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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목숨 받아드립니다
작가 : venividivici
작품등록일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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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성일 : 19-10-26     조회 : 304     추천 : 1     분량 : 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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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님은 날 빤히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거리...”

 “왜? 싫어?”

 “아, 아뇨. 그럴 리가.”

 

 전혀 기대를 안했던 탓인지 좀 놀랍다. 팀장님이랑 내가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이긴 해도, 일거리를 물어다 줄거라곤 전혀 생각 못했으니까. 이럴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박 형사 붙들고 시간낭비 할 게 아니라, 팀장님에게 뭘 좀 부탁할 걸 그랬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인마.”

 “좀 예상 못했던 상황이라...”

 “어?”

 “팀장님이 절 이렇게 챙겨주실 줄은 몰랐죠.”

 “짜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무슨 일입니까?”

 

 팀장님은 괜히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내 동생 알지?”

 “동생? 팀장님 동생요?”

 “그래.”

 

 팀장님에겐 여동생이 하나 있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사모님이 결혼 전에 둘 사이를 질투했을 만큼 우애가 좋다고 했던 것 같다.

 

 “알긴 알죠.”

 “그러니까.”

 

 팀장님은 다시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더니 작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 동생이 아들이 있어. 지금 고등학생이고.”

 “근데요?”

 “얘가 좀 골치를 썩여서 말이야.”

 

 동생의 아들이라면 조카란 소리다. 고등학생 조카가 말썽을 부릴만한 일이면...

 

 “뭐, 누구 괴롭히고 다닌대요? 아님 괴롭힘당하나?”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런 거였으면, 인마. 내가 당장 가서 확 갖다 그냥... 어?”

 

 팀장님은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뭔데 이렇게 쓸데없이 뜸을 들여.

 

 “애는 착해. 내가 집에도 자주 못들어 가잖냐. 그러니 내가 걔를 보면 얼마나 자주 보겠어. 끽해야 1년에 한 두 번 정돈데, 아무튼 꼬박꼬박 인사도 잘하고, 아주 얌전하고 어?”

 “그래요?”

 “그래. 거기다 공부도 잘한다거든. 반에서 1,2 등은 하는 것 같으니까.”

 “그럼, 문제가 뭡니까?”

 “그게.”

 

 팀장님은 작게 한숨을 푹 쉬곤 말을 이었다.

 

 “집에 잘 안들어오나봐.”

 “예?”

 “밖에서 뭘 하는지 툭하면 집을 나가고, 왜 그러냐하면 잘 대답도 안 하고 그런 가봐.”

 “음. 뭐, 사춘기면 다 그런 거 아닌가? 고삐리가 집도 좀 나가고, 반항도 좀 하고 그래야죠.”

 “그게. 인마. 너 아직 결혼을 안해서 그래, 짜샤. 그게 니 아들이면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안 된다니까.”

 “뭐...”

 “그리고, 애가 지 애비랑 사이가 썩 좋은 건 아닌 것 같더라고.”

 “왜요?”

 “그런 것 까진 나도 모르지. 아무리 동생이라도 부부관계에 자식이야기를 시시콜콜 물어볼 수도 없고...”

 

 거, 참. 사춘기 고삐리 하나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제대로 보내는걸 뭐 어쩌란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돈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거기다 팀장님이 끔찍이 챙기는 동생일이니까, 잘 해결해주면 이래저래 도움이 되기도 할 것 같고.

 

 “특별히 사고를 쳤다거나 그런건 아닌거죠?”

 “어? 아. 집에 안 들어온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지금 어디있는 지는 몰라요?”

 “몰라. 학원도 안 가는 것 같으니 알아볼 데도 없는 것 같고.”

 

 어디 친구집 같은데 쳐박혀 있겠지.

 

 “그럼 전 뭘하면 됩니까?”

 “걔 좀 찾아서 집에 들여보내. 다시 그렇게 부모한테 말도 안하고 가출도 못하게 하고.”

 “예? 그걸 제가 어떻게...”

 “왜?”

 “아니, 그걸 어떻게 해요?”

 “그건 니가 알아서 해야지, 짜샤.”

 “하.”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애를 집에 데려다 놓는 것도 모자라서,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애로 만들라는 거 아닙니까.”

 “그래. 맞아.”

 “아니, 제가 그걸 어떻게.”

 “어떻게 좀 해봐.”

 

 이 양반은 아직 내가 자기 아랫사람인줄 아나. 대충 어거지로 시키면 어떻게든 할 줄 아나보다. 이건 내가 하기 싫은 걸 떠나서 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아니, 그것보다 지금 나한테 고작 그런 일을 시키는 건가. 내가 진짜 무슨 심부름센터 용역꾼인줄 아나.

 

 하긴, 돈만 충분히 주면 뭐...

 

 “그럼, 얼마나 주실 겁니까?”

 “뭐?”

 “수당이요.”

 “야. 너 나한테 지금 돈을 받겠단 거야? 너 인마. 우리 사이가 인마.”

 “에이. 저 개인 사업자예요. 무료봉사 안 합니다.”

 

 팀장님은 날 한참 노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에이. 그래. 내 드러워서 어휴.”

 

 팀장님은 뒷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지갑을 꺼냈다.

 

 “자.”

 

 팀장님이 내민 손에는 만원짜리 세 장이 쥐어져 있다.

 

 “예?”

 “왜? 더 달라고?”

 

 팀장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만원짜리 한 장을 더 꺼냈다.

 

 “자.”

 

 이게 지금 무슨...

 

 “팀장님. 지금 저랑 장난 하시는 건 아니죠?”

 “야. 내가 지금 한가하게 너랑 장난이나 하게 생겼냐?”

 “그럼.”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다른 소리 더하기 전에 꾸벅 고갤 숙였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뭐? 야. 이 새끼. 옷 벗더니 돈독이 올랐나. 적어서 그래? 자, 만원 더 줄게.”

 “조만간 식사나 하시죠. 전 박 형사랑 오늘 점심 약속이 있어서.”

 

 한 번 더 고갤 숙이고 돌아섰다.

 

 “야. 이석철. 야 인마.”

 

 뒤통수에다 대고 소릴 질러대는 팀장님을 두고 사무실 문 앞까지 걸어가 박 형사를 불렀다.

 

 “야. 밥 먹으러 안 가냐?”

 “예. 팀장님. 저 밥 먹고 오겠습니다.”

 “저, 저.”

 

 무슨 말을 더 하려는 팀장님을 두고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옆에서 박 형사가 키득거렸다.

 

 “왜 혼자 쳐 웃고 지랄이야.”

 “아. 엥간하면 하시죠?”

 “뭘?”

 “팀장님 조카 그거요.”

 “미쳤냐? 내가 그렇게 한가해보여?”

 “한가하시잖아요.”

 “야.”

 

 그렇다. 한가하긴 하다. 그러니 경찰서까지 무작정 찾아와 이러고 있는 거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내가 걔를 무슨 수로 찾으며, 찾는다 한들 무슨 수로 집으로 보내며, 보낸다 한들, 무슨 수로 다시 가출 못하게 만드냐?”

 “그게 선배 일이죠. 제가 그걸 알면 제가 하고, 팀장님께 큰 소리 좀 치겠네요.”

 “시끄럽고. 오늘 점심은 뭐 먹냐?”

 “그냥 요 앞에서 대충 떼우죠. 오늘 서류 쌓인게 많아서 다 쳐내야 되요.”

 “드럽게 바쁜 척 하네.”

 

 박 형사는 대답없이 내 어깨를 툭쳤다. 계단을 다 내려와 경찰서 건물 문을 나섰다. 기다렸다는 듯 찬 바람이 온몸을 덮쳐온다.

 

 “아오, 씨.”

 

 주차장을 빠져나와 입구에 멈춰서자 낯익은 건물들이 죽 늘어서있다. 그만두기 전까지, 매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던 곳이다.

 

 괜히 특별한 기분이 드는.... 그런 일은 없다. 그만둔 지금도 툭하면 와서 시간을 때우고, 밥을 얻어먹기도 하니까.

 

 “어디 갈거야?”

 “그냥 순대국밥이나 먹죠.”

 

 박 형사는 종종걸음으로 날 지나쳐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맞은 편 건물들을 살핀다.

 

 어째 뭔가 다르다.

 

 “야.”

 “예?”

 “저기, 저 안경점. 저게 원래 저기 있었던가?”

 “아뇨. 그거였잖아요. 무슨 스파게티집.”

 “아.”

 

 이 동네에서 누가 저런 델 갈까 싶었던 그 식당자리구나. 장사가 잘 안될 것 같은데 꽤 오래간다 싶었더니 결국 문 닫고 간 모양이다.

 

 곧 신호가 바뀌었고, 우린 횡단보도를 건너 경찰서 맞은 편 건물의 순대국밥 집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인지 말많은 사장이 안 보인다. 뭐, 상관없겠지.

 

 점심시간의 번잡한 식당 안에서, 맞은편에 앉은 박 형사를 보며, 뭔가에 쫓기 듯 후루룩 밥을 삼키고 있으니, 예전과 다른 점이 뭔지도 모르겠다. 밥을 다 먹고나면, 다시 사무실로 복귀했다가, 둘이서 차타고 돌아다녀야 할 것 같은 기분.

 

 “선배. 농담아니고.”

 

 박 형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 컵을 집어들며 말을 이었다.

 

 “진짜 잘 생각해봐요.”

 “뭘?”

 “아까 팀장님 얘기요.”

 “야 이씨. 밥 먹을 땐 깐족거리지 마. 국물을 확 그냥.”

 “아니. 진짜로. 팀장님 저 이야기, 사실 저한테도 몇 번 하셨던 이야기고, 아마, 잘 해결하고 나면 큰돈을 주진 않아도 이래저래 챙겨 주실 거예요.”

 “무슨 소리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 조카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아서요. 그리고, 팀장님 성격 아시잖아요. 뭐라도 챙겨줄 구실을 찾는 거일지도 모른단 생각 안 들어요?”

 “음.”

 

 팀장님이 괄괄한 성격에 제멋대로긴 해도, 자기 식구는 어떻게든 안고 가려는 사람이긴 하다. 그래서 내가 옷 벗을 때도 어떻게든 해주려다 괜히 같이 엮일 뻔 하기도 했었고.

 

 “그래도, 야. 내가 고삐리랑 뭘 하냐 하긴.”

 “뭐...”

 

 녀석도 말문이 막히는 지 괜히 물 컵만 만지작거렸다.

 

 뭐라도 하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무거나 하고 싶진 않은 것 보면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시죠?”

 

 박 형사는 가만히 내 얼굴을 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곤 언제나 그렇듯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먼저 나가버렸다.

 

 박 형사를 따라 밖으로 나와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내게 라이터를 내미는 박 형사. 녀석의 입에도 어느새 담배하나가 물려 있다.

 

 “후우.”

 

 입김인지 담배연기인지 모를 하얀 연기를 내뿜었다.

 

 “사무실 들어가실 거예요?”

 “몰라. 전단지라도 만들어서 뿌려볼까.”

 “돈 아깝게...”

 

 녀석은 피식 웃으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이대로 돌아 가봐야 할 일도 없다. 그렇다고 어디 갈 곳도 없고, 여기 있을 수도 없으니...

 

 “그럼 전 들어가 보겠습니다.”

 “어? 어. 그래.”

 “내일은 저 사무실에 없을겁니다.”

 “어?”

 “점심은 알아서 해결하시라고요.”

 

 박 형사는 웃으며 말하곤 돌아섰다. 혼자서 멍하니 순대국밥집 문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따뜻한 국물을 먹고 나와서 인지 추위는 좀 덜하지만, 막상 내 사무실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괜히 서글픈 기분이다.

 

 어디 갈만한 곳이 없을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찬바람을 헤치며 걷다보니 사무실 건물이 보인다.

 

 사무실 건물 앞에는 커다란 트럭과 책상, 의자 등이 나와 있다. 건물 입구로는 건장한 남자들이 박스들을 들고 나오는 게 보였다. 좀 춥긴 하지만 건물 입구에 서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좀 쉬죠.”

 “안 돼. 바로 청소하러 온댔어.”

 

 박스를 나르던 남자 둘의 대화를 듣다 슬쩍 끼어들었다.

 

 “누가 이사 나가나 봐요?”

 “아. 5층에 학원이요.”

 

 어째 학생들도 별로 안보이고 곧 망할 것 같더라니 망했나보다.

 

 “아이, 담배 하나만 피우고 해요.”

 “그럴 시간 없다니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승합차 하나가 와서 길가에 멈춰 섰다. 승합차엔 푸른색 글씨로 ‘씽씽클린’ 이라 쓰여 있다.

 

 “정리는 다 됐습니까?”

 “아, 아직요. 곧 됩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승합차를 향해 그렇게 말하곤 쉬자고 조르던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거봐, 왔잖아.”

 “드럽게 빠르네.”

 

 둘은 다시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막 도착한 승합차에서 뒷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날 흘끔 보더니 돌아서 소리쳤다.

 

 “일단 기다리고 있다가, 일 끝나면 연락해.”

 

 남자는 다시 돌아서 날 흘끔 보더니,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승합차에는 남녀 두 쌍이 청소도구들을 꺼내며 내리는 게 보였다.

 

 “어, 추워.”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버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또 사무실에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천천히 계단을 올라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한쪽 구석의 간이침대와 그 위에 대충 널브러져 있는 이불도 그대로다.

 

 침대에 옷을 입은 채로 간이침대에 걸터앉았다. 멍하니 앉아있기엔 책상 앞보단 여기가 편하다.

 

 사무실 안은 외투를 함부로 벗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춥다.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것만 해도 바깥보단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조금 전 먹은 점심 때문인지, 걸터앉은 곳이 간이 침대이기 때문인지 졸음이 쏟아진다.

 

 아, 지금 내가 이렇게 졸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아닌....

 

 아...

 

 ㅇ.......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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