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게, 나 이외의 조직 창설자 세 명이다."
옥상의 문을 열고 등장한 다섯 명의 남성. 모르는 얼굴이 셋, 내가 아는 보좌들의 얼굴이 둘.
그중 붉은 머리를 가진 녀석의 이름은 태우다.
과거 나와 함께 팀으로 활동했고 어제 투명인간 포획 작전에 가담한 녀석이 손을 흔들었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손을 어깨 위로 올려 인사를 표했다.
시훈은 내가 인사를 마치는 걸 보자 입을 열어 이야기를 다시 이어갔다.
"여기 보이는 녀석이 찬우."
찬우라고 불렸던 그는 무릎까지 쳐진 다크서클에 앞머리로 한 쪽 눈을 덮은 남자였다.
당장이라도 어두운 안개가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이 녀석이 석진."
석진이라는 남자는 우리 여덟 명 중 가장 키가 큰 남자다.
족히 2미터는 우스울 정도의 키와 넓은 어깨는 층암절벽이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조직의 대두목. 신해준이다."
이 자가... 대두목 신해준...
얼굴에 칼로 인해 생긴 흉터가 잔뜩 있고 남자다운 돌격머리에 코와 입, 귀에서 은빛을 반짝이는 피어싱.
그의 짙은 검은색 눈동자는 살기를 띤다면 빨려 들어가 다시는 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
"네가 철준이구나. 우리 조직에서 처음으로 투명인간을 만난 아이가 이 녀석이구나."
이빨을 살짝 드러내어 웃으며 내게 얼굴을 들이미는 신해준.
나는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이 그대로 보여주다 자세를 고쳐 말했다.
"네, 그렇습..."
"그것보다 대장. 왜 저 녀석이 아직도 이 조직에 있는데. 돈 받고 튀려는 거잖아. 난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내 말을 끊고 말한 자가 있었다.
피곤과 무기력, 불만이 섞인 눈과 그것을 더욱 부각시키는 다크서클을 가진 박찬우가 손가락으로 시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 박찬우. 내가 말했지. 나는 이번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끝나면 조직을 나갈 거야. 만약 성공한다고 해도 돈은 필요 없다고 두목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친절하고 한없이 너그러웠던 시훈이 내 앞에서 처음으로 눈에 살기를 둘렀다.
"두목, 도대체 저 녀석을 왜 놔두는 겁니까?"
찬우가 눈에 불을 켜고 말하자 두목 신해준은 피식 누군가를 비웃는다.
"찬우야. 시훈이는 우리 조직의 핵심이다. 건들지 마."
묵묵히 고개를 트는 찬우.
차가워진 분위기에 신해준은 손뼉을 한 번 탁 치고 본론에 들어갔다.
"자, 내일까지 투명 어쩌구 찾아서 내 앞으로 가져와. 난 의뢰인께 보고한다."
본론에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끝을 맺고 신해준은 옥상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신해준이 사라지자 냉혹하게 얼어붙는 분위기에 어느 누구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석진이 입을 열었다.
"우선 정보를 모으자, 철준 너는 어떻게 해야 투명인간이 나오는지 알고 있지? 그걸 말해줄 수 있니?"
'어떻게 해야 되지...'
투명인간을 만났다는 소문은 내가 퍼트리기 전에 이미 퍼져 있었으니 이제 내가 할 건 없는다.
그보다 점심시간은 다 끝나가는데 투명인간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건가 의문과 초조함이 떠나가질 않았다.
"석진 형님, 제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붉은색 머리카락을 하고 있는 태우가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나와 같은 시기에 찬우의 보좌가 된 녀석이다.
"그래, 너도 그때 같이 있었다고 했지. 하지만 제일 먼저 발견한 하부 조직원들은 철준이의 밑에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줘."
나는 아직 갈피를 못 잡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투명인간은 우리가 성시고등학교 학생들을 폭행하고 금품갈취를 하는 장면을 보자 나타났다.
그 말은 투명인간이 우리의 그런 행동을 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 고등학교는 건드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석진 형님."
내가 고개를 살짝 숙여 조신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투명인간이 나오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나 석진이 눈빛을 사납게 바꾸어 그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순간 움찔한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너는 지금 조직이 하고 있는 『저격』을 중단하자고 말하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석진 형님..."
갑작스럽게 화살이 나에게 향해 진땀을 흘리는 사이, 시훈이 일어났다.
"솔직히 불안할 만도 하지, 아무리 의뢰인이 경찰에게 돈을 쥐여줬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다면 그때는 끝이니까 말이야."
시훈은 고개를 저었다.
시훈의 말이 끝나자 석진은 숨을 크게 한 번 쉬더니 내게 정정했다.
"미안하군, 내가 너무 몰아갔다. 네가 『저격』에 대해 언급한 걸 보면 그걸로 투명인간을 찾은 거라는 말이 되겠지.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건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나는 고개를 숙였고, 석진은 다른 이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러나 한참 동안 기다려 보아도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상황.
"역시 답은 나오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같은 수법으로 투명인간을 나타나게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렇게 된 건가.'
난 또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에게 고통을 줘야 한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다.
그러나 이들 중 시훈이 없었다면 그런 나를 용납할 사람은 여기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이곳에서 시훈을 제외한다면 제대로 된 사람은 없다.
계속 방관만 하는 시훈의 속내마저 궁금해질 지경이다.
"오늘은 나와 찬우, 시훈도 갈 거니까 나타나기만 한다면 잡을 수 있고 일을 끝낼 수 있는 거지."
뚜둑.
석진은 손가락을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찬우는 시훈을 노려보며 아직도 분을 풀지 못했는지 혀를 차고 먼저 옥상을 나갔다.
시훈이 찬우를 노려보다 금세 표정을 고치고 옥상에 남아 있는 다섯 명에게 말했다.
"그럼, 가보자."
순순히 시훈의 말을 따라 움직이는 다섯 명의 사람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투명인간이 원활하게 조직을 무너트릴 수 있을지 생각을 하다가 막상 동생의 생각이 났다.
언젠가 선택할 순간이 올 거라는 예상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기, 안 들려?"
집요하게 생각하다 현실로 돌아오니 내 옆에 한 남자가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는 석진의 보좌 현수, 검은 생머리에 뒷머리만 기른 그가 내게 용무가 있었나 보다.
"무슨 일이지?"
나는 대충 대답하여 대화를 끝내려 했다.
"아, 내가 삼일 전에 보좌가 되고 너희와 접점이 없어서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겠어... 설마 투명인간을 찾은 거야?"
' 그러고 보니 현수는 어제 나와 같은 현장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래, 그리고 오늘 모든 게 끝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