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각보다 오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눴고 어머님께선 중간중간 계속 형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냈다.
5시 정도가 되서야 우리는 카페에서 나온 뒤 장을 보기 위해 근처 마트로 향했고 카페에서 미리 정한 음식들을 사기 시작했다.
“ 성환씨 부담가지지말고 팍팍 골라요. ”
“ 네. 알겠습니다. ”
어머님과 형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며 어색한게 많이 없어졌고 말씀 편히하시라는 형의 말에 어머님께선 생명의 은인을 그렇게 대할 순 없다며 자주보게되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 말씀하셨다.
“ 준수도 먹을 수 있는 것 좀 고르자. 우리만 먹으니 좀 미안하네. ”
“ 아니에요. 저 때문에 모두의 식사를 방해 할 순 없죠. ”
“ 엄마가 집에 네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좀 해놓긴 했는데 그래도 좀 조심스러우니 다시 알아보고 먹자. ”
“ 네. 어머님. ”
그렇게 우리는 장을 본 뒤 장님장모님 집으로 들어갔고 들어가니 아버님께서 앞치마를 하고 채소를 썰고 계셨다.
“ 어? 벌써 왔어요? ”
“ 네. 같이 하자니까. 왜 혼자 하고 있어요. ”
“ 시간되는 사람이 하는 거죠. ”
어머님과 아버님께서는 가끔 말을 편하게하시기도 하지만 우리가 있을 때는 되도록 존댓말을 선호하신다. 나중에 들어보니 우리가 결혼하고나서부터 존댓말을 사용한다고 하셨다.
“ 이분이? ”
“ 안녕하십니까! 준수 간병인인 김성환이라고 합니다! ”
아버님께선 형을 바라보며 말씀하셨고 형은 또 다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아버님께서도 당황하셨는지 급하게 허리를 숙이셨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 아버님의 앞치마에서 4개정도의 과도가 떨어졌다.
챙..! 챙.. 챙...
“ 아....? ”
우리는 모두 순간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난 순간 흠칫거리며 놀라는 형을 볼 수 있었다.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시던 아버님께서는 천천히 앉아 과도를 주으며 말씀하셨다.
“ 이건.. 그.. 채소 손질 할 때 더 편한 칼로 하려고... 이 앞치마가 새로 산 칼집도 같이 있는 앞치마라서요... ”
아버님께선 이상하게도 어머님 눈치를보며 말씀하셨고 어머님께선 그런 아버님을 바라보시다 한숨을 쉬시며 말씀하셨다.
“ 위험 할 거 같아서 사지 말라고했는데.. 봐요. 다칠 뻔 했잖아요. ”
“ 미안해요.. 준서도 성환씨도 많이 놀랐죠? ”
“ 아닙니다! 제가 당황하시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합니다. ”
“ 맞습니다. 형 잘 못 입니다. 그리고 그 앞치마 정말 유용한 것 같습니다. ”
아버님께선 약간 풀이 죽은 듯 한 목소리로 말씀하셨고 우리는 괜찮다고 정말 좋다고 말한 뒤 장 봐온 것을 식탁위에 올려놨다.
“ 그치? 잘 산 것 같지? ”
아버님께선 조용히 내 옆으로 다가와 말씀하셨고 그걸 들으신 어머님께서는 아버님을 조용히 째려보셨다. 물론 아버님께서는 급하게 다시 채소를 다듬으셨고.
“ 성환씨랑 준수는 앉아있어요. 손님이고 아픈데. ”
“ 아닙니다. 저 요리도 좋아하고 잘 합니다. ”
“ 맞습니다. 어머님. 저도 요리는 제가 합니다. ”
우리의 말에 어머님께선 밝게 웃으시며 티비 앞 쇼파로 우리를 안내해주셨고 우리는 웃고 계신 어머님의 포스에 눌려 쇼파에 앉게 되었다.
“ 거기서 티비 좀 보고있어요. ”
“ 하지만... ”
“ 거기서 티비 좀 보고 있어요. ”
평소 어머님을 겪어왔던 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던 형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시 한번 강조하시는 어머님의 말씀에 형 역시 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 여보. 우리 준수 주려고 만든 거 있잖아요. ”
“ 아. 맞다. 그거. ”
두 분은 계속 그거라고 말씀하시며 무언갈 준비하셨고 나는 그거가 뭔지 궁금했지만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님께서 채소랑 양념을 준비해 놓으셔서 그런지 생각보다 음식은 빠르게 완성되었고 나는 형와 함께 식탁을 준비 한 뒤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상 다리가 휠 정도로 많은 음식이 차려져있었고 두 분의 배려로 음식 중 반은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한 가지가 달랐는데 나는 엄청 뽀얀 국 이라는 것 정도였다.
“ 먹자. ”
어머님의 말씀에 우리는 모두 숟가락을 들었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 우와...! 정말 맛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형은 계속해서 맛있다와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먹었고 형 말대로 정말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식사를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모두 기분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 정말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치우는 건 꼭 도울 수 있게 해주십쇼. ”
형이 뭔가 부탁을하는 어조로 말하자 어머님께선 웃으시며 고개를 저으셨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또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상 위의 음식이 다 치워지자 우리는 빠르게 상을 정리해서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았고 어머님께선 차를 마시자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다.
잠시 후 처음 맡아보는 향긋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고 어머님 아버님께선 차와 상을 들고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 아빠가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겨우 구한 걸로 만든 차야. 위에 관련된 환자들에게 좋은 것 들만 들어가 있어. ”
“ 아버님.. 감사합니다. ”
“ 감사하긴 무슨. 내 아들 살리겠다는데. ”
아버님께선 이렇게 가끔 정말 내가 사랑을 받고있다는 걸 충분히 느끼게 만들어주셨다.
“ 성환씨도 드셔봐요. 향도 맛도 좋아요. ”
“ 네. 벌써 건강해지는 느낌입니다. 정말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
우리는 찻 잔을 들고 건배하듯 부딪힌 후 차를 마셨고 잠시 후 어머님 핸드폰에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 어? 서아인데? ”
어머님께선 핸드폰을 확인하신 뒤 말씀하셨고 스피커 폰을 켠 체로 전화를 받으셨다.
“ 어. 서아야. ”
“ 엄마. 지금 집이에요? ”
지친듯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고 옆에선 선우가 할머니를 바꿔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 응. 집이지. ”
“ 나 지금 엄마 집 앞이에요. 금방 올라가요. ”
“ 어... 어? ”
집 앞이라는 아내의 말에 어머님께선 당황하신 체 나를 바라보셨고 형과 나는 빠르게 현관으로 달려가 신발을 챙겼다.
“ 왜 놀라요? ”
“ 어.. 아냐. 올라와. ”
“ 선우 짐도 좀 있고 사온 것도 있어서 그런데 아빠 좀 내려보내주시면 안돼요? ”
“ 응. 알겠어. ”
그 후 어머님께선 전화를 끊으셨고 우리는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내려갔다올게. 나가기엔 늦은 거 같으니까. 안방에 들어가있어. ”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신 아버님께서 밖으로 나가시며 말씀하셨고 우리는 빠르게 안방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혹시 몰라 안방에 들어가기 전 어머님을 바라봤고 어머님께선 슬픈 표정으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 걱정하지마. 아무 말도 안해. ”
“ 네... ”
어머님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신발을 챙겨 안방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 왔니? ”
“ 응. 어? 그런데 집에 손님 계셨어요? ”
우리가 마시고 있던 차를 확인했는지 아내가 말했고 어머님께선 잠시 생각을 하시는 듯 조용히 계시다 말씀하셨다.
“ 아아.. 응. 그런데 급한 일이 생겨서 들어가셨어. ”
“ 그래요? 오면서 못 마주쳤는데. ”
“ 계단으로 가셨나보지.. ”
어머님께서 말끝을 흐리자 서아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순간 아버님과 선우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 할머니! ”
“ 오구구.. 우리 선우 왔구나. ”
선우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고 할머니 품에 안겼는지 선우가 애교부릴 때 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 어머. 얘. 너는 뭘 이렇게 많이 사왔니. ”
“ 그냥요. 요즘 잘 못 찾아왔으니까요. ”
잠시 후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아버님께선 짐을 내려놓으신 뒤 안방으로 들어오셨다.
아버님께선 안방에 숨어있는 우리를 잠시 보시곤 다시 문을 살짝 밖으로 나가셨는데 생각해보니 나를 배려해주신 것 같았다.
“ 준수는? 같이 안 왔니? ”
“ 오빠는... ”
어머님께서 나에대해 물어보자 아내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내는 뭔가 말을 하려는지 선우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 선우야. 엄마랑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잠시 할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선우 방에서 잠깐 혼자 놀 수 있을까? ”
“ 장난감가지고요? ”
“ 응. 엄마가 우리 선우가 좋아하는 장난감 아주 많이 챙겨왔지? ”
“ 네에! ”
선우에게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슬픔으로 촉촉히 젖어있었고 다행이도 선우는 혼자 잘 놀겠다며 서재방으로 들어갔다.
형과 나는 혹시라도 안방으로 들어 올 까봐 잠시 당황했지만 서재방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듣곤 아주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선우를 방에 데려다주고 나온 아내는 다시 자리에 앉는 듯 했고 바로 본론을 말하기 시작했다.
“ 오빠. 아니. 그 사람이랑 이혼하려구요. ”
아내의 돌직구에 어머님 아버님께선 상황을 알고 계시면서도 놀란 듯한 신음을 흘리셨고 아내는 말을 이어갔다.
“ 살다보니 참 안 맞는 거 같아서요. 역시 결혼은 현실이라고... ”
“ 거짓말 하지말고. ”
아내는 이 순간에도 내가 바람을 폈다거나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그저 서로 맞지 않는다는 말을했고 가만히 듣고 계시던 어머님께서 아내의 말을 끊고 말씀하셨다.
“ 네 표정. 말투. 목소리가 이렇게 슬퍼보이는데 엄마에게 그 말을 믿으라는거니? ”
어머님의 말씀에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잠시 후 어머님께서 아내를 안아주시는 듯 한 소리가 나며 어머님께서 말을 이어가셨다.
“ 내가 네 어미인데. 네 거짓말을 모르겠니. ”
“ 그래. 엄마랑 아빠가 네 거짓말에 속을 사람은 아니다. ”
어머님과 아버님의 말씀에 아내는 정말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아내의 울음소리에 선우까지 방에서 뛰어나왔다.
“ 엄마! ”
방에서 뛰어나온 선우는 그 작디 작은 손으로 아내의 등을 토닥토닥 두르려줬고 아내는 선우가 나오나 울음을 멈추기 시작했다.
“ 엄마.. 울지마요.. ”
“ 응. 미안해. 엄마 안 울어. 선우야. ”
“ 또 슬프면 말해요. 선우가 뛰어올게요. ”
아내가 울음을 멈추자 선우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미친듯이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형은 그런 날 바라보며 내 등을 두르려줬고 나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겨우 진정시키며 다시 거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 그 사람이. 이혼하자고해요. ”
“ 준수가? 왜? ”
어머님께선 최대한 모른척을하시며 대답하셨고 아내는 조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다른 여자가 생겼대요.. 그런데 그 여자가 아이를 가졌대요.. 그 여자랑 새출발하고 싶다고 저에게 이혼을 해 달래요.. ”
아내의 말에 안방에있는 나는 보지는 못 했지만 어머님께서 분명히 나를 째려보고 계실거라 느꼈다.
“ 준수가? ”
“ 네.. ”
어머님께선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한 말투로 말씀하셨고 아내는 잠시 한숨을 쉰 뒤 마저 말을 이어갔다.
“ 그런데 저는 그 말 안 믿어요. 그 사람. 오빠가 그럴 리가 없어요. 바람이라니.. 절대 그럴 일 없어요. ”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준수랑 이야기는 해봤고? ”
아내는 나에게 했던 말을 어머님께 말씀드렸고 어머님께서도 동의를하시며 아내에게 말씀하셨다.
“ 뭔가 숨기고 있는 거 같아요. 그 사람. 죽을 병에 걸렸거나 어디서 사기당해서 큰 빚을 진게 분명해요. 그게 아니라면 그럴 리가 없어요. ”
“ 그래.. ”
“ 저번에는 와서 얼마나 냉정하게 말하는지. 정말 혼이빠져 하루종일 서럽게 울기만 했어요. 그 상황에서 또 선우는 보고싶었는지 선우랑 하루만 있게 해달라고 하더라구요. ”
아내의 말에 나는 다시금 어머님께서 나를 째려보고 계시다는 걸 느꼈고 고개를 푹 숙인 체 죄인처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아내는 나에대해 계속 이야기했고 중간중간 울먹거리며 슬픈 목소리로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되기만 한다면 위를 꺼내 암덩어리를 제거 한 뒤 다시 넣고 아내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 그래서 넌 이혼 할 생각이 있는거니? ”
아내의 말을 가만히 듣고 계시던 어머님께서 말씀하셨고 잠시 가만히 생각하던 아내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