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어둠 속, 젖은 옷의 물기를 짜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한 이가 있었다.
그 자의 이름은 유철준. 머리가 짧고, 온몸이 근육이며, 키는 나보다 머리 하나 더 얹어져 있었고, 살기를 머금은 눈을 가진 자.
그 자를 내가 납치했다.
"뭐야... 분명 난 집으로 가고 있었을 텐데..."
창고가 만든 침묵을 깨는 한 사람의 목소리.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 성시동 공터에 있는 창고의 안.
쓰러진 부하 중 한 명의 옷을 훔치고, 부하의 방망이와 창고에 있던 밧줄을 가져간 채, 무리의 이동 수단인 오토바이를 따라 타고 옆 동네로 향한 뒤 무리는 해산.
난 그곳에서 방망이를 들고 투명화 능력을 활성화하여 목표 두목의 뒤를 밟았다.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널 기절시키고 내 은신처로 옮겼다. 유철준, 18살에 각종 무술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더군. 왜 네가 두목이고, 왜 네가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미안하지만 정보가 새어나갈 염려가 있어 그에게 모든 정보를 불지 않았다.
유철준이 각종 무술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사실은 잠금 설정이 없었던 그의 핸드폰을 뒤져 알아낸 결과였다.
"난 하부 조직원이다. 그런데 넌 마을의 영웅이라면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그건..."
사고가 깨졌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야, 투명인간. 비록 뉴스에서 안 나왔지만 SNS에서는 엄청난 화재를 몰면서 영웅으로 평가되고 있지. 그런 이유가 있었어. 네가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니까."
"아니야! 이건 단순히!"
"아니 맞아. 모두의 시선을 무시할 수 있으니까 무법자 생활이 가능하지. 마치 이 세상을 온라인 게임을 하듯이 말이야."
난 소리쳐 부정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난 아무런 죄를 지은 적 없는데, 난 그냥 같은 학교 학생들이 다치는 걸 막기 위해 벌인 일인데, 모두를,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점점 의식에 의해 침식당하는 의식.
그걸 알면서도 뾰족한 수 하나 없는 것도 사실, 그저 내 의식이 갉아 먹히는 것을 보고만 있는 나 자신.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아득한 저편에서 날 끌어들인다.
영웅.
영웅이란 뭐냐고, 모든 사람을 지키고 악을 멸하며, 나를 희생하면 되는 거냐고.
그렇다면 내가 멸한 악은 뭐냐고, 악도 악이기 전에는 사람이었을 거 아닐까?
그럼 난- 도대체 누구를 지켜야 하는 거지.
"괴물 녀석.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거냐? 그렇다면 똑똑히 알려주마."
그는 밧줄에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의 탄성을 이용해 내 앞으로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먼저 능력을 써서 날 납치한 죄! 두 번째로 우리 애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죄! 그리고 겉으로는 영웅 행세를 부리면서 속에서는 욕심과 욕망을 품고 있는 죄까지... 전부 다라고 이 쓰레기 자식아!!"
그는 움직이지 않고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내 복부를 머리로 힘차게 박았다.
복부는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곳이 매우 아팠다.
"무슨 소리야, 분명 넌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건 오해야! 애초에 길거리에서 잠깐 시비가 붙었다고 해서 성시고등학교 학생을 마구잡이로 괴롭히는 건 이상하잖아! 그리고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내가 움직인 거라고. 난 항상 그렇게 해왔어, 너희들이 먼저 손을 댔다고!"
의아해하며 고개를 비트는 철준. 난 그의 행동이 그들이 저지른 잘못을 전부 망각하고 있는 줄 알고 소름 돋았다.
그러나-
"그런 걸로 이렇게까지 응징하는 건 우리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그러지 않아. 게다가 난 그 시비 현장의 중심이었어."
"그럼 왜..."
철준은 비장하면서 차갑고, 딱딱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너를 잡기 위해서야. 투명괴물."
"도대체 왜..."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충격받은 것도 수없이 많았지만, 정확하게 풀린 일은 하나도 없었다.
가파른 숨을 고르면서 머리를 쥐어짜는 지금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봐 너, 괜찮은 거야? 네가 날 납치해놓고 이러면 안 되지."
"아... 아..."
점점 흩어져 가는 의식과 깨지는 듯한 두통에 잠시 주저앉고 말았다. 차가운 창고의 바닥, 아무런 옷 없이 앉아 차가운 바닥에 파고 들어갈 정도로 깊게 생각만 했다.
"이러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 같으니 말해두는 건데."
난 힘없이 고개를 들어 올려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대답을 했는지 생각만으로 대답을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어떤 남자가 우리 마을에 있는 투명인간을 잡는다면 거액의 금액을 주겠다고 우리 조직의 두목에게 말했대. 그날부터 우리는 방법을 모색하다 투명인간이 영웅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한 고등학교 학생들을 무자비로 괴롭히기 시작했지."
"이번엔 어떤 남자... 왜 점점 수수께끼만 늘어나는 거야..."
여기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이 이상 나섰다가는 결말이 좋지 않은 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결말 그 자체가 없어질 것 같아 무서웠다.
철준은 침을 한 번 삼키더니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자그마치 5억... 그 돈이면 이곳 성시동에 사는 주민이라면 흔들리겠지."
"결국 넘어갔다 이건가?"
"그래, 학생이 아닌 사람까지 긁어모았지. 검은 마스크에 검은 맨투맨, 검은 면바지를 입은 사람을 찾아 집중적으로 수색해. 그 사람이 우리 두목에게 찾아온 사람이고, 그 사람을 찾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야."
『죽지 않는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고 무슨 목적으로 날 잡으려는 거였을까.
머리에 들어있던 것조차 빠져나가는 상황에, 난 무의식에 이끌려 그를 묶고 있던 밧줄을 풀고 있었다.
"너는 왜 나를 믿는 거지? 투명인간?"
"그럼 너는 왜 내게 정보를 말한 건데."
철준은 묶여 있던 손과 발에 뚜렷하게 나타난 자국을 바라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내게는 여동생이 있다. 수술비가 턱없이 부족하지."
아까 핸드폰을 뒤져 보았을 때 나오지 않았던 정보였다.
그가 말한 두 문장으로 그의 행동의 원인을 전부 설명할 수 있었다.
"유철준, 나와 손을 잡지 않겠어?"
돌발스럽다는 건 알았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적절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정보를 이렇게나 전달해주는 적은 더는 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생각에 잠겼다. 습하고 지저분한 창고의 풍경을 보아하니 괜히 말을 꺼냈나 싶어 창고의 문을 열고 그를 내보냈다.
"미안, 방금했던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해줘."
넓은 공터로 나온 둘은 몇몇 떠 있는 별 아래에 등을 지고 서 있었다.
물론 그에게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내게 느껴지는 영웅으로서 한심함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잡자, 손."
시원하게 답해주는 철준의 모습에 꽉 막혔던 가슴이 조금이나마 뚫린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아까 공황상태에 빠졌던 것은 밀폐된 공간과 갑갑한 분위기 속에서 과도한 심경 변화와 자책이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어서 나를 이곳에서 꺼내줘. 투명인간."
"그래, 유철준. 믿어만 줘."
그렇게- 동맹이 채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