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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ence Transparent
작가 : 작휴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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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
작성일 : 19-11-10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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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나를 구해준 남자, 이름은 김시훈. 그는 나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가 건넨 담배를 손바닥으로 막으며 말했다.

 

  "몰라... 이 녀석은 내 전 재산인 오백만 원을 훔쳤어."

 

  내가 보육원을 나와 가장 처음 한 것은.

 

  "그래서, 죽인 거야?"

 

  살인이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저 녀석 쇼크로 죽었다고."

 

  나는 짜증을 섞어 나를 구해준 남자에게 투덜댔다. 이게 과연 살인을 저지른 자들의 대화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너, 이름이 뭐지?"

 

  나를 구해준 녀석이 물었다.

 

  "신해준."

  "난 김시훈이다."

 

  긴 앞머리를 이용해 만든 올림머리가 인상적으로 어울리는 사나이였다.

  나는 고개를 대충 끄덕이고 골목길 한복판에 쪼그려 앉았다. 그대로 골목에 누워 골목의 차가움에 파묻혔다.

 

  "이대로 있다가는 경찰에게 잡히고 말 거야."

 

  김시훈은 누워 있는 나를 넘고 골목길 끝에 섰다. 나는 혀를 한 번 차고 그에게 대답한다.

 

  "잡히지 않는 방법 따위 없어. 잡힐 시기를 늦출 뿐이야. 포기해.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거나 정당방위였다면 어떻게든 형이 줄어들겠지."

 

  그렇게 말하는 나 자신을 떠올리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나는 건달의 밑에서 자랐다. 나를 믿어."

 

  이제 싫다. 내 인생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게 너무나도 믿기지 않았다.

  놀랐냐며 위로해주는 사람도 없어졌고, 이제 변화하는 내 인생에 적응하라며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혼자서 의미를 찾아내고 삶에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난 그냥 잡힐래... 더는 고생하고 싶지 않아. 구해줘서 고마워."

 

  김시훈은 뒤를 돌아 천천히 나에게로 걸어오더니 내 옷을 잡고 들어 올렸다.

  시훈의 눈빛에는 강한 진심과 적의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는 되지 않아. 네가 잡히면 나까지 잡힐 가능성이 있어. 둘 다 잡히거나 둘 다 도망치거나야. 나는 잡히기 싫으니까 후자가 되겠네."

 

  나는 김시훈은 뿌리치고 소리쳤다.

 

  "나는 그러면 어떻게 살아가라고! 경찰에게 쫓기면서 살아가라는 소리야?"

 

  김시훈은 고개를 저었다.

 

  "두 개가 더 있어. 나와 함께 건달로 들어갈래?"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그는 입고 있던 라이더 재킷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무언가를 빼내어 내게 달려왔다.

 

  "죽는 거지 뭐."

 

  패거리에게 맞은 곳이 회복되지 않아 움작임이 둔하다. 이 상태로 김시훈과 싸우게 된다면 반격도 못하고 죽을 게 분명했다.

  나는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다 김시훈이 무기를 휘두르는 순간을 노릴 것이다.

  김시훈이 꺼낸 무기는 식칼이었다.

  날이 날카롭게 서 있어서 찔린다면 생명은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잠깐 기다리시오!"

 

  골목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우리의 싸움을 멈췄다.

 

  "제 소개를 하죠. 유일교의 교주 남현욱, 당신들을 구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저와 계약을 하나 해주십시오. 사람 한 명을 찾는 것이니 간단합니다."

 

  이것이 나와 시훈과 교주와 첫 만남이었다.

 

  계약은 간단했다.

  살인사건은 완전히 없었던 일로 해줄 테니 투명인간을 찾으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추가로 투명인간을 잡는다면 5억을 주겠다고 말하였다.

 

  계약 초반, 시훈은 건달에게 부탁한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내가 교주와 계약을 승낙하자 시훈은 태도를 바꿔 계약을 승낙했다.

  그 뒤 박찬우와 장석진을 섭외하여 우리의 보좌로 두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되지 않자 규모를 늘리고 투명인간이 영웅이라는 점을 이용해 만만한 인근의 학생을 대상으로 학살과 저격을 시도했다.

 

  학살과 저격의 계획을 들은 의뢰인은 나에게 비밀리에 용병 제안을 하였고, 나는 돈이 궁핍한 나머지 승낙하고 말았다.

 

  "정말 훌륭하군요 신해준.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의뢰인은 유유히 신해준에게 걸어갔다.

  그는 종이가방을 신해준의 옆에 두고는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당신은 이제부터 유일교의 용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종이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상당한 양의 수표였다.

  신해준은 암울한 얼굴로 일어섰다. 그러고는 수표가 든 종이가방에서 몇 다발을 챙겨 시훈에게 쥐어 주고 철준에게 향했다.

  철준에게 몇 다발, 찬우, 태우, 석진, 현우 순번으로 수표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축 처진 어깨로 공터를 걸어나갔다.

 

  "투명인간. 같이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부디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의뢰인은 조끼로 지혈을 하며 와이셔츠를 어깨에 걸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괜찮겠어? 분명 위험한 종교일 거야..."

 

  철준은 내게 속삭이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저 의뢰인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어. 너희 조직원들에게 피해가 큰 건 내가 약했기 때문이야."

 

  나는 고통을 잊으려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일어났다.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못 이길 고통은 없어 보였다.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열광하는 의뢰인, 신해준과 있을 때와는 사뭇, 아니 과도하게 많이 달라 보였다.

 

  "안내해라 의뢰인."

  "네! 맡겨만 주십시오! 최고급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씩 웃으며 약간의 광기를 보여주는 의뢰인. 그의 모습에 조금 긴장이 되었다.

 

 

  "저희가 갈 곳은 성역! 성역입니다. 교주님이 머무는 장소이며 이곳에서 은총을 주시기도 한답니다."

 

  의뢰인은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눈을 마주칠 필요도 없고 굳이 표정을 만들지 않아도 적당한 반응만 해준다면 대화가 이어지는 게 투명인간의 신기한 점 중 하나이다.

 

  "아프지 않습니까? 과다출혈로 죽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당신이 죽으면 저희 교주님이 무척 슬퍼하실 겁니다."

 

  의뢰인은 과도한 손짓을 하며 빠르게 말했다.

 

  "괜찮아."

 

  난 딱딱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의뢰인은 투명인간이 말을 한다는 것 자체에도 환희를 느끼며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 몇 분 동안 걸었더니 선팅이 극도로 심한 유리로 덮여 있는 건물 한 채를 발견했다.

  건물의 이름은 현우프라자였다.

 

  "0808"

 

  큰 소리로 건물의 비밀번호를 외우며 문을 열었다. 마치 내가 이 번호를 듣고 외우라는 듯이 말이다.

  문이 열리자 대단한 일이라도 한 듯이 의뢰인은 환한 미소로 나를 바라봤다. 엽기적이었다.

  그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고 범접조차 할 수 없었기에 그의 존재를 무시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캄캄한 복도.

  빛이라고는 엘리베이터의 층 숫자뿐이었다.

 

  "교주님은 4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른 가죠!"

 

  의뢰인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예상보다 빠른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의뢰인은 다시 엽기적인 웃음을 보여주며 타라고 손짓을 했다.

 

  "너희들은 왜 나를 찾은 거야?"

  "어머! 저에게 궁금증을 갖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영광! 이 얼마나 위대하고 신성한..."

 

  엘리베이터가 무너질 정도의 목청으로 감탄하며 중얼거리는 의뢰인의 모습.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띵.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4층에 도착했고 의뢰인의 긴 말이 매듭지어졌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일교의 교주 남현욱. 능력자입니다."

 

  문이 열리자 남색 가운을 입은 30대 중년 남성이 나타나 격식을 차리고 인사했다.

  젤을 발라 머리를 전부 뒤로 넘겼고 눈꼬리가 조금 쳐져 있었으며 쌍꺼풀이 있어 조금 졸려 보였다.

 

  "저는 투명인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부터 내가 모르던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작가의 말
 

 새로운 건 뭐든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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