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연재 > 현대물
일리야드
작가 : 명황
작품등록일 : 2016.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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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영자씨
작성일 : 16-06-07     조회 : 641     추천 : 1     분량 : 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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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어이 영자!!

 

 그런데…….

 “이 자식들 왜? 안 사라지는 거야?”

 한참이 흘렀건만 늑대들의 시체는 그대로다.

 드래곤이 유희중에 죽게 되면 죽는 순간에 자신의 레어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아무리 자신이 두렵기로서니 안 돌아가다니 끊기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쭈 한번 해보자고?”

 레이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놈들이 버틴다면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말이다. 아니 업데이트가 살짝 궁금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이놈들을 두고 갈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역시 기다림은 자신과 맞지 않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늑대 시체를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퍽

 저 멀리 날아간 늑대 시체는 굵은 나무에 부딪치며 퍽 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무 변화가 없다. 절로 인상이 써진다.

 “이번 업데이트가 이상하게 변했나보네.”

 더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어서 업데이트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일리야드에서는 업데이트 내용을 친절하게 공지하지 않았다. 메인 내용만 살짝 공개했을 뿐이다. 직접 업데이트를 확인하라며 세부적인 내용이 빠져있었다.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기다림은 자신과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드래곤 레어는 언제든지 털 수 있다.

 “그래 내가졌다. 졌어! 카악 퉤!”

 걸쭉한 침을 뱉으며 돌아서는데 산뜻한 말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레이의 고개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돌아갔다.

 나뭇등걸에 기대어서 비명을 지르던 여인이 서 있었다.

 하늘거리는 옷. 중요부위만 살짝 가린 상태에서 속이 훤히 비치는 잠옷을 걸친 여인이다.

 “흠흠, 괜찮으세요?”

 이 게임은 너무 노출이 심하다. 고랩으로 가면 갈수록 몸에 걸치는 옷감이 줄어든다. 노출이 심한 옷이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게임사 측의 발표에 유저들이 환호했었다.

 물론, 그중 한명이 자신이다.

 가끔 생각하지만 만랩을 찍으면 어찌될지. 무지 기대하고 있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름다운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 해진다. 당장 심장이라도 빼줘야 하는 건 아닌지 순간 착각이 든다. 야하지만 야하지 않은 모습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다행히 어딘지 성스럽기까지 한 모습이다.

 레이는 정신을 차리며 방긋 웃어주었다.

 “하하, 겨우 늑대 몇 마리인걸요.”

 “그래도 고마워요. 이름을 알려주시면 차후에 보상할게요.”

 보상이라는 말에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일리아드 랭킹 1위인 자신에게 보상을 해준다니, 오랜만에 듣는 농담이다. 하지만, 마음씀씀이에 기분이 좋았다.

 “하하.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되죠. 초보자이신 것 같은데 제가 팍팍 밀어 드릴게요.”

 늑대에게 쩔쩔 메던 여자다. 늑대 다섯 마리를 가볍게 때려잡은 자신을 팍팍 밀어준단다. 참 재밌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여자 초보야? 옷은 최고급인 것 같은데 내 얼굴을 모르나?’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일리아드를 하는 유저치고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tv출연은 기본이며 자신의 동영상은 인터넷상에 흘러넘치고 있다.

 국내에만 수백만 펜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펜까지 합치면 숫자가 얼마인지도 모를 최강의 인기남이 자신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자신을 몰라보고 있다.

 의아함에 질문을 던졌다.

 “저 혹시…… 어디 동굴이나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곳에서 패관수련하시다가 지금 나오셨어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그렇지 않아도 큰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 소리 하느냐고 따지는 표정이다. 황당한 표정을 짓던 여자는 표정을 수습하며 말했다.“흠흠. 저 일리아드 3급 운영자인데요.”

 “운영자요? 그럴리가요. 제가 운영자들은 대부분 아는데요.”

 랭킹 1위의 인맥은 넓고도 넓다.

 일리아드의 고위급 간부부터 일반 사원까지 대부분 안면이 있다. 자신이 가상현실게임 통합 챔피언이 된 뒤에 일리아드 회사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여러 번 간적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가상현실 게임의 중요한 운영자와도 친하다. 그들도 개인적으로 일리아드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랩업과 퀘스트를 자신이 도와 준적도 많았다.

 “그래요? 저도 회사에 취직한지 1년이나 되었는데요.”

 “1년이면 제가 모를 수도 있겠네요. 현실에서의 모습도 아닐 테니까요.”

 가상현실 게임에서 자신의 모습 그대로 게임하는 사람은 드물다.

 초창기의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하다가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었다.

 게임 상의 문제 때문에 현피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템과 골드를 빼앗기는 것은 애교일 정도다.

 그래서 요즘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 여인의 말이 걸작이다.

 “현실 모습인데요.”

 “에? 설마요.”

 자신의 반응에 뽀로통한 모습으로 변하는 여인을 보며 레이는 입맛을 다셨다.

 ‘하긴 이정도 외모의 소유자가 아주 없는 건 아닐 테니까.’

 눈앞의 여인은 예뻐도 너무 예뻤다. 이정도면 연예인이 와도 싸다구를 맞고 그냥 갈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외모다. 자신도 조금 전에 넋을 잃고 보지 않았던가.

 “무슨 생각하세요?”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하하 이것 참.”

 쑥스러운 상황이다.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역시 여자는 예뻐야 한다.

 이쯤 되면 무지한 이 여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힐 때라 생각했다.

 “제가 레이에요.”

 “레이님이시군요.”

 “네. 제가 일리야드 랭킹 1위 레이에요.”

 레이의 말에 여자의 두 눈이 다시 왕방울 만해진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 얽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3급 운영자라 밝힌 여자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렸다가 빠르게 굳어진다.

 “호호호, 장난하세요?”

 “네? 장난이라뇨?”

 “치! 레이님은 제가 잘 알거든요.”

 여인의 말에 레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신은 모르는 여자다. 살짝 기분이 상한다.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알긴 뭘 알아요? 저는 처음 뵙는 분인데.”

 “처음 뵙다니요? 호호 레이님을 사칭하시는 분이 아직도 있네요.”

 “사, 사칭요? 에이 저랑 닮은 캐릭터는 지난번에 전부 바뀌었잖아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가상현실게임의 지존들이 모여서 이벤트로 한판 제대로 붙었었다.

 레이는 당당하게 모두를 물리쳤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사칭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캐릭터를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기를 치고 다니는 건 약과였다. 현실에서 여자를 만나 피해를 주는 자들 도 여럿이었다.

 사회적 무리를 일으키자 게임사측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레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막았다. 이미 생성된 캐릭터는 모습을 바꾸거나 특징을 줘서 피해를 예방했다.

 그런데 천 길 낭떠러지에서 수련하다 나온 것 같은 여인은 자신을 못 믿는 표정이다.

 “아아, 됐어요. 본인 이름 밝히기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도움 받은 건 고마운 일이지만 이렇게 까지 거짓말 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간단하게 선물 드리는 걸로 마무리 하죠.”

 여인은 손사래를 치며 조금은 짜증 섞인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곧 이어서 아공간을 소환했다.

 “소환”

 찌이잉.

 하얀빛이 허공에 뿌려졌다.

 아공간을 소환하는 동작이다.

 아공간 소환은 100레벨이 넘은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작은 가방을 준다.

 15칸짜리 가방으로 여러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아티펙트다.

 10레벨마다 5칸씩 가방의 용량이 늘어난다.

 게임사측에서 제공하는 유료컨텐츠를 이용하면 칸수를 넓힐 수 있다. 일부에서는 가방이 아닌 반지나 팔지 같은 액세서리를 보조창고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유료 컨텐츠다.

 가방은 한 번에 수납할 수 있는 양과 무게가 정해져있다. 결국에는 가방이 아닌 아공간을 소환해서 더 많은 물품을 간직할 수 있게 된다. 그 기준점이 100 랩이니 최소한 이 여자는 100랩이 넓었다는 말이다.

 팟!

 하얀빛이 사라졌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쳐다봐도 아공간은 생성되지 않았다. 그저 빈공간만이 휑하니 자리할 뿐이다.

 레이는 피식 웃음 지었다.

 “푸훗, 영자 맞아요?”

 “이럴 리가 없는데. 소환 아공간!!”

 여자는 당황했다. 여러 번에 걸쳐 아공간 소환을 다시 시도했다. 그때마다 그럴듯한 손동작과 밝은 빛이 허공에 뿌려졌다. 문제는 아공간이 생성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참지 못하고 한심하다는 듯이 레이가 입을 열었다.

 “그만하시죠, 영자씨.”

 그러자 여자의 고개가 휙 돌아가며 레이를 째려봤다.

 “영자라니요! 운영자라고 부르세요!”

 “워워. 화를 내고 그래요. 그냥 남들도 그렇게……. 알았어요. 알았어.”

 도끼눈을 뜨고 으르렁거리는 자칭 운영자라는 여자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어 보였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여자와 어린이와는 말싸움을 하지 말라.’는.

 결국 손해 보는 건 자신이고 귀찮아질 뿐이다.

 레이는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문제다.

 상냥하고 너그러우며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일리야드 랭킹 1위의 이미지 말이다. 자칫 이 한방에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런 레이의 마음을 느꼈는지 여자의 인상이 와락 찡그려진다.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엉거주춤 서있는 레이를 보며 빠르게 캐스팅을 했다.

 “미러 이미지!”

 찌이잉

 레이 앞에 투명한 거울이 형성되었다.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이 펼쳐졌다.

 “한번 자신의 모습을 보세요.”

 “훗. 봐봐야 뻔 한 것 아니겠어요?”

 레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마법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175센티미터의 호리호리한 체격. 짧은 스포츠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의 사내.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시큰둥한 얼굴로 인정하지 않는 절세미남!!

 그러거나 말거나 이 얼마나 잘 생기고 멋진 모습인가?

 “헉.”

 레이의 두 눈이 토끼눈처럼 동그라졌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틀림없는 자신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게 뭐야? 내가 왜 여기 있어? 내가 왜? 게임 속에 들어와 있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마법거울에 비춰진 모습은 레이의 모습이 맞다. 그러나 게임속 캐릭터가 아닌 현실속의 모습이라는 게 문제다.

 “이것들이 업데이트를 어떻게 한거야!!”

 자신의 모습이 게임상에 반영되어 있었다.

 순간 분노가 끌어 올랐다. 자기들 마음대로 케릭터 모습을 바꾸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면 어떤 부작용이 벌어지는지 잘 알 텐데도 mc 소프트사에서는 강행을 한 것 같았다.

 조금 전 운영자역시 자신의 모습이라고 한 것을 보니 틀림없어 보였다.

 “이봐요 영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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