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기다리고 기다리던 카톡음이 방안을 울렸다. 침대에 누워 팔로 두 눈을 가리고 그렇게 누워있을 때였다. 눈을 오랫동안 누르고 있어서 그런 건지 깜깜한 방 안에 있어 선지 시야가 좀처럼 편하지 않은 여주는 두 눈을 부비며 카톡을 확인했다.
[2015.07.07. 화]
김민석 → 미안, 일이 바빠서 연락을 한번도 못했네.
응 ← 김여주
참 짧은 문장이 하루 온종일 한 걱정의 답이었다. 그렇게 기다리던 답장임에도 여주는 표정이 풀리질 못했다. 일이 바빴다는 답장을 기다렸는데도 안심이 되면서도 꽁해지는 건지. 한편 자신이 카톡을 하자마자 답장이 온 여주에 기분이 좋은지 헤실거리던 민석이 종인이에게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이거 봐라, 여주한테 답장 왔다?"
"야간근무라며."
"아, 맞다. 난 또."
시무룩해진 그는 핸들에 머리를 처박았다. 사실을 짚었음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미안해진 종인이 어쭙잖은 위로를 했다.
"아니, 네가 걱정됐을 수도 있지."
"정말 그럴까?"
"그럼, 뭐 설마 일하는 중이라 답장 빠르게 했겠냐?"
어쩐지 그게 가능성이 제일 크니까 그렇지. 어째서 위로를 하면 할수록 표정이 우울해지는 그였다.
*
*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피곤해 보이는데 혼자 해맑은 윤오가 사무실 문을 열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은 사실 본인만 모르는 여주는 자꾸만 치대는 윤오가 짜증스러웠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을 향할 때도 꽁무니를 졸졸 따랐다.
"아, 붙지 좀 마요."
"윤오야, 여주 그만두면 다 너 때문이다."
"네? 제가 뭘요?"
"모르는척하지 마 새꺄, 너 딱 봐도 여주 엄청나게 괴롭히잖아."
설마 진짜 몰랐던 거냐는 물음에 멍청하게 두 눈만 끔뻑이며 여주를 빤히 바라봤다. 그래도 저 나름대로 애정표현이었는데 귀찮음이 얼굴에 느껴지자 미안해지는 그였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연락 왔어?"
"아, 일이 바빴대요."
"카톡 한번 못할 정도로 바빠? 잡은 물고기다 이거 아니야, 완전."
희연이의 말에 젓가락을 물고는 넋을 놓는 여주였다. 딱히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서운하다는 느낌이 온전히 다가왔다. 사귀기 전에는 워낙 알아서 잘했던 그여서 그런지 누군가가 깨우쳐줄 때마다 서운함을 느끼는 그녀였다.
"사귀기 전에는 그렇게 잘하더니 변했네."
"그런 거 아니에요."
"와, 남자친구라고 쉴드 쳐?"
"그건 더 아니고요."
한참을 떠들다 젓가락을 소리가 나게 내려놓은 여주가 잔반 처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꾸역꾸역 음식을 입에 밀어 넣던 윤오도 덩달아 일어났다.
"그러지 말고 정국이랑 밥이나 한 번 해."
"그러지 뭐."
아마 민석이가 들었으면 환장했을 말을 남겨놓고 구내식당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