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주일째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두준은 단정하게 올린 머리를 쥐어 잡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의무는 아니지만 썼던 마스크를 꾸역꾸역 쓰고 있는 팀원들이 마음에 걸리는듯했다. 그런 그를 아는 팀원들은 각자의 노력대로 마스크를 구하려 애를 썼다. 여주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날 때마다 마스크의 행방을 쫓았다.
"으으, 마스크 있는 데가 없네!"
결국 짜증이 폭발한 진리가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본 팀원들은 낄낄거렸다. 모두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릴없이 앉아있는지도 벌써 일주일이 된 여주도 웃으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카톡,
[2015.06.08. 월]
김민석 → 여주야
? ← 김여주
김민석 → [여주 밥 먹는 사진]
프사 이걸로 해
이건 또 언제 찍었어? ← 김여주
김민석 → 저번에
죽일까? ← 김여주
김민석 → [하트 이모티콘]
퉤- ← 김여주
김민석 → 야
[웃는 이모티콘] ← 김여주
김민석 → [마스크 낀 민석이셀카]
야 ← 김여주
여자친구는 마스크 못 구해서 죽기 생겼는데
지 혼자 살라고 마스크 챙겨꼈다 이거지?
김민석 → 아니
ㄱㅡ게아ㄴㅣ라
차단 ← 김여주
장난스러운 카톡을 주고받은 여주가 책상에 엎드려 실실 웃다가 두준과 눈이 마주쳤다. 괜스레 머쓱해진 여주가 상체를 일으키자 손가락으로 내선전화기를 가리킨다.
"남친이냐."
"윤 부장님 할 일이 없으신가 봐요?"
"보고 싶냐?"
"아, 진짜 무슨 소리예요."
키득거리는 두준을 한번 째려보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실없는 소리에 살짝 짜증이 난 여주가 허리를 일으키곤 탕비실로 들어갔다. 요란하게 커피를 탈 때 등 뒤로 누군가가 쓰윽 다가왔다.
"웍!!"
"엄마! 앗뜨-"
"내 커피는요?"
"이거나 드세요."
뒤를 돌자 짓궂게 웃고 있는 그가 보였다. 지금 기분으로는 명치를 팔꿈치로 가격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그녀는 입맛을 다셨다. 두 손을 내미는 모습에 입술을 잘근 씹으며 커피를 올려두자 배시시 웃어 보였다. 진짜 얄미워 죽겠는 모습이다.
"정윤오 씨."
"예?"
"얼른 와서 이거 디자인부로 넘겨줘요."
진리의 목소리에 탕비실에서 허겁지겁 나가는 윤오를 보며 혀를 쯧, 하며 찼다. 몇 개월 전에 들어온 신입인데 까불까불하니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한달까. 자리를 돌아가자 언제 또 다녀온 건지 반대편에 앉아 눈을 깜빡이며 여주를 빤히 바라봤다.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여주 씨의 관심?"
"미친 새끼, 쟤 임자 있다."
"아! 부장님!"
얼씨구? 실없는 소리를 그렇게 하더니 결국 부장님께 결재 파일로 한 대 맞는 모습이 우스웠다. 이건 직장 폭행이라며 소리치는 모습이 사람 참 가볍게 보였다.
*
*
5, 4, 3, 2, 1. 정각이 되자마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 준비를 했다. 그 사이에는 여주도 섞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구두로 갈아신을 때였다.
"여주야, 안 작가 작품 다시 작업 들어가래."
"예?"
"안 작가 작품 허 대리가 했는데 잘못 돼서 폐기 처리된 건 알지?"
"아, 그건 아는데."
"미안, 위에서 퇴근 시간 다 돼서 말해주는 바람에."
"아니, 뭐. 일 생기면 좋죠. 알겠어요. 언니, 나 안 들어가요."
두준의 말에 신발을 다시 갈아신는 여주를 보며 보라는 안쓰러운 듯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편집부를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