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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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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19
작성일 : 19-11-10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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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을 보내곤 다시 베개를 얼굴을 묻었다. 진짜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서운하고 화도 났다. 이 오만가지의 감정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결국 울컥함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붙어있을 때보다는 안 싸우지만 이렇게 싸우면 얼굴을 보고 해결할 수 없음이 답답했다. 한참을 혼자 훌쩍였을까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에 애써 담담한 척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걱정했어?"

 "안 하냐, 그럼."

 "기분 좋다."

 

 민석이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굳게 다문 여주였다. 잔뜩 화가 나 있는 그녀에게 하는 첫말치고는 여주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은 말이었다.

 

 "너 나랑 장난하냐?"

 "어어? 오빠라고 안 하지, 또."

 "오빠는 무슨."

 "연락 안 했으면 나 진짜 서운할뻔했어."

 "나는 서운했어."

 "...진짜?"

 "좋냐."

 

 분위기 파악 못하고 한껏 들뜬 녀석의 목소리에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을 하자 민망한 웃음소리를 내는 그였다.

 

 "내가 항상 너한테 느끼는 감정이야. 그게."

 "....."

 "난 너를 매일매일 걱정하고 매 순간 서운해. 나도 네가 나 신경 많이 써주고 있는 거 알아. 그래도 이런 식이 아니면 연락 한번이 먼저 없냐. 나만 너 좋아하는 거 아니지?"

 "..응, 아니야."

 "알겠어, 심술부려서 미안해."

 "...몰라, 너 싫어."

 "아깐 나 좋다며?"

 "내가 언제?"

 

 시치미를 떼는 여주에 민석이는 활짝 웃었다. 근 하루 만에 제대로 웃는 모습을 본 민석이의 선배들은 통화가 끝나면 놀림거리를 발견해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민석이에겐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다.

 

 

 *

 *

 

 

 그 일이 있는 후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학연이의 작품을 끝낸 여주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본가로 돌아와 거실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있다. 아직 방학이라서 그런지 빈둥빈둥 까치집을 하곤 방에서 나오는 태형이를 향해 혀를 내두르곤 다시 영화에 집중하였다.

 

 "엄마가 오늘도 나가냐는데?"

 "응, 6시쯤?"

 "남들 다 들어가는 시간에 왜 나가? 제발 일찍, 일찍 좀 다녀라. 어?"

 "알겠어."

 

 대답뿐인 걸 알지만, 엄마는 영화를 보는 여주를 한번 흘기곤 태형이를 향해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여주는 보던 영화를 끄고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잤을까, 벌써 5시라며 몸을 격하게 흔드는 태형이 덕에 겨우 잠에서 깬 여주는 잠에 취해 앉아 꾸벅거렸다.

 

 "친구 만난다며?"

 "...응.."

 

 그렇게 피곤하면 잠이나 자지, 으휴. 구시렁거리는 태형을 힐끔 바라본 여주는 옷을 대충 갈아입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잠도 제대로 안 깨고선 나가려는 모양이다. 저러다 넘어지지 싶은 태형은 대문 밖까지 졸졸 쫓다가 마중을 나온 지호를 향해 손을 흔들곤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태형이 엄청나게 컸네?"

 "그래도 아직 애지 뭘."

 "고3인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고 보니 다리까지밖에 안 오던 태형이가 어느덧 훌쩍 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호도 마찬가지였다.

 

 "너도 초등학생 때는 나보다 작았는데."

 "그땐 네가 큰 거였어.".

 

 실없는 웃음소리를 내다 무작정 지호의 등으로 덤볐다. 등도 널찍한 게 완전 남자라며 등에 매달렸다. 무겁다며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패대기치진 않았다.

 

 "우죠."

 "응?"

 "...미안하다."

 "네가 왜."

 "그냥, 그때 그렇게 나쁘게 말한 거."

 "와, 김여주 남자친구 생겼다고 이렇게 바뀌냐."

 "내가 뭘."

 "예뻐졌다고 너 예전에 더럽게 못생겼었잖아."

 "죽여달라고?"

 

 투덕거리며 도착한 동네 호프집에는 이미 도착한 아이들이 있었다. 후줄근하다고 놀리는 기범이의 뒤통수를 때리곤 한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왜 불렀다고?"

 "너 우리 말고는 친구 없잖아. 놀아주려고 불렀지."

 

 얄밉게도 말하는 수정이에 헛웃음을 지으며 치킨을 집어 먹었다. 그래도 부쩍 심심하지 않게 모여주는 녀석들에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앉아 추억팔이를 하는데 수정이의 입에서 의외의 반가운 이름이 들렸다.

 

 "아, 진기 말이야."

 "진기? 진기가 왜?"

 "얼마 전에 SNS 하다가 연락 닿았었는데. 연락 안 왔어?"

 

 근래에 모르는 번호로 특별히 연락 온 적이 없기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정이만 바라봤다. 그러자 더 당황한 건 수정이었다.

 

 "나 진기한테 네 번호 줬는데? 당장이라도 연락할 것처럼 그러더니 왜 연락 안 했지?"

 "뭐야, 이진기. 나보다 정수정한테 먼저 연락하고."

 "서운하냐?"

 "말이라고 하냐? 와, 이진기 이 새끼."

 

 대학도 잘 다니고 있더라. 그 새끼 완전 똑똑했잖아. 우리랑 다르게.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아이들의 말에 여주는 기운 없게 웃었다. 독한 놈, 벌써 안 본 지 4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저조차도 바빠 진기랑 연락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뭐가 또 서운한 건지. 요즘 시답잖다는 생각이 든다. 지호의 말대로 민석이로 인한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달갑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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