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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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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16
작성일 : 19-11-08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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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아?"

 

 밤이 늦어서야 들어온 노아는 옷이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차갑게 굳어버린 얼굴과 시선은 앞쪽을 향해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언제나 함께 들어 왔었는데. 노아는 여주를 무시하고는 2층으로 문을 세게 닫으며 들어가 버렸다. 방바닥이 피로 얼룩졌다. 고민하다가 냅다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노아는 침대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물어보려고 해도 그의 표정은 평소처럼 편안하지 않았다. 불안해 보인다. 적어도 여주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일단 치료라도 하고 이거 그대로 두면 피만 흘러서, 어떡해."

 "손 치워."

 "뭐?"

 "나한테 손대지 마."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노아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피인지 타인의 피인지도 모르는 붉은 것을 온몸에 에워싸고 와서는 저렇게 변해버린 모습을 보니까 여주는 불안해졌다. 희욱도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왜 노아 혼자 들어와서 게다가 딴 사람처럼 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치료해주려고 약을 찾는 여주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걸 어떻게 그냥 둬? 바보처럼 행동하지 마."

 "하,"

 

 분명히 노아의 피였다. 다친 거다. 평소에는 멀쩡하더니 다친 데도 없고 그냥 지쳐 보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다쳤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입술에 맺힌 핏덩어리가 보기 싫게 엉켜 붙었다. 배 부근을 부여잡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걸 보면 어지간히 질긴 놈이라는 생각을 했다. 싫든 뭐든 여주는 보기 싫어서 노아의 손을 억지로 잡았다. 그리고 바로 노아는 피가 묻은 손으로 여주의 어깨를 쳐서 바닥에 넘어뜨렸다.

 

 "아!"

 

 위로 올라탄 노아는 한참이나 여주를 째려보고 있다가 겉옷 안주머니를 주섬거리는가 싶더니 검은 물체를 꺼내 들고서는 여주의 이마에 갖다 댔다. 차가운 쇠가 이마에 닿았다.

 

 "야, 너 미쳤어? 이거 안 치워?"

 "잘 들어."

 

 딱딱한 총구가 머리를 거칠게 내리쳤다. 눈앞이 술 마신 것처럼 빙빙 돌아가는 것 같고 앞에 있는 노아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건 충격이었다. 그래도 같이 지낸 시간이 꽤 길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따뜻한 것이 눈 밑에 흘러들어서 한쪽 눈을 감았다. 시야가 뿌옇다.

 

 "난 지금 여기서 널 죽일 수 있어."

 "치워."

 "여기서 널 죽일 수도 있고 데려가서 땅에 묻어버릴 수도 있어."

 "일단 치우고 얘기해."

 "이간에 대한 동정 따위는 갖지 않을 꺼야. 알았어?"

 

 순간 궁금해졌다. 노아는 도대체 왜 이러는지 무슨 이유로 이러는지. 그게 너무 궁금했다. 분명 노아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날뛰는 것이다. 적어도 노아는 사리 분별이 특출나서 그런 경우가 적었다. 그런데 무엇이 노아가 이성을 잃게 했는지. 여주는 그게 궁금했다.

 

 "네가 희욱 형님한테 이쁨받고 영한 형님 애인이라고 아예 잊어버린 모양인데."

 "뭘."

 "그건 그 사람들만 이뻐해 주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 이득이 되는 건 하나도 없어. 기억해둬. 알았으면 대답해."

 "아,"

 "보물은 지켜 주는 사람이 없으면 언제나 위태로운 법이야. 내 보물이 아닌데 내가 지켜야 할 의무는 없잖아?"

 

 그리고 노아가 일어섰다. 두 대나 같은 곳을 얻어맞았다. 심한 말을 들었는데. 엄청나게 심한 말을 들었는데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욕을 내뱉지도 못했다. 입안이 얼얼한 탓에 입을 벌리고 있었더니 그 안에서 타액과 함께 피가 섞여 나왔다. 머리가 어지럽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더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노아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는 노아를 잡지 못했다.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미칠 것 같다.

 

 "미친 새끼,"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린다고 했던 날. 하지만 비가 오지 않았던, 그날. 그것이 노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

 

 

 "둔기로 인한 타박상이에요. 며칠 입원을 하면서 치료를 받으면 곧 회복될 거 같아요."

 

 여주의 상태에 관해 이야기하는 유빈이와 영한이 옆에 이불을 꾹 뒤집어쓰고 누웠다. 영한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왠지 보기가 두려웠다. 무섭고, 착잡하다. 영한은 아무 말도 없이 침대 옆 간이 의자에 앉았다. 노아와 이상한 일이 있었던 다음 날 아침에 여주는 이월이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왔다. 그냥 대충 약만 바르면 될 줄 알았는데 뼈에 아주 조금 금이 갔다고 했다. 베개를 꼭 끌어안고 벽 쪽으로 돌려 누워 있었다.

 

 "여주야, 김여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노아가 왜 그러는지 영한이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여주는 지금 노아에 대해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다. 평소라면 대충 잘 말할 수 있겠지만. 여주는 노아가 자신에게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에 화가 났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노아가 그렇게 말해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얼굴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혹시, 노아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몰라요. 엊그제 밤 이후로 소식 못 들었어요. 내가 알 리가 없잖아요."

 

 영한은 잠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주 또한 말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상황이, 아주 심각한 것 같았다. 원인은 이노아. 노아는 갑자기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서 그대로 집을 나갔고. 여주는 그런 노아를 잡지 않았다. 여주가 영한이에게 알려줄 것은 별로 없었다.

 

 "갑자기 피투성이가 돼서 집에 들어왔어요. 많이 다쳐서 아파 보였는데. 평소랑은 달랐어요. 그게 전부에요."

 "수요일 날 밤에 그랬다는 거지."

 "요즘 저 집에 데려다주고 매일 밤늦게 들어왔잖아요. 싸운 거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에 다들 간간이 상처 하나씩은 달고 들어오니까요."

 "수요일에는 다들 가게에 있었어. 잠깐 가게 좀 다녀올게."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소리가 들렸다. 끝까지 영한을 보지 않았다. 정말 내가 잠시 우리의 신분을 잊었었다. 우리는 사람도 쉽게 죽이고 하지만 그런 건 느끼지 못했었다. 사건이 있었어도 그때 뿐이었으니까. 같이 지내는 동안 정말 가족 같았으니까. 그런데 노아는 여주에게 아니라고 했다. 여주는 노아한테 물어보지 못했다. 그게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것 같다. 다시 한번 물어볼 수 있다면. 지금 이노아와 얘기를 할 수 있다면.

 

 "영한 형님."

 "그래."

 "이름 한 번만 불러줘요."

 "여주야."

 "한 번만 더요."

 "여주야?"

 "이제 됐어요. 빨리 갔다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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