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현대물
떼인 목숨 받아드립니다
작가 : venividivici
작품등록일 :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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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작성일 : 19-11-06     조회 : 295     추천 : 0     분량 : 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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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박 형사는 내 쪽으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진짜 거의 날아서 내려갔는데, 없더라.”

 “에? 없었다고요?”

 “어. 그 짧은 틈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데, 없더라고. 혹시나해서 카페에도 다시 가봤는데 없었어.”

 “헛거 본 거 아니에요?”

 “뭐?”

 “몸이 허하면 이상한게 막 보이고 그런다잖아요. 괜한 소리 하는 것 같아서 그동안 말은 안했었는데, 선배 몸이 좀 안좋아 보이긴해요. 원래 썩 좋아보이는 것도 아니긴 했지만, 나가서 고생하고 살아서 그런지.”

 “야, 이씨.”

 

 박 형사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갤 돌리더니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다시 모니터를 향해 고갤 돌렸다.

 

 “아무튼, 혹시라도 이상한 짓거리 할지 모르니까, 조심해.”

 “뭐 어쩌겠어요? 그런 사람들 보면 100에 99는 그걸로 겁주는 것 까지잖아요. 알만한 사람이.”

 “알만하니까 이런 얘기도 하는 거야. 그저 그런 잡놈이 되지도 않는 협박 하는 정도로 보이진 않았으니까.”

 “예. 예.”

 “난 분명히 이야기했어. 나중에 호들갑떨면서 나한테 뭐라고 하지마.”

 “예, 예.”

 

 박 형사는 여전히 모니터에서 시선을 뗄 생각이 없어보인다.

 

 “야. 넌 씨. 내가 걱정되서 기꺼이 여기까지 와가지고 이야기해주는데 그 따위로 밖에 반응 못하냐?”

 

 박형사는 그제야 다시 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선배. 생각을 해봐요. 그 사람은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 사업하고 있는 사람이고, 우린 경찰이고. 근데 그 사람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그래요? 선배 그만둔 일에 엮인거야, 어쨌든 서류상으로보나 뭘로 보나 아무 증거도 없는 거고. 물론 증거고 나발이고 애초에 문제 될일이 없는 거기도 하거니와, 사업하는 사람 하나가 뭘 조작을 해서 어쩔 일도 아니잖아요.”

 “너도 그랬잖아. 이 회사, 이 사람 이상한 것 같다고.”

 “그야, 그러긴 했는데 그냥 그렇다는 거지. 막 손을 덜덜 떨면서 불안해 할 일은 아니잖아요.”

 

 이 녀석이 직접 장철현, 그 놈을 만났더라도 이렇게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여전히 경찰이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그 인간이 거슬리고 찝찝한 기분이었을까.

 

 “무슨 짓거릴 하면 잡아다 조지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박 형사는 놀란 아이 타이르듯 날 보며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선배도 아시겠지만, 요즘 개인정보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에요. 집주고, 핸드폰번호, 주민등록번호 뭐건 간에 돈 조금만 들여도 다 알아내는 세상에, 그런 정보들 가지고 있으면 선배가 뭐하던 사람이고 뭐하고 사는지 정도 알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작정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으면서 찾아내서 뭘 하려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긴 하다.

 

 “그러니까, 일단 선배가 한 이야기는 잘 알겠으니까, 그냥 그런 일이 있다 하고 보자고요. 무슨 일을 저지르나, 무슨 일이 벌어지나.”

 

 박 형사는 다시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더니 날 빤히 쳐다본다.

 

 “그래, 뭐.”

 “그건 그렇고, 교통과에서 알아본다던 일은 잘 됐어요?”

 

 박 형사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기며 묻는다.

 

 “그거? 그건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것부터 확실히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것도 확실히 하긴 해야지.”

 “그럼, 해야하는 그런 일들부터 하고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경찰서에 이러고 있어도, 별에 별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와서 말도 안되는 tfl 지껄이는 일이 허다한데, 선배처럼 그런 일한다고 사무실 내놓고 있으면 그런 이상한 사람이 안꼬이는게 더 비정상이죠. 그러니까, 빨리 돈버는 것부터 하나하나 하고 있으면.”

 “알았어, 인마.”

 

 박 형사가 어떤 생각으로 하는 말인지는 잘 알지만 듣자듣자하니까 괜히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돼서 이야기해줬더니, 무슨 애 달래듯 하고 있어.”

 “에이그. 화났어요?”

 “그만해라.”

 “으이그. 뭘 또 그런 걸로 화를 내고 그래요. 진짜 애도 아니고.”

 “됐어. 갈거야.”

 “곧 나갈건데 같이 가요. 가는 길에 맛있는 거 좀 사드릴게요”

 “됐어.”

 “에이, 삐졌어요?”

 “시끄러.”

 

 자리에서 일어나 강력팀 사무실을 나서면서 슬쩍 뒤를 돌아봤다. 박 형사는 아주 재밌다는 얼굴로 날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기다렸다 같이 가자는 듯 자기쪽으로 오라며 손을 흔드는 박형사에게 주먹을 꼭 쥔 뒤 중지를 세워 박 형사를 향해 날리고 돌아섰다.

 

 박 형사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쪼르르 달려와서...

 

 내 행동을 되돌아 생각해보니 박 형사가 내게 했던 것들이 이해가 된다. 아주 놀려먹기 딱 좋을 짓을 했네.

 

 경찰서 계단을 내려가는 데 주머니속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화면에는 조진구 라는 이름이 찍혀있다. 반가운 이름이다.

 

 “어, 진구.”

 “야. 너 그거 어떻게 된거야?”

 “뭐? 다짜고짜 무슨 소리야?”

 “그 씽씽클린. 그 봉고차 누구한테 들은 거야?”

 “어? 아, 그게 아무래도 그 제보자가 뭘 잘못알고.”

 “그 제보자란 사람이 그 차가 사고현장을 지나가는 걸 봤다고 말한게 확실한 거지?”

 “아니, 그러니까, 아무래도 희미한 기억이라고.”

 “그 도로로 접어들기 전에 있는 큰 4차선 도로 알지?”

 “어? 어.”

 “거기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혔거든? 딱 사고 시간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그 제보자 한 번 만나 볼 수 있을까?”

 “어?”

 

 이런.

 

 이 무슨.

 

 그럼 의정이 했던 말이 진짜란 말인가? 아니, 그럼 그 청소업체 사람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거 아닌가. 아니, 이게,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 청소업체 사람들을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그 제보자란 사람의 말을 먼저 좀 들어봐야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게.”

 

 그 제보자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금 병원에 가만히 누워 있으니 찾아가기만 하면 만나는 일이야 간단하지.

 

 진짜 의정과 진구가 직접만나 이야기를 하고, 일을 진행시킬 수만 있다면...

 

 “내가 다시 알아볼게.”

 “잘 설득해서 우리 서로 한 번 같이 와. 아님, 약속만 한 번 잡아줘도 되고. 내가 직접 갈 테니까.”

 “어? 어. 그래. 그럴게.”

 

 전화를 끊고 경찰서 로비에 서 있으니 멍한 기분이다.

 

 확실한건 의정이 꿈에서 했던 씽씽클린이라 쓰여진 승합차를 봤다는 말은 사실이고, 그 시간에 운행을 한 적이 없다는 씽씽클린의 작업자들 또는 그 사장의 말이 거짓말이란 것이다.

 

 경찰서 건물을 나서 담배하나를 물고 계단에 조그려 앉았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차가운 밤바람이 얼굴부터 온몸을 마구 두들기고 지나가지만, 사무실까지 걸어가기 전에 머리와 마음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문상이네 집에서 잠깐 잠들었던 때 의정과 만나 나눴던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그의 말을 믿지 못한다는 사실에 보였던 의정의 표정도 선명하다.

 

 어쨌거나 의정이 한 이야기는 사실인셈이다. 그렇다면 씽씽클린사람들이 거짓말을 했다.

 

 그럼 왜?

 

 작업자들은 내 정체와 상관없이 매우 협조적이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려 했던만큼, 그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분명 그들은 그 날 예약되어 있던 일까지 미뤄져 일찍 퇴근했었다고 했다.

 

 즉석에서 만들어 낸 거짓말이라기엔 너무 자연스러웠고, 두 사람의 호흡도 좋았다.

 

 그럼, 그 사장이 거짓말을 한 건가?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사장이 굳이 자기 회사의 작업용 차를 몰고 그 시간에 혼자 돌아다닐 이유가 없지 않나.

 

 그것도 아니라면, 회사 사람이 아닌 누군가가 몰래 차를 몰았다는 건가? 아님 직원들 중 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급히 차를 몰았나?

 

 젠장.

 

 혼자서 아무리 머릴 굴려도 알 수 없는 문제다. 일단 확실한 건 그 시간대에 그 차가 운행을 했다는 거다.

 

 여기서 의정의 말을 믿는 다면 운행을 한 그 차량이 사고 현장을 지나갔다는 거고, 그 운전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면, 혹시 사고상황을 목격했는지, 왜 그냥 지나쳐 갔는지, 사고현장을 지나갈 때 어떤 상황이었는 지 등등을 물어 볼 수 있을 것이다...만, 그 운전자를 알아내는 것 조차 쉽지 않은 문제다.

 

 아니, 잠깐.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혔다면, 운전자의 얼굴까지 찍혀있을텐데, 그것만 확인하면, 운전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해 지는 게 아닌가.

 

 급히 전화를 꺼내 진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건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운전자 얼굴을 확인해 줄 수 있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앉아 있기엔 너무 춥기도 하거니와, 빨리 사무실로 돌아가 잠을 자야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정을 만나서 사과라도 해야하나. 어쨌거나 그의 말이 사실이었고, 내가 틀렸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의 말을 믿는 다는 말도 함께 해야겠지.

 

 차로는 5분이면 갈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해가 없는 밤이라 그런지 유난히 더 추운 기분, 사무실까지 가는 길이 유난히 더 멀게 느껴지는 기분이다.

 

 의정의 말을 믿기로 하고 의뢰를 수락한 주제에 일을 진행하면서 의정의 말을 믿지 못한 의심많은 성격도 탓하게 되고, 주차된 차까지 달려가 시동을 걸고 차를 빼는 일까지 답답하게 느껴져 두 발로 달려 경찰서까지 가게 만든 급한 성격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멀리서 사무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빨리 들어가서 잘 준비하고 잠부터 자야겠다.

 

 유난히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하루라 피곤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의정을 만나야 한다.

 

 그가 오늘 내 꿈에 찾아올지... 어쩌면 영원히 안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난 꿈에서 그가 나타나길 바라며 기다려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 더 걸으니 곧 사무실 건물에 도착했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 뒤 낡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매너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 요상한 초조함과 불안함과 미안함과 찝찝함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킬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 3층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아까전에 문을 잠그지도 않았던 덕분에 문을 여는 시간은 아낄 수가 있다.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컥.”

 

 뭔가가 등을 찔렀다.

 

 “으억.”

 

 몸을 돌리려는 순간 뭔가에 강하게 밀려 계단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보니 커다란 그림자가 3층에서 날 내려보고 있다.

 

 “누, 누구.”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뗐다. 그림자는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온다.

 

 ‘탁탁.’

 

 계단 아래쪽에서도 동시에 발소리가 들린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보려는데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차가운 바닥에 온 몸이 얼어버린 것처럼 꼼짝하는 것 조차 힘들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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