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일인지하만인지상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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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힘 가지기 (3)
작성일 : 19-10-25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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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3시간 정도 지난 후 주요 포털사이트의 검색어에는 이 사건과 관련된 단어가 순위권에 올라가게 되었다. ‘혼외자’, ‘강간유도제’ 등등이었고 그렇게 화제를 끌었다고 본 조는 씨익 웃으면서 실명을 흘렸다.

 이에 송창원의 이름은 대번에 검색어 1위로 올라섰고 그와 동시에 조는 포섭해둔 인터넷 언론사들에게 김하정의 인터뷰 영상과 친자확인 검사자료를 보내주었다. 그들은 상위 급 언론사로 뜰 기회라고 보고 이 기사를 바로 올렸고 그게 뜨자마자 다른 인터넷 언론에서 이를 복사하여 거의 똑같은 기사들을 연달아 올렸다.

 그렇게 송창원 스캔들은 인터넷 세상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을 수준이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한희수는 분노하며 자신의 앞에 있는 이를 내려다보았다. 그 자는 다름 아닌 송창원이었다. 한희수의 소환에 바로 응한 것이었고 그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조아리며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하였다.

 “이런 한심한 작자 같으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살던 상관은 없어. 그러나 뒤처리는 제대로 해야지. 어떻게 이런 거 하나 못해서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나.”

 “죄,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파이어리츠 측에서 알아서 잘 처리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습니다. 그런 짓거리를 수십... 아니, 수백 번이나 해대었으니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이 신기했죠.”

 그의 변명에 나은민은 차가운 눈빛으로 지적을 했다. 이에 한희수는 송창원에게 나가 있으라고 한 후 나은민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나? 수습할 방법은 있나?”

 “아니요.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거의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단순히 친자확인 소송을 하거나 수사 의뢰 등을 했다면 바로 정리를 했을 텐데 이 피해 여성이 상당히 머리가 좋군요. 이런 식으로 나오면 법적인 처벌을 피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회생은 불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송창원 시장은 그동안 불안불안 한 데가 있었습니다. 이 기회에 움직이는 똥덩어리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시는 것이 나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후우~ 역시 그래야 하는가. 저 성에 집착하는 것만 빼면 다른 일처리는 훌륭한 편이라서 계속 믿고 맡겼는데... 할 수 없겠군.”

 한희수는 그리 한탄을 하면서 비서에게 송창원을 멀리 쫓아버리라고 지시를 했다. 이에 그는 경비 요원들을 데리고 나가서 송창원을 끌고 갔다. 그것에 밖에서 송창원이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한희수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듯 태연한 어조로 나은민에게 물었다.

 “송창원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는 식으로 정리를 하면 될 것 같기는 한데... 후임 시장은 어떻게 하면 되겠나?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민주당 인사가 당선이라도 된다면 일이 복잡해지는데 말이야.”

 “음... 대표님. 지금은 일단 내부의 혼란부터 잠재우는 것이 우선일 듯 합니다. 이 사태에 대해서 이시원 측에서도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 등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간 송창원이 우리 세력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의원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겠군. 그렇다면 바로 당 회의를 소집하도록 하지. 그 자리에서 인산광역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정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한희수는 나은민의 조언을 바로 받아들였고 나은민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였다. 그 덕분에 바로 다음날 저녁에 당 회의가 열렸고 자유정의당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빠짐없이 모였다.

 이에 나은민은 앞으로 나서서 능숙하게 브리핑을 하였다.

 “다들 오시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계실 겁니다. 송창원 시장이 그간 지위를 이용하여 지역 유지들에게 향응을 제공받아 왔고 거기에는 성 접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한희수 대표님께서는 송창원에게 시장 직 사퇴와 함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이 사람은 한 가지를 더 알고 싶군요.”

 “아. 이시원 의원님. 네. 말씀하시지요.”

 나은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시원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에 나은민은 예상했다는 듯 그를 보았고 이시원의 입이 열렸다.

 “인산광역시는 한희수 대표님과 연이 깊은 곳입니다. 본래 작은 소도시들로 이루어져 있던 그 지역을 통합하여 광역시로 만드신 분이 바로 한희수 대표님이 아닙니까. 그곳 유지들에게 한희수 대표님은 가히 신과도 같은 존재. 그런 이유로 한희수 대표님은 1년에만 3번 이상 씩 인산 시를 방문한다고 들었습니다.”

 “음.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럴 겁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이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관련이 있을 수밖에요. 송창원 시장이 인산 시에서 받은 그런 향응과 성 접대. 과연 한희수 대표님은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

 이시원의 공격적인 질문에 한희수 진영 의원들의 눈빛은 급변하였다. 그러자 방태수가 책상을 쾅 하고 치며 일어나 눈을 부라렸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우리 대표님이 그럼 성 접대라도 받았다는 거야. 이건 뭐 고향처럼 생각하는 곳이라서 매년 방문하여 시찰을 하는 것을 그렇게 곡해하다니. 그 발언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어? 이런 건방진 놈!”

 “예의를 갖추시지요. 같은 국회의원끼리 그런 막말을 하시다니.”

 “뭐야. 어딜 감히 3선 의원 따위가 내게 맞서는 거야. 그리고 저 자식이 하늘 같은 대표님을 먼저 우롱했잖아.”

 이시원 세력의 주축 중 하나인 김승필이 일어나서 맞서자 방태수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일갈을 했다. 그것에 나은민은 한희수의 눈치를 살피면서 마이크를 입에 갖다 대었다.

 “다들 정숙하십시오. 일단 먼저 방태수 의원님. 우리는 다 같은 동등한 국회의원입니다. 초선이고 5선이고 계급의 차이가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대에게 존대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시원 의원님. 우리는 타에 모범이 되어야 할 국회의원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격 모독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이 회의가 외부에 유출될 리는 없겠지만 모름지기 국민의 대표라면 보는 시선이 없을 때에도 선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흥! 이것은 충분히 정황상 가능한 의혹 제기라고 봅니다만? 이에 대해서 한희수 대표님은 해명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시원은 나은민의 제지에도 물러서지 않고 한희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것에 나모두의 시선이 그와 한희수에게로 모아졌다. 그러자 한희수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허허. 해명이라... 보통 이런 상황에 몰리면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더군.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떤 해명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굳이 할 말을 하자면 이 사람은 인산 시를 고향처럼 생각하고 있다네. 그래서 매년 그곳으로 가서 챙겨줄 것이 있나 생각을 하지. 그 과정에서 지역 유지들에게 간단한 식사 대접을 받은 적은 있지만 절대 성 접대 같은 향응을 제공받은 적은 없다네. 그것은 나의 대표직을 걸고 약속을 하지.

 그럼에도 믿지 않는 자들은 내가 여전히 인산 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거기에서 뭔가를 얻어먹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네. 이에 대해 나는 확실하게 정하도록 하지. 송창원의 낙마로 비어 있는 인산 광역시장의 보궐 선거가 있을 것이야. 그 선거에 나갈 자유정의당 후보를 정해야 하는데... 거기에 나의 파벌에 속한 이들은 내보내지 않도록 하겠네. 그럼 되겠나?”

 “으음...!”

 한희수의 파격적인 답변에 이시원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면서 그의 입은 자연스럽게 다물어졌다. 사실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떠든 것일 뿐 한희수를 칠 만한 확실한 물증은 없는 상태였다. 단지 한희수가 인산 광역시의 실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리를 할 경우 그것을 몰아붙여서 정치적 이득을 최대한 뜯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한희수가 너무나 쉽게 포기하자 이시원 세력은 할 말이 없어졌다.

 ‘지금 시점에서... 자유정의당의 그 누가 인산 광역시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겠나.’

 김승필은 그리 생각하며 한희수의 수에 감탄하였다. 사실 인산 광역시의 시장은 정치인에게 그리 좋다고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광역시이기는 하나 그리 큰 도시가 아니었고 그곳의 시장 경력이 생긴다고 하여 국회 내에서 큰 권력을 얻는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기에 시장으로 있는 임기동안 중앙과 멀어지는 단점이 있었고 그만큼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자리였다.

 ‘후후. 게다가 이번 송창원 의원 사건으로 우리 자유정의당의 이미지에 대한 공격이 거센 상황. 그런 어려움 속에서 보궐 선거에 참여하여 민주당을 이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야. 아무리 이시원 측 세력이 더 많은 권력을 노린다고 하여도 이런 계륵 같은 자리까지 가지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은민은 거기까지 계산하면서 이시원 측 세력을 내려다보았다. 실제로 그들은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이에 나은민은 미리 매수를 해둔 중도파 의원 ‘배길남’을 바라보면서 눈짓을 주었다. 적당한 타이밍에 시장 선거 후보로 나서라는 뜻이었다.

 “자. 그럼 한희수 대표님의 해명은 된 것으로 보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최근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우리 자유정의당에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당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도덕성 측면의 점을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집요하게 노리고 들어오고 있지요.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번 보궐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보궐 선거에 내보낼 후보를 오늘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 자원하실 분이 있으십니까?”

 “......”

 나은민의 물음에 자유정의당의 국회의원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정적이 감돌았다. 이에 나은민은 배길남에게 1분 정도 뜸을 들인 후 나서라고 신호를 주었다.

 바로 그 때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뭣? 호오~”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나서자 이 자리의 모두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에 그들은 처음에는 놀란 반응을 보였다가 곧 뭔가 수긍이 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름 아닌 차승민이었다. 그의 등장에 나은민과 이시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상반된 것이었다. 나은민의 눈빛에는 당황이 어려 있었고 이시원은 생각지도 못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자유정의당에서 차승민처럼 대중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사람도 없겠지.”

 “정치계에서는 또라이 같은 존재이지만 대중들은 저런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보는데?”

 “하하. 사실 저 친구는 민주당 같은 패배자들에게 어울리는 친구인데 아주 제격이네. 사실 이번 인산광역시의 시장 자리도 딱 그런 역할이잖아. 중앙에서 멀어져 한직으로 가는 것과 같으니까.”

 그들은 차승민을 바라보며 옆의 친한 의원들과 떠들었다. 그 반응은 대부분이 호의적인 것들이었다.

 “흠흠... 차승민 의원님. 제가 알기로 인산 광역시 쪽에 전혀 연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시장을 하시려는 것입니까?”

 “네? 질문이 이상하군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서울 사람이거나 강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대한민국의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인산 광역시의 시장에 출마하는데 문제가 있습니까?”

 “하하. 그게 아니오라... 지방 사람들일수록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타 지역 출신의 사람이 출마를 하면 거들떠도 안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측에서도 인산 시 출신 의원을 내보낼 거란 말이 있습니다. 이대로 차승민 의원님이 나선다면 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차승민의 논리가 박힌 반박에 나은민은 조금 당황하였지만 그것을 최대한 억제하며 답하였다. 이에 차승민은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을 그대로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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