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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표범소녀
작가 : 지아몬
작품등록일 :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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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성일 : 19-11-01     조회 : 498     추천 : 0     분량 : 2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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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

 

 지금 내 눈 앞에 수많은 광경들이 스쳐지나간다.

 어린 시절의 나.

 영역싸움으로 인해 뭉쳐보지도 못한 채 나를 제외한 모든 동족이 멸족당하는 장면. 늑대의 왕이자 칸이 나를 양녀로 거두어 키우겠다며 모두들 앞에서 엄포를 놓는 장면.싸움도, 사냥도 할 줄 몰랐던 나는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래 늑대들에게 학대를 받았고 약해빠진 자신을 자책하고 원망하며 항상 움츠려 있던 나를 뜬금없이 불러낸 양아버지 칸은 맥락도 없이 ‘살아 남거라.’ 라는 말을 끝으로 나를 미친 듯이 굴리기 시작했던 장면. 그리고 그 계기로 인해 움츠려있던 나 스스로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장면. 때론 칸이 친자식들처럼 엄하게 훈육하고 벌을 내리기도 했던 장면. 그리고 성체가 되기 전 각성을 하는 장면과 처음으로 내 반려이자 친구가 생겼을 때의 장면들이

 또렷하게 스쳐지나간다.

 

 정말 많은 장면 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이제야 알겠다.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나른하게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팔, 다리는 촘촘하고도 부드러운 잔디들이 받쳐주고 있었고 풀숲향이 솔솔 불어와 나의 코끝을 간질이니 기분은 속도 없이 좋았다. 오랜만에 꾸는 꿈도 나쁘지 않은듯하다.

 꿈은 계속 이어졌다.

 다른 동족들과 다르게 나는 성체가 되기도 전에 각성을 했다. 각성이란 자체도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예 각성을 겪어보지 못한 종족, 동족이 수두룩하다. 절대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각성. 칸도 이뤄내지 못한 각성을 성체도 되지 않은 몸으로 이루어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다. 모두의 부러움을 샀고 모두의 시기, 질투를 받았지만 약한 것보다 훨씬 나았다. 내가 강했기에 그들은 그 이상 나를 건들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즐겼다.각성을 하게 되면 일단 몸에 변화가 생긴다. 강해질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며 나의 몸은 두 발 달린 인간이란 종족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었다. 아름다웠지만 약하다. 그리고 느렸고 가늘지만 둔했다. 그래서 거의 두발달린 인간의 몸으로는 변하지 않았었다.그러던 중 좋은 점 하나가 생기게 되었다. 내 반려와 같은 모습으로 다닐 수 있다는 것.그리고 그 반려로부터 인간의 모습으로 사냥을 하고 싸울 수 있는 손기술 들을 배웠다. 그중에 하나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손으로 검을 쥐고 흔드는 것이었다. 반려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손에 무언가를 쥐고 싸운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 없기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검 기술을 배울 때 만큼은 인간의 모습인 것이 좋았고 요즘은 거의 인간의 모습으로 검을 익히고 있었다. 강해지고 싸우는 것을 즐겨하는 내가 배우는 속도는 차원이 틀렸다.

 

 예언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날 찾아온 두 발 달린 종족. 그것이 인간이었고 지금의 내 유일한 동반자이자 친구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인간이란 한없이 약하면서 욕심은 많고 겁도 많으면서 자기들 배만 불릴 줄 아는 이기적이고 사리사욕만 채울 줄 아는 종족이라 생각하고 인간영역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나의 편견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는 거리낌 없이 늑대들의 영역을 침범했고 동족들이 덤벼들어도 그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가 동족들을 향해 검을 겨누는 순간 인간이라기엔 터무니없이 강했고 아름다웠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살랑이는 은빛머리카락은 내 가죽털로 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대상을 바라보는 그의 예리한 눈동자는 축 가라앉아있는 내 푸른 눈동자와 다르게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이었다. 가벼운 타박상은 어쩔 수 없었지만 무리 속에서 살생은 없었다. 단 한 번의 제압으로 동족들의 살기는 한 풀 꺾여버렸고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검을 집어넣고는 싱긋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칸에게 늑대종족의 인사법을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해냈다. 그리고는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내 이름을 친근하게 불러주었고 스스로를 예언자 카이라고 소개했다. 이상하게도 칸은 예언자에 대해 들은바가 있었던 건지 앞으로의 여생을 나와 함께 하는 동반자이자 반려가 되려고 왔다는 카이의 의지를 단번에 허락했고 많은 반발이 있었지만 칸은 ‘이 인간은 결코 우리 종족에게 해가 될 자가 아니다. 경계하지 말라. 그를 환영하고 손님으로 대우하라. 명령이다.’ 라며 일단락 지어버렸다. 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나의 입 꼬리는 장난기가 어린 채 씩 올라갔다.

 

 오늘따라 꿈이 참 묘하다. 사실 꿈이 묘한건지, 기분이 묘한건지도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꾸는 꿈인데 너무나 선명하고 또렷하다. 나른한 기분과 농후한 달콤함도 멈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묘했다. 아주 서서히, 조용하고 은밀하게 어딘지 모를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아주 살짝 몸을 꿈틀거리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딱딱한 금속이 내 몸에 닿았다. 이거면 되었다. 불안 할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아주 기분 좋은 졸음에 온몸을 맡긴 채 어딘지 모를 깊숙한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신입작가지망생입니다.

 피드백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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