 수의 우위에 자신감을 느끼면서 그 자는 말하였다.

 “이런 건방진 놈. 감히 인산 시 최대 조직인 우리 파이어리츠를 건드려? 너는 오늘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파이어리츠에 맞서서 살아나간 자들이 없는데... 저 친구는 오늘 죽었군.”

 “그러게 뭐 하러 저런 노인네를 구하려 해가지고... 멍청한 친구군.”

 그 자의 일갈에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젊은이들은 죽는다는 말을 매우 쉽게 하면서 시니컬하게 구경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조와 김다니엘은 확실히 이곳은 정상적인 동네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함께 싸울 준비를 했다.

 바로 그 때였다.

 ‘부우웅 퍼어억’

 “쿠악!”

 후드를 깊게 눌러쓴 누군가가 갑자기 파이어리츠의 포위망 후미를 습격하여 뒷목에 당수를 내리쳤고 기습을 받은 폭력배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였다. 이에 다른 다섯 명이 깜짝 놀라면서 그곳을 보았고 그 자는 쉬지 않고 발을 움직여 나머지를 정리하였다. 한 명 당 두 방 이상의 공격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간결한 공격이었고 기세등등하게 차승민을 둘러쌌던 여섯 명의 파이어리츠 조직원들은 순식간에 바닥에 누워서 꿀잠을 자게 되었다.

 “뭐, 뭐야...”

 그 모습에 구경을 하던 이들은 다들 멍한 표정을 지으며 습격자의 얼굴을 보려고 했다. 이에 그 자는 후드를 더욱 깊게 내려서 얼굴을 가린 후 차승민을 보며 말하였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해. 나를 따라와.”

 “음? 아아. 알겠습니다.”

 차승민을 자기를 도와준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호기심을 느끼면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 사내 덕분에 등장 타이밍을 놓친 조와 김다니엘은 이게 무슨 일인가 라고 생각하며 차승민을 쫓았다.

 그렇게 한참을 뛰어서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진 공터로 온 사내는 몸을 돌려서 차승민을 따라오는 조와 김다니엘을 치려했다. 이에 차승민은 눈치 빠르게 손을 뻗어 그를 말렸다.

 “아. 아닙니다. 이들은 제 수행원입니다. 공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 그것보다... 너희는 외부인으로 보이는데 이 도시에는 처음 온 건가?”

 “네? 그것을 어떻게...”

 “뻔한 것이지. 파이어리츠 소속의 조직원을 건드리는 것은 이 도시에서 어지간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그런데 너희는 다른 조직원처럼 생기지는 않았으니 말이야. 그런 자라면 내가 모를 리도 없고.”

 그 사내는 후드를 벗어 얼굴을 드러내면서 그리 말하였다. 대략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얼굴을 한 그는 상당히 강인한 모습이었다. 그 얼굴에 조는 감탄을 하면서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조직에 속한 녀석들 치고는 꽤 약하던데? 네가 열 방도 안 돼서 여섯 명을 정리했잖아?”

 “그건 저들이 조직 내에서 피라미 급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가 도울 수 있었던 것이지. 너희로서도 그나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중견 급에 속하는 자가 당했다면 오늘 파이어리츠 조직원의 5할 이상이 너희를 잡기 위해 움직였을 것이다.”

 “호오~ 보아 하니 이 인산 광역시 속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조는 친근감을 느끼면서 물었고 사내는 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하였다.

 “내 이름은 ‘민호’. 거기까지만 알려주도록 하지. 그럼 이만 가보겠다. 가급적이면 빨리 이 도시를 뜨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민호는 그리 말하고는 빠르게 뛰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런 민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는 빙긋 웃었다.

 “민호라... 제가 관상도 잘 보는 편인데 상당히 상이 좋은 친구군요. 어쩌면 우리에게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

 “훗. 글쎄요. 오자마자 의원님께서 아주 대형 사고를 치셨으니... 저 친구의 충고대로 하는 편이 좋겠지요. 가급적이면 조심스럽게 도시를 탐색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나서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으응... 그러지. 미안.”

 조는 약간 짜증이 난 표정으로 엄포를 놓았고 차승민은 고개를 푹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김다니엘은 뭔가 주종관계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차승민 일행이 인산 시의 현실에 마주하고 있을 때 한희수 일행 역시 인산 시에 와 있었다. 그들은 인산 시 최대 규모의 호텔인 ‘듀퐁트 호텔’의 중앙 식당 메인 룸에 있었다. 그곳에는 한희수 일행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산 광역시의 시장, 소속 국회의원, 검찰청 지검장, 지방경찰청장, 최 유력 언론사인 ‘이선 일보’의 사장, 그리고 주요 조직들의 보스들이 도열하듯이 서 있었다. 한희수는 그 기다란 식탁의 끝에 가서 앉았고 그와 동시에 모두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허허. 그래. 다들 앉게. 오느라 수고 많았네.”

 “감사합니다.”

 한희수가 후덕하게 미소를 지으며 손짓을 하자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그 타이밍에 맞춰 한희수의 뒤 오른편에 서 있던 나은민이 받은 보고서를 읽었다.

 “음... 지난 분기에 인산 시로부터 올라온 정치 후원금이... 조금 줄었더군요. 그 전 분기에 비해 97.7퍼센트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있습니까?”

 “그게... 최근에 인산 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이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인구가 줄어드는 바람에 지역경제도 조금 위축이 되었고 그래서 수금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이해는 갑니다만 계속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겠죠?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인산 시를 위해서 대표님이 광역시까지 만들어주시고 여러 정부 예산을 퍼부어 지원을 해주었기에 이 도시가 이렇게 살찐 것인데 말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분골쇄신의 마음으로 도시를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참 어린 나은민의 지적에 시장은 벌벌 떨면서 답하였다. 그것에 나은민의 옆에 서 있던 방태수는 나은민을 흘겨보며 말하였다.

 “어허! 겨우 그거 줄어든 것 가지고 야박하게도 나오는군. 수금이란 게 그 정도 늘었다가 줄어드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 아닌가. 그리고 그게 어디 시장 잘못인가. 이 녀석들아. 너희가 너무 설치고 다니니까 ‘백성님’들이 겁을 먹고 다른 도시로 도망치는 것 아니겠냐. 좀 적당히 놀아라.”

 “헤헤. 주의하겠습니다. 형님.”

 “나름 신경을 쓰고 있는데 요즘 애들이 하도 자유분방하다보니...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방태수의 말에 여러 조직의 보스들은 웃음을 흘리며 답하였다. 이에 한희수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보스들 중 파이어리츠의 커터를 향해 술병을 들어 올리며 말하였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많은 수고를 해준 이가 있었군. 파이어리츠 조직의 커터 보스. 이리 와서 한 잔 받게.”

 “네. 대표님. 가문의 영광입니다. 하하.”

 한희수의 말에 커터는 황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가 술잔은 내밀었다. 이에 한희수는 커터와 지방경찰청장, 지검장을 보며 말하였다.

 “강형욱이라고 했나? 그 형사 처리는 내가 보기에도 정말 깔끔했어. 다들 수고가 많았네. 수습을 아주 잘 했어.”

 “하하. 아닙니다. 대표님 지시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요.”

 “저희 이선 일보에게 맡기셨다면 부패 경찰로 매도하여 확실하게 보내버렸을 겁니다. 왜 제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한희수의 말에 그들이 만면에 미소를 짓자 옆에서 듣고 있던 이선 일보 사장이 볼멘소리를 하였다. 이에 한희수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허허. 그럴 생각도 했었는데... 그렇게까지 잔인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머리가 나쁠 뿐 나름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는데 부패 경찰의 오명까지 씌우는 것은 좀 미안했어. 유가족들에게도 좀 그렇고 말이지. 물론 사이에 멍청이가 하나 끼어드는 바람에 그 부인도 지금 폐인이 되긴 했지만...”

 “저런. 이거 대표님께서 갈수록 덕이 많아지시는 것 같습니다.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와하핫.”

 “껄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한희수는 이 자리에 모인 여러 인물들의 아첨을 들으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 가운데 유일하게 미소를 짓지 않는 이가 있었다. 그는 조직 ‘안하무인’의 보스 ‘이민식’이었다. 그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하품까지 하였고 이를 포착한 나은민은 인상을 쓰면서 말을 던졌다.

 “이민식 보스는 어째 이 자리가 마음에 안 드신 모양입니다.”

 “음? 뭐라고?”

 나은민의 지적에 각 인사들은 인상을 쓰면서 이민식을 바라보았다. 그런 많은 이들의 눈빛에 이민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면서 태연하게 답하였다.

 “하아~ 이런 자리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말입니다. 너무 구닥다리라고나 할까요?”

 “뭐라고? 이런 건방진!”

 “감히 뉘 앞에서 그런 망발을...”

 이민식의 답변에 각 인사들은 발끈하며 뭐라 하였다. 이에 이민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한희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대표님. 인산 시는 환락의 도시입니다. 이런 잘 만들어진 고급 호텔 식당보다는 제가 운영하는 클럽으로 오셔서 신나게 놀다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우리 ‘루시퍼’ 클럽은 서울 같은 곳에서는 줄 수 없는 화려함과 쾌락을 모두 선사할 수 있습니다.”

 “음? 와하핫. 그렇지. 민식 녀석은 저게 매력이야. 어디에서든 저 향락적인 모습을 잃지 않거든. 대표님. 이런 호텔 분위기는 서울에서도 매번 느꼈던 것이니 오늘은 민식이 말대로 해보시지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허허. 그럼 오랜만에 그렇게 즐겨볼까?”

 방태수의 추천에 한희수도 싫지는 않은 듯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한희수 일행과 인산 시의 주요 인사들은 안하무인 조직의 클럽 루시퍼로 가서 향락을 맛보았다. 루시퍼에는 이민식이 특별히 고용한 음악사들이 뭔가 오묘하면서도 매력 있는 음악을 연주하였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남녀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을 응대했다.

 이민식은 그들 한가운데에서 능글맞게 웃으면서 분위기를 돋우었고 한희수 등은 연신 웃음을 터트리며 마시고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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