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란 말이 존재하는 것은 정상범주가 있다는 뜻일 테니까. 공식적인 ‘이상행동’의 정의는 정규분포 안쪽의 66%를 가리킨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34%가 이상한 사람인 셈이야. 이상한 사람의 숫자가 무시할 정도는 아닐 테지.”
“거기서 긍정적인 이상은 제외해야겠지. 사회의 인정을 받는 이상함-.”
“제외하면 17%. 무시할 숫자일까.”
“……충분히 살기엔 힘들 정도의 퍼센테이지로군. 고등학교 교실을 생각해보지. 한 반이 40명이라 치면 6, 7명 정도야.”
“6, 7명이 무시할 숫자일까.”
“어디든 마찬가지야. 이상함은 결집하는 일이 없어.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거야.”
“…….”
“결집이 없으면 마치 없는 것과 같이 느껴져. 그렇기에 이상이 눈에 띄면 정상범주에 드는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고 그들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짓밟으려고 하는 거지.”
“꼭 짓밟혀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내 말에 그는 소리 내지 않고 웃었다. 웃음이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난 이상해. 그걸 스스로도 알고 있지.”
“이상하다.”
나는 그 문장을 되새기듯이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이상한 건 무서워. 내일 갑자기 없어지더라도 당연한 일일 것 같으니까 말이야.”
“나는 모르겠어. 이상한 게 사라져야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 이상함이 66% 외의 사람이라는 것을 역으로 말한다면, 어떤 집단에 있든, 어디를 가든, 어느 곳이든 이상함은 존재한다는 거야. 없앨 수가 없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너도 이상하기 때문이지.”
꽤 친해진 것처럼, 그는 그의 것 같지 않은 즐거운 느낌이 드는 웃음소리를 냈다.
“나한테 다가와서 이야기를 건 것만 해도, 아니 꼭 내가 아니더라도 헌팅이 목적도 아닌데 남자에게 여자가 다가오는 적은 그다지 없지. 게다가 너는 그다지 사교적이지도 않아. 즉, 너는 괴짜지. 너도 괴짜인 거야. 네 행동의 이유를 나는 모르겠어.”
“하긴, 나도 그냥- 말을 건 거지. 내 행동의 이유는 나도 모르겠어.”
나는 중얼거렸다. 확실히 딱히 이유가 없었다. 행동의 귀결이 어찌될 지 예측할 수 있는, 말하자면 행위를 ‘왜’ 시작했는가에 대한 그 원인이 딱히 보이질 않았다. 그저, 분위기가 남달랐기 때문에 친해지고 싶었다.
이 사람이라면, 좀 더 나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기성으로. 하지만 이기적이든 뭐든, 나는 그가 꽤 마음에 들었고 이제는 좀 친근해지지 않았는가에 대해 안도하고 마는 것이었다.
또한 그가 미련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과 몹시 다른 곳을 집요하게 파고들 뿐인 것이다. 그는 마음을 물이나 모래에 새기지 않았다. 돌에 새기는 사람이었다. 그 것은 그가 쉽게 죽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몹시 안도하게 되는 것이다.
“단 하나, 말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우리는 왜인지 통했다는 거지."
그는 그렇게 말했다.
“너는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그게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분과 비슷해서, 타인과는 조금 다른 이해불능을 띠고 있어. 너는.”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래서?”
“너는 어떠냐는 거지.”
나는 그를 보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묻는 것인지 생각한다. 그는 몹시 불친절했다. 이야기를 할 때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내가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말해버리는 일이 잦아서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할 때도, 그의 말 자체가 무엇인지 전혀 못 알아들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도 그런 버릇이 있었고, 그래서 그의 이질감이 오히려 친근할 때도 있었다.
우리는 서로 전혀 달랐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그저 사상적으로 몹시 친근할 뿐이었다. 그 외의 우리는 이질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질은 그다지 거북스럽거나 싫은 것이 아니란 것은 또한 사실이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다음에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여자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우리는 주로 공허하게 위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주로 했기에, 그런 자신의 신상정보를 털어놓는 것은 몹시 색다른 일이었다. 그 것은 사이가 한 겹 더 가까워진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 애가 내게 과분하다고 생각해.”
“과분?”
“응. 나는 전혀, 모르겠어. 걔에 대해서는……. 먼저 고백을 받았고 꽤 오래 동안 사귀었는데도, 전혀 모르겠어. 아무 것도. 왜 내게 고백을 했는지, 대체 우리가 만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심지어 그 애가 나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너는?”
“나?”
“응. 네가 그 애를 좋아하는 지 아닌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았잖아. 네 감정이 어떤지가 가장 중요하잖아?”
“나…….”
그는 앓듯이 소리 내더니, 한참을 고심에 빠졌다. 그는 한참 만에 겨우 고개를 들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르겠어. 단지.”
“단지?”
“그녀가 아깝다는 것은 분명해.”
나는 네가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그녀가 너를 좋아한다면 아깝고 아깝지 않고의 문제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그 질문에 대한 욕구는 참아냈다. 대신 짧게 물었다.
“왜?”
“정상이거든. 그녀는. 여러모로, 나와 달리 정상이야. 예쁘고, 자신을 잘 가꾸고 현실감각도 제대로 됐고. 나한테는 과분해. 그리고 나와 어울리지 않고 어울려서도 안 되는 사람이야. 나는 내가 손대서는 안 되는 여자에게, 상처를 입혀 버릴 것만 같아. 신기하지. 나는 현실에 없는 것 같은데, 현실에 뚜렷이 존재하는 여자를 상처 입혀버리다니.”
“현실감각……. 그건 중요한 문제지.”
나는 중얼거렸다. 그는 여자에 대해서 더 털어놓았다.
“그러고 싶지가 않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는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아. 점점 부담스러워질 뿐이야. 잘 되지 않아. 답답해. 나는 그 여자가 나를 좋아하는 것만큼 그 여자를 좋아할 수가 없어.”
나는 말을 흘리고 말았다.
“부담스러우면 헤어지면 되는 것 아닐까?”
“…….”
말을 한 이후에야 별로 좋지 않은 말을 하고 말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말은 사소한 경우에도 그 위력이 컸다.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은 그런 게 아닐 거였다. 어쨌든 그가 위로를 받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나는 지나치게 냉정하게 말해버린 것이리라.
“미안해.”
나는 간단히 사과했다.
“아니, 미안할 게 없어. 사실 그게 당연해. 다만.”
“다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지는 않아. 말했다시피.”
“상처. 그 쪽이 그렇게 좋아해?”
“글쎄……. 그렇다고 해야 할지 아닌지. 그 것도 잘 모르겠어.”
그는 난처하게 웃었다. 그리고 먼 곳을 보았다.
“나는 그 사람을 알고 싶어 하고 있어. 그건 그녀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그녀를 좋아해야한다는 도의적인, 도덕적인 문제만은 아니야. 왜 나를 좋아하는지. 왜 우리가 가깝게 되었는지. 거기에 뭔가- 내가 모르지만 아주 중요한 어떤 것인가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흠.”
“나는 그녀를 알고 싶어.”
“이상한 관계구나.”
“그렇지. 전혀 모르고 있거든.”
이주일간 그는 오지 않았다. 내가 가끔 가게에 찾아가면, 허전한 가게에는 고작 몇 사람의 손님과 주인만이 있었다. 나는 사흘 걸러 한 번씩은 그 곳에 찾아갔다. 일주일이 너머 지났을 때는, 나는 왜인지 모르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자주 응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서, 주인은 그 동안 내심 추측하고 있던 것을 확신한 것 같았다. 그는 그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성가셨지만 내가 관심을 끄는 행동을 자처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의 성격과는 맞지 않게 친절히 상대해주고 있었다.
“그만 좀 물어줘요.”
그러나 친절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주일간 안 보이는데, 그 사람 어떻게 된 거야? 그 이상한 남자 뭐하고 지내는 거야?”
“나한테 왜 그걸 물어봐. 나 연락처도 없거든?”
“네가 왜 그런 사람한테 반해서 그러는지. 쯧쯧, 네가 희한한 데 빠질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하긴 그 남자 생긴 건 그럭저럭 생겼지. 혈색이 하도 창백해서 그렇지.”
“……나, 원.”
나는 머리를 잡고 미간과 눈 위 근육을 조금 찡그렸다. 탁. 바텐더와 거리감이 거의 없는 좁고 긴 탁자 위에 글라스가 놓여졌다.
“뭐에요?”
“서비스. 이별주 정도는 사주지.”
“그런 거 아니라니까! 요.”
나는 한숨을 쉬면서, 투명한 노란 색이 일렁이는 술을 들었다. 상대방의 몇 번 접쳐진 블라우스 소매를 보다, 거기 걸린 시계가 문득 눈에 걸렸다. 정각 9시. 애매한 시간이다. 기다려야할 지, 적당히 있다 가야할 지 판단이 어려웠다. 나는 공짜 술에 입을 적셨다. 알코올보다 단 맛이 더 진한 술이었다.
“달다.”
“실연주니까.”
나는 그 쪽을 빤히 보았다.
“알았어, 알았어. 안 놀릴게. 시럽 많이 넣은 거 싫어?”
“아니, 맛있어. 난 단 것 좋아하니까.”
“그럼 다행이고.”
“단 게 좋아. 쓴 것 보다.”
그건 대부분이 그럴 테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단 맛은, 대부분의 인간들이 좋아하는 맛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에는 단맛이 제격이었다. 나는 흔쾌히 홀짝거렸다. 딸랑, 딸랑. 그러는 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혹여나 해서 문을 쳐다보는데, 역시 그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여자였다. 한 명. 들어온 여자는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눈빛으로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었다.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을 하고 있는 사람. 평범한 편이었다. 얼굴은 예쁘장한 편의 사람으로 깔끔한 인상이었다. 다만, 얼굴에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 있어, 무언가를 찾으러 온 느낌을 물씬 내고 있었다.
‘왜 저렇게 헤매고 있지?’
나는 그 사람의 왠지 모를 불안정이 신경 쓰여, 묘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헤매던 사람은 이윽고 바텐더에게 다가가 무어라 소곤거렸다.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항상 오던 남자가 있지 않았나요?”
“항상 오시는 분은 꽤 계시니까요.”
주인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좀 독특한 사람인데요. 혈색이 유달리 희고…….”
나는 힐끗 그들 쪽을 보았다. 독특, 혈색이 유달리 희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에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은 손바닥을 쳤다.
“아아, 그 분! 항상 오시다가 2주 전부터 안 오세요.”
“2주 전부터……. 남자와 함께 있던 사람이 혹시 있지 않았어요?”
가쁜 숨이 느껴질 것처럼, 다급하게 묻고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굴까. 어쩐지, 그 남자와 현실에서 실제로 관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침묵. 갑자기 흐르는 정적에 이질감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주인이 나를 빤히 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여자의 헤매는 눈길은 나와 마주치는 순간, 고정되었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여자를 보며, 물을 것이라도 있는 걸까-하고 당혹하는데 주인이 여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분과 관계가?”
“여자 친구에요.”
여자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