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큰길가에 자동차를 세웠다.
얼마 만에 여길 찾아온 건지 모르겠다. 이 인간이 손 씻고 나가 새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오고 처음이니까 대강 4년 정도 됐으려나.
물론, 그 뒤로도 명절 때마다 안부문자를 보내오긴 했으니, 그렇게 거리감이 있진 않다.
어제밤 꿈에는 또 그 이상한 남자가 나왔다.
그래도 몇 번 봤다고 이 남자가 더 이상 께름칙하지 않은 게 신기하기도 하다.
맞고 틀린 걸 떠나 방법을 자꾸 제시해 주는 것도 남자를 경계하지 않게 된 이유인 것 같다.
아무튼, 한참동안 내 이야기를 들은 남자는 내게 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쳐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 학교에서 활개치는 양아치 놈들보다 더 쎈 놈들을 쓰면 좀 얌전해 지지 않겠냐는 거다.
아침에 잠에서 깬 뒤 조금 알아봤더니, 실제로 이런 일을 하는 곳도 있었다.
왕따를 당하는 애들 옆에 개인 경호원처럼 붙어서 통학시키고 따라다니는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곳. 험악한 인상과 몸을 덮은 문신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 같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얼마나 통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기까지 왔는데 해봐야지.
차에서 내려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비슷하게 생긴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는 동네.
조금 걸어 골목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언젠가 한 번은 본 것 같은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저 멀리 여러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 서 있는 집이 보였다.
짚 앞의 군중들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둥그렇게 서 있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은 나름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 있었다.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대문 앞에 섰다.
‘상주 건달신 사주팔자 운세’
대문에는 노란바탕에 빨간 글씨로 요란하게 쓰인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조용한 동네에 비교적 값나가 보이는 집과 어울리지 않는 조잡한 간판이었다.
“잠시만요. 좀 들어가겠습니다.”
줄 서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새치기야?”
“아저씨. 우리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뭐하는 거예요?”
“여기 다 급한 사람들이야. 어디서 새치기를 하고 있어?”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한마디씩 하기 시작한다.
“번호표 들고 있는 거 안보여요?”
난 그들을 한 번 훑어보곤 애써 웃음 지으며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점 보러 온 게 아니라서요. 금방 나옵니다.”
특별히 겁을 주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내 짧은 말에 어떤 위압감이라도 느껴졌는지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문을 막고 서 있던 사람은 슬쩍 비켜서 주기 까지 했다.
대문 안으로 들어오니 좁은 마당에도 줄을 서 있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무슨 특별한 능력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도록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 인간도 그 동안 잘 지내고 있었나보다.
개소리나 하다 쫄딱 망할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난 다시 마당에 선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집의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마당 안의 사람들도 날 쳐다보기만 할 뿐, 날 가로막는다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비교적 수월하게 현관문 앞까지 도착했다.
살짝 열려 있는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잠시 후 문이 활짝 열리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에? 지금 신령님이 쉬는 시간 이십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처음 보는 남자가 나와 턱을 치켜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이 남자는 아무래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다.
하긴, 아는 게 더 이상하지.
일일이 설명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아 남자의 어깨를 붙잡고 천천히 밀고 들어갔다.
뒤에서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지만 무시하고 현관문을 닫았다.
“뭡니까? 당신 뭐야?”
남자는 내게서 뭔가를 느꼈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 그러는데.”
남자에게 짧게 말하고 거실을 둘러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은 거실에는 필요이상으로 많아 보이는 소파들이 있었고, 세 개의 방문은 모두 닫혀있었다. 소파의 가운데 테이블에는 미용실이라도 되는 듯 각종 여성용 잡지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다.
주방 쪽에는 아무도 없는 듯 인기척을 느낄 순 없지만, 어디선가 음식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집을 돌아보며 놈을 찾는 건 어색할 것 같아 거실에서 크게 소리쳤다.
“조문상이 나와라-”
“당신 뭔데 우리 신령님을 함부로.”
“조문상이, 나와라. 안 나오면 집 다 태워버린다-”
“여봐요.”
남자가 날 말리려는 데 뒤쪽에서 끼익하는 문소리에 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이리 소란스러워?”
뒤를 돌아보니 반가운 얼굴이 서 있었다.
“조문상이.”
문상이는 검은 정장바지에 몸에 딱 붙는 하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목부터 시작된 형형색색의 문신이 손등까지 이어져 있었고 목에선 굵은 금목걸이 세 개가 번쩍번쩍 거렸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고 있는 문상이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굳어있던 녀석은 내가 점점 다가가자 어색하게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와우. 이 형사님.”
난 녀석을 향해 계속해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조금 전까지 날 말리려던 남자는 형사란 말에 놀란 건지 가만히 나와 문상이를 보고 있을 뿐이다.
방문 앞에서 두 팔 벌리고 서있는 문상이 녀석의 가슴팍을 밀었다. 녀석은 곰이 재주부리듯 방안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난 녀석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
“오랜만이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날 흘끔거리던 녀석은 내 눈치를 살피다 곧 허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예전부터 얼굴 표정만으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저 녀석의 표정으로 보건데, 녀석은 자신의 억울함을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 형사님. 오랜만에 보는 동생에게 갑자기 이게 뭡니까.”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녀석은 예전보다 덩치가 더 커졌고, 얼굴에는 처음 보는 흉터도 곳곳에 있었다.
“동생 같은 소리하네. 이 깡패새끼가.”
“아니, 손 씻고 나온 지가 언젠데 이러십니까.”
“시끄러, 이 깡패놈아. 이거 한창 조직에 있을 땐, 바늘 무서워서 문신도 안하던 놈이, 신내림 받고선 온 몸을 문신으로 덮었냐?”
“예?”
녀석은 자기 팔을 내려다보더니 부끄러운 듯 웃었다.
“아, 이거 바디페인팅 할 때 쓰는 물감입니다. 하하, 이것도 다 특수 분장에서 쓰는 것들인데.”
녀석은 내 앞에서 알몸이라도 보인 것처럼 부끄러워하며 자신의 얼굴에 나 있는 흉터와 팔을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봐도 참 어이가 없는 놈이다.
“너 아주 살만한가 보다?”
“예?”
“바깥에 아주 줄이 쭉 늘어서가지고 북적북적 하던데?”
“아.”
녀석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저희 신령님이 절 잘 보살펴 주시고 계시.”
“시끄러, 인마.”
“아, 음.”
녀석은 아무래도 불안한 듯,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 형사님이 여기까진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왜? 오면 안 되냐?”
“아니, 바쁘실 텐데... 혹시 요즘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래. 힘들어 죽겠다, 아주.”
“엇,”
놈은 한껏 오버하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액운이라도... 제가 한 번 봐드리겠습니다. 잠시만...”
녀석은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순간, 요즘 내 꿈에 나오는 그 요상한 남자가 귀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에, 문상이 놈이 뭐라고 할 지 궁금해졌다.
놈은 날 빤히 보다 작은 소리로 중얼대기 시작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야 이씨.”
소릴 지르며 앞에 놓인 상을 내리쳤다.
“아, 깜짝이야.”
놈은 화들짝 놀라며 날 노려본다.
“아, 형사님. 갑자기 그러시면 안 됩니다. 얼마나 위험한데, 이게.”
“됐고, 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예?”
“내가 요즘 혼자 일하려니까 일손도 부족하고, 마침 너한테 딱 맞는 일이 있거든.”
“아. 그러고 보니 박 형사님은 어디가고 왜 혼자 오셨습니까?”
이 놈은 내가 옷 벗은 걸 아직 모르고 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까, 그냥 대충 넘어가는 게 나을까 고민된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내 표정에 티가 났는지 놈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속삭였다.
“때려쳤다.”
“예?”
“경찰 때려 쳤다고.”
“아.”
“그니까, 나 좀 도와라.”
“아.”
놈의 표정이 천천히 바뀌었다. 그리곤 몸을 슬쩍 뒤로 제치며 말했다.
“아, 그럼 이제 형사님이 아니네.”
“뭐?”
“그럼 이제 이석철씨 라고 불러야 하나?”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놈을 보니 또 어이가 없다.
“너 뒤질래?”
“아이, 경찰 ‘출신’ 인 분이 선량한 시민을 공갈협박 하면 쓰나. 지금 이것도 엄연히 영업방해인데.”
이래서 이런 놈들과는 가능하면 안 엮이려던 건데.
놈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슬쩍 움찔하며 눈동자를 피하는 녀석의 눈앞에 내 얼굴을 들이 밀었다.
“내가 누군지 까먹은 건 아니지? 내가 경찰이 아니면, 무슨 짓을 더 할 수 있을지는 생각 안해봤나 보네? 공갈협박? 너 진짜 내가 한 번 괴롭혀줄까? 어떻게 되나 볼래?”
“어떻게 하시려나? 주먹질로 어떻게 할 순 없을 텐데...”
놈은 주먹을 꼭 쥐어 보였다. 같잖은 놈.
“니가 했던 수많은 일들이 아직 내 손에 그대로 있어. 알아? 전부다 공소시효가 안 지난 것들이거든? 지금 박 형사한테 전화한통하면, 너랑 니 똘마니들 단체로 손잡고 뒤질때까지 콩밥만 먹일 수도 있어. 요즘 누구한테 안 쫓기고 안 맞으면서 돈 좀 만지니까, 니 놈이 예전에 뭘하고 살았는지 잊었나본데, 다시 생각나게 해줄까? 내가 말보단 몸이 먼저 움직이는 놈이란 건 알고 있지? 이게 마지막이야. 또 개겨봐. 그땐 말 대신 바로 처리해줄 테니까.”
가만히 눈만 깜빡이던 놈이 웃었다.
“하하. 참.”
고개를 돌린 녀석은 또 오버해서 웃기 시작했다.
“카하하하하하하, 아이고. 하하하하하.”
한참을 웃던 놈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아유. 장난입니다. 장난. 이렇게 순진한 분인 줄 몰랐는데.”
“지랄하지 말고. 너 한번만 더 이딴 식으로 나오면, 나 가만히 안 있어.”
“에이. 진정하시라니까.”
내 손등을 툭툭치며 놈은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하나. 형님이라고 부를 까요?”
“썅, 내가 왜 니 형님이야. 그, 사장님이라고 불러.”
“아, 사장님. 뭐. 나쁘지 않네요.”
“아무튼, 나 좀 도우라니까. 할 거야, 말거야?”
“아, 그게. 들어오면서 못 보셨습니까? 요즘 너무너무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잘 없습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이번에 한 번만 좀 도와라. 내가 어떻게든 챙겨줄게.”
“예?”
“당장 뭘 해주진 못해도, 어떻게든, 사례는 할 테니까, 한번만 도와달라고. 별로 힘든 일도 아니야. 내가 협박하긴 싫어서 부탁하는 거야. 쓰레기 같이 굴긴 싫으니까.”
“아. 그럼, 아까말한 그 수첩에 쓰인 사건들도 깨끗하게 정리 해주실 겁니까?”
“일단 너 하는 거 봐서.”
잠시 고민하던 놈은 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무슨 일입니까?”
“별거 아냐. 내가 아는 애가 있는데, 며칠 동안만 같이 다녀줘.”
“예?”
“괴롭히는 애들 있음 적당히 손도 좀 봐주고.”
“아... 난 또.”
긴장이 풀린 듯 피식 웃는 조문상.
“뭐 심각한 일이라도 되는 줄 알았네. 그런 거면, 지나가는 양아치 아무나 붙잡고 시켜도 되는 걸 굳이.”
“너 밖에 없다.”
“예?”
“여러가지로 너 만한 인재가 없어.”
이렇게 험상궂은 외모에 내가 쉽게 컨트롤 할 수 있으면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놈은 조문상 말고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언제 너한테 이런 이야기 한 적 있냐? 내가 무슨 생각으로 너한테 이러겠어?”
“음.”
“오래 걸리지도 않아. 당장 오늘부터 한 일주일 정도만”
놈의 얼굴이 갑자기 심각하게 변했다. 정말 표정으로 모든 감정을 다 보여주는 놈이다.
“야. 잠깐 들어와 봐.”
문상이가 소리치자, 집으로 들어올 때 내 앞을 막아섰던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 손님들 다 보내고, 한 일주일 동안은 예약도 받지마.”
“예?”
“적당히 둘러대 봐.”
문상이는 그렇게 말하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시간 끌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이시죠.”
“어? 어. 어 그래.”
무슨 생각인지 녀석은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했다.
“가시죠.”
녀석이 앞장서 방을 나섰다. 거실에서 잠시 두리번거리던 녀석은 부엌 쪽으로 가더니 구석에 난 작은 쪽문을 열며 말했다.
“이쪽으로.”
녀석을 따라 쪽문으로 나가자 앞마당 보다 훨씬 넓은 마당이 있었다.
구석의 천막으로 가니, 번쩍거리는 검은 색 외제차 한 대가 서 있고, 그 옆으론 그냥 봐도 비싸보이는 오토바이들이 서 있었다.
“타세요.”
운전석 문을 여는 녀석을 멍하니 보다 옆자리에 앉았다.
“너 진짜 돈 많이 버나보다?”
“에이. 뭐. 그냥.”
잠시 어울리지 않게 수줍어하던 녀석은 차의 시동을 걸고 나가려다 말했다.
“혹시 모르니 애들 좀 데려갈까요?”
“어? 아까 그놈말고, 애들이 더 있어?”
“혼자서 저걸 어떻게 합니까. 관리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아. 그래.”
녀석은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 야. 그럼 걔들은 내차로 오라 그래. 나도 차가지고 왔으니까.”
“아, 그럴까요?”
녀석이 전화에 대고 몇 마디 하자 곧 똑같은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뛰어 나왔다. 남자들에게 차키를 넘기고 출발했다.
“어디로 가죠?”
“여기.”
진호란 애가 다닌다는 학원 주소를 보여줬다.
문상이는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선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녀석의 차에 앉아 생각을 하다보니 뭔가 이상하단 느낌도 든다.
“너 진짜 손 씻고 나온 거 맞아?”
“예?”
“이상하잖아. 데리고 일하는 애들도 다 시커먼게 깡패새끼들 같고, 그 넓은 집 마당하며.”
“에이. 누가 경찰 아니랄까봐. 아. 아니구나. 아니, 경찰 출신. 의심은 여전히 많으십니다.”
“합리적 의심이지.”
“지금 데리고 일하는 애들은 제가 손 씻고 나올 때 다 같이 나온 애들이고, 집이야 뭐, 워낙 신통하다고 소문이 나니 돈이 막 들어와서. 카하하하.”
아무래도 이 인간 좀 유심히 봐야겠다. 온전히 믿고 있다간 발등 찍힐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녀석은 운전하는 동안 이따금씩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했고, 종종 우리가 만나야 할 진호라는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는 사이 네비게이션에 찍어둔 학원 앞에 도착했고, 문상이는 한 쪽에 차를 세웠다.
“아까 그 사진 한 번 다시 보여주십쇼.”
휴대전화를 놈에게 내밀었다.
“음. 그래서 이 친구 하곤 아직 이야기가 안 됐단 말씀이죠?”
“그래. 나도 아직 만난 적도 없어.”
“그럼, 어떻게.”
“몰라. 일단 온 거야.”
“아.”
녀석이 실망한 표정을 짓는 사이, 학원 건물에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잘 봐. 놓치지 말고.”
“옙.”
혹시 진호란 애가 나오는 걸 놓치지 않을까 싶어 유심히 살폈다.
‘끼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서너 대의 오토바이가 우리가 탄 차 옆으로 멈춰 섰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