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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말하라구.
작가 : 랑다정
작품등록일 : 201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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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작성일 : 16-09-09     조회 : 1,762     추천 : 3     분량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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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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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logue 01

 

 

 

 

 

 ​

 

  삐지직- 견고한 창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신선한 공기가 폐부로 꽈악 들어찼다. 발그레하게 달아 오른 볼이 찬 바람에 식혀져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을 그대로 만끽하며 창문 틈 사이에 턱을 괴고 까만 하늘을 바라보다, 멍해지는 시야와 함께… 머릿속을 텅텅 소리가 나게 싹- 비워 버렸다.

 

 

 

 

 

  '지이잉-'

 

 

 

 

 

  머리를 비워내기가 무섭게 그의 얼굴로 머릿속이 꽈악 눌러 찼다.

 

 ​

  그다.

 

 

  액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다 같은 진동 소리라도. 어쩐 일인지 그가 걸어오는 진동 소리는 다른 것만 같다. 그래서 이번에도 영락없이 단, 일초 만에 알아차렸지만, 부러 바로 받지 않는다.

 

 기다렸다면 기다린 전화를 속으로 십초쯤은 더 세고 나서야 미간을 찌푸리며 받을 준비를 한다.

 

 

 "… 여보…세요? "

 

 

 최대한 설레는 울렁거림을 티 나지 않는 심호흡으로 겨우 잠재우고, 굉장히 무심한 척. 나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태연하게 굴었다. 새어 나오는 숨소리마저.

 

 

 

 

 

 째깍. 째깍.

 

 ​

 

 

 

  고요한 공간 속에 울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이 긴장감을 더해갔다. ​이제 막, 간신히 숫자 11에 닿은 작은 바늘. 내 마음 처럼, 아슬아슬해 보이기까지 했다.

 

 

 

 ─ 아직… 안 잤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첫 한마디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찬 바람으로 식혀졌던 볼이 다시 붉게 물들어 가고, 수화기 너머로 휴대폰을 손톱으로 북북 긁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까지, 맨바닥에 발을 동동 굴릴 만큼 좋았다.

 

 ​

  비록, 얼굴은 보지 못 하지만, 오히려 이 통화가 영상통화가 아닌 음성이라는 것에 다행스러워했다. 숨길 수 없을 만큼,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와 주체를 할 수 없었다.

 

 자꾸 제자리로 당겨 놓으면 어디론가 삐죽 삐뚤어지는 입술. 허벅지를 손톱으로 누르며 애써 웃음기를 삼킨 나는 간신히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어. 할게 좀 있어서-"

 

 

 

 는 무슨. 내내- 멍 때리고 있었으면서. 어쩌면 내내 멍 때린 것이 아니라,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 아….

 "근데, 왜 전화했어?"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괜히 더욱더 차갑게 포장하고, 또 포장하고 감정을 깨끗이 지워낸 채 내뱉었다.

 

 

 

 ─ 아, 있지이….

 

 

 

  있지이이…

 

 

 ​그런데 그의 목소리에 자꾸만 흔들렸다. 신경질나게 귀엽다. 끝을 애교 있게 꽤나 길게 늘어뜨려 대답하는 그는 나를 말려 죽일 작정인가 보다.

 

 

 

 "응."

 

 ​

 

 그리고 겨우 대꾸할 수 있었다.

 

 

 ​

 ─ …음… 그,그러니까….

 "……………."​

 

 

 

  정말이지 고구마를 한 입에 한가득 물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것처럼 목구멍이 답답했다. 전화한 용건이 있었을 텐데… 한참을 뜸을 들이며, 쉽게 말을 하지 못하다가

 

 

 

 

 ─ 그래!

 "……………."

 ─ …ㅇ,우리…동아리… 회…비… 얼마…랬지?

 

 

 방금 생각이라도 난 듯 묻는 그.

 

 

 

 

 "지금. 그거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정말 그게 다야?

 나한테 할 말 더 없어?

 

 

 

  사실 기분이 설렘 반, 답답반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설렘도 답답도 아닌 제 3의 감정이 자리하려 했다. ​

 

 

 

 

 ─ …어? …어.

 

 

 

 너의 우유부단한 행동 때문에.

 

 백 이현. 이 겁쟁이-!!

 

 

 

 

 "5만원."

 

 

 ​

 

  화가 나 까칠하게 대꾸했다. 후우- 입김을 불자 앞머리가 훅- 들춰지다 내려앉는다.

 

 

 

 

 

 ─ 아하아- 맞다. 그래 5만 원이었지. 알려줘서, 고마워.

 "……………."

 

 ​

 

 ​ 방금까지 설레서 삐죽였던 입술이 굳게 닫힌 채, 시선은 허공을 향했다. 대신 입술 살을 잘근 잘근 씹던 난, 어느새 입술에 있는 껍질을 씹고 있었다.

 

 

  정말로 나한테 할 말이 더 없냐구.

 

 ​

 

 ​

 ─ 영원아.

 "……………."

 ─ … 잘 자아-

 

 

 ​

 

 

 말해, 말하라구.

 

 

 

 

 "……………."

 ─ …………….

 

 

 

 

 그리고 5분 같던 5초의 정적이 흘렀다.

 

 

 ​

 

 끝내 듣고 싶은 말은 듣지 못 한 채

 

 

 

 

 

 

 

 달칵-

 

 

 

 

 

 

 

 여운이 남는 숨소리가 끊겼다.

 

 

 

 답답하기 짝이 없네.

 

 ​

 

 ​

 

 우당탕탕- 끊긴 전화기를 냅다 바닥에 꽂듯 던져 버렸다. 애꿎은 전화기에 화풀이 한 것이다.

 

 

 

 

 

 고작 동아리 회비?!

 이럴 거면,

 대체 왜 전화 한 건데-!

 

 

 

 

 

 

 

 

 

 

 

 

 

 

 

 

 

 

 

 

 

 

 

 

 

 

 

 

 

 

 

 

 

 

 

 

 

 .

 

 .

 

 .

 

 

 

 

 

 

 

 ​

 

 ​

 

 ​

 

 ​

 

 ​

 

 ​

 

 ​

 

 

 

 '네 목소리 듣고 싶어서.'

 

 

 

 

 

 

 

 

 

 

 

 

 

 

 

 

 

 

 

 

 

 

 

 

 

 

 

 

 

 

 

 

 

 

 

 

 

 

 

 

 

 

 

 

 

 

 

 

 

 

 

 

 

 

 

 

 

 어쩌면 지금이 더 좋은 시절이었다는 걸.

 그때의 너와 난,

 

 …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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