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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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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19
작성일 : 19-11-08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4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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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다."

 "미친 새끼."

 

 바다가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주먹을 쥐었다. 옆에 있던 이월이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 주먹은 그 앞의 상대에게로 날아갔을 것이 분명했다. 안에 있는 희욱과 민우에게 들릴까 이월은 노심초사하며 바다를 뒤로 끌어냈다. 이노아였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은 이노아고 예전의 이노아 아니라 다른 이노아다. 바다의 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배신자는 당당하다고 하던가. 어찌 이 사람은 자신의 앞에 나타나 여유로운 웃음까지 지을 수 있다는 것인가.

 

 "많이 말랐네."

 "내가 마르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이바다."

 "내 이름 부르지 마, 개만도 못한 새끼야. 지금 내가 여기서 널 죽이면 우리 형님들한테 해가 될까 봐 안 그러는 거다. 너 같은 새끼를 믿고 가족으로 여긴 희욱 형님이 안쓰럽고 널 따른 내가 추잡하고 더럽다. 이 씨발 새끼야. 그러면서 뻔뻔하게 그 낯짝을 들고 여기에 와? 네가 인간이야? 넌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개자식이야."

 "이바다, 그만해."

 "바다 데리고 가, 얼른."

 

 곧게 닫힌 방문 앞에 서서 노아는 무표정으로 강하에 의해 끌려나가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주머니에 꽂아 넣은 두 손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바다처럼 두 주먹을 세게 쥐고 있을까 아니면 편안하게 있을까. 노아를 쳐다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단지 바다처럼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차이점이 있었다. 노아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이월이 담배를 물고 노아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라이터 좀."

 

 노아는 아무 말 없이 그에게 라이터를 내밀었다. 늘 이랬다. 이월은 라이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니까. 그에게 빌리는 것은 이미 일상적인 습관이라고 해도 개의치 않은 것이었다. 그만큼 한 평생 같이 지낼 가족 같던 사이였다. 그랬었다. 지난주까지는. 갑자기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던 그 날 밤 이후에는.

 

 "마지막이야. 빌리는 건."

 "그래요."

 "이 습관 고치려면 시간 좀 걸리겠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침묵이 오가는 도중에는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두 파가 만났는데도 적이 만났는데도 서로 아무런 말이 없다. 적파와 아르벨에게 있어서는 말하지 않아도 지켜져야 할 약속 중 하나다. 예전에는 동맹을 맺었던 사이였다. 그건 여전히 그들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네."

 "바다한테 진심이었지? 바다한테 형식적으로 대한 거 아니었지? 진심이었지? 그렇지? 대답해."

 "진심이었어요."

 "그럼, 됐어."

 

 대답이 들려오고 나서야 심각하게 굳어졌던 이월의 인상에 웃음이 맴돌았다. 웃기다. 이 상황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안에서 민우와 희욱의 말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노아는 금세 머리를 검게 물들이고 난 후였다. 다른 사람 같이 변해버렸다.

 

 "이런 식으로 급하게 배신하지 마. 뒤통수 치려면 좀 문지르고 나서 때려."

 "......"

 "그래야 덜 아프잖아."

 

 그렇게 자신들과 몇 년이나 같이 지냈던 사람이다. 우리들의 가족이었다. 이렇게 빨리 떠나버릴 줄은 몰랐다. 이월은 담배를 쓰고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가 바람이 부는 방향을 따라 피어 올라갔다.

 

 "이제 우리는 아는 사이 아니다."

 

 이월이 담배 연기와 함께 내뱉었다.

 

 

 *

 *

 

 

 "뭐야."

 

 퇴원하는 날에 가장 먼저 영한이 올 줄 알았다. 퇴원하기 전날 밤. 그러니까 일요일 저녁에 여주는 바다가 가져다준 과일을 씹어 먹고 있었다. 껍질 벗기기도 귀찮고 그냥 다 같이 씹어대는데 누군가가 왔다. 이미 사람들은 다 왔다 갔고 혹시 영한일까 하는 마음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을 확인해보니 전혀 모르는 얼굴이다. 저 보조개.

 

 "좀 반겨주는 게 어때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역시. 애인끼리는 닮는다더니."

 

 중얼거리는 말이 약간 이상하다. 애인? 애인이라면 영한이 분명했다. 저 사람이 영한 형님을 어떻게 아는지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김영한이랑 아는 사이 아니었어?"

 "반말하지 마시고요. 왜 그런 말을 나한테 와서 하는데요? 그리고 여기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고 왔어요? 당신 스토커야? 우리가 무슨 옛날 친구도 아니고 왜 자꾸 와서 지랄이야, 지랄이. 그리고 영한 형님을 알아? 네가 영한 형님을 어떻게 알아? 당신 누군데."

 "하나씩 하면 안 될까?"

 "장난치지 마."

 "너한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나는 김희욱과 중립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고 여기에 어떻게 알고 왔냐면 그건 내가 능력이 좋은 거고 난 스토커가 아니고 또 뭐였지. 아, 맞다. 난 너랑 옛날 친구 아니야. 그리고 여기 와서 지랄 안 했어. 여기 와서 할 일 없이 지랄을 왜 떨어? 그리고 김영한을 알아. 또 내가 김영한을 어떻게 아냐면 그건 내가 능력이 좋은 거지. 그리고 나는 하민우야."

 

 도대체 저 사람이 하는 말이 뭔지 모르겠다. 얼떨떨한 기분에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더니 활짝 웃으며 내 손에 있던 사과를 가져가서 자기 멋대로 먹었다. 차마 먹지 마, 내 거야! 하기에는 너무 초딩스러웠고 그냥 가만히 앉아 경계심을 둔 채 노려봤다.

 

 "맛있네."

 

 미친놈 같았다.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익숙한 희욱이 번호를 눌렀다. 그 행동을 멍하니 지켜보면서 민우는 사과만 아작아작 씹어댔다. 그냥 웃긴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희욱이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핸드폰 신호가 느리게 가서 마음만 애타는데 갑자기 팔목이 확 잡혀 핸드폰이 바닥으로 세게 떨어졌다. 바로 앞으로 민우의 얼굴이 보였다.

 

 "전화 하지 마. 나랑 있을 땐."

 "진짜 미친놈 아니야? 놔, 씨발 새끼야."

 "입 진짜 거칠다. 김영한 애인이라 그런가?"

 "놔. 놔, 씨발. 아빠! 희욱 형님!"

 

 핸드폰이 아직 신호가 가고 있길래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건 진짜 스토커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다. 정말로. 이런 미친놈은 처음이다. 잡고 있던 팔목에 힘을 주어 침대에 억지로 눕히고는 두 손을 잡아챘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자기가 주워들고는 전원을 꺼버렸다.

 

 "너 그거 만지지 마. 만지지 말라고!"

 "김희욱, 번호는 지워."

 "함부로 건들지 말라고 했잖아."

 "김희욱, 안 와."

 "올 거야."

 "안 와."

 "와."

 "안 온다니까."

 "온다고! 네가 뭘 알아?"

 "난 중립적인 입장으로 말해주는 거야. 아르벨은 안 와."

 

 그 목소리는 식구들과 다르게 너무나 차가워서 여주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병실에서 사라지자마자 정신병자처럼 병원복 차림으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집으로 선뜻 들어가지 못한 채 대문 앞에 서만 서성이고 있었다. 부서지게 문을 열어젖힐 듯한 발걸음과는 다른 행동이었다.

 

 "김여주?"

 

 대문에 혼자 등대고 앉아 추하게 앉아있는데 앞으로 보이는 검은색 구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영한이었다. 고개를 들어 영한 형님의 얼굴을 보았을 때 보이는 얼굴에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차에서 내려 자신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영한에게 무작정 돌진했다. 허리를 세게 껴안았다.

 

 "뭐 하는 거야, 지금. 혹시 병원에서 그냥 나온 거야? 왜 그랬어, 갑자기."

 

 실소를 터트리며 웃은 영한이 어린 애처럼 안겼다. 그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형님들이 안 온대요."

 "뭐?"

 "형님들이 안 온대요. 그래서 불안했어요. 겨우, 이제야 생긴 내 가족들인데."

 "누가 그러는데."

 "몰라요. 그런 거 묻지 마요. 지금 이렇게 있는데 집중을 못 하겠잖아요."

 

 영한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차가운 날씨에 둘이 엉겨 붙어서 입도 안 열고 있다. 이제까지 영한이를 계속해서 병문안을 오는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었다. 단순히 여주가 피한 거였다. 영한은 여주를 보러 가는데 여주는 그런 그를 보지 않았다.

 

 "영한이 형님."

 "응."

 "영한이 형님,"

 "그래."

 "영한 형님, 영한 형님."

 "그래, 여주야."

 

 스스로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스스로 떠나라고. 아르벨을 힘들게 하지 말고 저 멀리 떠나라고.

 

 "형님은 제가 싫어요?"

 "아니."

 "그럼 좋아요?"

 "응, 일단 집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영한이 여주의 손을 잡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앞에 보이는 영한 형님의 뒷모습이 여느 때와는 달라 보여서 황급히 그를 돌려세웠다. 그는 급하게 잡아당기는 내 행동에 덩달아 인상을 썼다. 금방이라도 왜 이러냐고 물어볼 얼굴이었다.

 

 "도대체 왜 이러,"

 

 말하려는 그에게 다가가 입술을 급하게 마주 댔다. 이런 행동을 하는 여주를 처음 보는 그는 한동안 여주의 행동에 가만히 멈춰서 있다가 허리를 세게 붙잡았다. 그리고 걸음을 더 빠르게 했다. 그 빠른 보폭에 순간 놀라서 다리 스텝이 꼬였다. 그는 앞으로 걷는 거겠지만 여주는 뒤로 걷는 거란 말이다. 숨을 쉴 틈도 없이 영한은 현관문에 급하게 여주를 밀어붙였다.

 

 "아, 으..악!"

 

 입술이 약간 떨어지고 나서는 서로 엉킨 몸이 현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주도 영한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내가 이기적일지 모르겠지만. 난 내 손에서 단 한 번도 내 걸 놓아본 적이 없어."

 

 무슨 뜻일까. 생각할 시간은 가지지 않았다. 소파의 차가운 느낌에 등에 소름이 돋더라도 엉킨 몸을 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잠시 떼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영한이의 말에 여주는 두 눈을 꾹 감아버렸다.

 

 "너도 안 놓을게."

 "네."

 "절대로 놓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오로지 내가 주는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서로 마음의 교감을 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싶다. 노아가 말했던 것이 사실이 아니라서 여주는 다행스러워졌다. 그는 약속했다. 여주를 놓지 않겠다고.

 

 "내가 널 놓으면."

 "그냥 죽여버릴 거에요."

 "그럼 내가 널 죽이고 그다음에 죽지."

 "왜 형님이 날 죽여요? 웃긴다."

 "그래야 다른 새끼들한테 헤프게 웃고 다니지는 않을 테니까."

 "헤픈 건 너 아니야?"

 "까불긴."

 "함부로 웃고 다니지 마."

 "글쎄. 내 새끼한테 그 소리 들으니까 별 느낌 없는데."

 

 그의 감은 눈에 조심히 입술을 갖다 댔다. 불안함과 긴장감으로 이 시간을 불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그가 앞에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한 게 말이다. 앞으로 내가 도망가 사라진다면 다시 한번 날 찾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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