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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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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24
작성일 : 19-11-10     조회 : 395     추천 : 0     분량 : 3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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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더워."

 

 딱히 더운 날씨도 아닌데 덥다는 여주는 은근슬쩍 민석이 잡을 손을 놓았다. 손을 놓친 그는 자리에 멈춰버렸다. 그런 그를 모르는 여주는 그저 먼저 걷기를 서둘렀다.

 

 "왜 안 와?"

 

 망부석처럼 멈춰 선 그가 그제야 보인 건지 카페 문을 잡고선 뒤를 돌아 묻자 뾰로통했던 그가 졸졸 따라 들어왔다. 금세 기분이 풀린 것 같았는데 뭐가 또 불만인 건지 말은 않고 커피만 연신 들이켜는 그녀를 빤히 내려다봤다.

 

 "또 뭔데."

 "뭐르을."

 "너 삐쳤잖아."

 "아니야."

 "거짓말할래."

 "..아까 막 내 손 놓고. 왜 그랬어?"

 "아, 그거? 더워서. 내가 계속 덥다고 했잖아."

 

 간단하기만 한 그녀의 말에 서운함을 느낄 새도 없이 덥석 잡아 오는 손길에 또 금세 풀리는 바보 같은 그였다. 사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손을 놓을 때마다 저런 반응이니 그저 손을 다시 잡아주기만 하면 풀릴 그를 너무도 잘 아는 그녀였고 말이다.

 

 "가게니까 잡아줄게."

 "못됐어."

 "손 놔?"

 "그건 아니지."

 

 아이같이 삐칠 땐 언제고 제법 남자답게 손을 잡아 오는 그에 조금 놀랐다. 사실 어른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만큼 유치한 그였다. 그래도 이따금 남자다울 때는 놀랍기도 했고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제 손을 슬쩍 빼려는데 더 센 힘으로 다잡는 그다.

 

 "아픈가?"

 "딱히,"

 

 괜스레 민망해진 여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도 커플 저기도 커플, 생각해보니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다음 주에 놀러 갈래?"

 "친구들이랑 약속 있어."

 "그럼 그 다음 주는?"

 "언니들이랑."

 "그럼 그 다음 주는?"

 "가족들이랑."

 "그럼 그, 그 다음주는?"

 "약속은 없는데 더워서 싫어."

 "너무해, 가족들이랑도 놀고 친구들이랑도 놀고 언니들이랑도 노는데 왜 나는 더워서 싫어?"

 "나 더워 잘 탄단 말이야."

 

 사실 저 말은 맞는 말이다. 오늘도 덥다고 하루 온종일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서운한 민석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가 신경은 쓰이는지 잡힌 손을 꼼지락거리며 민석의 눈치를 보는 여주다.

 

 "여름 끝나면 놀자."

 "으응."

 "그때는 안 봐줘."

 "봐주긴 뭘 봐주냐?"

 "그런 게 있어, 바보야."

 

 

 *

 *

 

 

 

 [2015.08.20. 목]

 김민석 → 여주우~

  아직 안자지?

 뭐야, 운동 할 시간 아니야? ← 김여주

 김민석 →아직 안자는구나!

  나 지금 준면선배랑 같이 밥 먹으러 왔다가

  [원숭이 인형사진]

  요게 예뻐?

  [곰 인형사진]

  요게 예뻐?

 난 ← 김여주

 김민석 → 응?

 곰 ← 김여주

 김민석 → 으음, 알겠어♥

 

 

 

 *

 *

 

 

 "여보세요?"

 "여주, 오늘 일찍 끝나?"

 "응, 왜?"

 "나 지금 회사 앞인데."

 "뭐? 우리 회사?"

 

 회사 앞이라는 말에 몸을 일으킨 여주는 복도로 나갔다. 복도 창으로 내려다보자 튀는 것 없이도 눈에 들어오는 민석이가 보였다. 그 역시도 퇴근 후였는지 깔끔한 수트 차림이었다.

 

 "갈까?"

 "아니, 나 지금 오빠 보고 있다?"

 "뭐? 어디!"

 

 두리번거리는 뒤통수에 웃음이 나는 여주는 큭큭 거리며 창문에 손을 올렸다. 동글동글한 뒤통수를 요리조리 움직이다 곧 여주를 못 찾겠는지 시무룩해진 그가 보였다.

 

 "한 10분 남았는데 우리 회사 1층 카페라도 가 있어."

 "진짜?"

 "응, 들어와."

 

 통화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가자 두준이 음흉한 눈으로 여주를 바라봤다. 어리둥절한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모두가 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친구?"

 "예? 예, 뭐."

 "흐응, 금요일이라고 데이트가?"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아! 몰라요."

 "모르기는. 6시 땡- 모두 퇴근. 다음 주에 봐."

 

 유유히 부장실로 들어가 버리는 그에 진리를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짐을 챙겼다. 여주도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짐을 챙겨 1층으로 향했다. 창가 쪽에 앉아 커피를 빨며 여주가 나오는지 살피려 두리번거리는 그가 보였다. 살금살금 다가가 작게 말아쥔 주먹으로 그가 앉은 유리창을 두드리자 화들짝 놀란 그가 그녀를 알아보곤 환하게 웃었다.

 

 "갑자기 와서 놀랐지?"

 "응, 무슨 바람이 불어서 왔어?"

 "본가 들어간다며, 같이 가려고."

 "그래서 굳이 여기로 온 거야?"

 "그러엄, 조금이라도 얼굴 더 보고 싶으니까."

 

 건물을 빠져나가면서 나름대로 알콩달콩한 모습에 보라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한없이 다정다감한 민석과 안 그런 척 수줍은 여주는 누가 봐도 잘 어울렸다. 주위의 걱정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걱정과는 다르게 예쁘게 만나고 있는 듯했다.

 

 "아, 깜빡할뻔했네. 여기."

 

 그가 내미는 쇼핑백을 들춰보자 어제 카톡으로 받은 곰 인형이 있었다. 예상은 했던지라 그저 배시시 웃었다.

 

 "오빠, 이제 이런 거 주지 마."

 "왜? 난 그냥 주고 싶은 건데."

 "내가 이런 거 받으려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좀."

 

 사실 어떻게 보면 인형은 엄청 사소한 선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주는 그에게 받는 감정이나 물건은 사사롭지 않고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부담이 됐다. 솔직한 그녀의 말에 민석도 더이상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헤어지기 아쉽다."

 "아쉽긴, 내일도 볼 거잖아."

 "내일 보는 거랑 오늘 보는 거랑은 다르지이."

 

 여주의 손을 잡고 말꼬리를 늘이는 거 여간 아이 같아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웃는 모습에 같이 기분이 좋아진 민석은 잡은 손을 흔들었다. 흔드는 손 사이로 바람이 통과할 때마다 괜스레 간질거리는 게 좋았다.

 

 "좋다."

 "응, 그러게."

 

 골목 어귀에 다다를 즈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괜히 테형이일까 싶은 여주가 손을 놓으면 깜깜한 골목을 바라봤다. 예상을 빗나가고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가 여주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충 손길로 먼저 가라고 하곤 제 아버지에게로 다가가는 여주였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긴장이 되는 게 땀이 나는 것 같았다. 혹여나 눈치채진 않았을까 아버지의 눈치를 봤지만 모르는 듯 민석이를 스쳐 지나갔다.

 

 "뭐 샀어?"

 "아니, 그냥 누구한테 좀 받았어."

 "뭔데?"

 "인형."

 "너희 엄마 알면 혼난다."

 

 충고 아닌 충고를 들으면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쇼핑백을 보고 엄마가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대답하며 방으로 향하자 자신이 생각해도 좀 많은 양의 인형이 자리했다.

 

 "인형 좀 그만 사다 모아라."

 "산 거 아니고 선물 받은 거라니까?"

 "스물이 넘은 게 무슨 인형이야. 수영이네 다 가져다줘."

 "선물 받은 거라니까?"

 

 결국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민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형이야기를 머뭇거리며 꺼내자 흔쾌히 수영이에게 가져다주라며 웃어 보이는 그였다.

 

 "미안해."

 "아니야, 좋은데 쓰이는 건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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