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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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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01
작성일 : 19-11-08     조회 : 522     추천 : 0     분량 : 3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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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운 실내. 열댓 명의 사내들이 한 남자를 상대로 비겁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니, 싸움이라고 치기에는 한 남자가 일방적으로 맞고 있다. 기운 없이 엎어져 버리는 그 남자에 그제야 만족스러운지 주동적으로 때리던 남자의 손짓으로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멎었다.

 

 "야, 안재훈.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그래서 내 손가락은 언제 잘라간다냐?"

 

 때리느라. 맞느라 저마다 힘에 부쳐 가쁜 숨을 고르며 말을 뱉었다. 잔뜩 맞아 부은 얼굴을 하고도 태평히 동문서답을 하는 녀석이 아니꼬웠는지 주동적이던 녀석 바로 뒤에 서 있던 노란 머리의 남자가 앞으로 나와 재훈이라 불리는 남자를 힘껏 발로 찼다.

 

 "그만해. 새끼야."

 "컥- 하아. 야, 하민우. 너 새끼 머리통 꼬락서니가 그게 뭐냐? 넌 네 대가리 색깔 때문에 제일 먼저 잡힐 거다."

 "이 새끼가 근데!"

 

 재훈의 건방진 소리에 민우가 다시 한번 다리를 들어 올렸고 그걸 말없이 바라보던 주동자가 허공에 떠 있지 않은 나머지 한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쿵, 하는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나자빠진 민우는 창피하긴 한 건지 붉어진 얼굴로 가만히 서 있던 남자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만하고 정리하자. 큰형님 들어오시겠다."

 

 주동자의 말에 누워있던 재훈도 끙끙거리며 몸을 일으켰고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 실내를 빠져나갔다.

 

 "야, 하민우. 건방 떨지 마. 이 안에서 너보다 더 사고 많이 친 새끼 없다. 그거 다 덮고 간 것도 나랑 김희욱이고."

 "그래서 이제 와서 제 뒤봐주기 귀찮아서 나간다고 하는 겁니까?"

 "그래, 인마. 그니까 사고 적당히 쳐라. 이젠 나도 없고 희욱이 혼자 너 봐줄 생각 하니까 내가 다 답답하다. 이 답 없는 새끼야."

 

 모두가 나간 고요한 실내에 셋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대화를 나누기 바빴다. 좀 전까지는 재훈을 죽일 듯 패던 사람들로 보긴 어려울 정도로 유쾌하게 말이다.

 

 "근데 재훈형님은 큰형님이 정말 형님을 놔주실 거라고 생각합니까?"

 "아마 놔줬다고 해도 평생을 감시 속에 살겠지? 이 조직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제가 봤을 때는 큰형님이 형님을.. "

 "하민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안재훈 너는 네 동생이나 잘 숨겨둬라."

 

 동생을 숨겨두라는 말에 재훈은 아픈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둘이 뭐냐고 소리치자 다리를 절뚝거리며 집이라고 대답했다.

 

 

 *

 *

 

 

 "어우, 이 원수 같은 놈. 네가 오빠냐? 나이가 몇인데 두들겨 맞고 다니기나하고."

 "어허- 어디서 오라버니한테."

 "오라버니는 개뿔. 27살에 쌈박질이나 하는 게 무슨. 야, 이럴 거면 차라리 나가 죽어라!"

 "아악-!"

 

 하필 걷어차도 마지막에 민우가 있는 힘껏 걷어찬 곳을 정확히 걷어찰게 뭐람? 누가 깡패 동생 아니랄까 봐 힘은 더럽게 세네.

 

 "한 번만 더 이러고 들어와 봐라. 그땐 아주 얼굴에다가 이 빨간약 부어 버릴 줄 알아."

 

 패기 있는 몸짓과 다르게 귀여운 으름장에 재훈이 아빠 미소를 지었고 그걸 본 주혜는 들고 있던 빨간약을 들이붓는 시늉을 했다.

 

 "아따, 기지배 협박 한번 살벌하게 하네."

 "나 이제 가족 오빠랑 주이 밖에 없어."

 "뭐래, 나도 주이랑 너밖에 없어."

 "철 좀 들라고요. 이 아저씨야."

 

 

 *

 *

 

 

 깜깜한 방안, 새근새근 잠자는 두 아이의 소리만이 귓가에 들렸다. 무슨 근심·걱정이 그리 많은지 미간에 지어진 주름은 재훈의 이마에서 도통 사라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세상에는 덩그러니 저와 나이가 어린 동생 둘뿐이 남았다. 가족·친지들의 손에 맡겨지기에는 제 나이가 많았고 혼자서 두 아이를 책임지기에는 부담이 컸다. 더군다나 어렸을 때부터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몸 굴리고 쌈박질밖에 없으니 뭐 대단한 직장을 번듯이 구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된 조직 생활이 저 자신을 이리도 골치가 아프게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라방, 왜 안 자?"

 

 조용히 한다고 조용히 했는데 무슨 기척 때문인지 일어난 막내가 눈만 멀뚱히 뜨며 물었다. 아마 방안 불이 켜져 있어 자신의 얼굴을 봤다면 이 새벽에 동네 떠나가라 울어 젖혔을 막내에 얼굴을 숨기고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줬다.

 

 "오빠는 잠이 안 오네. 우리 막내는 얼른 자야지 내일 또 등교하지."

 "응! 오라방도 잘자-"

 

 두 눈을 꾹 감은 막내의 얼굴이 귀여웠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잠이 드는 건지 곧 일정한 숨소리가 들렸다. 제 부모가 자신들을 보며 그랬을까. 티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며 예쁘다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을 지금이라도 그만둬야만 했다. 다시 한번 다짐을 한 자신도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등교 준비를 하는 동생들을 뒤로하고 희욱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배를 긁고 있는 채하 녀석이 보였다. 공부한다더니 새집 짓고 있는폼이 영락없는 직업 없는 백수다. 혀를 끌끌 찬 재훈이 희욱을 찾자 슬리퍼를 질질 끌고 2층에서 내려오는 녀석이 보였다.

 

 "왔냐."

 "왜 불렀냐."

 "동생들 피신시킬 곳은."

 "주이는 남해에 아버지 아는 분한테 입양 보내고 주혜는, 중국으로 보낼 거야."

 "미쳤어?"

 "어린애 아니잖아, 주혜는 잘할 수 있어."

 

 옆에서 듣고 있던 채하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중국으로 보낸다는 건 레이권에게 보내겠다는 소리가 분명했다. 레이권은 중국에서 작지 않은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놈이었다. 멍청한 건지 불안해하는 희욱과 채하와는 대조되게 확고하기만 한 재훈이었다.

 

 "생각보다 이 바닥 좁다. 너 그러다가 주혜 거기 있는 거 들키면 주혜는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잘 숨겨야지."

 "레이권한테 가는 게 숨기는 거냐? 너 그러다 걸려, 인마!"

 

 언성을 높이는 채하 옆에 있던 희욱이 채하를 제지하더니 재훈에 두꺼운 봉투를 던졌다. 툭 놓인 봉투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힘없이 웃으며 봉투를 주웠다. 이거 먹고 떨어져라, 뭐 이런 건가. 실없는 소리를 내뱉는 그에게 희욱이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조심해서 피해 다녀, 꼭 살아서 보자. 안재훈."

 

 그렇게 헤어진 지 한 달여 만에 그는 차가운 시체로 돌아왔다. 자신들이 그를 죽인 게 아닌 것처럼 시체를 찾아와 장례까지 치렀다. 너무 충격을 받은 걸까 희욱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실상 충격이랄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조직 생활 청산이 죽음으로 갚아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말이다.

 

 "야, 김희욱."

 "..뭐."

 "집에서 키우는 개가 죽어도 밤낮 나흘은 꼬박 울어."

 

 눈에는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말하는 채하의 목소리에 그제야 울컥 치미는 눈물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서럽게 울었다. 희욱이 슬퍼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차라리 속 시원히 울어버리면 될걸 꾸역꾸역 참아내고 있는 희욱이를 안심시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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