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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목숨 받아드립니다
작가 : venividivici
작품등록일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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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작성일 : 19-10-30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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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누군가 날 흔들며 불러 눈을 떴다.

 

 아직 꿈인지 뭔지 구분이 안되는 와중, 내 앞엔 종혁이 얼굴이 있다.

 

 김의정.

 

 이 인간이 이제 종혁이 까지 내꿈에 끌어들인건가.

 

 “어디 아파요?”

 “뭐? 뭐야?”

 “인상을 잔뜩쓰고 자고 있길래.”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주변을 둘러본다.

 

 언제나 그렇듯 보이는 익숙한 풍경. 내 사무실이다.

 

 “뭐야?”

 

 내 앞에는 종혁이가 어정쩡하게 서서 날 빤히 보고 있다.

 

 아무래도 결정적인 정보를 이야기하려는데 종혁이가 날 깨운 것 같다.

 

 “너, 여기 어떻게 왔어.”

 “명함에 주소 있던데요?”

 “어떻게 들어왔어?”

 “문 열려 있던데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판단이 잘 안 선다.

 

 어제 밤, 병원에 다녀온 후로 혼자 생각이 많아 머릴 싸매고 있다가 문도 잠그지 않고 잠들어 버렸던 건가.

 

 그나저나 영 좋지 않은 순간 깨 버린 것 같은데.

 

 “아, 야. 나 다시 자야 돼.”

 “예?”

 

 다시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 눈을 감고 이불을 덮어쓴 뒤 어서 잠들기를 바라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아저씨. 벌써 10시예요.”

 

 종혁이는 다시 내 몸을 흔들어 깨운다.

 

 “야. 몰라. 아무튼 5분이라도 자야된다니까, 지금.”

 

 이불을 머리끝가지 덮어썼다.

 

 잠들어야 한다. 잠들자. 잠들자. 잠들자.

 

 계속 잠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째 정신이 점점 더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젠장.”

 

 결국 몸을 일으키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많이 피곤하세요?”

 “아, 그런게 아니고.”

 

 어서 잠들어 꿈을 꿔야 한다, 그리고 꿈속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 이런 이야기, 굳이 안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머리맡에 있던 담배갑을 집어들고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근데, 넌 여기 어쩐 일이냐?”

 “예? 아.”

 

 종혁이 녀석은 한숨을 한 번 푹 쉬곤 사무실 가운데 소파에 걸터 앉는다.

 

 “그냥요. 갈데도 없고, 딱히 할 것도 없고.”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뭔 할 게 없어.”

 “나 다시 집 나가요?”

 “뭐?”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집 나가서 이상한데 돌아다닐 바에야 아저씨 찾아 오라고.”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어떻게든 이 녀석 설득하려고 별 소릴 다했을 테니, 충분히 그랬을 수도 있겠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래. 뭐, 맘대로 해라.”

 

 녀석은 내가 뭐라고 하건 자기 멋대로 했을 거란 표정으로 입을 쭉 내밀고 눈을 껌뻑거렸다. 그리곤 소파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고개마저 뒤로 젖혀 버렸다.

 

 이제 뭘 해야 할까.

 

 어쨌든 그 김의정이란 놈의 사고 진범을 잡아 주기로 하긴 했는데 말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교통과에 가보는 것 말고 없으려나.

 

 “아저씨.”

 “왜.”

 “진호 말이에요.”

 “진호?”

 “네. 진호.”

 “진호가 왜?”

 “걔, 어떻게 한 거에요?”

 “뭘 어떻게 해?”

 “그날 분명히 걔네들이 다신 못 건들게 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리고 며칠동안 이상한 건달들이 걜 따라다녔었거든요?”

 “건달... 은 아니지만, 뭐 그랬을 거야.”

 “그리고, 어제부터 없어졌어요.”

 “뭐?”

 “증발한 것처럼 없어졌다고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그래서 혹시 진호에게 뭘 어떻게 한 건가 싶어서 물어본거에요.”

 “사라지다니? 근데 그걸 넌 어떻게 알아? 방학이라 학교도 안나갈텐데.”

 “그렇게 시달리면서도 학원은 안빠지고 다녔었는데, 학원에 코빼기도 안 비추고 있으니까요.”

 “그래? 그럼 집에 쳐박혀 있겠지.”

 “아닌데요.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었어요. 걔네 어머니가 진호 어디있는지 아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불과 이틀 전에 그 난리를 피우고 겨우 빼낸 고삐리 하나가 갑자기 없어졌다고?

 

 “그럴 리가.”

 “아저씨도 진짜 몰라요?”

 

 내가 알 리가 없지. 일단 전화를 꺼내 문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은 통화연결음에 이어 문상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야. 너 지금 어디야?”

 “어디긴, 집이죠. 제대로 설명도 안해줘서 며칠 문닫기로 한 바람에 손님도 못 받고 시간은 남아도니, 이거”

 “너, 그 진호란 애 한테 사람 좀 붙여놨어?”

 

 쓸데없는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놈의 말을 끊었다.

 

 “그럼요. 누가 시킨건데 안 붙였다가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둘이나 붙여 놨습니다.”

 “걔네들한테 뭐 들은 이야기 없어?”

 “들은 이야기? 왜요?”

 “너 당장 애들한테 연락해서 혹시 무슨 일 있는거 아닌지 알아봐.”

 “아침부터 뭐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빨리 알아보고 다시 연락해. 정 궁금하면 너네 신령님인지 뭔지 한테 물어보던가.”

 “아니, 지그.”

 

 문상이가 무슨 말을 더 하려 했지만 괜한 시간낭비하기 싫어 전화를 끊었다.

 

 사람 상대하는 일 시작하면서 제대로 입이 터진건지 어울리지 않게 수다쟁이가 되어 가지고는...

 

 “뭐래요?”

 “알아보라고 했어.”

 

 종혁이 녀석은 내 앞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며 날 빤히 보고 있다.

 

 “왜?”

 “예?”

 “걔가 그렇게 걱정되?”

 “무, 무슨.”

 “아침부터 찾아와서 자는 사람 깨우더니, 어떻게 된 거냐고 따져묻는게 딱 그거잖아.”

 “아, 아니에요. 거, 걱정은 무슨.”

 

 녀석은 괜히 창밖으로 고갤 돌리며 코를 훌쩍거렸다. 한마디도 안지고 따박따박 말대꾸할때는 영 애늙은이 같은게 망므에 안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또 영락없이 애긴 애다.

 

 “집에는 꼬박꼬박 잘 들어가고 있지?”

 “뭐,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그래. 그럼 가 봐.”

 “예?”

 “볼 일 끝난 거 아냐?”

 “아, 아니. 뭐.”

 “더 할 말 있어?”

 “딱히 더 할말이 있다기 보다는....”

 

 녀석은 심각한 얼굴로 바닥을 보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 날 보며 말했다.

 

 “아직, 어떻게 된건지 모르는 거잖아요.”

 “뭐?”

 “진호가 어떻게 된 건지 그걸 확실히 알아야죠.”

 “알아보라고 했다니까.”

 “그러니까, 그걸 알아봤더니 어떻더라. 하는게 나와야죠.”

 

 마가 낀 건가. 꿈에 나타난 김의정이란 놈도 그렇고, 이 고삐리 놈도 그렇고. 당장 개뿔 도움도 안되는 애들이 왜 이렇게 들러붙는 건지.

 

 문상이 놈 찾아가서 굿이나 한판 해달라고 해볼까.

 

 “나중에 연락오면 전화해줄테니까, 너 가서 니 일봐.”

 

 녀석은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상을 쓰고 바닥을 보고 있다.

 

 잠이라도 좀 깨려고 담배하나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이미 내 앞에서 인상쓰고 있는 종혁이 놈 덕분에 잠이 다 깨긴 했지만,..

 

 연기를 뱉으며 고갤 돌리다 달력에 눈이 멈췄다. 그리고 자연스레 김의정이 떠올랐다. 그 인간이 뺑소니 사고를 당한게 2주전이랬나. 아직은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사건은 아주 작고 별 것 아닌 것도 놓치지 않고 다 확인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런 작고 별 것 아닌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빠르게 사라진다.

 

 적어도 내가 나서기로 한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게 됐다. 그렇다면, 일단 교통과부터 가보는 게 맞겠지.

 

 담배를 적당히 비벼끄고 세수를 하려 일어서는데 종혁이 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인상만 쓰고 있다.

 

 “안 가냐?”

 “춥잖아요. 일단 몸 좀 녹이고요.”

 “그래? 그럼 나 세수 좀 하고 올 테니까 사무실 잘 보고 있어.”

 

 놈은 내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한가한가.

 

 복도로 나오니 또 찬바람이 휭휭 불어 온 얼굴을 벅벅 긁어대고 지나간다. 아. 너무 춥다.

 얼음장같은 차가운 물에 또 세수를 시작했다. 눈코입이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깜빡하고 안 가져온 수건이 생각나니 추위에 더해 짜증까지 얼굴을 달아오르게 만든다.

 

 “젠장.”

 

 대충 얼굴의 물기를 털어내고 양치를 마친 다음 다시 복도를 걸으니 여전히 얼굴에 붙어있던 물방울들이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전히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종혁이 놈이 보인다.

 

 “어?”

 “왜?”

 “아저씨 울어요?”

 “울긴 뭘 울어.”

 “눈이 그렁그렁한데요.”

 “이 나이가 되면 기분과 상관없이 가만있어도 저절로 눈물이 나고 그러는 거야.”

 

 녀석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듯이 날보며 고개를 갸웃갸웃거리고 있다.

 

 아침부터 찾아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녀석의 존재는 분명 거슬리고 귀찮은데 막상 이야기 상대가 있으니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옷걸이에 걸어둔 수건에 얼굴을 닦는데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 위 전화가 울린다.

 

 “아저씨 전화 왔어요,”

 “나도 알아.”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가 전화를 집어 들었다. 문상이 놈이다.

 

 “어. 알아봤냐?”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데요?”

 “확실해?”

 “아니, 뭐. 지금 걔네 집앞이라는데 오늘 새벽부터 아예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고 하니까요.”

 “어제는?”

 “어제요? 글쎄요.”

 “야. 너 똑바로 안 할래?”

 “지금 어디있는지 알아 보라면서요. 이거 참. 나도 지금 옛정을 생각해서 무료봉사하는 중인데 자꾸 이렇게 사람 하대하면서 예? 이런 식으로 나오면.”

 “시끄럽고, 당장 지금 진호 어디서 뭐하는 지 확인해보고 다시 전화해.”

 “아니, 형, 사장님. 나 진짜.”

 

 전화를 끊고 고갤 돌리니 종혁이는 또 날 빤히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하길 기다리는 듯 한 얼굴이다.

 

 “별일 없다잖아.”

 “확실하대요?”

 “알아보라고 했으니가 연락오겠지.”

 

 무슨 말이 더 하고 싶은 얼굴로 날 보는 종혁이를 무시하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대충 만졌다. 짧은 머리에 숱도 별로 없다보니 대충 물 묻은 손으로 휙휙 만져도 그럭저럭 정리된 스타일이 된다.

 

 “너 계속 여기 있을거야?”

 “아직 연락 안 왔잖아요.”

 “뭐, 마음대로 해라. 난 지금 나가봐야 되니까, 나중에 나갈 때 불 잘끄고 가. 문이야 뭐, 도둑이 들어도 훔쳐갈 것도 없으니까, 잘 닫기만 하고.”

 “예? 어딜가요?”

 “왜? 내가 너랑 사무실에서 농담이나 실실하고 있을 줄 알았어?”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아무리봐도 이 녀석은 지금 진호가 걱정이 되고, 그와 동시에 딱히 할 일이 없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얘를 달고 다니는건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있지.

 

 “그렇게 할 거 없으면 나랑 같이 따라 나서던가.”

 “어? 어디 가는데요?”

 “극비사항이다. 짜샤.”

 

 패딩을 걸치고 마지막으로 몰골을 한 번 점검한 다음 사무실을 나섰다. 자기 혼자 놔두고 갈까봐 걱정된건지 종혁이 녀석이 바로 쫓아 나오기에 사무실 문가지 잘 잠궜다.

 

 1층으로 내려와 차에 오르니 의자는 또 왜 이렇게 차가운지. 치질 걸리겠네.

 

 “벨트 메.”

 “예.”

 

 어김없이 늘 가던 그 길이다. 물론 오늘은 좀 다른 용무이긴 하지만 어쨌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경찰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저기 가는 거예요?”

 

 종혁이는 경찰서 건물을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렸다.

 

 “어. 가서 너네 외삼촌하고 놀아.”

 “아.”

 

 답답하다는 듯 찌푸린 놈의 얼굴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건 무슨 심리일까.

 

 “왜? 외삼촌이.”

 

 내 말을 끊고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어댔다. 신호에 걸린 김에 꺼내 받았다.

 

 “제대로 알아봤냐?”

 “아.”

 

 짧은 한마디였지만 문상이 목소리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확 들게 만든다.

 

 “왜?”

 “그게.”

 “뭔데?”

 “없다는 데요?”

 “뭐?”

 “진호란 애가 없어졌다고...”

 “에라이. 씨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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