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어디지….? 왜 내가 여기 누워있는거야?? 너넨 대체 여기서 모하는거야…’
‘엄마,,,?? 엄마는 대체 어딜 간거야…’
(유리문 너머로 흐느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응? 엄마?? 밖에서 모해…. ‘
‘어…엄….마….. 왜 울고 있어….. 무슨 일이야…? 대체….’
.
.“ 다들 준비되셨나요?? 자 시작하지 “
.
그 때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다가온다
‘ 모야 왜 와? 모하는거야? 미친거얀?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는거야……
야 씨바 안 꺼져…..저리 안가…..
’
‘ 아…아…악!!!!!!!!!!! ’
.
.
‘모야….하나도 아프지 않아….대체 어떻게 된거야….’
마치 나의 몸은 힘없이 지는 벚꽃잎처럼 떨어져나갔고…점점 가벼워졌다….
그리고 위에서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본다
.
‘ 이건 대체..무슨 시츄에이션이야….’
서걱….서걱…
턱….
。
。
수고하셨습니다
나의 장기 하나하나가 떼어질 때마다 한 사람…한 사람… 기증실을 떠나간다….
마지막 벌거숭이가 된 채 수술대 위에 힘없이 누워있는 나를 바라보며
뭔가 이유모를 눈물이 눈에서 흐른다….
。
。
(그리고 2008년 어느 해 겨울…)
헉…헉………헉
(식은 땀을 흘리며 눈을 뜬다….아직 밖은 잿빛으로 물든 어느 새벽….)
‘ 아 썅 모야…겨우 새벽 4시 44분이잖아…..재수업게시리 ‘
.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를르르르르르르르르를르ㅡㅇ
(아침 6시…이젠 진짜 일어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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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학교가요”
“오늘은 술먹지 말고 일찍 일찍 들어와!!! 못 들어오면 못 들어온다고 문자라도 하고!!!!!”
“응 알았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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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방학 때 모 할거냐?? 이제 졸업반인데 어디 여행이나 다녀오자~”
이 녀석의 이름은 김대건
나이는 나보다 한 살 많지만 내가 빠른 84라서 그냥 친구로 지낸다
같이 술 마시고 놀 때는 좋긴 한데 성격이 좀 약은 녀석이라 믿음이 아주 가거나 그러진 않는다
“지리산 종주 어때?? 남자라면 지리산 종주는 해줘야지~
이 녀석의 이름은 서현석….대건이와 동갑이고 마찬가지로 다같이 친구로 지낸다
나는 썩 내키진 않지만 모.. 다같이 한다고 하면 굳이 빼지는 않지만..
그래도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무슨 지리산이야…..거기 졸라 빡시지 않아??”
“아 이 등신아 집에서 야동이나 보지 말고 이런 것도 좀 해..지금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냐??”
.
.“자 다들 한 학기도 수고 많았고 이제 방학이라고 집에서만 있지 말고 다들 취업준비 미리미리 해놓도록.. “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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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그 날 서울역에서 8시에 보자~ 잘들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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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녀석들과 약속한 그 날이 되었다
“아들 짐은 다 쌌어? 잊어먹은거 없고??”
“아 다 제대로 쌌다니까 별 걱정을 다해 설마 뭔 일이라도 있을까봐 그래?”
“이 녀석아~ 이 한겨울에 지리산을 가겠다는데 걱정 안되는 부모가 어디 있냐”
“암튼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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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애들을 기다린다)
“야 서울역 앞에 있는 포장마차로 와~ 어차피 기차에서 좀 자야하니까 소주 좀만 마시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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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한 잔만 하자던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이 우리는 각자의 주량을 자랑이나 하듯이
꽤 적지 않은 술을 먹어버렸고..
기차 안에서 모두 시체가 되어 뻣어 버렸다..
“강원도행 열차 출발합니다…..”
‘모지 설레이기도 하고.. 하지만 긴장도 된다…..그냥 산 올라갔다 오는건데 별일이야 있겠어??’
“야….야…. 일어나 도착했어”
“으……응 몇 시야?
“네 시”
“야 소주 괜히 마신거 같은데?? 컨디션 씨바 개 최악이야”
“아 시끄러 빨리 가자”
.
.
기차에서 내리자 우리를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두운 새벽이 우릴 반기고 있었고…
개인적으로 동이 트지 않은 잿빛 새벽 하늘을 좋아하지만
지금의 하늘에는 마냥 밝아보이지만은 않았다
등반 출발점까지는 거리가 좀 되어 역 앞에 서있는 택시를 이용해 지리산 입구까지 가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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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대로 택시타고 정상까지 갔으면 좋겠다’
“야 위에 올라가면 추우니까 단단히들 다시 확인하고…..”
“오케이~ 생각보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얼른 출발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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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입구에서 기념 사진도 찍고..각자의 마음가짐을도 새로 다지고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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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를 위한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3~40분 남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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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헉…
“야 강애인 벌써부터 뒤쳐지면 어떻하냐”
“아 놔 먼저들가 썅.. 소주 괜히 마신거같아”
“야 그럼 우리 천천히 먼저 올라가테니까 얼른 쫒아와”
‘오겡”
‘ 모야 쪽팔리게….운동을 너무 안 했나 겨우 이거 올라온거가지고 졸라 빡시네…..’
헉…
헉….
“야 시간 촉박하다니까 얼른 와”
“안되겠다 우리가 짐 좀 나누자”
내 가방 속의 짐을 나눠 두 친구들에게 나눠준다
산행을 시작한지 어느 덧 4시간 가량이 흘렀나 보다..
이제 슬슬 어두운 잿빛하늘을 지나 산 하늘도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
.
헉
헉
‘이거 안되겠는데…’
“야 너희들 일단 먼저가 나 좀만 쉬었다 바로 쫓아갈게”
“산행은 힘들 때 쉬면 더 못 가 좀만 더 참고 가보자 좀만 더 가면 휴게소야”
헉
헉
.
.
그렇게 겨우겨우 휴게소에 도착했고..나의 몸은 어디서 샤워라도 한듯 이미 땀 범벅이였다..
도착한 기념으로 사진도 한 방씩 박아주고…..하지만 체력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야 더 올라갈수 있겠어?
“일단 여기까지 왔는데 가는데까지는 가야지”
헉
헉
‘지리산 졸라 무서운 산일세……’
헉
헉
‘썅 안되겠다…밧줄 잡을 힘도 없어….한 발자국 조차 너무 힘드네….쓰러질거같아…’
내 몸을 지탱하려 길 가생이에 자리해있는 밧줄을 잡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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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냥 너희들끼리 올라가…난 아무래도 내려가는게 나을거같아”
“그렇게 심각해?”
“응 느낌이 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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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 다같이 왔으면 같이 올라가야지……그냥 내려가자 산이야 다시 오면 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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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산행을 시작한지 반나절만에 하행을 선택하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뱀삿골이라는 코스를 통해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근데 뱀삿골 코스 역시 그리 녹녹치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꽤 아니 많이..가파른 바위산의 연속….
동기 두 녀석이 번갈아 나를 업어가며 하산행을 이어가야만 했고…
그렇게 해는 어느 덧 뉘엿뉘엿 져가고 있다
헉
헉
.
.
나는 핸드폰도 터지지 않은 산 속에서..
“ 야 이거 119 불러야하는거 아냐?”
“쪽팔리게 무슨 119야..”
헉
헉
하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체력이 거의 바닥이다
아무리 녀석들이 힘이 좋다 하더라도
성인 1명을 엎고 바위 산을 내려간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꽤나 위험한 하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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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부르자”
그렇게 우리는 핸드폰이 그나마 터지는 자리 이곳저곳을 찾아 겨우겨우 119에 연락을 취할수 있었고..
결국 난 헬기를 이용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긴데 구조대원이 말하길
산이다 보니 해는 금방 떨어지고 기온도 매우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만 더 늦었으면 모두가 위험해질수도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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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녀석들이 말하길….
구조대원들 발이 얼마나 빠른지 쫓아서 내려오기만 했는데도 체력이 바닥났다고…..
여담으로..
하산 후 동기 녀석들은 인근 여관 방을 하나 잡았는데
그 여관 주인이 산에 무슨 일 났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어 말하길 자기가 여기서 여관 운영하며 헬기 출동한거는 3년만에 처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