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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목숨 받아드립니다
작가 : venividivici
작품등록일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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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작성일 : 19-10-28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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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끄러운 배기음을 뿜어내는 오토바이엔 헬멧도 안 쓴 애들이 앉아있다. 이 놈들의 시선 역시 우리가 보고 있는 학원 입구를 향해있다.

 

 “이 형사님. 아니. 형님. 아니, 사장님. 얘네들은 다 뭡니까?”

 “낸들 아냐.”

 

 오토바이에 탄 애들은 학원 입구를 살피다 문상이의 차를 보더니 관심을 보인다.

 

 “이 새끼들이.”

 

 문상이는 자신의 차에 문제가 생길까봐 거슬리는 모양이다. 안절부절하는 문상이 너머로 멀리서 내 차가 오는게 보였다.

 

 “야, 됐고. 학원 입구나 잘 봐.”

 “예.”

 

 문상이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학원 앞이라곤 하지만 분위기가 썩 좋진 않다.

 

 내 차를 몰고왔던 놈들은 차에서 내려 우리가 탄 차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분명 키를 받으러 온 건 둘 뿐이었는데, 어느새 여섯이나 된다.

 

 이러고 있으니 꼭 잠복이라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저 멍청이들에게 이 쪽으로 오지 말라고 하라며 소릴 치려다 관뒀다.

 

 사실, 우리가 지금 잠복중인 것도 아니고 들키면 안 되는 상황도 아니니까, 굳이 차에 숨어 있을 필요도 없겠지.

 

 “담배 있냐?”

 “아유. 전 끊었습니다. 담배냄새 풍기면 손님들이 안 좋아해요.”

 “잘났다.”

 

 담배 먼저 사와야 하나.

 

 잠복을 할 땐 늘 이런 순간 사건이 벌어진다. 둘 중 한 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늘 그런 상황이 생긴다.

 

 ‘똑똑.’

 

 고갤 돌려보니 내 차를 몰고왔던 녀석이 차키를 흔들어 보이고 있다.

 

 문을 열고 내려 차키를 받았다.

 

 “너 담배 있냐?”

 “예?”

 “담배.”

 “아.”

 

 남자는 주머니를 뒤적여 담배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아니, 형님. 아니, 사장님. 그렇게 막 내리셔셔 그러시면 안 되잖아요.”

 “왜?”

 “어?”

 

 문상이 녀석은 그제야 내리면 안 될 이유가 없단 걸 느꼈는지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오토바이 무리들이 문상이를 쳐다봤다.

 

 “뭘 봐?”

 

 문상이의 한 마디에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애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갤 돌렸다.

 

 하긴, 저 덩치에, 얼굴을 보고나면 시비걸고 싶은 생각은 안 생길 거다.

 

 저 외모로 점집을 차려 돈 잘 버는 것 보면 신기하다. 진짜 신통하긴 한 건가.

 

 “형님. 아니, 사장님.”

 “왜?”

 “저기.”

 

 문상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사진에서 보던 진호란 애가 나오는 게 보였다. 진호의 양옆으로는 비슷한 또래의 남자애들 둘이 딱 붙어 서 있었다.

 

 “가볼까요?”

 “저 새끼 잡아.”

 

 날 보며 묻는 문상이에게 고갤 끄덕이는데 우리 옆에 서 있던 오토바이 무리들이 먼저 뛰어 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학원 문을 나서던 진호란 애와 그 옆의 둘은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있던 문상이네 식구들은 문상이만 보고 있고, 문상이는 나만 보고 있다.

 

 “뭐해?”

 “예?”

 “쫓아가야 될 거 아냐.”

 “아. 야.”

 

 검은 정장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문상이놈이 달렸고, 난 들고 있던 담배를 집어 던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헐떡대는 문상이 놈이 뒤로 쳐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저 오토바이 무리들이 종혁이가 말했던 그 양아치들인가. 그럼 진호란 애 옆에 있던 애들은 또 뭐란 말인가.

 

 너무 오랜만에 달려서 그런지 얼마 안 달렸는데도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그만 멈추라며 쌍욕을 해대는 심장소리가 들린다. 두 다리도 더 달리면 무너져 내릴 거라며 협박을 하는 것 같다.

 

 눈 앞에는 정신없이 달리는 무리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조금 더 달렸다간 머릿속이 하얘질 것 같다. 그렇다고 바로 멈출 수도 없어 조금씩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옆에서 숨 넘어갈 듯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 고갤 돌리니 문상이가 온몸을 흔들며 달리고 있다.

 

 이거, 내가 이렇게나 느려진 건가.

 

 “신령님!”

 

 저 멀리서 누군가 소리쳤다.

 

 신령님이라니.

 

 “하아. 사, 사, 사장님.”

 

 문상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고, 난 그 핑계로 멈췄다.

 

 “오, 오, 왜.”

 “자, 잡은, 하아, 잡은 거, 같은데, 걸, 걸어.”

 “어.”

 

 우린 그대로 무릎에 손을 얹고 똑같이 허리를 숙인채 숨만 골랐다. 당장이라도 내장들이 다 튀어 나올 것 같다. 이게 뭐라고 내가 이렇게나 열심히...

 

 “신령님-!”

 

 멀리서 또 누군가 소리쳤다. 그리고 곧이어 악악 거리는 소리들이 이어졌다.

 

 골목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은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리에게 향했다.

 

 “야. 저, 신령님이라 부르는 거 좀 어떻게 해 봐.”

 “그걸, 어떻게.”

 

 간신히 호흡이 돌아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녀석은 여전히 헉헉대고 있다.

 

 “가자.”

 “예.”

 

 헐떡대는 녀석과 함께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앞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사람들이 빙 둘러선 게 보이고 우당탕 소리가 들려온다.

 

 “썅.”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까지 다시 달렸다.

 

 “잠시만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자, 아까 우리 옆에 있던 오토바이 무리 몇몇과 문상이 식구들이 엉켜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뭐야, 이거.”

 “에,”

 

 언제 따라온건지 옆에서 있던 문상이는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문상이는 숨을 고르며 엉켜있는 남자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놈들.”

 

 문상이는 오토바이 무리들 중 하나의 허리를 뒤에서 붙들었다.

 

 “으잇.”

 

 문상이놈의 기합과 함께 한 남자가 날아갔다.

 

 “이리와.”

 

 문상이는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다른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팔로 목을 감아 허리를 돌렸다.

 

 “흐억”

 

 어느새 남자는 바닥에 꽂혔고, 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너도 이리와.”

 

 또 다른 남자를 향해 말하자 남자는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 씨.”

 

 멍하니 서 있던 문상이네 식구들은 또 흩어져 도망가는 남자들을 쫓기 시작했다.

 

 “와, 이 상황에서도 하이방 까네.”

 

 문상이놈은 혼자 중얼거리며 날 쳐다봤다.

 

 더 이상 저 남자들을 쫓을 이유가 없다. 이미 널브러져 있는 저들의 일행이 있으니까.

 

 난 문상이가 던져버린 이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꿈틀대긴 하지만 일어날 정신은 없는 듯 했다.

 

 “어이.”

 

 남자의 머리를 툭툭 치자 남자는 좀 더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일어나. 이런 데서 자면 입 돌아가.”

 “어으.”

 

 남자의 어깨를 잡고 살짝 일으키자 남자는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너 뭐야?”

 “에?”

 “너 누구냐고. 아까 걔들 왜 쫓아온거야?”

 “뭐, 뭐.”

 

 놈은 아직 상황파악이 안되는 것 같다.

 

 “야.”

 

 옆에서 씩씩대는 문상이 놈의 어깨를 쳤다.

 

 “예?”

 “얘 좀 들쳐 메고 가자.”

 “어디로 갑니까?”

 “차. 어차피 쟤들 오토바이는 거기 있잖아. 쫓아간 애들 누구든 잡으면 전화는 올 거고.”

 “아.”

 “남는 애들 좀 시켜서 그 우리가 찾던 애, 걔한테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닌지 이 근처 좀 싹 훑어보라고 해.”

 “예.”

 

 문상이가 자기 식구들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래도 괜한 소란을 일으킨 것같다. 골목의 사람들은 우리를 아주 흥미롭게 보고 있다.

 

 “별 일 아닙니다.”

 

 괜히 변명하듯 소리치고 자동차가 서 있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젠장. 누가 이 소동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한 것 같다.

 

 일단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짧은 신호음 뒤 박 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난데, 부탁 하나하자.”

 “예?”

 

 난 이 소동이 일어난 곳의 주소를 알려주고 지구대에 연락해 조용히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 형사의 반응은 예상대로 였다.

 

 “이거 나중에 얼마나 큰일이 될지도 모르고.”

 “야. 내가 책임진다니까.”

 “선배가 무슨 수로 책임을 져요.”

 “아씨. 야. 그럼, 내가 한 이야기 그대로 팀장님께 보고하고, 팀장님 선에서 정리해달라 그래.”

 “아.”

 “좀. 야. 좀. 어?”

 “아, 알겠어요.”

 

 전화를 끊고 뒤를 슬쩍 돌아보니 어깨 위에 남자를 들쳐멘 문상이가 날 보며 어색하게 웃고 있다.

 

 “안 힘드냐?”

 “이 쯤이야.”

 “그래.”

 

 문상이 차로 돌아와 뒷좌석에 남자를 태웠다.

 

 난 남자의 옆에, 문상이는 운전석에 앉아 길가에 선 오토바이 주인들을 기다리며 추궁을 시작했다.

 

 “니들, 뭘 하려고 했던 거야?”

 “그냥. 이야기.”

 “이야기?”

 “예.”

 “이야기를 하려는데 걔들이 왜 도망가?”

 “몰라요. 근데 아저씨들은 뭐예요?”

 

 난 가만히 문상이 쪽을 쳐다봤다. 뒤돌아 우릴 보고 있던 문상이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험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보는 그대로야. 어? 그러니까, 너 험한 꼴 보기 싫음 솔직히 말해.”

 “뭐, 뭘요?”

 “니들 왜 가만히 있는 애를 괴롭혀? 어? 뒤질래?”

 “누, 누가 누굴요.”

 

 잔뜩 겁을 먹고 있는 주제에 꼬박꼬박 말대꾸는 쉬지 않고 하네.

 

 “야.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어? 이제, 진호, 쟤 근처에 얼쩡거리지 말라고.”

 “그, 그건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요.”

 “뭐?”

 “나, 나도 마음대로.”

 “그럼 지금 뒤질까?”

 “예?”

 “뒤지면 못할거 아냐. 어? 이 새끼가 확,”

 

 녀석은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어? 알겠어? 이제 쟤 근처 얼쩡거리지 마라, 어?”

 “아, 안돼요. 나 죽어요.”

 “뭐?”

 “내 맘대로 했다간, 주, 죽는다고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안해도, 어차피...”

 “그러니까, 너도 누가 시켜서 하는 거란 말이지?”

 “예?”

 “그니까, 니 오야붕이 따로 있고, 걔 때문에 그렇단 거 아냐, 어?”

 “예. 예.”

 “그럼 그 새끼 지금 어딨어?”

 “그, 그건..”

 “진짜 죽여줄까? 어?”

 “아, 안돼요. 그랬다간 나 진짜 죽어요.”

 “그럼 난 널 못 죽일 거 같이 보이냐?”

 “그, 그래도.”

 

 벌벌 떨면서도 말 안한다는 건 우두머리가 진짜 무섭기 때문이겠지.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나보다, 계속 봐야 하는 사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야,”

 “예?”

 “너 말고. 조문상.”

 “예?”

 “차 빼.”

 “예?”

 “차 빼서 맞은편 골목에 세워.”

 “예.”

 

 문상이가 천천히 차를 움직였고, 난 내 옆의 놈이 전화기를 건들지 못하게 감시했다. 그렇게, 맞은 편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찾으러 올 놈들을 기다렸다.

 

 ‘따르릉’

 

 문상이의 전화벨이 울렸다.

 

 “어. 그래. 일단 돌아와.”

 

 전화를 끊는 문상이에게 물었다.

 

 “뭐야?”

 “놓쳤답니다.”

 “진호는?”

 “찾고 있다는 데요.”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 없구만.

 

 “어?”

 “왜?”

 “저기.”

 

 문상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아까 그 놈들이 오토바이에 오르고 있는 게 보였다.

 

 “야. 티 안 나게 쫓아야 된다.”

 “아.”

 “왜?”

 “이 차로 티 안 나게 쫓을 수가 없을 텐데요.”

 

 그러고 보니 문상이 놈의 이 차는 큰길로 나가는 순간 눈에 안 띌 수가 없는 차다.

 

 “젠장.”

 

 오토바이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내 차가 보인다.

 

 “야. 내가 먼저 내차에 가 있을 테니까, 너 내가 신호주면 저거 들쳐 메고 뛰어와라.”

 “예? 지금 가신다고요?”

 “그래.”

 “아니,”

 

 난 문상이 놈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차에서 먼저 내렸고, 곧 문상이가 운전석에서 따라 내렸다.

 

 “아니, 형님”

 “시끄러. 어서 뒷좌석에서 저 새끼 전화질 못하게 잘 감시해.”

 “아, 예.”

 

 난 오토바이 무리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해서 횡단보도 앞에 섰다.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하나둘씩 오토바이 무리들은 모여들기 시작했다.

 

 신호가 바뀌는 걸 확인하고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며 차를 향해 걸어갔다. 다행히도 놈들은 날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조심스레 운전석에 올라탄 순간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들의 시동이 걸리고,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난 바로 시동을 걸고 반대편의 차를 향해 손짓했다.

 

 혹시나 싶어 전화를 꺼내는데 문상이 놈이 내리는 게 보였다.

 

 “여기.”

 

 창문을 내리고 소리치자, 문상이 놈은 뒷좌석에 있던 애를 들쳐 매고, 신호를 무시한 채 길을 건너오기 시작했다.

 

 “저 미친놈.”

 

 차를 조금 움직여 당장 달릴 수 있도록 2차선 한가운데에 세웠다.

 

 ‘빵빵.’

 

 “뭐야.”

 

 여기저기서 나와 문상이를 향해 경적과 욕설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빨리 타.”

 

 뒷좌석으로 문상이와 양아치 놈이 타는 걸 확인하고 바로 차를 움직였다.

 

 오토바이를 차로 쫓는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별 다른 방법도 없다.

 

 “형님. 그런데,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

 “이 새끼 조져서 보내면, 이 새끼 조직에서도 충분히 알아들을 것 같은데.”

 “저 새끼 눈을 봐라. 널 더 무서워하는지, 지 오야붕을 더 무서워하는지.”

 “음.”

 

 오토바이가 달려간 방향으로 차를 움직여 보지만, 더 이상 오토바이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것들 분명히 신호도 다 째고 달려간 게 틀림없다.

 

 “씨발.”

 ‘빠바밤 빰빰.’

 “뭐야?”

 

 뒷좌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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