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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발자국
작가 : 오동댕
작품등록일 : 201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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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바로
작성일 : 19-10-29     조회 : 396     추천 : 0     분량 : 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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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하얗게 빛나는 노란 달이 만월한 어느 날 밤.

 오늘 밤하늘은 유난히 칠흑 같이 까맣고, 몽환적인 보랏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달빛이 밝혀주는 오솔길엔 고양이 두 마리가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한 마리는 온몸에 그림자가 드리운 듯이 검었고, 조금은 작은 몸집이었지만 털은 거칠었으며, 온통 검은 그림자 같은 얼굴에 샛노란 눈동자는 그의 남성미를 한껏 뽐내는 듯 했다.

 그 옆의 다른 한 마리는 겉보기에도 부드럽고, 한겨울의 눈과 같이 희고, 깨끗했다. 그리고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는 이 고양이가 얼마나 우아한지를 증명하듯이 밝게 빛났다.

 

 "오늘 밤은 못 넘길 것 같군. 내가 괜찮은 장소를 알고 있어. 이 근처니까 거기로 가자."

 

 조금은 거친 느낌을 주는 검은 고양이가 부드러운 털을 가진 흰 고양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이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을까요?"

 "내가 나고 자랐던 곳이야."

 

 흰 고양이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지만, 검은 고양이는 모든 걱정이 그 사실 하나만으로 해결된다는 듯이 말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그들을 반겨주는 건 코를 찌르는 악취와 이따금씩 날아다니는 낙엽이었다.

 두 고양이는 거대한 몸으로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건물 한 채에 들어갔다.

 그곳은 생각보다 아늑했으며, 건물 내부 한구석에는 푹신푹신한 짚더미도 쌓여져 있었다.

 

 "정말, 이런 곳에서 태어났어요?"

 

 흰 고양이는 꼬리를 살랑대며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그래 맞아. 난 분명 여기서 태어났어. 보기와는 다르게 꽤 아늑한 곳이거든."

 

 검은 고양이는 추억을 회상하는 듯 눈을 감고 말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덧붙였다.

 

 "우리 아이는 나처럼 무모한 호기심에 이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

 

 흰 고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검은 고양이는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흰 고양이에게 속삭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내가 잠깐 감성적이었네."

 

 흰 고양이는 살짝 웃더니, 그런 검은 고양이에게 몸을 비비며 말했다.

 

 "우리 아이는 잘 자랄 거예요. 당신도 이렇게 멋진 고양이로 자랐잖아요."

 

 검은 고양이는 흰 고양이에게서 살짝 떨어지고는, 건물 밖의 밝게 빛나는 보름달을 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아이는 나처럼 위험한 모험을 하지 않길 바라는 것 뿐이야."

 

 그 말을 끝으로 건물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세상에 고개를 내민 아기 고양이의 가녀린 울음소리가 건물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비와 어미를 쏙 빼닮은 아기 고양이는 자신을 낳아준 두 고양이를 향해 샛노란 눈동자를 깜빡였다.

 그 아기 고양이는 생후 첫 번째 발자국이라도 남기는 듯, 자신의 아비의 얼굴에 살짜쿵 발도장을 찍었다.

 

 흰 고양이는 꼬리를 살랑대며 부드럽게 아이를 핥더니, 사랑스러운 눈빛을 아이에게서 떼지 못 하며 말했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렇군. 하지만 나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

 

 검은 고양이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아이를 두고 떠나려는 아비의 심정을 그 누가 모를까.

 검은 고양이가 이만 가자는 시늉을 하자, 흰 고양이는 조금 더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보살펴주자고, 조심스레 얘기해 보았지만 검은 고양이는 완고했다.

 

 "그건 안 돼. 너완 다르게 나는 홀로 외롭고 고독하게 자랐고, 그만큼 강인해진 나는 너를 지켜줄 수 있었지. 그래서 이 아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거야."

 

 검은 고양이는 말을 멈추고, 자신을 향해 야옹거리는 아기 고양이를 향해 눈길을 한 번 주고는 이어 말했다.

 

 "우리 아이가 나와 같은 실수를 하는 건 바라지 않아. 하지만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훌륭한 고양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기도 해."

 

 흰 고양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검은 고양이에게 몸을 기대며 작게 속삭였다.

 

 "당신은 참 좋은 고양이에요."

 

 흰 고양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힘들 텐데 좀 더 쉬었다 가지."

 "아녜요. 당신이 가는데 저만 여기서 편히 쉬고 있을 순 없어요."

 "..그래. 나가자."

 

 검은 고양이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못 이기겠다는 듯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두 고양이가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 이름은?"

 

 검은 고양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그림자가 드리운 곳을 향해 말했다.

 

 "어두운 곳에서 불쑥 말을 건네는 그 악질적인 취미는 어디 가지 않는군."

 

 이에 그림자 속에서 어떤 잔상이 달빛 아래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버릇이지. 너도 내 나이 되어봐. 이 시간까지 잠이 오나."

 

 검은 고양이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 나를 조용히 두고 가신 거였나?"

 "뭐, 그런 셈이지. 이 시간쯤에 네 아비가 찾아왔고, 내가 너의 이름을 물었지. 참 빨리도 물어보는군."

 

 검은 고양이는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았을 거잖아?"

 "그건 그렇지."

 

 검은 고양이는 한 번 더 시원하게 웃어 젖히더니 덧붙였다.

 

 "그럼 나도 당부 좀 하지. 우리 아이가 우리에 대해서 묻거든, 되도록이면 입을 열지 말아주게. 참, 우리 아버지와 같이 우리 아이를 이곳에 좀 붙잡고 있어 달라는 부탁도 하고 싶군."

 "그건 걱정 말고. 어차피 너도 내가 키운 거나 마찬가지잖나."

 

 검은 고양이는 한 번 더 호쾌하게 웃더니 자신의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바로 어떤가. 어떤 일이든 바로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 결단력을 지니라는 의미에서."

 "바로라… 괜찮은 이름이군. 좋아,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네."

 

 검은 고양이는 짧은 인사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흰 고양이는 소리가 났던 어둠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검은 고양이를 쫓아 건물 밖으로 나가려다 멈칫하더니 곧 뒤로 돌아 조금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바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놈도 내가 키우다시피 한 거야. 저놈처럼 잘 키울 테니 걱정 말고, 어서 가 봐."

 

 어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흰 고양이는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외쳤다.

 

 "모쪼록 보름이 떠오른 달밤에 좋은 영혼이 당신을 보살펴주길..!"

 

 흰 고양이가 건물 밖으로 나가자,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렇게 총 세 마리째네요…"

 

 지금껏 두 고양이들을 상대하던 목소리보다 높지만 조금은 나긋한 목소리가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국 이곳을 떠나게 될 걸?"

 

 살짝 과하다 싶을 정도로 꽥꽥거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이에 나긋한 목소리가 말했다.

 

 "우리들만 입조심하면 될 거야."

 "하지만 하나같이 같은 얘기를 듣고, 같은 걸 물어보고, 모두 떠나던걸? 이번에도 결국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거야."

 

 한동안 어둠 속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에 들렸던 굵고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소동을 마무리 지었다.

 

 "그게 저 고양이들의 운명이라면 운명인 게지. 제 아비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동화 작가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총 16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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