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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iary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작가 : 더브러study
작품등록일 : 20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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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존재의 의미..
작성일 : 19-11-06     조회 : 387     추천 : 0     분량 : 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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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사 후 몇 일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전히 새벽 5시가 되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고..

 .

 .

 “애인샘 그만두니까 어때요?”

 

 유미는 내가 퇴사를 했지만 틈틈히 연락을 하며 안부를 전했다…

 “빨리 돌아와요…원장은 더 또라이됐어요…아주 무슨 롤러 코스터에요 아주 그냥 왔다 갔다…”

 “사람이 좀 바껴야 할텐데…유미가 고생이 많다…”

 “돌아와요.. 애인 샘 보고싶어요”

 “…………………….”

 .

 .

 그냥 연차를 쓰고 쉬고있는 것 같은…

 유미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출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

 .

 ‘아…나 그만뒀지…’

 .

 .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

 .

 ‘응? 모르는 번호네…’

 .

 .

 “여보세요?”

 “모야.. 내 번호 지웠던 거야?”

 .

 “………………………….”

 “……………………………”

 

 ‘현아다…’

 .

 .

 “어 현아야 잘 지내지?”

 “모야 오빠 그만뒀다면서”

 “응 그렇게 됐어”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좀 봐야지”

 “으….응…그래야지….”

 .

 .

 우린 별 특별할 대화없이 서로의 안부만 물었다…

 .

 .

 사실 현아로부터의 연락이 왔을 때….

 너무 좋았었다…

 설빙이 먹고 싶다..하며

 다음 약속을 잡을 이야기를 했을 때는 나랑 다시 만나고 싶은건가라는…생각도…들었지만..

 .

 .

 하지만…

 그러면 안됐다…현아 랑은…

 은규를 위해서도….

 .

 .

 그 후로도 몇 번의 연락을 주고받긴 했었지만….

 나의 짐을 현아에게 떠넘길 수도 없었고…

 은규에게는 나처럼 마음만으로 안아줄 수 있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 아빠가 필요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러면 안됐다…

 .

 .

 내가 병원을 그만 둔 지금….

 ‘병원에는 별 일 없을까?’

 .

 .

 현아가 그만뒀을 때도…

 현주가 그만뒀을 때도…

 결이가 그만뒀을 때도…

 .

 .

 그냥 아무 일없는듯 흘러갔다…

 .

 .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

 그리고…나의 몸은

 더 이상 나의 몸은 병원 일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

 ‘이대로 의미 없는 사람으로……되버리면 어떻하지……’

 

 무서웠다….

 .

 .

 ‘이뤄내야했다….’

 .

 .

 드래곤볼 시간의 방에 들어간 손오공처럼…

 나의 1주일은 하루와 같았고…한 달은 마치 1주일처럼 느껴졌다…

 .

 .

 그리고…

 .

 .

 정말 꽤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나의 핸드폰이 울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이]

 .

 .

 “오빠 나 한국왔어”

 .

 .

 현주였다…

 내 기억 속에 현주에게 마지막인듯 냉정하다 못해 차가운 말 만을 뱉어냈던 것 같았는데

 .

 .

 이 녀석은 다시 내게 다가와주었다…

 

 “어…현주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어디야? 완전히 돌아온거야?”

 “응….”

 “…………………..”

 “우리 봐야지”

 .

 .

 “그래”

 .

 .

 오랜만에 돌아온 현주를 반기기에 내 집은 적당하지 않았고…

 난 현주와 즐겨찾았던…동네 꼬치집을 찾았다…

 .

 .

 왠지 나만 알고있고 싶은 그런 곳 이였지만…

 불편해진 몸으로 다니기에는 더 이상 무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반겨주시는 사장님…

 내가 고추장에 오이를 찍어먹는 걸 여전히 기억하시는지…서비스로 주신다

 오랜만에 만난 현주와의 만남은 녀석의 성격 덕분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

 .

 .

 “나 화장실 좀 다녀올께…”

 “………………..”

 “………………..”

 

 “잠깐…같이 가”

 

 그리고 현주는 말없이 일어나 내 왼쪽 편에 선다

 .

 .

 “오빠 술 마셨잖아… 넘어지면 어떻게 해…”

 .

 .

 익숙한 듯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나에게 내주고…

 나와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앞으로 간다….

 .

 .

 하지만 고맙다는 그 말 한마디가 쉽사리 나오지는 않는다…

 .

 .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것이 마음 깊은 곳 하나 씩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말하고 싶지 않고…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도…

 

 만약 내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 수 있다면….

 그 하루….

 누군가를 위해 쓰고 싶다….

 .

 .

 영화도 보고…놀이공원도 가고…술도 마시고….

 계단도 막 두 칸 씩 올라가보고 싶고…

 지각해서 헐레벌떡 뛰어가보고 싶고…

 몸짱도 되보고 싶고…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무거운 짐도 번쩍번쩍 들어주고 싶고..

 .

 .

 “어째 내가 너한테 신세를 많이 진다…”

 .

 .

 난 쑥쓰러운듯 시선을 돌린 채 짦은 고마움을 표현한다…

 어쩌면 내가 그리 심하게 말했던 것도…

 나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이기심때문은 아니였을까….

 

 “전생에 부부였나 보지…그러니까 나한테 잘해…”

 .

 .

 “오빠 근데..이제 무슨 일하려고…”

 “……………………”

 “…………………….”

 “모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이제 병원 일은 할 생각이 없네…”

 “……………………….”

 “…………………………”

 .

 .

 말은 없었지만…나의 답답함과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고 있었을 것이다…

 

 “오빠…병원에서 하려고 했던…… 더브러는”

 “………………….”

 “어려운 사람들 돕고 싶다고 했었잖아”

 “…………………..”

 “밑져야 본전인데 한 번 부딪쳐봐….”

 .

 .

 .

 사실 내가 가장 꿈꿔왔던 것이 있었다…

 현아와 같은 미혼모들은 현실 속에서 그 어떤 것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설사 지금이 틀렸다 하더라도 그것을 바꾸기 위한 용기를 내기도 어렵고…

 .

 .

 이젠 장애인이 되어 보통 사람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도…

 그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

 .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치료를 받지 못하고…

 어쩌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주류로써 살아가도록 선택되어진 사람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그러한 선택..

 .

 .

 그랬다…

 내가 생각했던 의미 있고…옳은 명분을 가지고

 모두가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

 .

 ‘현주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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