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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널 월드
작가 : 사류라
작품등록일 : 2016.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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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해할 수 없어
작성일 : 16-04-21     조회 : 746     추천 : 0     분량 : 6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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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웬일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에 무슨 일이 있나?

 갑자기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가 날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내 마님, 돌쇠 전화 받았습니다요.”

 -자기. 나.

 “웬일이야. 전화를 다하고? 집에 무슨 일 있어? 불났어? 도둑 들었어.”

 -아니, 아니야. 그냥 오늘 따라 울 자기가 넘 보고 싶어서 언제 오나 하고 전화 했어.

 이 사람이 약을 먹었나?

 안하던 짓을 하려고 하지. 아내가 월드를 하기 전에는 이런 전화를 많이 하고, 받고 그랬다. 월드를 하고 한 후부터 우리의 관계가 조금 소원해 졌을 뿐이다.

 -언제와?

 “지금 가고 있어.”

 아내의 전화 한 통에 마음이 설랬다.

 연애 시절 그토록 줄기차게 전화하던 그대의 설렘이 떠올랐다. 나의 걸음은 나도 모르게 빨라지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면 난 아직도 아내를 정말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집에 도착해서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보 나 왔어.”

 그런데 조용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문을 열었다.

 “그럼 그렇지.”

 김 빠진다. 아내는 가상현실 게임 월드의 접속기에 누워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내 팔자에 무슨..... 밥이나 해 먹자.”

 대충 샤워를 끝난 후에 찬장을 열었다. 나를 반기는 라면들이 가득했다.

 “오늘 또 주문을 했나 보네.”

 봉지라면 3개를 꺼내어서 그 빌어먹을 놈의 월드를 생각하며 잘게 부쉈다.

 뽀드득, 뽀드득!

 이렇게 월드도 산산조각이 났으면 좋겠다.

 끊는 물에 라면을 넣었다가 삶아서 채에다 걸러 물을 뺀 다음 작은 그릇에 담았다.

 “왜, 빨리 오라고 했는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삶은 라면을 올려 굽었다.

 찌지지... 지이익.

 밀가루 대신 이렇게 전을 만들어 먹는 것도 한 재미다.

 “오늘은 저녁 얻어먹는 줄 알았는데, 언제인지 이제 기억도 없다.”

 내 팔자에 저녁은 무슨. 1년 전에 포기를 했어야 하는데 아직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을 두고 있는 걸 보면 나도 참 한심하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어 라면 위에 올려놓았다. 라면이 바삭하게 굽힐 때 난 뒤집었다.

 “냄새는 예술이다. 누가 개발했는지 몰라도 우리나라 라면이 다목적 활용도에서는 최고다.”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나의 기준으로 그렇다.

 “라면 김치전이네. 맛있겠다.”

 이 여자는..... 세수는 좀 하고 게임 하지.

 부스스한 모습으로 주방으로 온 아내는 식탁에 앉아 라면 김치전이 다 되기를 기다리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언제 왔어?”

 “1시간 정도, 씻고 이거 만들고. 그런데 왜, 빨리 들어오라고 했어?”

 나는 굽어진 라면 김치전을 아내에게 주며 물었다.

 아내는 젓가락으로 집을 틈도 없이 손으로 찢어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역시 자기가 해 주는 라면 김치전이 젤 맛있어.”

 찌지지... 찌이익!

 아내가 먹으니 있는 것 없는 거 다 굽어야겠다.

 “자기야.”

 “왜?”

 “이번에 월드에서 요리대회 이벤트를 하는데 내가 이벤트 신청했어.”

 “그래?”

 “응. 그래서 자기가 좀 가르쳐 주라.”

 쩝, 그럼 그렇지.

 “당신도 잘 하잖아.”

 “하지만 자시는 요리사잖아. 아니, 요리 교수.”

 정말 내 아내지만 아직 철이 없다. 아마 아기가 없어 그러나 보다

 한소리 하려다 참았다.

 왜? 내 나이가 되면 아내가 무서워진다. 그리고 아내 말을 잘 들어야 밤에 그거 한 번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도 한다.

 “재료가 뭔데?”

 “그게 조금 이상한 것들이야. 현실에서 나오는 건 아니고, 월드의 신계에서 나오는 것들이라. 좀 그래. 일반적인 건 내가 어떻게 해 보겠는데 이건 감이 안 와.”

 “그래도 재료는 채소, 과일, 고기, 해물, 생선 중에 있을 거잖아.”

 “그렇지.”

 “그럼 샐러드 만들어.”

 “싫어. 그런 평범한 거 말고 색다른 거. 이왕이면 데크레이션도 멋지게 하고 신계에서 나의 위치를 생각하면 로사 그것보다 잘해야 한다 말이야.”

 “로사?”

 “밥 맛 없는 애가 하나 있어. 나랑은 라이벌이야.”

 “그래?”

 내가 게임을 안 한다고 어디서 뻥을 치고 있어. 그래도 내색할 수가 없다.

 “알아서 생각해 볼게.”

 “응. 고마워. 그럼 난 다시 게임하러 간다.”

 아내는 그렇게 자신의 용무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 라면김치전이 담긴 접시를 보았다. 아내가 나의 라면김치전을 다 먹어 버렸다.

 “아씨, 내가 저걸 때려 부수던가 해야지.”

 그나저나 오늘도 독수공방이다. 어디 가서 맥주나 한 잔하고 와야겠다.

 

 @

 

 새벽 일찍 일어나 아내가 월드를 하는 접속기가 있는 방문을 열어보았다.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아내의 곁으로 앉았다.

 “미안해.”

 그때 그 일만 아니었다면 나보다 더 멋지고, 잘난 남자를 만나 더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그때의 일만 떠올리면 아내에게 미안해진다.

 난 자고 있는 아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라이벌인가 뭔가 하는 사람보다 잘하는 것이 좋겠지.”

 난 주방으로 가서 아내를 위해서 몇 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야채와 과일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샐러드, 고기와 야채로 할 수 있는 떡갈비, 생선과 해물로 할 수 있는 찌개 같은 것을 해서 식탁에 올려 두고 아침을 해결한 후에 직장인 한국대학교에 출근을 했다.

 집이나, 학교나 다를 바가 없었다.

 “교수님!”

 “왜?”

 “우리 오늘은 다른 걸 만들어 봐요. 모양도 예쁘게 하고, 풀과 과일로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요리로 말이에요.”

 속이 뻔히 보이지만 물었다.

 “왜, 과일과 야채로 만들어야 해? 과일과 야채로 만드는 건 샐러드 종류뿐인데?”

 사실 샐러드를 요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냥요. 물론 다른 부재료도 첨가하면 좋겠죠. 고기 종류나, 해산물 같은 거.”

 몇몇 아이들의 간절한 눈빛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 다른 사람들은? 다들 괜찮아?”

 “네.”

 역시 대답은 정말 잘한다.

 “좋아. 그럼 재료 준비를 위해서 1시간 줄 테니 알아서 재료를 사가지고 와. 그럼 그 재료에 맞는 과제를 내어줄테니까.”

 “네.”

 아이들이 실습실을 빠져 나갔다.

 “그놈의 월드가 뭔지.”

 월드에서 요리 대회를 한 번 하는 걸 가지고 왜, 이렇게 난리 법석을 떠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재미있나?”

 한 번 해 보고픈 생각도 살짝 들었다. 월드를 생각하니 아내가 떠올랐다.

 “그나저나, 아침은 챙겨 먹고 하는지.”

 물론 끼니를 그러지 않는 아내이기에 챙겨 먹을 것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살짝 염려가 되긴 한다.

 “집에 가서 도와 줘야겠다.”

 

 @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가상현실게임 월드의 룸넷이 눈에 들어왔다.

 월드!

 아내가 빠져 있는, 아니 세상 사람들이 빠져 있는 그 가상현실의 세계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저기 한 번 가볼까?”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려 가상현실게임 월드의 룸넷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내가 조금 어두웠다.

 “어서 오세요.”

 점원이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네. 수고하십니다.”

 난 점원에게 인사를 하고, 룸넷을 한 번 둘러보았다.

 한 평 남짓한 방이 건물의 벽과 가운데 40개 정도가 들어서 있었다.

 “월드를 하러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이라......”

 “네. 제가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접속기가 고가이니 이렇게 룸넷에서 월드를 즐기는 이들도 제법 많이 있었다.

 그는 나를 빈방으로 데리고 가서는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그가 나가자, 난 뇌파 감지 헤드셋과 고글을 쓴 후에 접속기에 손과 발을 놓아두는 곳에 두고 누었다.

 삐이이익!

 접속이 이루어지는 딱딱한 기계음이 들렸다.

 -홍채 인식 중입니다. 지문 인식 중입니다. 반갑습니다. 사류라님!

 지문이라면 내가 누구인지 당연히 알 수 있을 터.

 -개인 정보는 사류라님의 동의 없이는 그 어디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기계는 몇 가지 주의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게임에서 사용할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사류라.”

 나는 그냥 나의 이름으로 정했다.

 -사류라 하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기본적인 접속은 홍채 인식과 지문감식으로 확인이 되어야만 접속을 할 수 있습니다. 안전장치를 위해서 비밀코드를 만드시겠습니까?

 “하겠습니다.”

 -비밀코드를 말씀해 주십시오.

 “망할 놈의 월드.”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나왔다.

 -비밀코드 설정합니다. 3초 후 월드에 접속을 합니다.

 결국 아내와 사람들이 빠져 있는 가상현실게임 월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서 월드에 접속하게 되었다.

 -생선된 캐릭터가 없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해 주십시오. 참고로 캐릭터의 연령은 15세에서 50세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외모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뭐야? 그럼 젊은 나이로 다시 돌아가서 월드라는 세상을 즐길 수 있단 말이야?

 허엇, 이거 신세상이네.

 아내의 말이 생각났다.

 -하도 찝쩍이기에 놈팡이 한 놈 패 주고 왔어. 내가 자기한테 무술을 배워서 한 무술 하잖아.

 아내는 자신이 가장 아름다울 때를 선택했을 것이다.

 “25세로 설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나이를 설정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 월드의 종족은 신족과 마족 두 종조이 있습니다.

 아내의 종족이 뭐였지. 아마 마족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족으로 하겠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즐거운 여행을 하십시오.

 눈앞이 서서히 밝아지더니 곧 빛무리가 나의 앞에 가득했다. 그리론 천천히 그 빛무리가 줄어들더니 월드의 세상이 나의 눈에 펼쳐졌다.

 넓은 황무지와 같은 곳이었다.

 듬성듬성 보이는 바위들과 나무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미국의 서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황량하고 적막한 그런 황무지일 뿐이었다.

 “마계라 그런가?”

 파란 하늘이 아닌 조금 검붉은 하늘과 구름, 그리고 그 사이로 비치는 붉은 햇빛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나의 몸을 보았다.

 왠지 모르게 힘이 넘치는 것 같았다.

 “정말 25세로 되돌아온 것 같군. 이래서 사람들이 미치는 것인가?”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큰 메리트가 생기는 것이었다.

 “정말 과학의 힘은 어디까지일까?”

 시간을 돌려 과거로 돌아가는 그런 일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난 이 월드를 만든 사람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난 일단 월드의 세상을 걸었다.

 한발, 한발 정말 내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그런 착각을 일으켰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 끝없는 황무지를 걷다보니 슬슬 질렸다.

 “이게 왜, 재미가 있지? 설마 이렇게 걷다가 하루다가는 건 아니겠지.”

 월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일단 집에 가야겠다. 접속 해제.”

 눈앞의 환경이 바뀌면서 조금 어지러움을 느껴 눈을 감았다. 1분 정도 흘렀을 때 눈을 떴는데 현실로 돌아와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젊어진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것이 없는데.”

 그런데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게 전부는 아닌 것 같은데.

 난 접속 장비들을 제자리에 놓아 둔 뒤에 한 평 남짓한 방을 나왔다.

 “처음이시라 뭐가 뭔지 잘 모르시겠죠?”

 점원이 나에게 물었다.

 “조금 그렇습니다. 젊어진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데 사람들이 왜, 월드, 월드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직 손님께서 월드의 시스템과 환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그런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모든 게임은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걸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 따라서 게임에 취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해도 취미를 붙이지 못하면 재미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이 사람은 지금 나를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뭐, 알아서 나쁠 것 없으니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월드의 시스템은 조금 독특합니다. 먼저 시간에 말씀을 드리면.....”

 그가 하는 말은 나의 아내가 나에게 다 해 주었던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내를 통해서 월드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나에게 한참을 설명해 주더니 한 권의 책자를 주었다.

 월드의 설명서와 같은 것이다.

 “저희 룸넷 길드에 드시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네.”

 결국 자신의 길드에 들라는 말이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 감사합니다.”

 난 그에게 인사를 하고 룸넷을 나왔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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