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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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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내 두눈을 봐 #29
작성일 : 19-11-10     조회 : 379     추천 : 0     분량 : 2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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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민석이는 너무 불안하다. 여주가 자신을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슬쩍 약속을 잡아도 슬쩍 못 나온다고 거절이고 대놓고 약속을 잡아도 대놓고 못 나온다고 거절이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권태기인가 싶어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에 종인이를 불러놓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근데 난 여주가 누굴 진지하게 만나는걸 본적이 없어서 뭐라고 해줄 말이 없다."

 "아, 그러냐."

 "여주는 지겹다고 말할 것 같은데."

 "너무해."

 "희망 고문보단."

 

 덤덤한 표정으로 한마디 뱉을 때마다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이었다. 도무지 어떤 게 문제인지를 모르겠다. 이유라도 알면 고쳐볼 텐데 이유도 모르니 민석이는 한숨만 늘어갔다.

 

 "수정이는 별말 안 하던데."

 "수정이?"

 "응, 수정이가 너랑 여주 사이 엄청 묻잖아. 별말 없던데 있었으면 나도 진작 알았을 테고. 연락은 피해?"

 "그냥 그런 거 같아."

 "김여주는 만나면서 사람 애태우네."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던져 비벼끄던 발을 멈추고 갑작스러운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수정이가 학교를 마친 건지 책을 들고선 둘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주? 별 말 안 하던데. 요즘 오빠랑 문제없다고까지 그랬어."

 "그럼 왜 그러는 거냐."

 "왜, 무슨 문제 있어?"

 "여주가 자꾸 얘랑 약속 잡는걸 피한 데."

 "아,"

 

 무언가가 떠오른듯한 수정이는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급한 마음에 덥석 잡은 민석이는 간절하게 바라봤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입을 열지 못하는 수정이는 답답함에 발을 동동 굴렀다.

 

 "수정이 너 알아?"

 "알긴 아는데, 나 말하면 죽어. 오빠는 물론이고 나도 이제 여주 못 볼지도 모른단 말이야."

 "무슨 일인데."

 

 종인이의 말에 수정이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리 간절해 보이는 민석을 보고도 어떻게 지나치냔 말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털어놓았다. 할머니가 크게 아프셔서 여주가 돈을 보태드리려 데이트는 고사하고 밥도 챙겨 먹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아,"

 "솔직히 난 여주 이해 안 가. 내가 여주였으면 할머니를 위해서 그렇게 안 할 것 같아. 할머니가 여주한테 여태껏 어떻게 했는데."

 "여주한테는 가족이야. 그럴 수도 있지."

 "지금껏 할머니한테 좋은 소리 못 듣고 살았는데 자기 힘드니까 여주한테 돈 내놓으라고 하는 게 말이되? 양심은 어디 가겠다 팔았는데?"

 

 정말 화가 난 듯 두 눈이 벌게져 속사포로 소리치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멍청한 소리만 내는 민석이었다. 여주에게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안 만나는 거야?"

 "응, 나도 안 만나고 아무도 안 만나. 집에 안 오잖아."

 

 그러고 보니 본가가 있는 이 동네 안 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일이 바쁘다는 건 핑계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데리러 간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했구나."

 "오빠, 그건 진짜 싫은 거죠."

 

 한편, 밥을 먹자는 언니들을 뿌리치고 먼저 집으로 돌아온 여주는 침대에 누워 허우적거렸다. 집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선택한 사회생활에 열심히 살며 빚을 갚아왔다. 이유가 어찌 됐든 나름 회사생활에도 만족하며 살아왔고, 말이다. 가끔은 저 알기를 돈으로 보는 할머니에 속이 꽤 상 했을 때도 있었다. 처음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는 제 말에 무시했던 할머니였다. 여자면서 대학도 안 가고 무엇을 할 것이냐는 무시조에도 강단 있게 잘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런 그녀가 시간이 지나 빚을 갚으며 집을 일으켜 세울 때 그제야 여주의 손을 잡아주었었다. 누가 뭐라도 여주의 가족이고 그녀의 할머니였다. 그랬기 때문에 어렵게 말을 꺼내는 재중이에게 선뜻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김여주 밥 안 먹어?"

 "네, 입맛이 없네요. 오빠 드세요."

 

 남준이 방문을 닫고 나가자 침대로 얼굴을 묻었다. 숨이 막히는 게 딱 저의 상황 같았다. 앞으로는 데이트도 줄이고 쇼핑도 줄여야 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자니 번쩍번쩍 화면이 들어왔다.

 

 "응, 왜."

 "너 언제 들어와?"

 "나? 알잖아. 당분간 여유 없어."

 "민석이오빠한테는 말했고?"

 "했겠냐. 그걸 왜 오빠한테 말해."

 "남자친구니까."

 "남자친구면 나 힘든 거까지 떠넘겨야 되냐?"

 "누가 떠넘기래? 알고는 있어야 될 거 아니야, 오빠도."

 

 *

 *

 

 

 꽤 오랜만에 만나는 여주는 피곤해 보였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민석이 회사에 들러 걸어가기로 했다. 평소였으면 영화니 뭐니 할 그였는데 웬일인지 얼굴이나 보고 산책이나 하자는 그였다.

 

 "여주야!"

 "응, 오빠."

 

 깔끔한 수트 차림으로 팔랑거리며 요란스럽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꽤 보고 싶었던 얼굴에 반가움을 느꼈다. 아무리 자신이 힘든 상황이어도 그를 방치하는 게 아니었는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가? 더 예뻐졌네?"

 "뭐래, 진짜."

 

 손까지 잡아 오면 말하자 순간적으로 훅 끼쳐오는 열감에 몸을 뒤로 뺐다.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부끄러움인 줄 모른다. 음료수나 하나씩 마실까 싶어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민석과 똑같은 사원증을 매고 깔끔한 수트 차림의 남자가 옆에서 기웃거렸다.

 

 "여어- 김민석?"

 "아, 선배. 퇴근하세요?"

 "아니, 난 야근. 이쪽이 여자친구분?"

 "안녕하세요."

 "오우, 엄청 어려 보이신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능청을 떠는 준면이에 민석이는 살짝 당황함을 느꼈다. 만나기 전부터 만나는 것까지 옆에서 하나하나 지켜봤으면서 말이다.

 

 "나중에 밥 한 끼 할래요? 제가 민석이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대접 한 번 할게요."

 "선배가 왜요."

 "제가 민석이 많이 좋아하거든요."

 "ㅇ, 예?"

 "여주야, 그런 거 아니고. 아, 선배 이상한 소리할 거면 가요. 좀!"

 

 누가 봐도 상당히 오해한 표정으로 오해 안 했다고 말하는 여주옆으로 민석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런 둘을 두고 뿌듯한 표정으로 준면이가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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