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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외피와 내피-
작가 : 강서진
작품등록일 : 2016.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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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환멸(1)
작성일 : 16-08-30     조회 : 428     추천 : 0     분량 :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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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성. 그의 이름은 이진성이라고 한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어두운 분위기의 어느 술집 안에서였다.

 

 술집은 차가 설 곳이 없는 듯이 보이는 도로가에 덩그러니 놓아져 있었다. 가끔 차가 뒤에 먼지를 달고 내달려와 매연을 뱉어놓고 다시 떠나고는 하는 곳이었다. 차들이 떠나는 소리가 방울뱀의 숨소리처럼 쉭쉭 거리며 귓가를 위협한다. 건물의 간판에는 ‘seven star'라는 글자가 휘날리듯 새겨져있었고 옆에는 총 든 카우보이가 어딘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느낌의 건물은 단층이었고 폐쇄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는 문 하나가 있을 뿐, 창문도 벽 위쪽에 조그맣게 달려있는 것 외에는 없었다.

 

 나는 종종 그 곳을 들르고는 했다. 그 곳에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외부가 촌스러운 것에 비해 실내는 어둡고 장식도 제법 괜찮았지만 외부의 서툰 카우보이 그림 때문인지, 입지조건 때문인지, 늘 한적했다. 그리고 외부장식과는 어울리지 않게 술집이라기보다는 바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나는 그러한 어울리지 않음의 매력과 조용한 것들이 좋았다. 한적함 때문인지 가격은 싸다고 할 수 없는 편이었지만 혼자 잠깐 오기에는 괜찮은 곳이다.

 

 그 곳에서 그를 처음 보았다. 그는 비쩍 마른 몸을 가진 남자로 피부는 창백했으며 그에 대비되어 눈 밑 등이 검게 변색되어있었다.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양복차림이었다. 마른 편의 몸이라 양복이 헐렁해보였고 그 탓에 체격이 더 왜소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푹 팬 눈에서 빛나는 기묘한 빛과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날카로워서 함부로 대하기 힘든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그런 느낌이 다소간은 신경질적으로 느껴졌지만 공격적으로 느끼기에는, 그는 자신 외의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있어보이지가 않았다. 우울이 침전되어 피부에 달라붙어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신경질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늘 겁에 질려있는 듯 한 느낌이 있었다.

 

 처음 만난 날, 그는 그 때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것을 인연이라고 한다면, 인연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는 술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세상과의 괴리에 절망해서 계속 그 것을 홀짝이고 있었고 나 역시,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그날따라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의 경우엔 무언가 절망적인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 날은 마시고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무언가를 하는 날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나는 그 날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우연히도.

 

 술집은 그 날 장사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한적한 술집이라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 바텐더는 가끔씩 얼굴을 봐서 안면이 있는 나에게 대고 웃으며 말을 했다. 그는 자주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단골이기도 했지만, 장사요령이 없는 젊은 주인은 나와 말이 잘 통하는 편이었다. 나 역시 사람이 거의 없는 바에 혼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또래인 주인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불경기라지만 너무 추워.”

 

 춥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갈만큼 홀은 싸늘했다. 그 작은 바에서 그 묘한 인상의 사람 하나만 있는 것을 보고서 나는 그 사람의 인상만큼이나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텅 빈 바를 휘휘 둘러보다가 그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주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야.”

 

 바텐더 겸 주인은 내게 소곤거리듯 말해주고는 할 일에 다시 빠져들었다. 둘 다 주사는 없었다. 타인과 타인이었다. 작은 도시 안, 작은 바에서 그저 말없이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음료수를 마시는 듯이 아무 느낌 없이, 그냥 그렇게.

 

 “이렇게 장사 안 된 적도 있었어?”

 

 나는 주인에게 물었다.

 

 “몰라.”

 

 그렇게 말한 주인은 웃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술장사는 안 해. 접을까봐.”

 

 “갑자기 왜? 달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생겼어요?”

 

 주인은 웃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기야 술집을 할 것 같은 인상, 성격이 아닌 이 사람이다. 그는 사근사근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 말이 나온 데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었다. 대답이 없어 나도 질문을 거두었다.

 

 “저 사람 이상하지 않아?”

 

 이윽고 한참 후, 주인은 내 귀에 속삭여왔다. 반복된 물음에 나는 픽 웃었다. 저 사람이, 조금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관심을 꺼주는 것이 좋을 때도 많았던 것이다. ‘쓸데없는 호기심’도 세상에는 많았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

 

 “설마요.”

 

 “아냐. 진심이야. 일주일째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자리에 계속 앉아서…….”

 

 나는 다시 픽 웃었다. 어떠한 가게든 일주일간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에 앉는 짓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어색하지만 편안한 침묵이었다. 서로 똑같은 공간, 괴리된 존재로……. 우리는 무심한 척 서로를 신경 쓰고 있었다.

 

 

 

 

 “먹먹한 고통이지.”

 

 “……유리된 고통.”

 

 “피해망상…….”

 

 “열등.”

 

 “슬픔.”

 

 “부서질 걸 알면서도.”

 

 그 날로 부터 한참 후, 홀로 더듬더듬 말하는 그의 단어를 들었다. 그 한참 후는 지금으로부터는 바로 며칠 전이다. 그 곳에서 처음으로 본 이후, 그와는 몇 번을 더 마주쳤고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말을 했다면 더욱 기이했으리라. 그리고 그렇기에 생존의 위협을 느껴 결코 가까이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 당시 그의 이상은 그 정도의 위협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그는 어슴푸레하게 ‘친구’라기에 조금 애매할 정도의 친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그가 최대한 정상으로 보이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그만큼 적합한 사람을, 나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그 두 가지의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이윽고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그 것은 어쩌면 쓸데없는 호기심인지도 몰랐다.

 

 그 날, 술집 안에서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술집에 손님이 나를 포함해서야 겨우 두 명 뿐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이상한 것을 보는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안녕하세요. 말 걸어도 될까요?”

 

 그는 고개를 까닥였다. 대답조차 하지 않은 그 행위에, 나는 스스로가 불청객으로 취급받는 것처럼 느껴져 쓴웃음을 지었다.

 

 

 

 그와 꽤 친해진 지금에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는 세상과 어울리지 않았고, 어울리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줄곧 공상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멀어지고 싶었느냐 나에게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부담스러웠는가 묻는다면 또한 아니라고 말하겠다. 그는 깔끔한 성격이었다. 지저분한 멀어짐에 대해서는 마음을 놓아도 괜찮았다. 그 것은 이 사회에서는 매우 희귀한 재능이었다.

 

 집착이라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닌 것같이 그의 감정은 모든 면에서 이질적이었다.

 

 아마 그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 것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섬세하고 민감하고 심각하게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것은 우리와 매우 다른 방식의 것으로 그가 느끼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것이 어떤 것인지 공감하거나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도 이 세상에 모든 것에 그다지 미련두지 않았다. 미워하거나 아파한다기보다는 그저, 밋밋하게, 미련두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날 술집 주인장의 말도 그리 틀린 것은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미련두지 않는 자의 목숨은 굉장히 가벼운 것으로 그가 언제 훌쩍 떠날 지, 잘 알 수 없었다.

 

 

 

 “앉아도 될까요?”

 

 그 때 내가 그에게 말을 걸었을 때,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이까지 온 것에 대해 조금 후회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떻게든 대화를 끌어내야겠지만, 그 과묵한 표정을 보면 그 것은 쉽지 않은 일같이 보였다. 나는 막연히 말을 뱉어놓고는 할 말을 잃고 망설였다.

 

 “앉으세요.”

 

 내가 머뭇거리고 서자 그 쪽이 말했다. 간단한 호의에 안도하며 나는 옆에 앉았다. 그게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에 너는 그런 말을 했었지. 이 세상에 평범한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고.”

 

 우리가 만날 때는 언제나 그 술집 안에서였다. 그는 내게 마치 술집 안에서 키우는 한 마리의 새와 같이 느껴졌다. 술집 안에서만 존재하고 그 곳 안에서만 먹고 자고 마시는 것같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그는 ‘술집에 머무르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나란 존재는 엇비슷했을 것이리라.

 

 만남은 지속되었지만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 그가 없다면 그 주인과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일이 반복될수록 그 사람이 그 술집 안에 없으면, 몹시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교실에 들어갔더니 칠판이 없는 이상함이었다.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는 감상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가 그 곳에 자주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렇게 만난 것치고는 ‘의외로’ 대화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쓸데없이 진지했고 대화는 늘 이런 것으로 외로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우린 평균이 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지.”

 

 “평균?”

 

 “평균이라는 것은 가장 기형적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가끔 어렵다고 생각해.”

 

 “평균점을 자신의 점수로 하는 사람이 극히 희귀한 것과 같은 거겠지. 82.44점 같은 건 받기 어려워. 무척. 예를 들어서 말이야. 생각해봐. 대한민국의 팔 있는 사람의 수. 과연 2개의 팔이 정상일까? 숫자놀이를 하면 틀림없이 일 점 몇 개일 거야. 물론 이 경우에는 진실보다 팔이 적다가 되겠지만 사실 팔이 두 개인 사람은 이상하지 않아.”

 

 오늘도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긍정하여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꾸했다.

 

 “평균점이라. ‘누구도’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라면…….”

 

 “물론 ‘누구도’ 정상이 아닐 수는 없을 거야. 평균점이란 건 그냥 해본 말이야. 요새는 키가 100미터인 사람과 1미터의 사람의 평균을 내버리니까 말이야. 현실적으로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하지 않아. 이론적으로 공격할 수는 있겠지. 숫자놀이와 숫자싸움은 다르니까, 숫자싸움 쪽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통 비정상이라고 하는 것은.”

 

 그는 어색하게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나 같은 사람.”

 

 “그렇게 이상하지는…….”

 

 그는 내 말이 끝나기 전에 말을 자르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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