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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ence Transparent
작가 : 작휴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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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독백
작성일 : 19-11-1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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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운 방.

  나는 그곳에서 이불을 둘러 싸매고 조용히 나를 부정하기 시작한다.

 

  "도와줄 힘도 없으면서, 다치는 게, 죽는 게 무서우면서..."

 

  왜 나는 그를 도와주겠다고 했을까. 굳이 더러운 수를 써가면서까지.

 

  "처음에는 순수하게 우리 학교 학생들을 구하면 되는 줄 알았지..."

 

  그렇다.

  나는 분명 그렇게 들었었고 그렇게 봤으며, 그것이 전부였다.

  인홍고등학교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우리 학교 학생들을 구타하고, 한 명이 스무 명을 전부 때려눕힌 사건.

  수정 선배의 말을 듣고 성진이 형과 관련이 깊은 듯이 보였으나-

  정작 그들이 노리는 건 나였다.

 

  "공터에서 걔네들 반응이 심상치 않았더니 예상대로였어."

 

  파면 팔수록 나오는 건 하나 없고 미문만 늘어난 채 다시는 덮을 수 없게 되었다.

  아니, 덮기 두려웠다.

  그들이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알고 있는 나는 상황 타개를 위해 손을 뻗었지만 마땅히 도와줄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저 그들을 구제해주겠다고 영웅 행세를 하는 것으로, 나는 선량한 인간이라며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나는 잘못 없어... 나는 동네를 구하기 위해서 그런 거야..."

 

  '그럼 납치는?'

 

  내 안에서 나에게 물었다.

 

  "난 철준이 그런 아이인지 몰랐어...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나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오로지 이불만이 내 심정을 알고, 이불만이 내 마음과 공감해주며, 나를 감싸주었다.

 

  "난... 이러고 있지 않아도 돼."

 

  그런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냉정하고 잔혹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와, 영웅으로 보이기 위해 사람들을 구제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그래서 현재 내가 이러고 있다고 생각한다.

 

 

  삑삑삑삑.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입을 닫았다.

 

  '잠깐, 이 시간에 누가 올 일은 없는데?'

 

  나는 어제의 일이 너무 신경 쓰여 잠을 설치고 늦잠을 잔 나머지 질병결석을 하겠다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학교에 있는 주연은 올 수는 없을 터.

  그렇다면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들? 아프다며, 괜찮아?"

 

  어머니다.

 

  "여기 있었네, 병원은? 갔다 왔어?"

  "아니. 안 아파."

 

  이불에 얼굴을 파묻은 채 대답했다.

 

  "무슨 일 있었어? 개학하고 다음날 결석하면 이상하게 보이는데?"

 

  어머니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으셨다.

  난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그런 나를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엄마... 나는 뭘 하면 좋을까?"

 

  겨우 입을 때자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얼굴을 이불에 파묻고 있었기에 어머니의 표정은 보지 못했지만 웃고 계신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인자한 웃음이었을 것이다.

 

  "장래희망 때문에 학교를 쉬는 거라면 혼낼 거야."

  "그게 아니라 내 힘에 관련된 거야."

 

  어머니는 내 앞머리를 잡아 올리시고,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신다.

 

  "심각해?"

  "조금... 많이."

 

  꾸지람을 들을 줄 알았으나 어머니는 내 앞머리에서 손을 떼시고 일어서셨다.

  그리고는 방을 계속 서성이셨다.

 

  "아들, 말해줄 수 있겠니?"

 

  눈에 진심이 섞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 학생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심하게 당하고 있어. 난 내 힘으로 최대한 사태를 막고 있었는데..."

 

  나는 말 끝을 흐렸고, 어머니는 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알고 보니 어떤 사람이 학생들을 매수해서 나를 찾고 있었어. 정확히는 정현진이 아니라 투명인간이지."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상황을 이해한 듯하니 말을 이었다.

 

  "5억. 투명인간을 잡으면 그 돈을 준다고 계약을 한 것 같아."

 

  의자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상체를 숙여 나와 눈을 마주치셨다.

 

  "그럼 결론은 나왔네. 아들은 배후에 큰 세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의뢰인을 만나서 거대한 뿌리를 뽑는다면 해결되는 일이잖아?"

 

  어머니는 5억을 가진 사람에게 의문이 생긴다는 것도 알아차리시고, 숨는다면 피해자가 늘어난다는 것도 파악하시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건 알고 있는데... 방법을 못 찾았다면 내가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방법을 못 찾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았지. 현진이 너는 공부 많이 안 하잖아, 그래서 내가 공부하라고 하라고 그렇게..."

 

  대화의 주제가 산으로 가자 어머니는 헛기침으로 이야기를 마치셨다.

 

  "어제, 죽지 않는 인간을 봤어. 트럭에 치였는데 멀쩡히 살아나더라. 주연이랑 다른 친구들도 같이 봤어. 그 사람이 이번 일의 핵심이고, 학생들을 매수한 걸로 보여."

 

  출장이라는 구실로 언제나 나와 함께 있지 못하는 어머니의 향수 향기와 우리 집이지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나의 향, 그 두 향이 서로 어울릴 즈음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진심이 섞여 있었던 어머니의 두 눈이 의심으로, 이윽고 두려움과 경악으로 바뀌었다.

 

  "현진이 네 아빠와... 관련이 있구나..."

 

  나는 침묵으로 동의했다.

 

  "그렇다면 현진이 너는 더욱 활동을 해야지.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지?"

  "이 모든 것...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게 문제야."

 

  나는 약속했다. 아버지와.

  아버지는 나를 믿는다고 했고, 나는 그에 걸맞은 행동과 결과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그렇기에 투명인간이 있고, 그렇기에 내가 있다.

 

  "하긴, 죽지 않는 인간을 만난 게 하루 전.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은 아무리 투명인간이라도 무리가 있지."

 

  정적을 뚫고 나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납치라도 한 거야?"

 

  난 다시 한번 침묵으로 긍정했다.

 

  "아버지랑 약속했는데... 면목이 없어. 이런 영웅 놀이를 해도 되는 건가, 잘 모르겠어..."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고 보니 현진이는 우리 동네에서 영웅이었지. 그렇다면, 영웅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닐까?"

 

  의자에서 일어난 어머니는 어둑한 방안과 대조하는 환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도대체 엄마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런 질문은 쓸모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미 어머니의 미소가 그 해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말해도... 저는 이미 범죄를 저지른 거나 다름없어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존댓말에 어머니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셨다.

 

  "잘 들어 현진아.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옳지 않아. 아무리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방금 집으로 돌아와 차가운 어머니의 손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악의를 가지고 현진이 네가 범죄에 손을 댔다고 생각하지 않아. 분명 누군가를 위해서, 혹은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었겠지."

 

  덧붙여서 말한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머니는 아늑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이번 일을 제대로 끝냈다고 해도 분명 너를 범죄자 취급하는 녀석들이 있을 거야."

 

  나는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그리고 너는 분명 이 마을을 위해서 움직였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는 것 보다 실수라도 해서 고쳐나가는 게 나아!"

 

  강렬하게 내 가슴을 찢고 들어오는 어머니의 말씀.

  누구보다 친한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래서 웃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준 것만큼, 내가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만큼, 내가 나를 상처 준 만큼, 어머니께서 나를 치료해준 것만큼 웃었다.

 

  "엄마, 고마워."

  "뭘 새삼스럽게. 나중에 그 사람한테 정식으로 사과해. 그리고 정보를 준 것도 고맙다고 똑바로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이란 물감으로 추악한 노력을 덮으면 돼."

 

  난 떳떳하게 대답하고 현관을 나섰다.

 

  "네!"

 

 

  쥐도 새도 모르게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을 소매로 훔치고, 나는 공터로 향한다.

 

 

  자재들은 전부 구석으로 치워 비교적 깔끔해진 공터 한가운데에 네 명의 학생이 무릎을 꿇고 눈치를 살핀다.

  그들을 둘러싼 인홍고등학교 조직의 창립자 세 명과 그들의 보좌 셋.

  그중 철준의 모습도 보였다.

  혼탁한 눈동자로 담배를 피우며 네 명의 학생을 내려보는 찬우, 그는 담배꽁초를 땅에 버려 발로 밟아 끄고 말했다.

 

  "원망하지 마라. 그렇게 세게는 안 때릴 거야. 최대한 큰 소리로 말하면 누군가는 구해주겠지."

 

  찬우가 탁한 동공으로 머리를 한 갈래로 묶은 여자를 바라보며 다가갔다.

 

  "시작하자."

 

  퍽.

작가의 말
 

 설마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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