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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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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14
작성일 : 19-11-10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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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인 듯 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왔다. 언제나 옆에 있던 민석이는 없었지만 친한 친구들이 자길 위해 한달음에 뭉쳐주니 고마웠다.

 

 "솔직히 오늘은 여주가 쏴야 하는 거 아니야?"

 "뭐래, 수영이가 너한테 얻어먹으라는데?"

 "이태민 존나 염치가 없어."

 "양심도 없는 새끼네, 이거."

 

 태민이의 한마디로 득달같이 달려드는 아이들에 울컥한 태민이 왜 자기에게만 그러냐며 소리쳤다.

 

 "역시 이태민은 억울해야 재밌지."

 "네 생일 하던가."

 

 티격태격하는 아이들 사이로 꿋꿋이 삼겹살을 굽고 있는 종현이 여주 앞에 놓인 빈 그릇에 잘 익은 고기를 옮겼다. 두어 젓가락을 집던 여주는 요란스러운 휴대폰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실장, 아니. 나 민석이 큰누나."

 "어!? 안녕하세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까지 하며 정직하게 인사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하나같이 당황한 눈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그런 아이들을 신경도 쓰지 않으며 90도 인사까지 했다.

 

 "혹시 지금 바빠?"

 "아뇨!"

 "그럼 나랑 밥이나 먹을래?"

 

 전화를 끊자마자 미안하다며 주섬주섬 자기 짐을 챙겨 나갈 채비를 하는 여주였다. 안 그래도 어렵기만 했던 사람이 제 남자친구의 누나가 먼저 청한 약속에 그저 마음이 급할 뿐이었다.

 

 "김민석 누나가 밥 먹자고해서 나 먼저 간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새끼들아."

 

 급하게 뛰쳐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그저 어이없을 뿐이었다. 아파트 1층, 벌써 도착한 지 30분이 넘었는데도 엘리베이터 옆에 붙은 거울로 연신 자신만 들여다보고 서 있다. 가르마도 이리저리 바꿔보고 립스틱도 몇 번이나 다시 발랐다. 결국 기다리다 지친 아영이의 전화에 엘리베이터를 올랐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침이 꼴깍꼴깍 삼켜졌다. 초인종을 누르자 앞치마를 한 아영이가 나왔다.

 

 "잘 왔어, 뭘 또 사 왔어."

 "아, 과일이요."

 "일단 앉아있어, 금방 되니까."

 

 조금은 뻣뻣하게 앉아있는 여주는 눈을 굴렸다. 자주 와서 익숙한 곳인데 어째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건지.

 

 "밥 먹자."

 

 식탁을 보자 여주가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이었다. 아영에겐 물론 민석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음식들 말이다.

 

 "맛있게 먹어, 민석이가 출장 가기 전에 처음 있는 기념일인데 자기가 못 챙겨준다고 많이 아쉬워하더라. 케이크라도 사다 먹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을 해서 준비했어."

 "언니, 진짜 감사해요."

 "난 별 특별 한 건 안 했고."

 "특별한 걸 안 하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잔뜩인데."

 "내가 닭볶음탕 제일 잘하는데 마침 네가 닭볶음탕 좋아한다길래. 일부러 많이 했어. 챙겨가서도 먹으라고."

 

 두런두런이 민석이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민석이 없는 생일이 조금은 서운했지만 섭섭지 않게 또 나름대로 준비한 느낌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네가 여기 왜 있어?"

 

 물론 예림이 등장하기 전까지 말이다.

 

 

 *

 *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언제나 같이 공책을 펴들고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솔직히 민석과 만난 이후로 글이 더 잘 써지는 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민석이의 자리가 공백이다 보니 혼자 글을 쓸 시간이 더 많았다. 한참을 진도를 나가고 있을 때 반짝반짝 불빛을 내는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아직 안 자고있었어? 글 쓰고 있었구나?"

 "응, 글 쓰고 있었어. 너는 왜 안 자."

 "으응, 내일 현지인 PD랑 선배랑 동물원 가기로 했어."

 "그래? 기대돼서 막 잠이 안 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조잘조잘 떠드는 민석이 때문에 공책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 건 아니라더니 한껏 들뜬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주말이라고 하루 온종일 숙소에서 뒹굴뒹굴하는 것보단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닐 거란 말이 안심이 됐다.

 

 "한국 가면 같이 동물원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맛집 가서 밥도 먹고 데이트 많이 하자."

 "일단 돌아오고 말해."

 "으응, 보고싶어."

 

 여주는 보고 싶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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