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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쥬뗌므
작가 : gloryr****
작품등록일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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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에피소드-3
작성일 : 19-10-26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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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이 다 바래진 중학교 교복을 입은 고독한이 집에서 뛰쳐나왔다. 자기 손으로 제 목을 조르며 숨을 힘겹게 토해냈다. 그의 눈에 초점이 흐릿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어둠 속을 걸었다. 희미한 달빛만 말없이 그를 뒤쫓았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네온사인 불빛이 반짝거리는 한강 다리였다.

 

  고독한은 한강 다리 난간 앞에 기대어 섰다. 강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한강 다리 밑 어두운 물결 위로 알록달록한 불빛이 흔들거렸다.

 

  난간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자 다리 아래에 존재하는 어둠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다리를 타고 스멀스멀 위로 올라왔다. 끝내 목에 남은 붉은 손자국이 있는 곳까지 닿았다.

 

  어둠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색이 바래진 교복은 바람에 펄럭이고, 바람은 그를 붙잡고 어둠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이대로 몸의 중심을 조금만 앞으로 기울이면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을까.

 

  그의 상체가 천천히 난간 밖으로 기울었다. 그를 붙잡고 있는 건 차가운 난간이었다. 그는 난간을 타고 올라가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어둠이 살갑게 피부를 건드렸다. 바람이 끌어당기는 손길도 전보다 더 강해졌다. 이제는 버티지 않으면 다리 아래로 곧장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난간을 잡고 있던 그의 손가락이 하나씩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도 더 심하게 휘청거렸다.

 

  차라리 어둠 속이 더 편할지도 몰라.

 

  그의 얼굴에 평온함이 깃들었다. 그는 난간을 잡고 있던 마지막 손을 완전히 놓았다. 그러자 어둠은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몸이 사정없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아래로 떨어져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걸."

 

  미성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 반쯤 걸친 고독한을 붙잡았다. 고독한은 위태로운 난간 밖에서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의 몸이 바람따라 앞뒤로 휘청거렸다.

 

  난간 안쪽에는 새하얀 청년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청년의 하얀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가 빛이 났다.

 

 "죽고 싶니? 죽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청년은 난간 밖에 선 고독한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 고독한은 흐릿한 눈으로 그의 눈을 마주 봤다. 청년의 눈은 어둠 속처럼 텅 비어 있었다. 감미로운 미성의 목소리가 한강 물결 위에 울렸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줄게."

 

  청년이 난간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고독한은 어둠 속에서 청년의 얼굴을 봤다. 새하얀 청년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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