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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함께 시골일상을!
작가 : 포죠
작품등록일 : 201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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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흔하디흔한 시골 마을 두꺼비(2)
작성일 : 19-11-06     조회 : 326     추천 : 0     분량 : 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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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하디흔한 시골 마을 두꺼비(2)

 

 “……코코아, 저 두꺼비 우리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아니, 그 이전에 말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점액 때문에 축축해진 배를 움켜쥔 채 코코아 옆으로 기어온다.

 

 “당연히 알아듣지. 넌 저게 평범한 두꺼비로 보였어?”

 “애초에 시작한 건 넌데 왜 내가…, 잠깐만, 너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랬다는 거냐?”

 

 거대한 두꺼비가 다가온다. 한줄기 서늘한 땀이 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괜찮아. 저 두꺼비 우리 말을 알아듣고 화를 낸 거야.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거잖아? 좋아. 이 방법으로 간다.

 

 “어이쿠~. 멀리 있을 땐 너무 흐릿하게 보여서 몰랐는데. 코코아. 저 두꺼비 지금 보니까 온화한 인상이지 않아? 이목구비도 오밀조밀하고. 착해 보인다고 할까.”

 

 코코아에게 눈치를 줬다. 아무리 독단적이고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있는 데 무시하는 코코아라고 해도 이 상황에 이 분위기면 이정도 작전은 알아차리겠지? 《칭찬하는 사람에게 점액 못 뱉는다》 작전.

 

 “김사부 너 그게 할 말이야? 누가 봐도 못생겼잖아. 온화한 게 아니라, 포악한 거고. 오밀조밀? 못생긴 조각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인 게 뭐!! 그리고 너 착해 보인다는 말. 그거 외모에 대해 어떠한 칭찬도 할 수 없을 때 하는 말인 거잖아!!!”

 

 말을 끝낸 코코아가 어때? 엘리트의 분석이? 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런 분석은 제발 때와 장소를 가려달라고. 아무리 못생겨도 칭찬에 목말랐을 거라고. 봐봐. 이번엔 저 거대한 입이 너를 저격하고 있잖아. 애석하지만. 이번엔 코코아 네가 날아갈 차례……끄어헉!?!

 

 코코아를 향하던 빠른 속도의 점액이 기막힌 커브를 그리며 내 복부를 다시 강타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두꺼비의 두 번째 타겟 또한 나였다.

 

 “맞아!!! 네 놈처럼 말하는 게 더 나빠!!! 나도 안다고 내가 못생긴 것쯤은!!”

 

 뭐냐. 이 상황. 왜 나는 또 점액을 뒤집어쓴 채로 바닥에 나가떨어져 있고, 코코아와 두꺼비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두꺼비님. 앞으로는 방금과 같은 말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도 살기 위한 본능이 앞섰다. 아버지의 매질을 피하기 위한 수련을 항상 해왔던 나 김사부. 여기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나는 두꺼비의 앞에서 땅과 내가 완벽하게 겹쳐지는 큰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코코아가 뭐 이런 비굴한 녀석이 다 있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겠지만, 상관없었다.

 

 “큼~, 그래. 나도 방금 공격은 미안. 나 같은 영물이 나약한 인간을 공격해버렸네. 그러니 앞으론 조심해줘. 말만큼 무섭고 잔인한 무기는 없는 거라고!!”

 

 좋은 흐름이다. 역시 몸을 내던진 사과는 강력한 효과를 낸다. 그리고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 두꺼비네. 이거 말만 잘하면. 내 복부 강타 두 번만으로 상황을 마무리 할수도.

 

 “그런데 두꺼비님. 어쩌다가 이런 시골에?”

 “이게 다 어떤 멍청한 마녀가 실패한 《시간회귀》마법 때문이라고!! 난 그저 휴가시즌이라 계수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었을 뿐인데 말야.”

 

 분개한 두꺼비의 말을 들은 코코아가 움찔거렸다.

 ……아, 코코아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폭발음. 평범한 마을 사람들은 그날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지만, 역시 영물은 들렸던 거구나.

 산속 깊숙한 곳에 있는 계수나무 아래서 달콤한 잠에 빠져계시던 두꺼비님이 억센 화를 낼 이유는 충분했었다.

 잠깐만, 그런데, 계수나무? 우리 마을 산에 그런 나무는.

 

 “…계수나무라고 하셨나요? 그런데, 저희 마을엔 계수나무가 없는걸로.”

 “저기 있잖아!!”

 

 두꺼비가 벌떡 일어나 하늘을 가리킨다.

 하늘에 희미하게 떠 있는 동그란 낮달.

 음, 맞다. 잠깐 잊고 있었다. 지금 여기는 평범한 시골 동네가 아닌 거지? 판타지가 곁들어졌었지? 이런 요란법석 판타지는 바란 게 아니지만.

 

 “시간회귀마법의 시동시간은 밤이야…. 내가 말했었지. 일출의 빛과 일몰의 빛이 필요하다고, 그 빛을 섞이게 해야 해. 보름달의 달빛과.”

 

 달에서 곤히 자고 있던 달 두꺼비를 데리고 온 원흉이 입안에서 오물거리던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 조금씩, 일출과 일몰의 빛을 하늘로 흘려 보내야 해. 제대로 섞이게끔.”

 “그래서.”

 

 코코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어, 내가 회귀시계를 놓쳐서. 그만 그 안의 빛들이 한 번에 달에게 전달……. 하지만 이게 다 바람 때문에.”

 ““네 놈 탓이잖아!!!””

 

 달 두꺼비와 내가 동시에 소리쳤다. 이제 납득이 갔다. 어제 새벽에 뜬금없이 들리던 두꺼비와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 개구리와 두꺼비들의 오야붕인 달 두꺼비가 내려와 이 마을의 모든 개구리가 깨어난 거다. 이 머저리 마녀 때문에.

 

 “네가 바로 그 멍청한 마녀였구나. 덕분에 다리 한쪽을 다쳤잖아!! 그래서 달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그건 미안.”

 “후우, 괜찮아. 초짜 마녀 같은데, 다시 내 다리를 고쳐줘. 마녀라면 그 정도 초급마법은 할 수 있잖아?”

 

 다소 짜증이 섞여 있었지만, 관용이 스며 나오는 말투의 달 두꺼비였다. 미래에서 과거로 끌려온 장본인인데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니.

 역시 연륜의 두꺼비라는 건가. 만약 나였으면, ‘그건 미안’과 같이 건방진 사과를 하는 코코아를 후려갈기고 있었을 텐데.

 

 “뭐, 초짜 마녀니까. 어른인 내가 좋게 넘어가 준다는 말이지.”

 

 다친 듯한 다리를 툭툭 건드는 여유까지 보여주는 달 두꺼비였다.

 그나저나 뭐야, 다리를 고쳐주기만 하면……, 달까지 갈 수 있다는 소린가? 저 달 두꺼비 그 정도로 대단한 점프력을 지녔던 거야?

 좋아, 이제 코코아의 마법으로 다리만 치료해주면, 만사 OK.

 아무튼, 더 이상의 싸움은 없다는 거네. 하긴, 달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저런 무지막지한 영물과 싸워야 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겠지. 사실 싸움이 성립될 수도 없을 거야, 그냥 목숨을 가져다 바치는 꼴이겠지.

 

 “자, 들었지 코코아? 회복마법을 얼른 사용해. 그리고 돌아가는 거야.”

 “…….”

 

 그 뚱한 표정 뭐냐. 그 불만에 가득 찬 표정 뭐냐고!! 하지 마. 네가 지금 하려는 말 하지 마!!!

 

 “나 치유계 마법은 배우지 않았어. 그리고 초짜가 아니라 엘리트. 말은 똑바로 해. 못생기고 멍청한 두꺼비야. 그러니까 네가 그 나이 먹도록 제대로 된 연애경력 하나 없는 패배자란 소리를 듣는 거야.”

 

 …만사 OK에서 만사 KO가 되버렸네.

 엘리트가 초심자라는 말을 듣는 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야?

 목숨이 걸려있는 상황인데 한번은 괜찮잖아.

 

 왜 가슴을 폭폭 찔러대는 말들로 달두꺼비를 자극하는 건데, 대체 왜 평온한 결말로 가는 길을 스스로 걷어 차버리냐고!!

 

 “이, 이거 다 장난인 거 아시죠?”

 “달 토끼야 기다려. 이놈들 싸그리 죽이고, 달나라로 돌아갈게.”

 

 내 염려 섞인 말을 무시한 채, 희미한 낮달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달두꺼비였다.

 

 

 ❉❉❉

 

 

 “이 머저리 마녀가. 일을 키우면 어떡해. 네가 먼저 잘못한 거잖아!! 왜 쓸데없는 데서 고집을 부리느냐고!!”

 “너까지 왜 그래? 그새를 못 참고 새로운 욕을 만들어서 나를 욕보이는 거야? 진짜 김사부는 쓰레기가 바르구나.”

 

 점점 붉어지는 달 두꺼비. 못생긴 모습이 더 흉측해진다.

 

 “싸움이 터지면, 너는 몰라도. 나는 마법 같은 거 쓸 줄도 모른다고!!”

 “지금은 미끼라도 하던가!! 마법은 나중에 가르쳐 줄 테니까.”

 

 마법을 배운다. ……마법을 배운다.

 최악의 상황을 만든 코코아가 최고의 말을 내게 들려준다.

 지금껏 그녀가 내게 했던 말 중 가장 듣기 좋은 말.

 그녀는 방금 엄청 성가시다는 말투로 내가 지금껏 간절하게 바라왔던 꿈을 이루어준다고 했다.

 

 “최고의 미끼가 되겠습니다.”

 

 코코아에게 각진 경례를 취한다.

 

 “웬일이야. 그런 충성스러운 대답. 좋아, 《블리자드》마법 한방이면, 될 거야. 캐스팅 시간만 조금 벌어줘.”

 

 그러나 하필 이럴 때, 내 손에 무기는 없었다. 되는대로 바닥을 뒹구는 주먹 돌이라도 집어 든다. 딱 봐도 단단해 보이는 달 두꺼비의 두꺼운 피부에 통용되지 않을 것 같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의 나는 한마디 말에 미쳐있었기에.

 

 마법을 배운다.

 

 “걱정 마. 코코아. 다리 한쪽 부러진 개구리의 시선 끄는 것쯤은……끄에엑?”

 

 ……아, 맞다. 개구리가 아니라. 달 두꺼비였지.

 

 세 번째 복부 강타.

 이번엔 원거리 점액 공격이 아닌 접근전. 달 두꺼비 자식, 진짜 귀가 얇네. 내가 다리에 관한 언급을 하자마자 보란 듯 이러기냐.

 한쪽 다리만으로 점프한 달 두꺼비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내게 박치기를 성공시킨다.

 근데 너, 복부 패티쉬라도 있냐? 왜 같은 곳만 노리냐고.

 

 “뭐냐!! 인간!! 떨어져라!!”

 “미쳤냐!! 마법을 배울 유일한 기회가 생겼는데 그걸 걷어 차버릴쏘냐!! 나도 할 땐 하는 남자라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호락호락하게 날아가지 않는다. 충격을 받고 튕겨 날아가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달 두꺼비의 한쪽 다리를 붙잡아낸다.

 

 당황한 두꺼비가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폭풍우 치는 바다 위의 배에 탄 것같이 어지러웠지만, 놓지 않았다. 휙휙 거리며 변하는 시골 풍경 사이에 마법이라는 단어가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바닥에 질질 끌리고, 망치질 당하기를 몇 분. 온몸에 멍이 들고 생채기가 생겨났다.

 그래도 코코아가 명령한 임무를 잘 수행했다는 생각에 고무된 내가 한쪽 입가를 올리며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때, 코코아? 이 정도면 시간 벌기 충분…….

 

 “『아이스 베리어(ice barrier)』!! 『아이스 베리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마녀가 열심히 자신만을 위한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목도한 내 온몸의 힘이 쫙 빠진다.

 두꺼비의 다리를 놓친 내가 땅바닥으로 처절하게 내쳐진다.

 

 ……달두꺼비님. 마법이고 뭐고, 저 마녀를 부디 이겨주세요. 정의는 승리한다는 말을 보여주세요.

 

 “뭐 하는 거야!! 김사부!! 빨리 일어나서 더 시간을 끌어!! 마법 배우기 싫은 거야!?! 평생 그렇게 미끼나 하면서 살 거야?”

 

 코코아가 투명한 얼음 장벽 안에서 쓰러진 나를 보고 소리친다.

 비통하다. 정말 비통하다. 나란 인간. 마법이라는 말에 덜덜 떨리는 발을 진정시키며 조건 반사적으로 일어난다.

 달 두꺼비가 조금 애석하게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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