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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드
작가 : 명황
작품등록일 : 2016.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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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07     조회 : 809     추천 : 1     분량 : 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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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검붉은 대지. 칠흑보다 어두운 세상.

 저 멀리 대지를 물들이는 거대한 태양이 불길한 선홍빛을 뿌린다.

 붉디붉은 검붉은 안개가 대지를 적실 때 지옥의 무저갱에서 울리는 귀곡성이 사방에 메아리친다.

 “크으윽”

 한 사내가 고개를 숙인 체 무릎을 꿇고 있다.

 풀어헤쳐진 흙발은 지저분하게 엉켜있다.

 흑발사이로 비치는 붉게 물든 두 눈동자. 한 방울 붉은 이슬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크크 크크크.”

 비릿한 웃음이 아니다. 패부를 찌르는 슬픔이 묻어나는 사내의 흐느낌에 귀곡성이 숨을 죽인다.

 억겁의 무게마냥 주변의 무게가 더없이 무거워질 때 힘겨운 소리가 들린다.

 “바보야.”

 사내의 앞에는 한 여인이 누워있다.

 갈기갈기 찢긴 백색의 드래스를 걸치고 있는 여인.

 창백한 얼굴. 붉디붉은 입술사이로 끊임없이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울지마.”

 “크흐 크흐흐흐”

 처절한 흐느낌이 여인의 힘겨운 소리에 앙다문 입을 비집고 흘러나온다.

 연인은 힘겹게 한손을 올린다. 사내는 여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자신의 얼굴로 가져간다.

 여인의 얼굴에 더없이 포근한 미소가 드리운다.

 행복한 미소를 드리우며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야, 약속해…….”

 곧 끊어질 것 같은 여인의 목소리에 사내의 몸이 심하게 떨린다. 이제 마지막이 라는 것을 알기에.

 “돌아가. 꼬옥”

 털썩.

 힘겹게 들었던 가늘고 여린 여인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마지막 생의 불꽃을 강렬하게 피워 올렸던 여인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어어 허어억!”

 사내의 입이 벌어지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입가에 맴도는 건 알 수 없는 흐느낌 소리뿐. 절래 절래 흔드는 고개 짓에 버드나무처럼 헝클어진 흑발이 흔들린다.

 푹

 사내의 상체가 축 늘어진 여인에게 허물어진다.

 “흐어엉 엉엉엉!”

 가슴이 답답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었다.

 쿵쾅! 쿵쾅!

 거칠게 심장이 뛴다.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리지만 사내는 답답했다. 불끈 쥔 손으로 답답한 가슴을 두들긴다. 마치 껍질에 싸인 것 같았다.

 쾅! 쾅! 쾅! 쾅!

 아무리 가슴을 두들겨도 시원하게 뚫리지 않는다.

 한줄기 바람이 분다.

 차갑고 퀘퀘한 바람이 여인의 몸을 훑고 지나간다.

 여인의 몸에서 작은 빛의 알갱이가 스며 나오며 바람과 함께 흩어지기 시작한다.

 슈우 슈우우웅!!

 검붉은 대지에 때 아닌 금빛 바람이 휘돌아 친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던 금빛 물결이 여인의 모습과 함께 알알이 사라졌다.

 “크크크 큭”

 

 지켜주고 싶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 하나만은 꼭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키지 못했다.

 

 비릿한 웃음.

 심장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니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맹렬하게 뛴다.

 조금 전 여인의 몸이 바람과 함께 사내의 몸을 휘감았을 때 사내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이 변했다는 것을…….

 그토록 원했던 힘이 돌아왔다는 것을…….

 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들리며 바람결을 보며 읊조린다.

 “돌아갈게. 꼭 돌아갈게……. 그러니까…….”

 하지만,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다.

 아직……. 해결해야할 빚이 남았으니 말이다.

 으득!

 섬뜩한 소리가 울린다. 사내의 입과 두 주먹에서 동시에 울렸다.

 천천히 사내가 몸을 일으킨다.

 차갑게 식은 공허한 눈빛으로 저 멀리 붉은 안개를 본다.

 사내의 말라비틀어진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만족하느냐?”

 누구를 향한 질문일까?

 저 붉은 안개 속에 누가 있기에…….

 “보여주마... 내가 누구인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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