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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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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25
작성일 : 19-11-10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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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언제 와."

 "미안, 지금 가고 있어."

 "알겠어."

 

 이건 약속한 시각에 30분이 늦은 후의 통화였다. 약속 시각에 먼저 나와 있는 여주는 신발코를 바닥에 툭툭 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통화를 마친지도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총 1시간 동안 여주는 더운 날 버스정류장에서 그를 기다렸다. 따지고 보면 멀지도 않은 거리인데 왜 지금까지도 도착을 안 하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응, 여주야."

 "어디냐."

 "가고 있어."

 "아까도 오고 있다며."

 "미안해."

 "아, 장난하냐 너? 일단 기다리고 있으니까 오기나 해."

 

 가뜩이나 더위도 많이 타는데 그를 기다린다고 버스정류장에서 1시간을 기다렸더니 머리가 다 어지러울 정도였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운 더위는 아니었지만 여주에겐 충분히 불쾌함을 유발하는 더위였다. 그렇게 두 번째 통화를 마친지 30분이나 더 흘렀다. 그늘을 찾아 피해 다니던 여주가 30분 만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미안."

 "솔직히 말해 출발은 했냐?"

 "지금 가고 있어."

 "너 아까도 오고 있다며."

 

 대답을 한참이나 기다렸지만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자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그저 솔직하게만 말하면 되는 것을 자꾸 거짓말을 해서 더 화가 나게 만드는 그가 미웠다. 더운 거 싫어하면서도 놀이동산에 가자는 그의 말에 못 이기는 척 약속을 잡았는데 땡볕에 1시간 30분 동안 세워놓는 건 너무한 일 아닌가. 결국 2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가 보였다.

 

 "가자."

 "너 진짜 왜 늦었냐. 핑계라도 대야 될 거 아니야."

 

 결국 다시 말이 없어진 그였다. 일절 미안한 기색도 없고 태평히 가자며 자신을 이끄는 그에 울컥했지만, 손목을 잡은 그의 손만 바라봤다.

 

 "집에 갈까 그냥?"

 "으으, 너 진짜 미워."

 

 울컥울컥 터질 것 같은 여주는 눈물을 집어삼키며 대꾸했다. 당황스러운 건 민석이뿐 아니라 여주도 마찬가지였다. 기다리며 민석을 보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상상은 많이 했지만, 그 중 눈물을 흘리는 건 없었다.

 

 "여주야."

 "이렇게 가면 뭐, 난 2시간이나 너 기다렸는데 난 어떻게 하라고!"

 "미안해, 작은누나랑 이야기 좀 하다가."

 "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지. 난 계속 기다렸잖아."

 "난 네가 마음이 불편할까 봐."

 

 품에 안겨 한참을 훌쩍거렸다. 그러다 민망해진 여주는 그친 눈물에도 안겨있었다. 그걸 눈치챈 그는 그런 그녀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 풀렸어?"

 "몰라."

 "가자, 추로스 사줄게."

 "오늘 오후부터 비 온다고 했는데."

 "그래서 안 갈 거야?"

 "아니, 갈 거야."

 

 손을 꽉 잡아 오면 말하는 그녀에 민석은 환하게 웃어 보였다.

 

 

 *

 *

 

 

 출발 전 여주가 했던 말이 사실인지 날씨가 꾸물꾸물했다. 놀이기구를 타며 한참을 재밌게 놀다 꾸물거리는 날씨에 사람들도 거의 빠졌는지 한산하기만 했다.

 

 "여주야, 우리도 저거 할래?"

 

 고개를 돌리자 엄마·아빠로 보이는 부부가 7살 아기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계단을 오르는 게 보였다. 유치하기만 한 장난이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말아쥐곤 뒤통수로 숨겼다. 나름의 준비 자세인가보다.

 

 "가위, 바위, 보!"

 "에잇,"

 

 가위바위보에 진 건지 여주는 짧은 탄식을 내며 발을 바닥에 굴렀다. 심드렁할 땐 언제고 제법 승부욕이 발동했나보다.

 

 "아악! 다시!"

 

 벌써 저만치 올라간 민석이 얄밉게 웃었다.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부부는 어느샌가 가까이에 다가와 둘을 지켜봤다.

 

 "우와! 이 누나 디따 모태!"

 "큼, 아카야 누나 잘해. 봐봐."

 "가위바위보!"

 "으핡! 엄마 이 누나 디따 모태! 짱 모탄다!"

 

 계속 지는 자신에게 분한 여주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모습에 아이 아빠가 민석에게 조금씩 봐주라며 속닥였고 기어코 그 소리를 들은 여주는 소리를 빽 쳤다.

 

 "봐주긴 뭘 봐줘요!"

 

 결국, 민석보다 먼저 올라간 여주가 아가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못 말린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민석이는 보이지도 않는 건지 아가에게 쌍 엄지를 받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한참을 걷다 보니 톡톡 떨어지는 빗방울에 서둘러 근처 스토어로 향했다. 비 온다는 말이 사실이긴 했는지 스토어에는 비닐우산부터 놀이동산 마스코트가 새겨진 우산이 진열되어있었다.

 

 "우리 이거 살까?"

 "비 금방 안 그칠 것 같지?"

 

 잠깐 매장을 구경하는 사이 빗발이 굵어졌다. 어느새 골라 옆구리에 낀 곰 인형을 한번 민석이 가리키는 우산을 한번 바라봤다. 파란색을 집어 들려는 그의 손을 걷어내곤 자신이 파란색을 집었다.

 

 "내가 파란색 할래."

 "싫어, 내가 파란색 할 거야."

 "안돼, 내가 파란색 할래."

 "아, 여주가 여자니까 빨간색 해."

 "여자인 게 뭐야, 내가 파란색하고 싶어."

 

 결국 실랑이를 벌이던 여주의 포기로 각자 사이좋게 우산을 나누어 썼다. 제 손에 들린 빨간색 우산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옆에서 파란색 우산을 들고 들떠 조잘거리는 그를 보며 체념했다.

 

 "우리 이번에 커플우산 했으니까 다음에는 커플티 맞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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