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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ence Transparent
작가 : 작휴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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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
작성일 : 19-11-10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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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

 

  왼쪽 어깨를 파고드는 차가운 쇠붙이에 나는 비명을 내며 나가떨어졌다.

 

  "으아악!"

  "너 너 너... 너 이 새끼가!"

 

  태우였다.

 

  "투명인간이라고 어디 맘대로 되는 줄 알지? 반 죽여서 의뢰인에게 데려가 주마!"

 

  모습이 보이지 않는 나를 어째서인지 태우는 잘도 찾아낸다. 맞고 때리면서 살펴보니 내 오른손과 복부에 혈흔이 눈에 띄었다.

 

  '이것 때문에 안 건가?'

 

  얼굴에 무언가 흐르는 걸 보니 얼굴에도 피가 튄 모양이었다.

  얼굴에 튄 피보다 어깨에 박힌 칼이 더욱 신경 쓰였다.

  심장이 어깨로 옮겨져 두방망이질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으며 맥박이 뛸 때마다 피가 솟구쳤고 공터의 땅을 유혈로 적셨다.

  흐려지는 시야와 내게 틈을 주지 않는 태우, 어깨에 지속적인 통증에 현기증이 도졌다.

 

  툭. 팍.

 

  태우는 손으로 더듬으며 내 신체 부위 중 어딘가를 찾은 듯했다.

  분명 급소를 찾고 있는 낌새였고, 나는 죽고 싶지 않아 그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잡았다."

 

  태우는 내 목을 잡으며 씩 웃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눈에 살기를 두르고 악력으로 내 목을 점점 조여왔다.

 

  "이런... 컥..."

 

  나는 태우의 뒤에 있었던 철준을 바라봤다.

  철준은 고민과 분노가 섞여 있는 표정이었다.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알 도리는 없었다. 추측하자면 조직을 배반할지 아닐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기도로 들어가는 기체의 양이 적어지는 게 느껴진다.

  최후의 발악이랍시고 태우에게 주먹을 날려 보았지만 피에 젖어 있는 주먹인지라 피했다.

 

  "잠깐 기다려!"

 

  철준은 발로 태우를 걷어찬 뒤에야 말했다.

 

  "유철준! 무슨 짓이야!"

 

  태우의 붉은 머리는 흐트러졌고, 살기로 덮인 눈동자를 그대로 철준에게 옮겼다.

 

  "이러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우리 조직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어. 태우야 이 의뢰, 안전하게 마치자."

 

  태우는 옷에 묻은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철준의 곁을 떠났다.

 

  "괜찮아?"

 

  철준은 내게 다가와 몸을 숙여 내 귀에 속삭였다.

  철준은 어깨에 박힌 칼을 조심스럽게 빼내고 와이셔츠와 조끼를 벗어서 조끼로 지혈을 하였다.

 

  "그래... 나는 괜찮아. 저 여학생은? 세게 때리진 않았겠지?"

 

  거친 숨을 고르며 말하는 나에게 철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와이셔츠를 내게 걸쳤다.

 

  "저 여자는 무사하니까 안심해. 미안하다 투명인간,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해서..."

 

  고인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조용히 호소하는 철준을 보며 안도를 느꼈다.

  그의 눈물에서 계속 혼자서 해왔던 것에 보람을 느꼈다.

 

  "아니, 너는 여학생을 훌륭하게 지켰어. 그리고 이렇게 멋지게 나를 구하고 지혈까지 해줬지... 오히려 껍데기인 나보다 더 영웅 같았어."

 

  철준은 소매로 눈물을 닦고 웃기로 결정한 듯 보였다.

 

  "과찬이야. 그것보다 왜 이렇게 늦은 거야? 영웅이 겁이라도 먹은 거야?"

 

  긴장이 풀어지는 듯한 농담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기지 마, 피 나올 것 같으니까... 내가 못 온 건 내가 너에게 했던 행동 때문이었어. 과연 내가 영우이라고 불리는 게 맞을까, 이 능력을 이런데 쓰라고 한 게 아닌데 말이지."

 

  땅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마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공터에 퍼졌다.

  철준, 태우, 그리고 다른 조직원 한 명이 고개를 숙였고, 시훈이라는 남자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시훈, 뭔 일 났냐?"

 

  공터의 흙을 밟으며 터벅터벅 시훈에게 걸어가는 그의 얼굴에서 칼에 의해 생긴 흉터가 눈에 띄었다.

  게다가 손목에 보이는 호랑이 문신, 상위 권력을 쥐고 있어 보이는 시훈과 박찬우, 석진까지 총 세 명.

  나는 직감으로 저 자가 신해준이라는 걸 인지했다.

 

  "철준아, 설마 저 녀석이..."

 

  철준에게 속삭이며 말했고 철준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그래. 신해준, 우리 조직의 창설자이자 대두목이야."

 

  얼굴에 칼로 인해 생긴 흉터와 기가 세 보이는 돌격머리에 코와 입, 귀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피어싱.

  그의 짙은 검은색 눈동자는 깊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별일 없었어. 투명인간이 나타난 것 빼고."

 

  시훈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정말 훌륭합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투명인간을 또 찾아내다니요."

 

  인식하지 못했던 한 남자의 매우 차분하고 고상한 목소리.

  의뢰인이었다.

  그는 신해준의 옆에 검은색으로 뒤덮인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죽지 않는 인간... 드디어 만났구나.'

 

  한 손에는 종이가방과 다른 한 손에는 서류 봉투를 잔뜩 들고 있는 의뢰인은 유혈에 젖은 땅과 피에 윤곽이 보이는 나를 보며 눈독을 들였다.

 

  "아무래도 죽을 것 같아 보이는데... 만약 죽었다면 돈은 물론 조직원 전체의 생명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그것도 잠시 의뢰인은 빈사 상태인 내 모습을 보고는 공터에 있는 모든 이에게 경고를 가했다.

 

  "절대 죽이지 않았으니 안심하시고 약속대로 계약금을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약속한 5억과 교주님과 면담 후 신해준 군을 유일교의 용병으로 임명하겠습니다."

 

  교주, 유일교. 전부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뭐?"

 

  김시훈의 낮고 굳은 목소리.

  공터에 흩날리던 먼지도, 떨어지는 나뭇잎도, 공터 흙바닥에 고여가는 내 피도, 어깨에서 흐르고 있는 피도 얼어붙는 차가움이었다.

 

  "신해준. 진짜야?"

 

  신해준은 한 발자국씩 신발의 밑장을 질질 끌며 김시훈에게 걸어간다.

 

  "내 말에 대답해 신해준! 진짜냐고!"

 

  결국 김시훈의 코앞까지 다가온 신해준은 이마로 김시훈의 이마를 향해 부딪쳤다.

 

  퍽.

 

  저 멀리에서도 소리가 전달되었다.

  그러나 미동도 없는 둘의 모습에 의식이 있던 모두는 경악하고,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철준이가 말한 게 전부 사실이었다니... 유일교 신자! 우리는 너희에게 투명인간을 내어 줄 수 없다! 신해준을 멋대로 데려가지 마!"

 

  아랫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꽉 쥐는 철준.

 

  "지금... 무슨 상황이야? 철준아, 너는 뭔가 알고 있지?"

 

  불안에 떨리는 철준의 눈동자는 나에게 향할 겨를이 없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너를 구하면... 내 동생을 구할 수 없어... 내 동생을 구하면... 너를 구할 수 없어..."

 

  '젠장... 말할 기미가 안 보이잖아!'

 

  "유철준!"

 

  팍.

 

  나는 손바닥으로 철준의 등을 세게 때렸다.

  철준은 이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성을 되찾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철준은 자신이 봐왔던 것을 낱낱이 말했다.

 

  "저 의뢰인을 몰래 미행해 봤는데, 어떤 종교를 믿고 있고. 그 종교로 찾아가 보니 교주처럼 보이는 사람의 피를 마시고 있었어..."

  "몰래 들어온 사람이 당신이었군요..."

 

  의뢰인은 검은 마스크를 벗어 공터 바닥에 팽개치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손을 떨고 있었다.

 

  "그 종교에 들어간다면 투명인간 못 넘긴다."

 

  신해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발 막지 마."

  "싫어."

 

  검은 청바지에 흰 티셔츠, 가죽 재킷을 입은 채 김시훈의 앞에 서 있는 신해준은 가죽 재킷을 벗어던지고 신해준과 거리를 벌렸다.

 

  "싸울 거냐? 김시훈."

 

  "싸울 거다. 신해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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