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13. 월]
김민석 → [공항내부사진]
공항왔어
조심해서 다녀와 ← 김여주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탈나지 말고
김민석 → 내가 뭘 또 주워 먹는다고
자주 연락할게
딱히 그럴 필요는? ← 김여주
김민석 → 없다고?
[웃는 이모티콘] ← 김여주
김민석 → 얄미워
그래서 나 싫어? ← 김여주
김민석 → 아니
좋아죽겠어
아몰랑 ← 김여주
나 잘 거야 잘 다녀와
김민석 → 응♡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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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약속된 시간에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다음날 눈을 뜨자 보이는 건 가방으로 맞은 거 치고는 과한 상처가 볼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육안으로 티가 나지 않아 세수할 때에야 작은 상처가 자리 잡았다는 걸 깨달았는데 웃기게도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친 윤오에게 걸렸다.
"솔직히 말해, 누가 그랬어?"
"아, 술 먹고.."
"거짓말, 어제 남자친구 출장 가기 전이었잖아요."
힐끗 보자 얄미운 표정인 윤오와 눈이 마주쳤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티가 나지도 않는 이 상처를 발견하지 못했을 텐데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취조 아닌 취조를 당하는 기분은 썩 좋지 못했다.
"남자친구 만났는데 왜 이런 상처가 생겨?"
"아아, 언니. 그만 해요. 네?"
"나쁜 일 있었던 건 아니지?"
"그럼요, 오빠랑 아무 일 없었어요."
천진난만하게 웃고 나서야 풀려난 여주는 탕비실로 들어갔다. 윤오에게는 눈빛조차 보내지 않았는데 할 말 있는 건 어찌 알았는지 귀신같이 따라 들어온 그는 턱을 긁적이며 여주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었다.
"왜 아는척해서 사람 난감하게 만들어요?"
"저는 혹시 남자친구분이,"
"제 남자친구 그런 사람 아니에요. 왜 저랑 남자친구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요?"
"미안해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요."
"공적으로 업무만 하고 싶네요. 그쪽이랑."
뒤돌아 먼저 나간 여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오는 주저앉았다. 저의 섣부른 판단으로 시끄러워질 뻔했다는 생각이 들자 탕비실 문을 열고 나가서 여주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두려웠다. 그저 가까이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일이 꼬인다고 생각했다.
"휴가는 잘 다녀왔어?"
"엄청 잘 보냈나 봐요, 술 먹고 얼굴에 상처 났잖아요. 얘."
상처 부근을 손가락으로 찌른 진리 덕에 사무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 여주는 뒤따라오는 민망함에 멀쩡한 목을 가다듬었다.
"아, 언니 진짜."
"뭐야, 싸움이라도 났던 거야?"
"싸움은 대문에 부딪혔어요."
어이없다는 듯 웃는 두준의 뒤로 쭈뼛거리며 들어오는 윤오가 보였지만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 때문에 난감했던 건 맞지만, 그가 싫은 건 아니었다. 민석이 말고도 친해지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다. 그건 윤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저렇게 시무룩한 표정을 보자니 조금 풀어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뿐인 휴가였는데도 이렇게나 많은 서류가 쌓인 책상에 머리를 짚었다. 하나둘씩 줄어드는 서류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일에 집중하던 그녀의 어깨를 치며 점심시간임을 알리는 희연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윤오 씨 밥 안 먹어?"
"네? 할 일이,"
딱 봐도 자신 때문에 눈치 보여 밥을 먹으러 안가는 모양새에 주먹으로 책상을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물론, 자신들에게 쏠릴 시선은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밥, 진짜 안 먹어요?"
"ㄴ, 네."
"잘됐네, 나도 밀린 일이 많아서. 식사 맛있게 하고 오세요."
"놀고 있네, 둘 다 나 따라와."
*
*
"차 작가 이번에 작품 들어가는 거 우리 회사에서 출판하기로 했어."
"오, 잘됐네요. 이번에는 누가 담당이에요?"
"너희 둘."
"둘씩이나요?"
"차 작가 작품성 좋은 건 잘 알지?"
탕수육을 집어먹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주와는 다르게 당황한 표정으로 젓가락만 집고 굳어있는 윤도였다. 그게 퍽 이상했지만 별말 하지 않았다.
"영화제작 하기로 했는데 그 일정이 좀 당겨지면서 예정 출판일보다 빨라져서 혼자 작업하면 힘들 것 같아서 두 명 붙였어."
"그게 왜 하필 저희예요?"
"너는 작품 끝났고 쟤는 너랑 하면 더 좋겠다 해서 그랬지?"
아까 일 때문인지 반박하려는 윤오의 입을 막은 건 룸이 열리고 익숙한 학연이 들어서면서다.
"2분이면 도착한다며."
"내 칭찬하길래 다 듣고 들어왔지. 여주 씨는 잘 지냈어요?"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아영 씨 동생분이랑 연애하신다면서요?"
"그게 소문이 다 났어?"
모른척하기는, 능청 떠는 두준을 보며 고개를 젓던 학연이 처음 보는 윤오에 사람 좋게 웃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신입사원 정윤오입니다."
"네, 윤 부장님한테 말씀 들었어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요란하게 울리는 휴대폰에 눈을 크게 떴다. 전화는 아니고 연속으로 울리는 카톡에 여주는 슬금슬금 눈치를 봤다. 얘는 이 시간에 웬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